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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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위 관련해서 언론이라든가 나라 전체 분위기가
은하영웅전설의 아래 링크랑 너무도 똑같이 흘러가네요.
http://www.joysf.com/world_gac/4848658
이번 시위는 경찰의 불법/무력/강경 대응이 눈에 띄는 한판이었지만, 시위 자체에도 문제가 있기는 합니다. 아무런 정체성 없이 제각각 분산된 (심지어 서로 이율배반적인) 구호들을 한자리에 모았고, 그런 상호 배타적인 구호들을 모은 목적은 '청와대까지 진군' 이었죠.
제가 봤을 때는 1% 종북의 계획에 99%의 시민들이 휩쓸려서 1,000%의 공권력에게 짓눌린 사건이라 생각합니다.
다수의 시위는 본래 하나의 구호로 모여들기 마련입니다. 특히 한국같은 경우에는 공적 의사의 투영이 어려워 정치화 되지 못하고 개인의 문제로 머무는 경우가 다반사인지라 개별적 정체성을 지키는게 쉽지도 않고 실제로 유효하지도 않습니다. 선후관계를 정확히 하자면 유효하지 않으니까 정치적 정체성이 사라지는거지만요.
사실 광장의 부재야말로 한국에서 시위가 발전된 면모를 가지지 못하는 큰 이유라 할 수 있겠는데, 제도권에서는 이 광장을 만들 생각은 커녕 허가받아야 하는 조선시대 신문고 수준으로 생각하니, 애초부터 철저하게 기울어진 게임인 셈이죠.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시위의 발전된 면모라는건 시위는 비폭력 따위의 얘기가 아니라 시위의 구호가 공적 언어화 됨을 얘기하는 겁니다.
이번 총궐기대회 주요 주장입니다.
# 일자리 노동: 이 부분에 대해서 저는 맞는 방향이라고 봅니다.
# 재벌 책임 강화
- 재벌 사내 유보금 환수 - 법치국가에서 아무런 근거도 없이 사유재산을 '환수' 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사유재산 '환수'라... 저 위쪽 어드메서 나라 세우고 전쟁 벌일 때 많이 하던 행동 아닌가요?
- 상시 지속 업무 정규직 전환: 이건 일자리 노동과 맞닿는 것인데, 이걸 재벌에만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민주국가에서 일부에게만 책임을 지라는 건 그들에게 그만한 권리, 즉 특혜도 주겠다는 뜻이죠.
# 농업
- 밥쌀 수입 저지: 자유무역주의하고 정면 반대되는 내용인데다가, 수입 저지를 한다고 해서 농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농민 특혜죠. 자동차/단통법/맥통법과 같은 맥락인데, 특혜의 대상이 재벌이 아니라 농민일 뿐입니다.
- 쌀 및 농산물 적정 가격 보장: 농사만 짓고 있으면 정부가 알아서 생활을 보장하라는 건데, 수많은 도시 빈민들은 내버려둔 채 어째서 농민에게만 이런 특혜를 주어야 하나요. 하려면 전 국민 기본 소득을 주든가 해야죠.
#민생빈곤
- 노점단속중단: 현재 왠만한 생계형 노점은 지자체와 협의하여 정해진 공간에서 장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쟁점이 되는 노점 단속은 생계가 아니라 도심가 보행 혼잡 지역의 노점을 얘기하죠. 즉 생계가 아니라 이권 싸움입니다.
- 장애 등급제 폐지 - 현재 장애 최하 단계는 손가락 한두 개 안 움직이거나 노안이 와서 작은 글씨가 잘 안 보이는 수준입니다. 이걸 폐지하자는 건 심각한 중증 장애인과 약간 생활에 불편이 있는 사람이 같은 혜택을 받자는 건데, 돈이 하늘에서 쏟아지지 않는 이상 중증 장애인의 복지비를 깎아다 경증 장애인한테 주자는 얘기나 같습니다.
#민주주의
-공안탄압중지, 국가보안법 폐지, 국정원 해체, 양심수 석방: '공안탄압중지'를 제외하면 지난 수십년 간 '누군가'가 늘상 외치던 익숙한 문구입니다. 참고로, 저 양심수라는 것은 독재정권 당시의 민주투사들을 일컬으며 처음 나온 단어인데, 이들은 이미 형기가 지나 석방된지 오래입니다. 지금 말하는 양심수는 비전향자, 즉 종북/간첩을 의미합니다.
- 역사왜곡 중단, 역사교과서 국정화 계획 폐기: 이것 자체는 국민 과반수의 지지를 받는 안건입니다만, 이걸 위 내용하고 붙여놓아서 세트로 판매하고 있죠. 역시 어디서 많이 보던 수법이죠? 공산주의적 통일전선전술이라는 용어가 기억나시나 모르겠습니다.
# 인권: 이 부분 역시 흠잡을 데 없다고 봅니다,
#자주평화
- 대북적대정책폐기, 남북관계개선, 민간교류 보장: '누군가'의 주장 No2. 이젠 지긋지긋합니다. 왜 북한은 가만 있고 남한이 먼저 총을 내려놔야 한다고 수십년 째 주장하는 걸까요.
- 한반도 사드배치반대, 한미일삼각군사동맹 중단! 일본의 군국주의 무장화 반대: 일본의 무장화 반대를 다른 둘에 끼워넣어 셋이 같은 주장으로 보이게 하고 있죠. #민주주의 항목과 정확히 같은 끼워팔기 방식입니다.
# 청년학생
- 재벌 곳간 열어 청년 좋은 일자리 창출 요구: 이미 말했듯이 재벌 같은 일부에게만 의무를 지우면 그만큼 반대급부의 혜택을 줘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이런 특혜와 의무가 너무 많고 복잡해서, 특혜로 단물을 빨아먹고 의무는 적당히 서류 처리로 땜빵하기가 쉽다는 거에요. 이런 복잡한 헤택과 의무 없이, 재벌이고 중소상공인이고 할 것 없이 모두에게 통하는 원칙을 바로 세우면 나라는 잘 돌아갑니다. 재벌이 모든 국민을 먹여살릴 수는 없고, 재벌이 아무리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봐야 그 일자리를 일부가 독점하는 이상 불평등 사회는 해소되지 않아요. 좋은 일자리를 찾을 게 아니라 모든 일자리가 괜찮은 일자리가 되도록 만들어야 하죠.
- 대학구조조정 반대: 이건 정말 장난으로 끼워넣었다고 봐야... 사학 비리 관계자가 아닌 이상 이걸 진심으로 찬성하는 사람은 없겠죠?
#세월호
- 세월호 '온전한' 인양,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처음에는 인양 반대를 외쳤다가 이젠 인양하라고 외쳤다가... 그저 정부에 딴지 놓기 위한 안건이죠. '온전한' 인양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서 실현성이 낮으니까 온전한에 집착하는 겁니다.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도구로서 말이죠. 이 주장은 인재에 불과한 세월호를 온전히 인양해 봐야 침몰 진상 규명과는 별 관계 없다는 건 완전히 외면하고 있습니다. 세월호가 테러나 정부 공작으로 침몰했다고 믿지 않는 이상, '온전한'이라는 말은 딴지걸기 외에 아무 것도 아닙니다.
- 안전사회건설: 딱히 흠잡을 데도 없지만 의미도 없는 문구이기도 하죠. '정의 사회 건설'이나 마찬가지 구호일 뿐.
#생태환경
- 국립공원 케이블카 건설 계획 폐기: 이건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문제라 섣불리 말하기 어렵지만, 과거 수십 년 간 케이블카보다 수십 수백 배 생태 파괴가 큰 민간 자본의 계곡 개발 등에는 거의 얘기가 없이 유독 국가 주도 사업에만 딴지가 걸린다는 건 이상하죠?
- 신규원전 건설 저지 / 노후 원전 폐기: 네, 원자력 위험합니다. 하지만 안전에는 댓가가 따르죠. 원전을 폐기하면 불가피하게 올라가는 전기료는 감수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사회공공성: 저도 여기에 찬성합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벌써 수십 년 째 우려먹는 '반정부 투쟁'이 30% 가까이 됩니다. 수십 년 간 주사파, 더 나아가 북한의 직접 지령이 그대로 살아 있는 과거의 망령이죠.
온갖 첨단 이슈들의 잡탕찌개에 분단 이후 계속된 종북세력들의 주장이 녹아 있는데, 제가 성인이 된 이래 20여년 가까이 반정부 투쟁을 지켜보면서 온갖 이슈들이 새로 추가되고 또 사라지는 걸 목격했지만, 저 30%는 절대 안 없어지더군요. 그리고 시위의 방향은 항상 '청와대로' 입니다. 청와대로 행진하면 경찰로서는 어떻게든 저지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알고 항상 짜는 노선이죠. 이젠 정말 지긋지긋해요.
21세기가 된지도 벌써 10년이 넘었으니 이제 좀 종북 종자들 솎아낼 때도 되지 않았나 싶은데, 얼마나 더 남북 양쪽의 기득권자들 체제 굳히기에 이용당해야 진실이 뭔지 깨닫게 될지 답답합니다. 시민운동이 종북 종자들의 손에 놀아날수록 기득권자들의 지배는 점점 더 공고해질 뿐이라고요.
솔직히 우리나라 시위가 저런 괴상한 것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소위 NLㅡ 종북이라 불려도 할말없는 종자들ㅡ을 빨리 대한민국에서 묻어버리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NL이 진보진영이랑 세트로 엮어서 같이 아작나고, 지금 시위에서도...
특히나 #민주주의 부분의 사드배치반대... 이거는 저는 옆동네 중국 심기 정면으로 찔러 좋을 거 없고 미국 숙원사업 초쳐서 좋을 일도 없으니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머지 한미일군사동맹 중단,국정원 해체, 양심수 석방은... 진지하게 지령받은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저래놓고 또 저 부분 반대하면 "허걱! 민주주의 반대하는 정권의 개다! 근위대다!"하겠죠. )
국정교과서 반대자들만의 시위로 갔으면 규모는 훨씬 작아졌고 폭력시위 낙인은 여전히 못 벗었더라도 최소한 종북이 들어간 미꾸라지 시위의 오명은 벗었을 것 같습니다.
여기 주장 중 도대체 종북스러운 게 어디있다고 그러는 건지 이해가 안 갑니다만.
그냥 르혼님 성향이나 주장에 안 맞는 거겠죠.
저도 저기 나온 것들에 모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르혼님이 지적하신 부분-가령 민생빈곤이나 재벌책임 강화 등-이 너무 간략하게 나와 종잡을 수가 없다거나 대안이 부재하기 때문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걸 만드는 건 정치인들이 할 일이죠. 한국 정치가 열심히 하는데 잘 안 되는 거라면 르혼님 지적은 타당하겠지만 아니라 권력층 자신과 그 커넥션의 이익을 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체적인 윤곽을 주장하는 건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사회주의식 재분배와 자주국방 실현을 위한 주장을 가지고 종북타령을 하는 건 문제가 있죠.
제가 보기에 르혼님 말씀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과장이 심한 의심입니다.
선배들의 주장과 조금도 다른 게 없다거나 북괴 공작원(...) 부분은 반박할 가치를 떠나 르혼님이 증명해야 할 부분인데 그걸 패스하고 그렇다고 단정지으시면 제가 설득당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솔직히 그런 주장에 비하면 차라리 국정원 끄나풀 음모론이 더 현실성 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애초 이석기 석방 관련건은 구심점도 전략도 없는 시위에 찐따들이 묻어가는 전형입니다. 그 찐따들이 종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설령 종북 찌끄레기라고 해도 닭머리와 새누리에게 이용 실컷 당할 빌미를 준 것이 그 역할의 전부죠.
오히려 저야말로 르혼님 말씀을 한 꺼풀만 벗겨 봐도 새누리와 정권이 늘 하던 주장과 다른 게 없는 내용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더 간단히 말하면 르혼님 주장은 외국에서 약탈과 파괴가 수반되는 riot의 배후에는 사회혼란을 목적으로 하는 범죄테러조직이 있다는 것과 같은 건데, 저로서는 그런 논리를 진심으로 주장한다는 게 오히려 비상식적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그 상식에서 벗어나는 소리를 새누리와 정권이 정말로 하고 있는데 거기 낚여서 진짜라고 믿는 사람이 셋 중 하나라는 거지 시위에 찐따들이 묻어다니는 게 아니라는 거죠.
'진짜 종북'이 시위판을 휩쓸던 그 시절엔 오히려 청와대로 가자는 따위의 무모하고 어리석은 짓이 아니라 교활하고 교묘한 시위를 했다는 걸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은하영웅전설을 다시 봐야겠다. 이 생각을 깊게 품습니다. 소설은 물론이며 영상 매체도 찾아 보렵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썩어빠진 일면이 은하영웅전설에 제시한 상황과 너무나 똑같다. 이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컨텐츠가 예언했다느니, 이야기 속 이야기같이 똑같이 돌아가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컨텐츠 속 이야기라는 것이 대립 관계를 반드시 세워놔야 하는 거라서 서로 공격적, 적대적인 측면이 반드시 드러나야 하거든요. 그 말은 상상한 것 이상의 갈등과 복잡도를 현실에서 느끼게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제발 이것들이 이야기 속 이야기로만 간주되기를 바랍니다.
원래 사회풍자의 성격을 가진 SF작품들은 과거의 사회현상을 모델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은하영웅전설에 나오는 사건들 역시 과거 남미나 아시아의 군사정권에서의 현상이나 일본과 미국등지의 정치상황중 중우정치에 해당하는 부분들을 조합해 묘사한 것입니다.
그게 90년대 한국사회와 맞닿는 부분이 많아 을지서적에서 출간했을 당시에 예상치 못한 폭발적인 반응을 얻게 된 이유였죠. 2015년의 지금에 다시금 이런 반응이 나온다는 건 우리사회가 다시 과거로 후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겠죠. 서글픈일입니다.
진리에 거의 도달하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