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이곳은 무엇이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유 게시판입니다. (댓글 기능을 다시 활성화시켰습니다.)
올해부터 전문학교에서 겸임으로서 학생 지도를 맡게되었습니다.
이제까지 강의만 했던터라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됩니다.
오랜 기간 강의를 하다보면 한가지 느끼게 되는게 있습니다.
바로 "공부를 잘 하고 못하고는 학생들 자신의 문제....이지만, 그보다 교수와 학교의 문제가 더 크다."라는 것입니다.
사실 잘 하는 학생은 혼자서도 열심히 합니다. 그런 학생들에게는 아주 작은 조언만으로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지요.
하지만 잘 하지 못하는 학생은 그만큼 열심히 잘 가르쳐주어야 합니다. 가능한 관심을 갖고 쉽고 즐겁게 수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그만큼 교수의 역량이 중요한 것이지요.
같은 학생이라도 어떤 교수 밑에서는 열심히 하는 반면, 다른 교수 밑에서는 열심히 하지 않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것은 학생의 문제가 아닙니다. 교수의 문제죠.
아무리 뛰어난 교수도 모든 학생을 잘 가르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뛰어난 교수라면 가능한 많은 학생들을 잘 가르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게임 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수업 중에 게임만 하는 학생이 종종 나오곤 합니다.
간혹 '그건 학생들 탓이니 무시'하는 교수분도 계십니다.
"공부는 학생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면서 말이지요.
일부 학생들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해당 학교에서 가르치기 전에 그 학교 졸업생에게 학교 분위기를 묻자, "앞에 몇 명만 가르치고, 나머지는 무시해도 됩니다."라는 답변을 들은 적도 있었죠.
하지만 저는 그 말에 동감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학생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면, 교수가 왜 필요할까요? 그냥 교과서 던져주고 읽기만 하면 될텐데 말이죠.
교수라면 그런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고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깨닫게 하는 법입니다.
모든 학생들이 다 공부에 흥미를 느끼게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관심을 갖고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얻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학생들이 나서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수업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교수의 책임이며 임무... 그리고 무엇보다도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저는 학생들과 이야기하는게 즐겁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에게 이야기를 해 주는게 즐겁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도움이 되었다.'라고 이야기해줄 때 정말로 기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기가 끝난 후에도 종종 학생들을 만나서 상담을 듣기도 했고, 가끔은 개인적인 특강을 해 주기도 했습니다.
그런 만큼, 수업만이 아니라 학생들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이 기대됩니다.
이제까지와는 달리 좀 더 적극적으로 학생들과 무언가를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만큼 걱정도 됩니다. 제가 잘못하면 학생들의 미래를 망가뜨릴 수도 있을테니까요.
학기를 마치고 저는 과연 좋은 교수로 기억될 수 있을까요?
마음보다도 실천이 중요한 만큼, 일단을 해 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이겠지만 말이죠.
여담) 사실 이 같은 생각은 대학원때 지도교수였던 분에게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 분은 박사 학위를 2개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핀란드 등 여러 외국 대학에 특강을 나가실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고 계십니다. 게다가 인맥도 상당해서 많은 사람들을 연결해서 시민들을 위한 음악회를 열기도 하셨죠.(반면, 선거 때면 여러 곳에서 같이 하자는 청탁이 자주 들어오지만, '나는 정치는 모른다.'라며 거절하시며, 모 정부 출원 기관이 생길 때는 다른 분들이 장으로 추천했음에도 자신이 심사 위원장이라는 이유로 거절하신 것으로 알고 있고요.)
강의 기부도 자주 하고 계시며, 자원봉사 활동도 적극적인데, 그 분의 가장 멋진 점은, 논문 지도를 위해서 직접 학생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신다는 점이었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일하니 바쁠거라고 하시면서 회사 근처까지 찾아오셔서 점심 시간을 이용해 논문 지도를 해 주셨고, 지금도 꾸준히 논문 등의 발표를 위해서 도와주고 계십니다. 교수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대학원을 다니는게 그만큼 힘들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그 후에도 몇 개의 논문 발표를 할 수도 없었겠지요.
더욱 멋진 점은 지금도 여러가지 배움의 기회를 찾아서 노력하고 계시다는거죠. 이제 곧 은퇴하실 때가 되어가지만, 조금이라도 좋은 수업을 위해서, 그리고 교수님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 제자들에게도 가르침을 청하고 계십니다. 탁월한 실력을 갖고계심에도 권위의 'ㄱ'자도 찾을 수 없는 분이기도 하죠.
그 분은 그럴듯한 자리에 오를만한 자격이 충분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고, 학생들을 위해, 그리고 다른 많은 이를 위하여 노력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제게는 너무도 멋지게, 행복하게 비추어집니다. 바로 그런 교수가 되었으면 하는게 바로 제 꿈이 되어버릴 정도로...
이번은 바로 이를 위한 첫 발걸음인만큼 기대가 되지만, 동시에 제 자신의 역량이 너무도 부족하다는 생각에 걱정도 됩니다. 게다가 자그마치 4군데나 강의를 나가고, 수업 숫자도 많거든요. 여러가지를 가르치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그리고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에- 이렇게 된 것이긴 하지만, 그만큼 각각의 학생들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건 아닐까 하고 말이죠.
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SF&판타지 도서관 : http://www.sflib.com/
블로그 : http://spacelib.tistory.com
트위터 : http://www.twitter.com/pyodogi (한글) http://www.twitter.com/pyodogi_jp (일본어)
강의, 전문 지식 세미나, 자격증 준비반 지도 뭐 이런 것은 그리 큰 부담이 없고...
박사 논문 지도까지는 그래도 교수 쪽에서 논문 쓰는 역량만 있다면 그래도 재미있게 할 만 하죠.
박사 논문 지도를 4명 정도 도왔고 졸업시켰는데, 논문 쓰는 것 자체를 교수 쪽에서 재미있어 하면 큰 부담 없습니다.
연구 역량이 부족한 교수들은 전적으로 학생에게 논문을 다 떠넘기기 때문에 엉망이 되는 일도 다반사이지만서도...
하지만 대학에서 정말로 힘든 것은 취업지도입니다.
교수 본인이 애쓴다고 해결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거든요.
그냥 진로 상담이나 학생을 괜찮은 방향으로 가이드해주는 수준이라면 어렵지 않은데,
문제는 어떤 학생이든 하여간 취업을 했는가 못했는가 숫자를 가지고 KPI 관리가 들어간다는 겁니다.
학생들도 천차만별이고, 기업에 들어가는 취업은 막연하게 생각해서 될 일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교수가 학생 Resume 클린징 정도는 물론이고 아예 면접 기회를 알음알음 주선해온다든지,
심지어 면접장으로 교수가 직접 차에 실어서 데려다 주고는 밑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례도 흔합니다.
이렇게 교수 딴에 정성을쏟아도 학생 본인이 별로 준비를 안하거나, 애당초 학생 자질이 꽝이거나,
심지어 운이 따르지 않으면 취업이라는 것은 결국 나가리가 되어 버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니 원...
그래서 요즘에는 교수들도 취업 시즌이면 피가 마릅니다 - 대략 4월까지 취업율로 대학을 평가하는데,
딱 요맘때면 취업율 뽑고 취업 안된 사람 쫓아다니면서 교수들에게 취업시키라고 독려하느라 난리입니다.
기업의 영업부서에서 영업사원들 독려하고 KPI 관리하고 대시보드 보면서 난리치는 것과 대략 비슷하더군요.
여기 저기 교수분들을 만날 때마다 '취업 지도' 이야기가 많더군요. 제 경우는 1학년만을 대상으로 하는데다 겸임인지라 취업까지는 생각하지 않아도 되지만(내년에는 어떨지 몰라도)...
게임 업계에서 일을 했기 때문인지 가끔 게임 분야에 취업 상담을 해 오시는 교수님들이 계신데 참 난감합니다. 제가 인사 담당자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학생의 능력이 어떤지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는 누군가에게 추천해 주기도 힘들고...
한편으로는 그럴 때마다 '교수라는게 참 힘들구나...'라고 생각하곤 하죠. 교수직을 꿈꾸고 있는 만큼 언젠가는 부딪쳐야 할 일이겠지만, 거기까지는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실은 조금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
대개의 경우 대학들은 겸임교수에게는 학생 지도를 잘 맡기지 않습니다.
애당초 겸임교수에게 기대하는 것은 산업 현장의 살아있는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입니다.
현재 실제로 돌아가는 현장 경험이 담긴 생생한 내용을 실무와 접목해서 학생들에게 전달해 달라는 것이거든요.
본래 애당초 겸임교수라는 직책은 반드시 자신의 본래 직장에서 제대로 일하는 사람이어야만 가능하므로,
자신의 본업이 바빠지면 학교에는 신경을 많이 쓰기 어렵습니다 - 강의라도 빼 먹지 않고 잘 해주면 다행이죠.
그런데 대학측에서 학생 지도를 정식으로 요구해 왔다는 것은... 기대하는 바가 꽤 크다는 것입니다. 놀라운 일이죠.
실제로 그 학교에서 뿌리내리고 나중에 정식 교수로 임용되는 것을 노릴 심산이라면, 꽤 바람직한 전개라 하겠습니다.
만일 향후 진짜로 그 학교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면야 여기에 더하여 아주 큰 임팩트를 보여 줄 필요가 있겠지만요.
저도 과거 전문대 전임교수 자리를 떠나서 이제는 4년제 대학의 겸임으로 있으면서 기업에 들어가 일하고 있지만,
대학교들이 겸임교수에게 기대하는 것의 최상위 수준은 현장감이 살아 있는 강의를 맡아서 해주면 고마운 일이고
대학원생의 담당 지도교수와 함께 공동으로 논문을 쓰면서 석박사 학위 논문 지도를 돕는다면 베스트로 여깁니다.
사실 한국에서 4년제 교수로 있으면서 대학원생 논문 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노교수님분들이 제법 많기 때문에,
논문 쓰는 역량을 갖춘 사람이 겸임으로 와서 논문 지도를 도와주면 그 분들 입장에서는 춤이라도 출 일입니다.
실은 척박한 한국 땅에서 4년제 대학들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문대라고 하더라도
거기 자리잡은 윗분 교수님들이 신참으로 들어올만한 신임교수 후보에게 기대하는 것은 딱 하나입니다.
바로 "논문"이죠 - 학술지에 논문을 실어서 업적을 내야 하는데, 나이든 분들이 연구를 몇 년 안하면 잘 못합니다.
때문에 노교수님들은 공동저자로 끼어들어서라도 업적을 만들어 내는 구조가 그들에게는 가장 절실한 것이므로,
언제나 말 잘 듣고, 일 잘하고, 학술지에 밥 먹듯 논문 척척 게재하는 젊은 사람이 밑에 들어오기를 학수고대하죠.
여기에 학생들 취업까지 주선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금상첨화일 겁니다.
저는 대학 졸업반 학생들의 취업 지도에 너무 고생을 해서 그 시절을 떠올리면 오한이 옵니다만...
논문은 그냥 쓰면 되고 내가 혼자 노력하면 할 수 있으니 온전히 내 몫으로 내가 고생하면 될 일이지만,
취업지도만큼은 그게 아니어서... 교수가 학교를 떠났다고 하면 대개 취업 지도에 지쳐서라고 보면 됩니다.
대학의 경우엔 특히나 "공부는 학생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는 사고가 강하죠.
아는 대학교수 분들과 대화를 나눠봐도 꽤 많은 경우에, 대학교수의 경우에는 '교직'으로써 가르치는 스킬이나 학생들을 움직이는 방법에 대한 걸 생각하는 것보다 자신의 연구를 열심히 해서 학식을 높이는 것이 본분이고 그것이 '교수'와 '교사'의 차이라는 답변을 듣고는 합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스스로 열심히 하는 학생들에게 '교사'들은 답변해줄 수 없는 수준의 연구를 바탕으로한 답변을 들려주고 함께 연구해나가는 것이 교수의 역할이라고 말이죠(물론, 그만큼 자신의 분야에서 연구와 탐구를 충실히 하시는 분이기에 당당히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겠죠)
이해가 가고 납득도 가는 대답이었지만, 학생이었던 때에 대학교수님들의 강의에 불만이 많았던 저로서는 의문이 많이 남기도 했습니다.
취업지도는 요즘 대학 쪽에서는 여러가지로 이슈인가 보더군요,
대학평가를 아무래도 졸업년도 취업률을 기준으로 산정하다보니 기준기간내 취업률과는 담쌓은 제 전공학과 같은 경우는 ...
예전 가르쳐주셨던 교수님께선 부쩍 수척해지시고 학과폐지까지 거론되는 분위기라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시던;;;
(그래도 전업작가를 꿈꾸는 졸업생들 붙잡아 앉혀서 과를 위해 취업부터 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교사가 천직이라는 게 괜히 그런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제2의 부모가 되어 한 사람을 가르치는 게 그저 노력만 가지고 되는 건 아닌 듯합니다. 단순히 지식을 알려주는 걸 떠나서 인생 자체를 이끄는 역할이니…. 특히, 자기가 뭘 해야할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슨 일을 잘 하는지 모르는 학생들도 많더라고요. 그런 학생들이 자신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