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이곳은 무엇이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유 게시판입니다. (댓글 기능을 다시 활성화시켰습니다.)
"학업 성적" = "성실성"
대한민국의 기업들의 판단 기준은 대략 이렇습니다.
이게 실제로 제대로 맞는 이야기인가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고...
최소한 한국의 기업들이 사람을 뽑아서 쓸 때 바라보는 시각의 저변에는
"학점"과 "학교 레벨"이 그 사람을 대변한다는 시각이 매우 강하게 깔려 있습니다.
학업 성취도가 성실성을 100%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평균적으로 생각해 볼 때 꾸준히 오랜 기간 학업 성취도가 괜찮았다면
기업에서도 꾸준히 오랜 기간 업무를 착실히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겁니다.
한국 사회, 한국 기업들이 원하는 사람은 "착실한 사람"="성실한 사람"입니다.
"천재적인 사람"="튀는 사람"="특별한 면이 있는 사람"을 원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죠.
그래서 한국 기업이나 한국 사회는 외국에 비해 창조적 역량이 한참 떨어지는 편이지만,
직원들이 군소리 없이 밤낮으로 야근하고 개미처럼 일해서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한국이라는 나라가 글로벌 경쟁이라는 치열한 무대 속에서
어떻게든 부대껴 가면서 간신히 먹거리 창출하고 살아가는 유일한 비결이라는게,
창조적이지 못할일지언정 성실하게 묵묵히 오래 일하는 것 오직 그것 말고는 강점이 없다시피 합니다.
재주가 없으면 그냥 몸빵으로 문대면서 어떻게든 버티기만 해라... 이런 마인드로 경쟁을 해나간다는 것이죠.
한국은 글로벌 경쟁에서 이런 방식으로 간신히 버티며 먹고 사는 나라입니다.
그러다보니 사람을 평가할 때 "착실함"="성실성="꾸준함"에 목을 매는 경향이 있고,
다시 말해 이렇게 "부려먹기 딱 알맞은 사람"을 "바람직한 사람"으로 세팅해 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성실한가, 착실한가, 꾸준한가 판단할 때, 가장 편리한 방법은 학업성취도를 보는 것이죠.
상당히 좋은 성적, 우수한 학업 성취도는 그 사람의 머리가 유독 좋아서 그런 결과를 보일 수도 있지만,
꾸준히 전 영역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무엇보다 사람이 성실하고 착실하고 꾸준해야 합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말 잘 듣고 성실하고 꾸준히 일할 사람인데,
좋은 학업 성취도는 이러한 최소한의 조건을 만족시킨다는 것이죠.
역으로 학업 성취도가 나쁜 사람이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가 생각해보면....
"성실성", "꾸준함" 등에 문제가 있거나, 타고난 지능이 부족하거나, 건강이 나쁘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경우이든 하여간 한국의 기업들이 부려먹기에는 그리 적합하지 않은 사람인 셈이고,
성실하게 꾸준히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한국 사회 분위기에서는 버티기 어렵다는 것이죠.
역으로 생각하면, 기업이 원하는 그런 "성실성" 과 "착실함" 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빨리 자기 진로를 찾아 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이 장사건 사업이건 운동이건 예능이건
어쩌건 간에 기업이 원하는 '순종적이고 근면한 부품' 으로 일생을 보내고 싶지 않으면
빨리 자기가 할것 찾아 나가야하죠.
그냥 내 일을 도와주면서 같이 일할 동료를 구하는게 아닌, 내 말에 복종할 로봇, 혹은 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해줄 친구를 구하려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성실함이라는 변명을 내세우면서요.
한치 밖에서 보는 사람 입장에선 인간적으로 굉장히 불쌍해보입니다.
뭐하러 저렇게까지 외로워하며 자기 마음에 드는 인간관계를 갈구할까...
그리고 저는 성실함은 그닥 장점으로 내세울게 아니라 생각합니다.
정해진 일만 잘 해준다면 그 사람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지 아닌지가 중요한가요.
그 사람도 최대한 농땡이를 피우기 위해 각종 창의적인 발명을 해낼테고,
그게 회사의 경쟁력이 되기도 합니다.
한 비누 회사에서 포장에 비누가 들어있지 않은 불량제품이 많았다합니다.
그래서 포장 안을 보는 제품을 주문하면서 그동안 사람 몇명을 고용해 불량제품을 확인하도록 시켰죠.
근데 한 직원이 귀찮다며 집에서 선풍기를 가져와 돌린겁니다.
비누가 들어있지 않은 가벼운 종이박스는 날아가 떨어졌죠.
그리곤 값비싼 투시기를 사지 않았는데도 회사는 불량율 0%를 기록했습니다.
하는 일만 다 해낸다면 게으른건 굉장히 큰 장점이라 봅니다.
모든 기술과 도구는 게으름에서 시작되었거든요.
물론 기술을 개발하고 도구를 만드는걸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지만요.
그런 극소수를 제외하곤 다 일하기 힘들어서, 조금이라도 더 놀으려고 기술과 도구를 만들었습니다.
말이 묵묵하게 성실하게 일을 한다지, 조금만 부정적으로 보면 도구를 만들어 쓸 줄도 모르는 멍청이아닌가요.
사실 우리나라 기업 정서상 친구를 구하려고 들지는 않죠.
돈으로 노동력을 사는 노예에 가깝다고 봐야 할 거에요.
친구라면 대표, 사장이랑도 친하게 지내면서 서로 챙겨주고
속 이야기도 하고 그래야 하는 거잖아요?
다른 나라도 그런 나라가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말씀하신 창의적인 게으름은 상당히 높은 생산성을 끌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상급자 입장에서는 그런 상황 자체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경직되고 수직적인 상황, 생산적인 제언에 대해서도 귀를 닫아버리고 닥치고 너는 내 말에 복종해 라는
식의 군대적 문화. 이 모든 것이 우리나라의 기업을 채우고 있는 일반적인 것들입니다.
성실함이 꼭 장점인 것만은 아닙니다.
하나의 미덕일 수는 있겠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매우 비생산적인 가능성을 고집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에선 창의성 같은 건 눈에 잘 안 띄고 그런 걸 얻어내기 위해 열린 소통과정과
자유로운 기업문화를 제공하고 싶은 생각도 없으니 그냥 닥치고 성실성을 보는 거죠.
말씀하진 요지는 정말로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묵묵히 성실하기만하고,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나 새로운 방법을 창의적으로 제시 못하는 게 한국 기업 문화죠.
그것이 한국 기업과 한국 사회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고, 또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창의성 부족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답답하게 묵묵히 일하는 착실한 사람은 실제로 정말로 훌륭한 인재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그보다는 개선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 창의적인 일을 해 낼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인재라 할 수 있죠.
적당히 괜찮은 명문대학 나와서 겉보기에 그럴싸한 대기업에 취업되어 10 년 넘게 일해 온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 기업의 부속품이 되어 마소처럼 Operation 업무만 수행하면서 별다른 역량 계발 없이 묵새긴 경우 무척 많습니다.
이런 케이스가 최악이라고 할 수있습니다 - 기업의 부품이 되어 거기 몸담고 있을 때는 어떻게든 살아갔는데,
그 자리를 떠나면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별로 없고 매력적인 역량도 별로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죠.
회사를 옮기더라도, 비슷하게 머리 안쓰고 Operation하는 일만 해야 하는데... 연봉도 높지 않고 짤리기 쉽상입니다.
요약하자면 명문대 출신의 수재가 거대 기업에 적응하면서 바보로 변해버리는 전형적인 패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누군가에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제시만 하고 땡 치면 아무런 개선도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잘 검증할 수 있어야 하고, 아이디어가 적용되어 개선이 이루어지도록 실천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그 수준에 도달하려면... 업무 돌아가는 프로세스를 꿰차고 있어야 하고, 다른 기업이나 다른 사례까지 꿰뚫어야 합니다.
결국 실무 현장에 대해서도 엄청나게 많이 알고, 이론적 배경으로 백업도 가능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말하자면 창의성이 아이디어에 머무르지 않고 그 창의적인 성과가 가시화되어 세상에 기여하려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달려들어 죽어라 열심히 일해서 성과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이죠.
요즘 기업들이 선풍기로 포장지를 날리는 것만으로도 큰 개선을 이룰 수 있다면 좋겠는데, 그렇게 만만치 않습니다.
더 이상 개선할 것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전 세계 기업들이 엄청나게 고도화되어 있는 게 오늘날 현실이거든요.
말씀하신 것처럼 기업들은 정말로 개선방법을 알고 싶어 하지만 그 방법을 찾는 게 정말 어렵고, 실천은 더 어렵습니다.
"편해지기 위한 노력"은 다시 말해 효율적인 방법으로 일하는 방법을 찾겠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고,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잘나가는 훌륭한 기업일 수록 단순 Operation 업무를 줄이고 그 쪽에서 일하는 사람 숫자를 줄이면서
효율적으로 일하고 편해지기 위한 노력을 많이 기울여서 일하는 방식에 장애가 되는 것을 최대한 제거하려 애씁니다.
게다가 한국의 기업들은 그런 쪽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런 인재를 키워내는 구조가 아닙니다.
그래서 내부에 있는 사람이 짚어내기보다는, 외부에서 아예 전문적으로 기업 개선 컨설팅을 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기업의 문제를 깨닫고, 개선책을 찾고, 개선하고 그런 식으로 일을 하죠.
이와 같은 기업 개선 활동의 전문가가 되려면 엄청난 내공과 경험과 지식이 두루 필요하기 때문에...
그 쪽 영역에서 잔뼈가 굵은 최고 전문가들 보면 어마어마합니다. 학력 어학 경험 언변 이론적 배경 순발력 판단력 설득력... 다 갖췄죠.
지금까지 여기저기에서 날고 긴다는 사람 많이 보아 왔지만, 그 최정점에 있는 사람들은 죄다 외국계 컨설팅 펌에 있는 듯도 싶더군요.
오늘날 기업들은 이런 전문 컨설턴트에게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개선활동을 진행합니다.
신입사원부터 키운 인력으로는 한계가 너무 뚜렷하다고 보는 것이죠.
그래서... 제대로 된 경영 컨설팅 단가가 그렇게 높은 겁니다. 컨설팅받는 비용이 1인당 하루 150 정도가 보통이니까요.
지속적으로 창의적인 개선 활동은 꼭 해야 하는데,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을 한국 기업문화에서 키우기는 무척 어렵고,
그래서 막대한 돈을 외국계 컨설팅 펌에 지불해서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고 있는 것이죠. 참으로 아이러니한 구조입니다.
착각하기 쉬운게, 기업이 성실한 사람을 선호하니까 회사에 그런 사람만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닙니다. 튀고 창의적인 사람은 다른 곳(외국, 대회 수상경력 등)에서 검증된 사람을 데리고 오지요. 드물지만 묵묵하게 성실했던 사람(학벌, 학점 좋은사람)이 회사 들어와서 튀는 인재가 되기도 하고요.
(만화에서 흔히 보이고 현실에서 가끔 보이는.. 명문대 들어가고 나서 사람이 바뀌는 캐릭터가.. 회사에 들어와서 개화한달까요..)
요즘 기업들이 신입보다 경력을 선호하는 이유도 학벌, 학점보고 뽑아놨더니 옛날처럼 성실한것 같지도 않더라.. 차라리 다른데서 검증받아본 사람을 써보자.. 하는 셈입니다.
그리고 위에 그레이고스트님이 얘기한 선풍기 케이스도 흔히 프로세스 이노베이션 얘기할때 나오는 예지만, 실제로 그런 혁신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프로세스에 대해서 꿰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성실성도 요구되지요.
학벌, 학업에 대한 것이 아닌 다른 곳에 재능이 있다고 해도 그 부분에 성취를 이루려면 결국 자기 재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그것도 성실의 한 예라고 봅니다.
저는 다른것보다 성실성은 우리 기업들이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성실한 사람은, 원리 원칙을 중요시하고, 또 준법 정신이 투철할텐데,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편법 행위들을 그냥 보고만 있겠습니까? 성실한 사람은 또한 신고 정신도 투철하겠죠. 그럼 회사에서 볼때 얼마나 불편하겠습니까?
당연하게도, 그 사람의 많은 점을 파악해야 하는데 면접과도 같이 찰나의 시간으로는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겠죠. 그렇기에 여러 가지를 통해서 파악을 하려는 것이고, 그 중에 학점이 있는 것이겠죠. 최근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파악을 하고 있다곤 하지만 종종 들리는 이야기로는 그런 것을 하더라도 폭탄이 들어오는건 막을 수 없다는 말도 들리는거 봐서는 천길 물 속은 알아도 한 사람 마음은 알기 어렵다는 속담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그리고 꼭 학점과 학력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기업만 있는거도 아닙니다. 제가 만난 한 기업의 면접을 담당했던 분께서는 학력은 어느 정도의 수준권이라면 좋게 보지만 그 외에는 별 신경쓰지 않고, 학점 역시 단지 근면 (성실이 아닌)을 보는 측면에 참고용으로만 쓰지 중요하게 보진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다른 분 역시 학점은 신경쓰지 않고 학력은 가,나,다 등급을 매겨서 각 등급에 해당하는 대학 출신자에 대해서는 가산점을 부여하는 수준에 그친다고 하더군요.
신입사원 채용에서 학벌을 중요하게 여기는건, 당장 신입사원 지망자들 중에서 그 외에 업무 능력을 평가할 만한 확실한 기준이 학벌 뿐이기 때문이라 할 수 있죠. 당장에 대학 이름이 채용에 유리하게 작용하는건 대학 졸업 후 3~5년 정도까지라고 하니까요. 사회에 막 던져저서 다른 걸 볼 기준이 없는 상태가 아닌, 사회에서 몇 년 산 시점부터는, 학벌이 아니라 진짜로 "자기가 한 것"으로 평가 받게 됩니다. 학벌 외에 확실히 눈에 뛰고 필요한 재능이 있다면, 기업쪽에서 먼저 스카웃이 들어갈겁니다.
문제는 학업 성취도로 성실성을 평가하는 것 이전에, 그걸로 정말 성실성을 측정할 수 있냐는 거죠.
애초 한국학벌이나 성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성실성은 그냥 소처럼 우걱우걱 일하는 수준의 그것 밖에는 안 되거든요. 그런데 겨우 그걸 보려고 일단 출신 학교로 커트하는 건 회사가 저능하다는 의미일 뿐이죠. 어지간히 게으른 사람 아닌 다음에야 말 그대로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충분한 보수만 주면 얼마든지 성실하게 일하니까요.
덧글 중에도 언급 되었지만 학력 좋고 학점 좋다고 성실한 건 아니더란 걸 이제사 깨닫는 회사가 조금씩 생기려고 하는 중인데 아직 멀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웹툰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에서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에 대해 비꼰 말이 있었죠.
진취적으로 도전하는 인재 = 귀찮게 굴지 않고 알아서 일하는 놈
창의적으로 혁신하는 인재 = 그러다 대박 터뜨려 돈다발 안겨줄 놈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는 인재 = 그러면서 노조 가입 안 하고 안 대드는 놈
위에서 많은 분들이 언급하셨지만 기업이 학벌과 성적을 많이 보는 이유는 신입사원을 뽑을때의 기준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다른 분야의 수상경력이나 오랜 활동경력을 어필해야겠지만 갓 대학을 졸업한 사람중에 그런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요? 그 사람의 인성이나 재능은 오랜시간 같이 일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함부로 사람을 뽑게 되면 쉽게 내보낼수도 없으니 어떻게는 기준을 정해서 신중하게 채용하는 수밖에 없죠. 만약 자신이 사업을 하고 사람을 뽑는다면 학력이나 성적이 아닌 무엇을 기준으로 할까요?
그리고 절대 성실함과 창의성은 서로 대칭되는 속성이 아닙니다. 도대체 게으른 사람이 농땡이 피우려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게된다는 괴변은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위 비누회사의 사례에서도 그사람이 선풍기를 생각한건 그저 다른 사람들보다 발상이 뛰어난 것이지 그사람이 게으르고 성실하지 않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진짜 창의적이지 못한 사람들은 바로 게으른 사람들입니다. 게으른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환경이나 상황이 변하는걸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익숙해진 상황를 바꾸려하지 않습니다. 비누회사 사람들이 답답하게 비누 하나하나를 확인하고 있던건 그저 익숙한 방식이 편하고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기가 귀찮기 때문이지 절대 그 사람들이 성실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게을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성실함이 그저 순종적이고 근면한 부품을 찾기위한 요소로 폄하 되는게 상당히 충격적이네요. 사회생활을 십년 조금 안되게 해본 입장에서 성실함은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중에 하나입니다. 인간의 신뢰관계에서도 성실함은 필수이고 점점 빠른시간이 요구되는 현대산업사회에서도 성실함이 없다면 기업은 경쟁에서 뒤쳐지게 됩니다. 기업은 성실함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가장 기본적인 것이니까요. 그런데 그걸 그저 기업이 부려먹기 좋은 톱니바퀴를 구하기 위해 사람의 성실함과 근면함을 본다고 하는건 지나친 피해의식입니다. 다른사람 밑에서 일하건 자기사업을 하건 성실한 사람과 일을 하지 누가 게으른 사람과 일할까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성실함은 인간의 신뢰관계에서도 기본적인겁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사람의 성실함을 판단하는데 학력과 성적은 좋은 기준이 됩니다. 학교에서 배운 많은 것들이 실제로 사회생활에서는 별 쓸모없는것이라고 해도 그 사람이 그 점수를 따기위해 그만큼 노력했다는 사실로 충분하죠. 아니면 학력과 성적이 나쁘더라도 그것말고 자신이 다른곳에 재능이있고 노력을 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할텐데 한국이라는 사회에서는 그걸 증명하기도 쉽지않고 실제로 공부대신에 다른 분야에 자기재능을 쌓은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물론 이건 이 사회 자체가 젊은사람들에게 공부말고 다른 길을 열어주지 않는 문제가 가장 크긴하죠.
하지만 기업이 학력과 성적에 많은 가치를 두는것을 비난 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기업은 그것말고 다른 분야에서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는 인재는 그만큼 대우를 해줍니다. 과연 재능있는 사람들을 기업만큼 필요로 하는곳이 어디에 있을까요?
대부분은 공감하지만 학업성취도가 성실함의 근거라는 부분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성실함'이란 게 '시킨 거 열심히 빡쎄게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애초 한국 교육 시스템에서 학력이나 성적이 측정할 수 있는 건 문제 해결을 어떤 식으로 잘 하느냐가 아니라 그냥 '잘 외우고 잘 써내는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학업성취도를 높이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말씀대로 명백한 사실이지만, 기업이 원하는 종류의 노력을 할 능력은 학업성취도로 측정 가능한가라는 것이 문제라는 거죠.
요는 성실함이 쓸모 없다는 게 아니라 그 가치가 성적이나 학력으로 오롯이 측정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맞습니다. 개인의 근면성이나 성실함을 단순히 학업성취도로 평가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단지 기업에서 신입을 뽑을때 기준이 그 사람의 학력이나 성적말고 딱히 없다는 뜻입니다. 첫인상만으로 그 사람의 진면목을 판단할 수 없고 성실함도 몇달은 같이 일해봐야 알 수 있는건데 기업의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기준이 필요한거고 그나마 학업성취도만이 성실함의 미약한 근거가 되는거죠.
예외적으로 예전 다큐멘터리에서 나오는 일본의 모 회사처럼 무조건 선착순으로 사람을 뽑는 회사도 있지만 이건 굉장히 특수한 사례이고 보통 인사과가 딸려있는 일반 대기업같은 경우에는 지원자수도 엄청나고 사장이 직접 사람을 뽑는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든 효율적으로 사람을 엄선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보통 학력과 성적을 보거나 따로 과제물을 주어 그 사람의 실력을 테스트 하기도 하죠.
주위 상황을 보니 요즘은 학점과 학력도 그다지 많이 보지 않는 것 같더군요. 성실성이나 창의성이 취업의 척도가 되는 시대는 지난 듯 합니다. 상당수의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을 극도로 꺼리고 있는 탓에, 이게 회사 생활에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르겠는 각종 문턱들을 만들어서 넘쳐나는 지원자를 거의 무작위로 뭉텅뭉텅 잘라내다시피 합니다. 예컨대 공기업들 가운데 학벌을 안 보는 곳은 서울권 대학 출신들은 불리하고 지방거점국립대 출신들이 훨씬 유리하다고들 하죠(그래서 지거국 편입이 인기라는 얘기도...;) 어학연수나 해외 유학 경험 같은 것도 그렇지만, 각종 인턴은 하나라도 스펙이 더 필요한 취준생들의 절박한 처지를 약점삼아서 '당신의 열정을 삽니다' 운운하며 노동력을 착취하며(인턴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 이하를 주는 경우도 봤습니다.) 심지어 자원봉사도 하려면 스펙이 필요하거나 혹은 자기 돈을 들여서 지원해야 합니다. 서류면접 단계에서 UCC를 만들어서 제출하는 것도 봤는데 이것도 무슨 쓸모인지 잘 모르겠고, 최근 대기업들의 트렌드는 2박3일로 어디 유스호스텔을 빌려서 입사지원자들이 조를 짜서 장애물 경주를 하거나 UCC를 만들거나 등등 하면서 팀 단위의 협동심을 보는 거라고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식으로 창의성이라는 걸 평가할 수는 있는 건가 의구심을 품고 있습니다. 한두명 정도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사람을 골라낼 수는 있겠지만, 구름같이 몰려든 취준생들 가운데 누구를 뽑고 누구를 떨어뜨릴지 결정하기에 분명한 기준은 아니죠. 이번에 삼성 전계열사에서 5천명 정도 뽑는데 10만명이 몰렸다고 하니 사람을 골라내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1위부터 10위까지 대기업들의 채용인원이 1만여명 정도 밖에 안된다는 얘기를 들으니(그 중의 절반이 삼성) 취준생들도 어지간히 힘들겠다 싶고요.
적당한 장애물을 주고 (그게 뭐가 되었든) 그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사람이라면
뭐가 되었든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해도 되는 그런 상태인 걸까요.
좋은 인재를 뽑는 게 아니라 뭉텅뭉텅 짤라내면 살아남는 인재는 아마도
적응력이 좋고 창의적이며 순종적이고 성실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려나요.
뭔가 좀 무서운 이야깁니다.
하지만 정말로 아주 많은 수의 지원자에게 지속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가해서
일정 수가 될때까지 졸인다면 나중엔 엑기스만 남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지도요.
(한약 우리는 것도 아니고...)
탈지도 몰라요.
어쩌면 이런 환경이야말로 기업들 입장에서는 다른 의미에서 성실성을 측정할 수 있는 기회인지도 모르죠. 학점이나 학벌로 판단하기에는 필요로 하는 것에 비해 기준을 충족하는 인원이 너무 많고, 창의성을 테스트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부족하니 무슨 짓을 시켜도 최선을 다해서 다 따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골라내는 겁니다. 성실함을 넘어서 적응력이나 충실함을 본다고 할까요(취업설명회에 오는 신입사원들은 참 열정적이더군요) 그 과정에서 떨려나가는 사람들이 능력에서 그렇게까지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고, 평균적으로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의 능력만 충족되면 되니까 기업 입장에서는 어차피 그렇게까지 많이 필요하지는 않은 마당에 별로 아까울 것도 없겠지요. 굳이 최고의 인재를 가려뽑을 필요도 없습니다. 졸이고 졸인 다음 그 중에서 일부만 떠다 쓰고 나머지는 미련두지 않고 버리는 겁니다. 애가 타는 건 떨려나가는 쪽이겠지만, 기업은 미래가 불확실하니 최대한 투자를 회피하는 탓에 더 노동력을 확충할 필요도 못 느끼는 겁니다.
학업 성취도와 학력이 기업이 원하는 성실성을 대변한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실제 그 사람이 가진 능력에 대한 면을 놓고 보면 학력이나 학벌이 말해주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학벌이나 학력이 부족한 사람도 남들이 가지지 못한 특출난 능력이나 재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있죠.
하지만 그런 인재는 기업이 원하는 '순종적이고 근면한 부품' 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에선 그런 이들을 쓰기보다는 평범하고 근면하여 부려먹기 좋은 사람을 선호하는 것도 사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