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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간에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책이라고 합니다.

2006년에 처음 나왔을 때는 별 반향이 없었는데, 올해 재출간되고 더 화제가 되고 있더군요,

도대체 <우아하게 가난해 지는 법>이라는 게 무엇일까 궁금증이 들어서 책을 들어 살펴 보니...

인간적인 여유를 유지하면서도 부에 집착하지 않는 평범한 삶을 지혜롭게 잘 살아가려면,

결과적으로 "제대로 잘 절약하는 법"을 몸에 체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자가용 차를 버리고도 충분히 다니고 싶은 대로 돌아다니며 살 수 있고,

운동이 필요하면 헬스장 대신 공원에서 충분히 즐겁게 운동할 수 있으며,

친구들과 식사를 하려면 비싼 레스토랑 대신 집으로 초대해서 즐겁게 식사할 수 있고,

좋은 책을 벗삼아 교양을 쌓고 주변 사람들과 충분한 교류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인데...

      

책에 쓰여진 내용과 제 자신의 삶을 매핑해 보니 좀 기가막혔습니다. 

직장 생활 10 년 넘게 했지만 자가용 차를 끌고 다닌 적 없고(다만 제 이름으로 차를 사서 시골에 계신 아버지께 드렸죠),

운동이 필요하면 본래 예전부터 돈이 별로 없어서 헬스장 대신 시립 운동장에 나가서 러닝하고 운동하고 그러고 살았고,

친구들과는 애당초 비싼 외식같은 거 잘 하지도 않지만 친한 사람들을 서로 집으로 초대하고 초대받고 그렇게 지내고 있고,

본래 담배, 술 안하고 심지어 골프도 별로이고, 책이나 읽고 애들하고 놀고 그러고 살아야 그럭저럭 타산을 맞출 수 있으니...

- 결론은 우아하게 가난해지려고 애 쓴 적은 없지만, 애당초 이 책이 강조하는 "절약하는 가난한 삶"이 그냥 제 삶이더군요.

  

이게 좋은 것인지 아닌지... 조금 헷갈리더군요.

IMF 덕분에 땡전 한 푼 없이 맨 몸뚱이로 세상에 던져지면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친 것인데,

저와 같은 IMF 체제에 적응한 사람들은 거의 다 비슷한 처지에 비슷한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이러한 삶이 "우아하게 가난해 지는 법"이라는 책에 나오는 "절약의 비결"과 거의 싱크로율 90%에 달하다니....

그나마 전혀 달랐던 것은, 그 책에서는 일이 없어도 우아하게 여유를 즐기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었는데,

저와 비슷한 세대의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일에 미친듯이 매달려야 아둥바둥하며 간신히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죠.

      

책 저자는 독일 사정에 비추어 우아하게 가난에 적응해 간 자신의 특별한 이야기를 썼지만,

한국 사회는 다늘 죽어라 아둥바둥 노력해야 그 책에서 묘사한 가난한 삶 정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레벨의 절약 이야기라면 별로 특별하지도 않고, 우아할 것도 없으며, 여유만 없는 그런 상황이라는 것이죠.

쉽게 말해 한국은 책이 쓰여진 독일에 비해 훨씬 더 각박하고, 후진국이며, 국민 대다수가 가난하고 여유가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 "우아한 가난"을 논하는 저자의 말빨이 그렇게 대단하게 느껴지거나 확 끌리지는 않더군요.

이제는 (파산한 유럽의 버팀목이라는) 독일도 가난한 삶을 생각하는구나 뭐 그 정도라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