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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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
미국 최초의 상징주의 소설 뭐 이런 평가가 있지만
작품 자체는 당시 엄청난 실패였죠.
포경선 뿐만 아니라 여러 배를 타고 항해를 했던 허먼 멜빌의 경험에
남 태평양 어디선가 조난당해 식인종들과 같이 생활 했다는 얘기도 있었고...
이 경험을 담아 초기에 쓴 글이 인기를 얻어 작가로 생활하게 되었지만
이후 작품들은 다 실패하고 결국 백경 이후로는 미완성 작 하나를 제외하곤 글을 쓰지 않은걸로 기억이...
(그나마도 딸이었나? 누가 계속 써 보라고 해서 쓰기 시작한걸로...)
이 책이 사실 국가관 뿐만 아니라
대표적으로 모비딕의 의미 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보면 해석하기에 따라 코에걸면 코걸이 귀에걸면 귀걸이 같은 거라...
백경을 쓰기 전 잠시 시골에 살던 허먼 멜빌은 우연히 집 근처에 유명작가
(아마도 주홍글씨의 다니엘 호손? )와 친분을 쌓을 기회가 있었는데
호손은 그를 그다지 기꺼워 하지 않았죠.
보통 배의 어떤 사회 체계에 대해서는 비평가들은
야구아 님처럼 사회나 국가와 비교하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당시 미국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걸로 보는 경향이 강할겁니다.
그런데 잠시 검색하다보니 JoySf에서 야구아님이 백경에 관해 쓴 다른 글이 검색 되더군요. ^^;;
백경이 상당히 마음에 드신 모양입니다.
혹시나 해서 쓰신 글을 검색 해보니 책 관련으로 쓰신 게시물이 많으시더군요.
즐찾 해두고 찬찬히 읽어 보겠습니다.
멜빌의 국가관까지는 몰라도 사회와 개인의 관계 속에 삶에 대한 가치관을 드러낸 작품이라면...
<백경>을 쓴 후 발표했지만 어쩌면 <백경> 이상으로 의미심장한 <바틀비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작품은 "그거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 안 할래요"라는 말만 반복하는 바틀비 이야기입니다.
직장 상사가 일을 시켜도 "그거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 안 할래요" 이런 식으로 대답하고,
일 안 할 거면 나가라니까 "여기서 떠나는 것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 싫어요"라고 버팁니다.
결국 무단으로 회사를 점거했다고 하여 감옥에 가는데, 거기에서도 뻐팅기다가 굶어 죽죠.
죽는 한이 있어도 자존심은 놓지 않습니다 - 끝까지 저항하다가 결국 목숨까지 버립니다.
<바틀비 이야기>에서 뭐든 지 안하겠다고 부정적으로 구는 것은 조금 어이없긴 하지만,
하여간 자신의 자유와 자존심만큼은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어도 지키고 있습니다.
뭐든지 "하지 않겠다"라는 것을 선택한 사람의 이야기인 셈입니다.
멜빌의 가치관을 잘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전 그래서 최근에 로마 제국에 대해서 흥미를 가지게 되서 '로마인 이야기'라는 책을 찬찬히 읽어보고 있습니다. 인류사에서 '세계정복'이라는 단어가 함의하는 바에 가장 가까이 도달했던 문명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