별이 흐르는 카페
이곳은 무엇이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유 게시판입니다. (댓글 기능을 다시 활성화시켰습니다.)
얼마 전 드라마 '제네레이션 킬'을 봤습니다. 이라크 침공 당시 투입되었던 해병대 1 수색대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죠.
밴드 오브 브라더스나 더 퍼시픽과 다르게 다루고 있는 사건이 최근이다 보니, 실제 인물들이 드라마 제작에 도움을 주고, 심지어 출연하기도 했고, 드라마 속에서 묘사되는 인물들이 지금도 멀쩡히 잘 돌아다니며 활동하고 있죠.
그런 인물 중 하나가 나다니엘 픽입니다.
2소대 소대장인데, 무능한 상관에게 대들다가 문제아로 찍히지만, 능력이 뛰어나고 부하들을 잘 챙겨서 소대원들의 신임을 얻고 있는 장교죠.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도 인텔리한 모습에, 앳된 얼굴의 배우가 연기해서 그런가 인기가 꽤 좋았던 모양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어딘가 루크 스카이워커가 생각나더군요.
실존인물 나다니엘 픽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본격적으로 뻘짓을 시작한 2003년에 해병대를 나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했고, 백악관 산하 싱크탱크인 Center for New American Security의 CEO 등의 경력을 거쳐 현재는 Endgame. Inc란 보안회사의 CEO로 있는 모양입니다. 일각에선 미국 대통령감으로도 여긴다고 합니다. 덤으로 실존인물도 배우 못지않게 잘생겼어요.
드라마 인물의 바탕이 된 실존인물이 대통령감? 이런 얘기를 듣고보니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M모 전 대통령과 '야망의 세월' 말입니다. 제가 태어난지 얼마 안돼 막 걸어다닐 때 이야기라 자세히는 모르지만, M모씨는 드라마에서 비롯된 인기를 바탕으로 정계에 입문, 이후 대통령 자리까지 앉게 되었습니다.
야망의 세월은 의도적으로 이명박을 띄워주기 위해 과장된 내용이 많았다고 합니다. 제네레이션 킬은 드라마에도 등장하는 기자의 취재를 바탕으로 했고, 실제 인물들이 제작에 관여한 덕에 드라마에 나오는 대부분의 내용이 실제와 같지만, 그래도 소소한 시비가 있기는 하더군요. 드라마에서의 모습이 실제 모습과 같다고 해도, 일개 소대장으로서의 리더십과 대통령으로서의 리더십이 같지는 않을테고요.
드라마가 나온 것이 2008년인데, 나다니엘 픽은 2013년엔 CNAS CEO 자리에서 내려오는 등 그다지 정치적 야심을 보이지는 않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구글에서 나다니엘 픽을 검색하면 대부분 내용이 드라마 젠킬이나, 그가 이라크전에 관해 쓴 저서 One Bullet Away, 또Endgame사와 관련된 내용들입니다. 언젠가 그가 정계에 발을 들여놓고, 그쪽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 드라마 제네레이션 킬이 그의 신화, 전설이 되겠죠.
얼마 전, 조지 클루니가 정계에 진출한다던 소문이 떠오르네요. 결국 소문으로 그치고 말았지만, 그럴 듯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 사람이 연출한 작품들은 자국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것들이 많으니까요. 문제의식이 상당히 투철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비단 창작가로서의 역량만이 아니더군요. 아버지가 방송인인 데다가 실제로 인권 시위를 하거나 인권 변호사와 사귀는 등 실제 정계에서도 저런 시각을 계속 유지할 것 같습니다. 작품에서 드러나는 주제와 실제 삶이 다른 사람들도 부지기수인데, 자기 철학을 지켜나가는 인물 같아서 참 대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