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 러너와 하플링 도둑

게임 <AvP 2>에 나오는 에일리언은 크게 4가지 계급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작고 빠른 러너, 적당한 능력치의 드론, 힘이 센 프레데일리언, 근접 전투에 막강한 프레토리안 등입니다. 제각기 장단점이 있어서 뭔가 제일 좋다고 말하기는 좀 그렇고, 이들이 서로 어울려서 싸워야 여왕과 둥지를 제대로 지킬 수 있겠죠. 그런데 이런 계급이나 직업 분화에 가장 특화된 게임이 <D&D>라서 한 번 비교해 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각 에일리언 계급이 <D&D>에 나오는 어느 직업에 어울리는지 끼워 맞춰 봤습니다.

일단 러너는 도둑, 로그입니다. 내구력이 있긴 하지만, 상당히 약해서 생명치 굴림이 6인 도둑과 어울립니다. 둘 다 접근전이 가능하긴 하지만, 잘못 맞으면 생명이 위험한 수준이죠. 게다가 <D&D>에서도 도둑은 재빠른 민첩성으로 승부하는 걸로 유명한데, 이건 러너도 마찬가지입니다. 러너는 게임에 나오는 에일리언들 중 제일 민첩합니다.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회피라든가 번개 같은 반사신경을 실시간으로 체감할 수 있습니다…. 정찰과 염탐에도 어울리니 러너에겐 도둑이 적격이죠.

다음으로는 드론. 드론은 근접전이 가능하고 공격력도 뛰어나지만, 그렇게까지 뛰어난 전사라고 하기엔 어렵습니다. 몸이 빠른 대신에 튼튼한 내구력을 포기했거든요. 따라서 공격력이 높긴 하지만, 내구력은 뛰어나지 않은 레인저가 어울릴 겁니다. 물론 레인저가 정찰이나 추적에 뛰어난 것처럼 드론 역시 재빠른 몸놀림으로 정찰과 추적에 발군입니다. 러너보다는 낫지만 방어도가 높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가벼운 갑옷을 입고 생명치로 8면체를 굴리는 레인저에 그만이죠.

이에 반해 프레데일리언은 방패 역할을 하는 전사입니다. 프레데일리언의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내구력이 높다는 점일 겁니다. 다른 계급이라면 공격을 받고 금방 쓰러지겠지만, 프레데일리언은 어느 정도 버티거든요. 물론 동작이 굼떠서 정찰하기엔 어울리지 않고 잽싸게 적을 습격하지도 못합니다만, 다른 에일리언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우주 해병대가 총알을 퍼붓는다면 러너나 드론을 위해서 프레데일리언이 총알받이를 할 수 있죠. 그리고 잽싼 공격은 어렵지만, 점프 거리가 길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전투에도 승산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프레토리안은 터프한 바바리안입니다. 바바리안은 생명체 굴림으로 12면체를 사용하므로 가장 체력이 높습니다. 공격을 몸으로 받아쳐도 상당히 오랫동안 버틴다는 뜻이죠. 게다가 갑옷이 무거워서 끙끙대는 전사와 달리 이동 속도도 빠릅니다. 프레토리안 역시 방어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프레데일리언을 능가할 정도인데, 보통 총알은 프레토리안 껍질에 맞으면 튕겨 나갑니다…. 게다가 덩치에 걸맞지 않게 이동속도도 빨라서 프레데일리언이랑 경주를 하면 멀찍이 따돌리기 일쑤입니다. 이 상태라면 12면체에 빠른 이동속도를 자랑하는 바바리안이라 할 수 있죠.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역할을 비교한 것이고 세부적으로 따지자면 다른 점이 많을 겁니다. 판타지에 나오는 직업이랑 SF에 나오는 크리쳐랑 똑같을 리가 없죠. 게다가 역할이란 것은 외면일 뿐 성격이나 알맹이는 전혀 연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비교해 놓고 보니까 상당히 어울린다는 생각도 드네요. 비단 에일리언만 그런 게 아니라 해병대나 프레데터도 이와 비슷해서 <AvP 2>도 역할 분담을 상당히 잘 한 게임이라 봅니다. (아쉽게도 멀티 플레이할 때는 이런 역할 분담이 잘 안 되어서 탈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