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물어보세요란에

 

질문하려다가 질문이라기보다 좀 심도깊은 토론과 사색의 글 및 댓글들이 나올거 같아

 

그냥 여기 자유게시판에 씁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게시판에 보면 최근 어느 분이 가공이 불가능한 금속이 있냐라는 질문을 달아주셨고

 

여기에 대해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면서

 

어떤 분이 "채산성과 비용을 무시한다면 현재 지구상에서 고체로 존재하는 물질들 중 인간이 못 부수고

 

못 가르는 금속은 없다"라는 요지의 댓글을 다시면서 이런 촌철살인의 말을 던지시더군요.

 

"갈라지지 않는 물질은 없다"

 

위 댓글을 보면서 저는 철학계와 종교계에서 2000년동안 논쟁이 되어왔던 패러독스가 떠오르더군요.

 

'전능한 신은 들 수 없는 돌을 만들 수 있는가?'

 

위 패러독스는 종교가 지배하던 중세암흑기부터 신학자들을 괴롭히는 문제이고 현재까지도 유신론 철학자들과

 

무신론 철학자들이 논쟁하는 문제인데요.

 

그 내용은 대충 이렇습니다.

 

신이 전능하다면 "들 수 없는 돌"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허나 전능한 신이 전능하기에 "들 수 없는 돌"을 만드는 순간 전능한 신은 딜레마에 빠져버립니다.

 

그 신이 "들 수 없는 돌"을 들어버리면 그 순간 그 돌은 "들 수 없는 돌"이 될 수가 없기에 결국

 

전능한 신은 "들 수 없는 돌"을 만드는 게 실패해버린 것이 됩니다.

 

"들 수 없는 돌"을 만드는 게 실패한 것이 되지 않으려면

 

신은 그 돌을 "들 수 없는 돌"이라는 정의 그대로 들 수 없어야 합니다.

 

허나 이렇게 되면 전능한 신에게 못하는 것이 하나 생기게 되는데

 

이는 "못하는 것이 없이 모든 걸 할 수 있다"라는 전능의 정의에 어긋나버리게 되는거죠.

 

즉 이 신은 다음과 같은 딜레마들에 처하게 됩니다.

 

1: 전능하니까 "들 수 없는 돌"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2: "들 수 없는 돌"을 만들고 나서는 전능하니 그 돌을 들 수 있어야 한다

 

3: 허나 그 돌을 들게 되면 "들 수 없는 돌"을 만든 게 실패라는 증명이 되어버린다.

 

즉 그 돌은 "들 수 없는 돌"이란 정의를 내릴 수 없게 된다.

 

4: "들 수 없는 돌"이란 정의에 합당하게 그 돌을 전능한 신이 들 수 없으면 이번에는

 

전능한 신에게도 못하는 일이 하나 생기게 되버리니 이는 "못하는 일이 하나도 없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는 전능의 정의에 어긋나버리게 된다. 즉 전능한 신은 전능한

 

신이라 부를 수 없게 된다.

 

5: 그렇다고 1번으로 돌아와서 아예 "들 수 없는 돌"을 만들지 않으면 다음 질문에 부딪히게 된다.

 

"들 수 없는 돌"을 만들지 못한다는 건 못하는 일이 하나 있다는 건데 이런 신에게 "못하는 일이 하나도

 

없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는 의미를 가진 "전능"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게 합당한가?

 

이것 때문에 신학과 철학에서는 중세때부터 현재에까지 유신론철학자들과 무신론 철학자들이 논쟁하고 있습니다.

 

"전능"이라는 단어는 자체 모순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니다, 그건 무신론 철학자들이 "전능"이란 단어의 의미를 잘못 해석한거다.

 

유신론 철학자들은 주로 이런 주장을 하며 전능이란 단어가 자체 모순적 의미를 가진 단어가 아니라

 

무신론 철학자들이 단어의 의미를 잘못 해석했다고 주장합니다.

 

대충 이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동그란 삼각형을 그릴줄 모른다고 해서 능력이 없다는 건 어불성설이며

 

1+1=3이 되지 못하게 한다 해서 능력이 없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군요.

 

1+1=3은 그저 의미없는 말장난일 뿐이고 동그란 삼각형을 그린다란 말도 의미없는 말장난일뿐이라는 겁니다.

 

동그란 삼각형을 그린다라는 말은 그저 단어들의 조합일 뿐이고

 

아무런 뜻이 없기 때문에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는 말의 최소요건조차 구비하지 못한다나요?

 

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지는 게 "들 수 없는 돌을 전능한 신이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라더군요.

 

전능한 신에게는 못하는 것이란 게 있을 수 없고, 전능한 신에게 들 수 없는 돌이란 건 애초부터 있을 수가

 

없는데도 전능한 신에게 들 수 없는 돈을 만들라고 요구하는 건

 

1+1=3이 되게 하라고 요구하는 거나 동그란 삼각형을 그리게 해달라고 신에게 요구하는 것과 다를바 없는

 

말장난이라는 겁니다.

 

유신론철학자들은 문제의 패러독스에 대해 이런 식의 답변을 합니다.

 

"만일 무신론자들이 신에게 들 수 없는 돌을 만들라고 요구한다면 신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너가 지금

 

하고 있는 말은 1+1=3이란 말이나 동그란 삼각형을 그린다라는 말과 다를바 없는 의미없는 말이며 의미없느

 

질문이고 의미없는 요구이다. 의미없는 질문에 대답할 이유가 나에겐 없느니라. 의미없는 질문은 질문 자체가

 

될 수 없는 말장난이기 때문이니라. 대답은 오로지 질문에만 가능한 것이며 너가 한 질문은 질문이 아니라 그저

 

단어들의 조합일뿐이니라. 즉 의미를 가진 말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니라."

 

이에 대해 무신론 철학자들은

 

들 수 없는 돌을 만드는 것과 동그란 삼각형을 그리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반박합니다.

 

동그란 삼각형을 그린다는 건 실제로 일어날 수 없고 논리적으로는 형용모순이긴 하지만

 

들 수 없는 돌을 만드는 건 지금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이고

 

전능이라는 단어와의 관계를 배제한다면

 

"들 수 없는 돌을 만든다"라는 이 말 자체만으로는

 

논리적으로 아무런 모순이 없다라는 게 무신론 철학자들의 주 반박입니다. ("들 수 없는 돌을 만든다"라는

 

문장 자체는 1+1=3이나 "동그란 삼각형을 그린다"라는 문장과는 다르게 논리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상적인 문장이라네요)

 

인간은 실제로 들 수 없는 돌을 만들고 있다네요.

 

인간이 만들어내고 있는 아파트와 집들은

 

인간이 실제로 들 수가 없는 돌이라는 겁니다.

 

즉 인간은 지금 현실에서도 계속 자기가 들 수 없는 돌(아파트와 집)을 만들고 있는데

 

신이 자기가 들 수 없는 돌을 만들지 못한다는 건

 

전능한 신이 한낱 인간이 할 수 있는 것도 못한다는 얘기니

 

유신론 철학자들의 반박은 신을 인간보다 더 못한 존재로 떨어뜨리는 반박이라고 하는군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란에서 인간이 가공할 수 없는 금속이 있냐란 질문에 대해

 

"갈라지지 않는 물질은 없다"란 댓글에 대해서도 이러한 철학적 문제를 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능한 신은

 

"갈라지지 않는 물질"을 만들 수 있을까요?

 

만일 만들 수 있다면 그 신은 그 물질을 갈라지게 할 수 있을까요?

 

갈라지게 할 수 있다면 그 물질은 "갈라지지 않는 물질"이라 정의내릴 수 없으니

 

결국 전능(?)한 신은 "갈라지지 않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걸 실패하게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갈라지지 않는 물질"이 그 정의대로 갈라지지 않고

 

전능한 신조차도 갈라지게 할 수 없다면 이러한 신을 과연 전능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못하는 게 하나도 없어야 전능하다라고 할 수 있는데 자기가 만든 "갈라지지 않는 물질"만큼은

 

못가른다면 못하는게 최소한 하나는 있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그래도 전능하다라......

 

가공이 불가능한 금속이 있느냐란 질문글 보고

 

철학책들 보면 흔히 소개되는 패러독스가 생각나서 장문의 글을 올립니다.

 

처음에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란에 올리려다가

 

제가 작성한 글을 다시 읽어보니 질문이라기엔 너무 글이 길고

 

거의 에세이 수준의 글인 거 같아 마땅히 올릴 게시판을 찾지 못해서

 

여기 자유게시판에다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