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WARS

EPISODE ETC...

BATTLE AT AVERAM

- 06 -


ISD


  귓청을 찢는 비명 소리와 함께 집중 포화에 노출된 엑스윙으로부터 불길이 피어 올랐다. 작은 불꽃으로 변한 엑스윙은 스타데스트로이어의 거대한 갑판에 충돌하면서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그러나, 길이 1.6km에 달하는 임페리얼 스타데스트로이어는 그런 작은 충격 쯤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아무런 흔적이 없이 우주 공간을 천천히 순항해가고 있었다.
  제도 코루스칸트로부터 불과 몇 파섹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애버람 성계에서는 지금 제국의 한 함대와 반란군 전 병력의 1/3에 달하는 대 함대의 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제국의 대 제독 스론 휘하의 4척의 임페리얼급과 반군의 5척에 달하는 몬 칼라마리 스타크루저, 그리고 그 휘하의 수십 척의 함선들이 벌이는 전투는 애버람 성계 전역을 불길로 물들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애버람 제 3 행성 궤도상에서, 또 한 척, 반군의 에스코트 캐리어가 조용히 가라앉고 있었다.


  눈앞에서 폭발해 사라져 가는 반군의 주력함을 바라보던 펠래온은 스론 제독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을 꺼냈다.
  "각하. 현재 아군의 피해는 예상보다 적은 수준입니다. 그러나, 제 5 행성 주변에서는."
  "알고 있다. 함장. 분명, 그 지역에 있는 반군 지휘관의 실력을 과소 평가한 것이겠지. 우리의 오랜 코렐리안 친구가 이번에도 우리를 곤란하게 하는 것 같군."
  "그런 것 같습니다.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맞는 말이다, 함장. 제 4 행성계의 함대로부터 드래드노트 1척을 지원하도록 명령하라. 그 정도면 주디케이터는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군의 대처가 예상보다 강렬합니다. 완벽한 기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그만큼 반군 지휘관의 활약이 대단하다는 것이겠지. 많은 지휘관들이 저들의 전투기에 대해서 과소 평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아군의 기종에 비해서 훨씬 뛰어난 것임에는 틀림없다. 타킨 총독이 자랑하던 데스스타가 불과 소규모 전투기 비행대에 당해버린 것을 상기하라."

  순간, 팰레온은 불과 2년 전, 야빈 성계에서 일어났던 사건-지금은 제국군의 모든 지휘관들 사이에 악몽처럼 기억되고 있는 사건-에 대해 떠올리고 있었다.
  힘에 의한 통치를 목적으로 하던 타킨 총독은 데스스타를 앞세워 전 우주를 공포에 떨게 하려 했지만, 결국, 반군의 기지에서 출격한 반군 전투기-일설에 따르면 30대에 불과하다고 했다-의 활약에 의해 그의 창조물과 함께 우주 공간의 먼지가 되었던 것이다.
  그 사건으로 제국군은 이제껏 거의 무시하고 있던 반군에 대해 체계적인 사냥에 나서게 되었다. 이 일에는 제국의 2인자인 다스 베이더 경이 친히 지휘를 맡고 있었고, 그의 공포스러운 지휘 아래 18척의 주력함으로 이루어진 죽음의 전대는 반군 사령부를 찾아 변경의 성계들을 헤매고 있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적의 전투기는 큰 위협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적어도 아군의 우위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고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해도, 반군의 능력을 과소 평가할 수는 없지. 특히 아크바 제독이 개발했다는 비윙의 능력이 만만치 않은 듯 하다. 적어도 아군에게는 주력함을 상대로 정면으로 대결할 수 있는 전투기는 없으니까. 역시, 전투가 끝나면 아군기의 개량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전투의 끝은, 아군의 완벽한 승리로 종결될 것이다.' 펠래온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적어도 현 시점에서 제국군은 반군에 대해 완벽한 우위를 점유하고 있었으며 반군은 아직 진영을 정비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비록, 반군의 지휘관들이 상당히 잘 싸우고 있긴 했지만 전세를 바꿀 정도는 되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반군은 시시각각 그들의 함선과 전투기를 잃어 가고 있었다.
  그는 조금 전 일시적인 위험에 빠졌던 제 5 행성 주변의 상황도에 눈을 돌렸다. 갑작스러운 반군의 반격으로 잠시 수세에 몰렸던 주디케이터는 지원 병력으로 등장한 드래드노트의 이온 포화에 힘입어 최소한 호각으로 전투를 지속하고 있었다.
  반군의 전투기들은 맹공을 펼쳐대고 있었지만 주디케이터의 브렌다이는 휘하의 전투함들을 주디케이터 주변에 십자 대형으로 재정비하고 그 사이를 파고드는 전투기들을 잘 처리해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윽고 마지막 남아있던 반군의 예비 병력이 투입되는 것을 알게된 펠래온은 보다 느긋한 자세로 휘하의 전투 상황을 관망하기 시작했다. 그의 스타데스트로이어, 키메라 휘하의 함선들은 교범에 나올만한 완벽한 진형을 갖추고 반군의 함선을 천천히 몰아가고 있었다. 반군의 예비병력이 투입되어 만약의 가능성도 사라진 지금, 남은 것은 적에 대한 철저한 포위와 소탕뿐이라고 생각되었다.
  "각하…"
  포위 태세로의 전환에 대해 언급하려고 했던 펠래온의 말은 제 6 행성 궤도에서 교전 중이던 어벤져로부터 들어온 갑작스러운 통신에 의해 중단되었다.
  '긴급 통신'
  이 말이 갖는 의미에 의문을 품고 전술 상황에 시선을 옮긴 펠래온의 표정이 조금 달라지고 있었다.

격전



  연합군 함대의 기함, 인디펜던스의 브리지에서는 각 관제 요원들이 직속 함선과 전투기 비행대의 상태를 확인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몬 칼라마리 출신의 아크바 제독 지휘 아래, 그 체계는 조금씩 혼란을 벗어나고 있었지만 그러한 변화는 아직도 '너무나 느렸다.'
  연합군 함대는 완벽한 기습을 당한 상황에서도 속속 진영을 정비하고 있었지만 그보다는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던 제국군의 움직임이 더 한층 빨랐던 것이다.


  "적의 스타데스트로이어에 근접하여 상부 구조에 이온 포화를 집중하라!"
  마지막 남아있던 예비 함대의 투입을 지시한 직후, 아크바 제독의 갈라진 듯한 목소리가 브리지에 울려 퍼졌다. 그가 앉아 있는 좌석이 천장 주변에서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며 함의 측면 방향으로 이동하였다.
  그의 시선에는 제국군의 집중 공격에 의해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연합군 프리깃 함의 모습이 들어왔다. 이미 상당 부분 파손된 듯 기체 상부에서 불꽃을 내고 있는 프리깃의 중앙부에 제국의 스타 데스트로이어로부터 발사된 터보 레이저가 사정없이 박히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프리깃은 조용히 불길을 쏟아내며 우주의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제독은 프리깃의 탑승원에게 명복을 빌려는 듯 그 둥근 눈을 잠시 감았다. 이윽고, 눈을 뜨고 다시 전방 쪽으로 좌석을 이동하여 제국이 자랑하는 스타데스트로이어를 노려보는 아크바. 그 주변에서 삼각대형을 유지하고 있는 적의 드래드노트로부터 푸른 빛의 이온 포화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포화는 바로 아크바가 탑승 중인 몬 칼라마리 스타 크루저에 집중되고 있었다.

  "우측 차폐막이 한계에 달했습니다." 비명과 같은 오퍼레이터의 목소리가 브리지를 갈랐다. 문득 아연해지는 관제관들. 그때, 제국 우익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삼각대형의 한 축을 이루고 있던 드래드노트가 천천히 행성의 붉은 대기를 향해 가라앉기 시작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갑작스러운 사태에 당황한 것은 혁명군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원인이야 어떻든 순간적으로 제국의 대형이 깨진 것을 직감한 아크바 제독은 즉각적인 판단으로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그와 함께 인디펜던스 좌익에서 이온포 공격을 하고 있던 드래드노트가 스타데스트로이어의 우측을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제 6 행성의 궤도상에서 그레이 비행대의 엑스윙을 앞세운 연합군의 맹렬한 반격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찌된 일이지?"
  제국의 임페리얼급 스타데스트로이어 어벤져의 함장, 니더는 당혹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의 함대는 어벤져를 중심으로 완벽한 대형을 유지한 상태로 반군의 함대를 압박해 들어가고 있었다.
  반군은 최선을 다해 방어하고 있었지만 완벽한 기습으로 승기를 잃어버린채 점차 패퇴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니더 함장은 납작한 생선 모양의 반군 지휘함을 노리고 최후의 일격을 지시하고 있었다.
  그때, 어벤져 우익에서 포위망을 좁히기 위해서 전진하던 프리깃 함이 갑자기 근처의 드래드노트에 부딪쳐 버린 것이다. 이 충격으로 프리깃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드래드노트는 반파된 채 가라앉아 버렸다.
  게다가, 제국군이 아연해 있는 사이 반군은 재빨리 진영을 바꾸고 이미 구멍이 뚫린 함대의 우익을 향해 파고들었다. 니더는 휘하의 함대에 명령을 내려 방어를 지시했지만 드래드노트와 프리깃 1척을 갑작스레 잃어버린 상황에서 빠른 속도로 접근해오는 반군의 공세를 막아낼 길은 없었다.


  스타 데스트로이어의 터보 레이저가 사격을 가했지만 반군의 전투기들은 본래 대형의 주력함을 상대로 하기위해 설계된 대형의 터보 레이저로 맞추기에는 너무 작고 빨랐다.
  갑작스러운 사건으로부터 불과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전술 상황은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반군 전투기의 양자 어뢰에 맞은 또 한 척의 프리깃이 가라앉았고 그가 타고 있는 어벤져까지 반군 전투기의 집중 공격에 노출되어 차폐막의 전원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미, 니더 함장의 표정에서 여유는 사라지고 없었다. 오직 당혹감과 분노만이 그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을 뿐.

  "제독에게 연락을. 현재 상황에 대해 보고하라." 그의 목소리는 일말의 불안감과 함께 왠지 모르게 가라앉아 있었다.

  제 6 행성 궤도 상에서 일어난 사건과 함께 애버람 성계 전체의 전술 상황은 일변하기 시작했다.


  "당황할 필요 없다, 함장.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긴 했으나 이 정도로 아군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승세에는 변함이 없단 말이다."
  스론 제독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으나 어벤져에서의 연락과 함께 전세가 바뀌는 것을 전술 상황도에서 바라보고 있는 그의 목소리에는 조금 전과 같은 여유는 남아있지 않았다.

  제 6 행성에서의 아크바 제독의 반격이 성공함에 따라 제국의 포위망은 깨지기 시작했고 이 기세를 타고 인근 지역에서는 벨 이블리스의 함대가 제국군을 압박해 들어가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보아 제국군이 우위에 서 있는 상황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이미 승세는 그들의 손을 벗어나 있었다. 주 전장이었던 제 5, 6 행성계에서의 반군의 반격에 따라 전세는 점차 호각에 가까운 것으로 바뀌어 갔던 것이다.


  이렇게 전세를 바꾸어놓은 변화. 스론 제독을 포함하여 양 군의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이 상황은 아주 작은 -어찌 보면 운이라고 할 수 있는- 사소한 사건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제 6 행성계의 제국군 함대가 반군의 포위를 위해서 전진하는 순간 적 함 주변에서 교전 중이던 반군의 에이윙이 포격을 맞고 균형을 잃으며 프리깃에 격돌했다. 이런 일은 교전 중에 자주 있는 사건이었지만 마침 후방 차폐막이 포격으로 사라져 있던 프리깃에겐 상당히 강한 충격이었으며, 그 충격은 근처에 있던 자세 제어용의 이온 엔진을 날려버리고 말았다.

  이온 엔진으로부터 급속하게 분출된 고속의 이온 가스는 전진하려던 프리깃이 본래의 방향을 잃고 고속 추진하게 만들었다. 본래라면 잠시의 혼란으로 끝났을 이 사건은, 반군 전투기를 막기 위해 지나치게 대형함 주변에 프리깃을 지나치게 접근시켜둔 포진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다. 프리깃의 엔진이 고장났을 때, 두 함선은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데 충분치 않을만큼 가까이 접근해 있었고 결국 프리깃은 자신이 호위하고 있던 드래드노트의 후방에 부딪쳐 폭발했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엔진에 손상을 입은 드래드노트도 항주 능력을 잃고 행성으로 추락해 버리고 만 것이다.

  결국, 우연한 충돌과 평소라면 있을 수 없는 근접 항진으로 인해 발생한 이 사건은 마침 그 변화를 재빨리 인식하고 공격을 시도한 아크바 제독의 결단으로 반군의 반격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었다. 제 6 행성계에서의 반격은 호각을 유지하고 있던 제 5 행성계의 전투 상황을 변화시켰고 승기를 잡고 있던 제국군 전열에 상당한 타격을 가한 것이다.

  그리고, 애버람 성계에서의 격전은 반군과 제국군이 호각에 가까운 전세를 유지한 지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profile

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SF&판타지 도서관 : http://www.sflib.com/
블로그 : http://spacelib.tistory.com
트위터 : http://www.twitter.com/pyodogi  (한글)    http://www.twitter.com/pyodogi_jp (일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