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SF에 대한 가벼운 흥미거리에서부터 새로운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여기는 과학 소식이나 정보를 소개하고, SF 속의 아이디어나 이론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상상의 꿈을 키워나가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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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야 뭐 옛날 책 읽으면서 낡았군 생각이 드는 것이 하나둘이 아니지만
특히나 에스에프쪽의 글을 읽을때는 이게 정말 거슬리는군요.
2050년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에 핸드폰이 없다든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는 있는데
집엔 486도 없다든가 등등.
이런건 구체적인 예 말고도
책 읽으며 드는 낡았다는 느낌 있지 않습니까.
뭔가 놀라운 과학기술의 물건이 나왔는데
그냥 그런거 있음, 하고 묘사는 휙하고 넘기는
나도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고 과학적으로 증명같은 것은 당연히 안되니까
그냥 넘어가셈, 하는 작가의 마음이 너무도 드러나는...그런 느낌.
옛날 에스에프는 그래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요.
뭐 에스에프 팬덤에선 고전이란 물건이 나올때마다 이거 명작이다,
이런 명작이 이제서야 번역되다니 한국의 척박한 에스에프 토양 어쩌고 저쩌고
말이 나오지만 막상 읽어보면 별로 재미도 없고 개념도 없단 말이에요.
솔직히 왜 그렇게 칭찬받는지 이해가 안가는 글이라 이거죠.
사실 전 요즘에 나온 에스에프 소설들이 더 좋습니다.
이름있는 빅쓰리 작품보다 변방 구석의
한국 작가들의 에스에프가 더 좋다는 거죠.
이건 사실 구미쪽의 요즘 에스에프 작가들은 한국에 소개가 안되니
자연히 한국 작가들의 소설을 읽을 수밖에 없지만...
요즘 한국 작가들의 소설은 이야기로서는 소품들입니다.
일단 척박한 한국 에스에프 환경에서 장편은 언감생심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뭔가 근본적인 면에서 소품이란 느낌이죠.
거장들이 할건 이미 굵직한 것은 다 해놓았고
이제 후손들에게 남은 것은 그 굵직한 것들을 이리저리 조합하는 것 뿐이 없다는 느낌?
그러나 이게 더 마음에 듭니다. 한국 작가들의 소품이
굵직굵직한 작품의 빈틈을 채워준다는 것 같습니다.
아니 이런 말보단 계승 발전시켰다는 말이 더 낫겠군요.
이런 요즘에 나온 에스에프들은
이야기로서 재미는 떨어질 지언정 낡았다는 느낌은 안듭니다.
현실성이 있다는 거죠. 그래서 오히려 마음에 들어요.
옛날 에스에프를 보면 21세기엔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뭐 이런 식으로그려져 있는 그 허황됨이 없다는 거지요.
쓰다보니 말이 지리하게 길어졌는데 아무튼 그렇습니다.
SF소설이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예언하지는 않으니까요.
어떤 과학이론이나 물건이 있으면 그와 관련해서 발생하는 이야기나 상황을 말하는 이야기이니까요.
그리고, 지금은 고리타분한 이야기 일지라도 소설이 나오던 시대에는 획기적인 이야기 이였으니까요.
지식이나 이론도 세월이 지나면 바뀌고 새롭게 만들어지는데 소설이라고 다르겠습니까?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세요.^
SF작가가 자신의 소설에 나오는 소재들의 원리를 모르는 것은 당연합니다.
전자공학 전공자가 아닌 한 일반인들이 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모니터가 0과 1로만 이루어진 디지털 신호를
이미지로 변환시켜주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없잖아요
몰라도 좋은 SF를 만들 순 있겠지만 그런 지식이 있을 때 새로운 가능성이 생기는것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죠.
뭐 예술 장르가 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클래식의 뛰어난 작품을 꼽아놓으면(어차피 대체로 가장 뛰어난 것들이 남겠지만) 물론 좋지만, 현재와 좀 더 밀접하게 소통하고있는 최신의 음악들이 그것보다 못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100년이 지나도 명작으로 취급받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하면 얘기가 다르겠죠.
그런 옛날 SF 들이 그럼에도 명작 소리 듣고 계속해서 번역 출간되는건 다 이유가 있죠. 글 자체의 완성도가 높고 SF와 떼놓아도 충분히 재미있는 글이거든요. 최근에 유년기의 끝이 또 출간됐던데 유년기의 끝에 스마트폰 안 나오고 멋진 우주전함 등장하셔서 스펙 주저리주저리 안 떠듭니다만 SF의 걸작다운 전개를 보여주죠. 사실 SF작가들이 예언가도 아니고 글에서 미래세계를 완벽하게 예측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글이 재미있으면 되죠.
뭐,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SF가 미래를 예측하는 책은 아니니까요. 오히려 가능성을 논하는 장르죠. 그 시대의 과학상으로 어떠한 가능성을 논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점입니다. 만약 당시 과학 사조에서 봤을 때 작품의 세계와 상상력이 충분한 외적 설득력이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겁니다. 따라서 각 작가가 상상한 2010년 12월 27일은 (외적인 설득력이 있다면) 다양하기 마련이고, 그걸 알아가는 게 이 바닥의 재미죠. 간혹 판타지에 가까운 것도 있지만, 그건 그것대로 또 재미가 있는 거고.
미래 예측이 SF의 전부라고 하면 잃어버리는 게 너무나 많습니다. 그리고 오로지 현실의 엄밀함이 눈에 가려 더 웅장하고 거대한 걸 놓치게 됩니다. 취향이야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지만, 미래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건 고전을 무시하기엔 너무 사소한 이유입니다. <블레이드 러너> 같은 작품은 자동차가 날아다닌다는 이유로 넘어가기엔 너무 아까운 영화 아닌가요. 오히려 타이렐사의 지붕 위로 비행하는 그 장면이 굉장히 장엄하잖아요. 2019년에 정말 비행 차량이 나올지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1980년대에 그런 상상을 했고, 상상을 바탕으로 그렇게 멋진 영상을 만들었다는 게 중요하죠.
그리고 거장들이 해놓은 게 많긴 하지만, 사람의 상상력은 무한합니다. 아직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소재도 많고요. 거장들이 활약할 때는 장르가 틀이 막 잡혀가는 시점이었기에 영향력이 컸던 거고요. 단지 요즘은 SF가 태동된 지 한참 지났기 때문에 그게 눈에 잘 안 뜨일 뿐이죠. 조금만 찾아보면 새로운 설정과 개념을 제시하는 장르가 많습니다.
지난번 SF파티에서던가 어디인가에서 강연에서 이전 세대 한국 SF작가들이 장르규칙에 잘맞는. 다시말해 기존 SF팬덤에 익숙하게 받아질만한 소설을 쓰는데 비해서 신세대작가(30대 중반인데 신세대?)들은 보다 일상적인 소재와 감성. 다시 말하면 일반인에게 더 먹힐만한 글을 쓴다는 강연을 들은 기억이 있네요.
다 취향인데 남이 뭐라고 할건 없다고 봅니다.
해리포터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베르베르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아시모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고전을 봐도 역시 이 작가는 대단하다 이런 사람도 있고 역시 구식 이런 사람도 있는거죠.
개인적인 경험으로 봐서는 대충 반반.
세월에 흐름에도 불구하고 힘이 살아있다고 생각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그냥 아 이게 장르공식의 원형이구나 정도의 생각이 들뿐 지루할 뿐인 작품으로 나뉘더군요.
그러고 보면 누군가가 '사람들은 왜 SF를 쓰는가?'에 대해서 기사를 작성해 줬으면 싶기도 하네요.
요즘이고 옛날이고 간에.. 그저 한 줌 밖에 안되는 한국의 SF 작가가 쓴 책을 최대한 많이 읽으려고 해도 별로 읽을 게 없는데, 하늘의 별 보다 많은 해외 SF 작가들의 작품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단칼에 낡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아이디어의 식상함이나 스토리텔링의 힘이 떨어지는 것이라면 오히려 한국에서 나온 SF 쪽이 훨씬 더 심합니다. 한국에서 SF를 가장 잘 쓴다는 사람들도 마무리가 딸리거나, 문학에 대한 공력이 쳐지는 경우가 무수하죠. 한국 SF를 읽다보면 실력이 달리는 게 빤히 보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작가가 SF는 좋아하는데 문학에 대한 공부가 덜 되어 있고, 과학기술이라고 압도적으로 많이 아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외국의 작가들은 작가 본인이 물리학자, 생물학자 등인 경우가 태반이고, 문학에 대한 공부도 압도적이거든요. 한국의 SF 작가들은 해외의 SF 작가들에 비해 학력이나 공부를 깊이 한 경험 자체가 많이 부족합니다. 이건 나이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리학 박사 학위에 교수까지 되고 산처럼 많은 문학 서적을 읽으려면 왠만큼 나이가 있어야죠. 한국 SF 작가들은 잘해야 20, 30대인데, 이런 캐리어를 갖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한국 SF 작가들의 실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찰스 스트로스의 <항체>는 이산수학이나 최적화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아니면 메인 플롯조차도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런에 이런 작품이 널리 즐기려고 쓰여진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죠. 한국의 SF 작가 중에 이산수학을 제대로 공부하고 이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런지, 심지어 <항체>를 읽고 이해할 능력이 되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궁금합니다. (당시 번역본이 나올 때 역자 자신도 잘 모르고 있음이 주석으로 드러났었습니다) 이런 대목 조금만 살펴봐도, 한국 SF 작가의 과학 기술에 대한 지식이나 문학에 대한 지식은 해외의 작가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많이 떨어진다는 것을 절감하게 됩니다. 해외에서는 정녕 이공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쌓고 해당 분야에서 전문직으로 일하는 진짜배기 전문가가 문학도 많이 공부하고 SF를 씁니다. 제대로 된 전문적인 SF 작가가 되려면 인간 사회와 철학에 대한 확실한 이해에 기반한 지성과, 과학 기술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하며, 문학에 대한 실력을 겸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SF를 사랑하는 일반인이 SF를 쓰는 형편입니다.
해외에서는 지금도 최신 SF가 끝도 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해외의 최신 SF가 비교적 빨리 번역된 <견인 도시 연대기>나 <노인의 전쟁> 시리즈 같이 2000 년대 이후에 나온 해외의 최신 SF가 번역된 것을 보세요. 신인 작가들이 쓴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녕 끝내줍니다. 낡았다는 느낌은 눈꼽만치도 없죠. 앤솔러지 <오늘의 SF 걸작선>, <하드 SF 르네상스> 등을 보면 나노 테크놀로지나 생체 공학을 테마로 한 SF가 21세기 들어 이미 한창 뜨더니 어느덧 주류는 그것을 넘어 다른 쪽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출판계가 해외의 최신 SF의 발전 속도를 잘 쫓아가지 못할 뿐입니다.
의문- SF에서 현실성을 찾는다라..표현이 잘 닿지 않습니다. 미래같이 느껴지지 않는다가 맞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과거 작가들이 핸드폰이나 요즘 메모리칩같은 변화를 예측할 리가 없는 거죠. 그시대에서 그정도만 해도 충분한 것입니다. 10년전 손톱만한 칩에 동영상 수십편이 들어가고 인터넷으로 극장급 동영상이 나돌아 다녀 영화 산업이 죽네 마네 그리고 국민 개인당 1인 핸드폰 시절의 애기를 소설을 썼다고 해보세요. 출판사 문턱도 넘지 못했을 거라 봅니다.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