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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역사 포럼
역사 속의, 또는 현대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들과 관련한 뉴스 이외에 국내 정치 논쟁에 대한 이야기는 삼가해 주십시오.
(그림이 4장인데 3장까지밖에 안올라가더군요. 그냥 링크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유를 향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파시즘에 물들 수 있는지 미국 고등학교에서 일종의 '실험'이 있었습니다. 196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큐벌리 고등학교에서 한 역사교사가 파시즘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한 반을 대상으로 실험한 것입니다.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198570
그 결과는 놀라왔습니다. 며칠만에 파시즘에 매몰된 학생들은 교실을 넘어 전교로 퍼져나갔습니다.
https://ko.wikipedia.org/wiki/%EC%A0%9C3%EC%9D%98_%EB%AC%BC%EA%B2%B0_(%EC%8B%A4%ED%97%98)
그 교사는 더이상 실험을 통제하기 어려움을 느끼고 서둘러 실험을 마무리한 후 그 결과를 출판했으며, 그 기록을 가지고 독일에서 만든 영화가 '파도 - 디 벨레(Die Welle)'입니다.
https://namu.wiki/w/%EB%94%94%20%EB%B2%A8%EB%A0%88
우리나라에서도 '파란나라'라는 이름의 연극으로 개막한 일도 있습니다.
http://premium.mk.co.kr/view.php?no=16880
영화나 연극에서도 공부도 못하고 왕따당하는 '찌질한' 학생들일수록 적극적으로 '무리'(영화에서는 Die Welle, 연극에서는 파란나라)에 가입하며 적극적으로 '무리'에 충성을 다합니다. 개인적으로 힘도 없고 자존감도 없기에 어떤 '무리'에 들어가 그 '무리'의 힘과 자존감을 자신의 힘과 자존감으로 대치시키려는 것이죠. 그리고 자신의 힘과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무리'의 힘과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말도 안되는 짓을 하기도 합니다. 독재를 해도 대학살을 해도 말이죠. 심지어 자신이 학살의 대상이 되더라도 '내가 속한 무리를 위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죠.
지금 광화문에서 태극기를 휘두르고 있는 사람들도 '우리나라(박정희/박근혜)를 위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죠. 그들은 '박정희의 영광'이 바로 '나의 영광'일 테니까 말입니다.
그 때문에 파시즘의 망령이 경제적 공황기(실업자가 많은 시기) 등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많은 시기'에 일어난 경우가 많은 것이겠죠. 지금 전세계에서 발호하고 있는 파시즘 역시 세계적인 공황과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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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그런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1. 지식인 계층에서도 민중항쟁만이 해답이라고 보는것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견해가 생기기 시작했다
장준하 선생만 하더라도 유신 정권은 워낙 견고하고 민중들이 끌어내리기는 불가능한 지경이니, 양심적인 군인을 포섭해서 카네이션 혁명과 비슷한 방향으로 나아가는것 말고는 답이 없다고 주장한바 있습니다.
2. 민중들이 계층별로 분열되었고 전 지역을 아우르는 단결 아젠더가 없었다
전형적인 여촌야대식으로 구도가 굳어지고 있었으며, 부산-마산 항쟁과 수도권 도심 시위는 있었지만 나머지 지역들, 특히 대구-경북은 유신 시절 저항할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3. 유신 정권의 영리한 이간질
7대 대선에서도 지역감정을 조장해서 승리했는데, 민중들을 지속적으로 이간질시켜서 단합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4. 세뇌
박정희 죽었을때 국장에서 대성통곡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죠. 이쯤되면 뭐 말 다했다고 봅니다.
5. 박정희 자신이 어떤 일이 생기던지 절대 권좌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었다
박정희는 이승만이나 전두환과는 차원이 다른 사람입니다.
박정희가 제아무리 날뛰어 봤자 명색이 자유민주주의 국가고, 미국의 괴뢰정부나 마찬가지였던 만큼 냉전 종식과 함께 사람들의 의식도 분명히 변했겠죠. 결국은 국민들의 손에 단죄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훨씬 더 긴 시간과 고통이 필요했을 것이고 이후 이어질 역사 역시 혼란의 도가니 속에서 전두환-노태우 시절보다 나을 거란 보장이 없긴 하죠. 하지만 박정희가 노년층들의 '순교자'가 된 덕에 지금 나라가 요 모양 요 꼴까지 왔다는 걸 생각하면, 글쎄요, 어느 쪽이 더 나았을 것 같다는 말도 하기가 어렵네요.
어쨌든 박근혜의 저능함과 찌질한 때문에 박정희 신화가 무너졌다는 여러 견해 만큼은 확실하다고 봅니다. 사실 박정희의 (아마도 당시 대권 주자였다면 누구나 다 해냈을 법한)'업적'은 그의 신격화를 위한 도구일 뿐이고, 노년층이 믿던 건 박정희란 반인반신(;;;;)의 '완전무결함'이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론 박근혜가 탄핵정국 속에서 위엄만 보여 줬어도(아니, 그 구질구질함은 현재진행형이죠) 노년층이 이렇게까지 등을 돌리진 않았을 거라고 봅니다(물론 그의 능력으로 불가능한 태도니 의미가 없는 가정이지만). 전 그보다 박근혜 찍은 자기 손모가지를 분질러 버리고 싶다는 노인들이 후회만 하지 말고 미안해도 좀 했으면 하는데 그럴 생각은 또 전혀 없어 보이데요.
트라우마라는 게 참 무섭죠. 죽을 뻔한 사람들은 그 고통과 무서움을 절대 잊지 못합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박정희 시대는 분명히 굶주리는 사람들을 고통 속에서 구했고, 북한 괴뢰들을 뛰어넘었고, 결국 경제 대국으로 발전했습니다. 일단 이런 상황이 머릿속에 박히면, 그 사람들의 가치관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겁니다. 글쎄요, 제3차 대전이 한국에서 벌어진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어지간해서 가치관이 바뀌지 않을 듯합니다. 어찌 보면 시대의 비극이죠. 그 사람들도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으니까…. 우리가 그걸 끊지 못한다면, 우리 후손들도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겠죠. 그래서 저는 (모든 세대는 나름대로 중요하지만) 지금 젊은층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덧붙여 말한다면, 파시즘이 가장 기승을 떨친 독일은 좌파 운동의 중심지였습니다. 마르크스, 라살, 로자 룩셈부르크, 베른슈타인…. 좌파의 큰 별로 알려진 이 사람들은 모두 독일 태생이고, 독일 노동자들의 힘이 그만큼 강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나라에서 파시즘이 태어났다는 사실이 좀 의아하죠. 어떤 사회학자들은 그만큼 우익 세력이나 중소 자본가들이 (파시즘의 힘을 빌려서라도) 좌파 운동을 짓밟고 싶어했다는군요. 요즘처럼 신자유주의가 미쳐 날뛰는 시대에 한 번쯤 되돌아볼 사항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니 파시즘을 제압하려면 먹고 살기에 지장은 없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비록 젋은이들이 박정희 향수는 없다해도
이런식이면 얼마안가 다른 방향의 파시즘이 등장할 뿐이라고 보이네요.
음.. 박정희의 망령은 다른 파시즘과 다르게 경제상황과 상관없이 돌아간다는게 특이한것 같습니다.
경제가 호황일때에도 '이게 다 박정희 덕분' 이라는 사고방식이 지배하던 사회니까요.
정작 어려운 경제상황에 직빵을 맞은 젊은이들이 박정희를 좋게 평가하지 않는점도 그렇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