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스페이스 시뮬레이터라는 장르가 꽤 활발했었지요. 같은 장르의 게임이 소개될 때 항상 언급되는 엘리트, 너무나 잘 알려진 윙 커맨더 시리즈, 빼놓으면 섭섭할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의 X-Wing 시리즈, 엘리트에 가장 충실한 후손격인 프라이버티어 시리즈, 함대전이 인상적이었던 프리스페이스, 아직까지 두터운 팬덤을 유지하고 있는 프리랜서 등 수많은 게임들이 있습니다. 이녀석들을 제외하더라도 엄청 많아요. 에픽, 라이트(하이퍼)스피드, 타키온, 스타랜서 등등... 하지만 지금은 상당히 희귀한 장르이지요. 차세대 엘리트를 표방한 많은 작품들이 나왔지만, 사실 X시리즈를 제외한다면 비평이나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이 많지 않지요. 그나마 명목을 유지하고 있는  다른 게임이 있다면 다크스타 원정도일까, 나머지는 거의 다 전멸하다시피 했습니다. 아, 성공적인 작품으로는 이브 온라인도 빼놓을 수는 없지요. (장르는 롤플레잉으로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만)
아시다시피 윙커맨더는 마지막 편인 계시록과 영화의 실패로 더이상 제작되지 않고 있으며, 엑스윙 시리즈는 루카스 아츠에서 더이상 만들지 않겠다고 대놓고 발표했고 디센트는 4편 개발 취소, 프리스페이스나 프리랜서도 불투명합니다. 전체적으로 이쪽 장르가 사양세로 접어든지 오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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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만약 이 게임이 없었으면 스페이스심은 10년은 더 기다려야 했을지도...


쓰다보니 쓸데없는 이야기만 늘어놓았네요. 각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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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펜던스 워 2 : 혼돈의 끝 (북미판 패키지)

원래 이 게임을 구입했던건 7년전이었습니다만, 진행에 어려움이 있어서 계속 봉인해두었습니다. 사실 생각날때마다 설치해서 조금씩 진행했습니다만, 번번히 실패했었는데 이게 벌써 7년이나 지났어요. 하지만 얼마전 조이스틱도 구입했겠다 최근 마땅히 해볼만한 우주 비행 시뮬레이터 게임들도 없겠다 하여 설치해서 즐겨보았습니다. 이건 뭐 엔딩을 보니까 이제 좀 조종에 감이 잡히는 느낌이 있다랄까, 초반에는 꽤나 살인적인 난이도를 자랑합니다.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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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icle Systems 로고

이 게임은 2001년 영국 Particle Systems라는 스튜디오에서 개발되어 인포그램즈가 배급을 맡은 게임입니다. (영국 성우들을 써서 그런지 성우들의 말투가 모두 다 영국식입니다. 알아듣기 힘든 영어는 거의 아이리쉬나 스코티쉬 발음들이에요. 덕분에 영국서 사는데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서브워2050을 제작했던 스튜디오입니다. 이 게임은 '바다속의 윙커맨더'라는 이해못할 제목으로 국내에 정발되기도 했지요. 이 스튜디오에서 내놓은 작품은 단 4개에 불과합니다만, 인디펜던스 워 1편과 2편으로 꽤 알려져있습니다. 하지만 2002년에는 Argonuts Games인수되어 Argonuts Sheffeild라는 스튜디오로 존재하다 2004년 10월 법정관리가 들어간 이후로 사라져버린 스튜디오입니다. Argonuts Games는 초기 해리포터 게임 제작으로 알려져있는 회사이지요. 현재 이 게임의 판권은 아타리가 가지고 있습니다만, 후속작의 계획은 없는 상태입니다.

개괄

인디펜던스 워 2는 전작인 인디펜던스 워 1편의 후속편입니다. 하지만 전작이 독립 전쟁을 다루고 있던것과 스토리의 연관성이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1편에서도 등장한 잔소리꾼 컴퓨터 클레이가 등장하는 것과 당시 등장했던 탈것들이 등장하는 것을 제외한다면, 스토리마저 100년이 지난 이후의 사건들을 다루고 있을 정도로 거의 별개의 게임으로 보는 편이 좋다고 생각되네요. 이 두 게임의 연관성이라면, 1편에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은 물리엔진이야말로 두 게임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특징이 아닐가 싶습니다.

그래픽

2001년에 제작된 게임이지만, 그래픽은 지금 봐도 많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습니다. 우주 표현도 꽤 훌륭한 축에 들지요. 홈월드 이후 게임의 우주를 표현하는 방법은 단조로운 흑색의 우주가 아닌 항성, 성운등의 묘사를 통한 화려한 채도의 묘사로 이동하는 것 처럼 이 게임 역시 어두운 공간에 하얀 별들이 존재하는 그런 일반적인 우주 묘사라기보다는 홈월드의 느낌처럼 성운이나 항성의 색깔이 가지각색으로 표현하고 습니다. 또 항성의빛에 따라 반사되는 우주선의 표면 묘사도 훌륭합니다. X3같은 게임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우주선의 자세한 부분가지 표현이 되어있습니다. 각 항성이나 행성의 경우 게임 내에 실제 오브젝트로 존재하기 때문에 LDS로 이동시 행성/항성을 지나치는 묘사도 수준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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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 구현되는 우주의 모습

스토리

스토리는 꽤 평이한 수준입니다. (스포일러) 주인공(칼 존스톤)은 하퍼스 갭이라는 광산 콜로니에서 살고 있는 소년입니다. Maas라는 거대 기업과의 거래 트러블로 총수로부터 아버지를 잃은 주인공은 아버지가 남긴 클레이라는 컴퓨터와 함께 해적이었던 할머니의 버려진 요새로 피신합니다. (클레이는 100년전 독립전쟁의 영웅이지만, 전사한 뒤 컴퓨터에 인격이 심어져있는 인공지능 컴퓨터입니다.)하지만 이 요새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아버지를 죽인 당사자에 의해 수감되지요. 하지만 15년 후 탈옥에 성공한 뒤 요새로 돌아와 탈옥 동료들과 함께 해적 생활을 시작합니다. 이 블랙 마켓에서 여러 집단들과 동맹을 맺게 되고, 주변에 출몰하여 점점 더 문제가 심각해져가는 약탈자 집단과의 전쟁에 돌입하게 되지요. 이 과정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면서 동맹 내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로 올라가게 됩니다. 약탈자들에 대한 총공격이 성공하고, Maas와 약탈자와의 관계도 폭로되지요. 하지만 Maas와의 전쟁중에, Maas는 전우주를 지배하기 위해 외계의 아티팩트를 손에 넣어 이용하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외계인의 칩입을 허용하는데, 주인공, 연합군과 해군에 의해 이 계획은 저지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캡슐 드라이브 가속기가 파괴되고 그들이 살던 성계에 고립되면서 게임은 끝이 납니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라던가, Maas의 총수와의 질긴 인연에 대한 묘사도 부족하고 갑자기 등장하는 외계인의 개연성도 떨어지는 편입니다. 하지만 해적에서 시작해 동맹과 결속하는 부분, 그리고 동맹과 약탈자들의 전쟁은 개연성도 충분하고 묘사도 수준급입니다. CG로 이루어진 컷신들의 연출력도 크게 흠잡을 부분도 없고, 진행에 나타나는 컷신들의 묘사력 또한 높게 평가할만해요.

외계인이 등장한다는 것을 들었을 때, 윙커멘더:계시록의 그 외계인을 생각했었습니다만, 여기 나오는 외계인은 직접 우주선을 조종한다던가 하는 것이 아닌, 단순히 빨간 빛으로만 표현이 됩니다. 이 외계인들은 다른 우주선에 붙어 그 우주선을 감염시키는데, 우주선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후에 얘들을 완전 소탕하기 위해 가장 큰 함선인 주인공의 기지를 반물질로 도배해 폭발시키지요. 우주선 빠돌이(?)들이라는 외계인의 묘사도 나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외계인과의 전투는 단지 미션 2개에 걸쳐있다는 점이 좀 아쉬웠지요. 갑자기 끝난다는 느낌이랄까...

물리엔진

하지만 이 게임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등장하는 모든 탈것들이 뉴턴 물리학의 법칙, 즉 관성에 충실하게 재현되기 때문이지요. 조이스틱을 가지고 있던 키보드와 마우스로 컨트롤하던 FPS장르와 별반 다른 점을 찾기 힘들었던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이 게임에서는 기존의 게임들과는 확연하게 틀린 물리 엔진을 제공합니다. 만약 관성을 무시한 채로 급격히 기동하다보면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방향으로 비행기가 달려나가는 것이 아니라 원래 향하던 방향으로 계속해서 움직이게 되지요. 따라서 상대방의 속도나 진행 방향등을 고려해 관성의 영향을 받지 않는 움직임으로 도그파이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로 이점이 제가 이 게임을 끝내는데 7년이나 걸리게 한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ㅠㅠ )

기본적으로는 우주선 후면의 스러스터를 이용해 추진이 이루어집니다만, 진행방향 혹은 비행선의 위치는 우주선 곳곳에 있는 자세제어장치들로 이루어집니다. 이점 또한 이 게임의 물리엔진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게 하는 장치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또한 우주선이나 데브리, 화물등과의 충돌 역시 꽤 자세하게 묘사가 됩니다. 한번 충돌하면 대책없이 빙글빙들 돌게 되는데, 여기서 다시 자세를 다져잡는데 상당히 시간이 걸리지요. 한참 전투하다가 적 우주선과 충돌 후에 빙글빙글 도는 동안 집중포화를 받기도 합니다. 이러한 물리엔진은 사실 1편에서 이미 적용이 된 것으로, 사실 1편과 2편의 그래픽 차이는 거의 없어요. 1,2편 모두 자체 개발한 Flux 엔진을 사용했습니다. 본편에서는 폴리곤이 좀 더 많아지고 좀 더 고퀄리티의 텍스쳐를 적용하고 조종석 시점의 HUD디자인이 변경되었습니다.

AI는 지극히 평이한 수준입니다. 하프라이프처럼 적이 잔머리 굴리면서 공격하는 느낌은 전혀 없고, 가끔 회피운동하면서 공격하는 그런 느낌이지요. 그렇다고 맨땅에 헤딩하는 그런 바보같은 공격을 하는 것도 아니에요. 가끔 불리하다싶으면 도망가는데 아주 기본적인 스크립트로 짜여져 있는 것 같습니다. 10명중 1명만 남았다 하면 100% 철수하지요. 하지만 윙맨이나 아군의 전투능력 역시 컴퓨터와 거의 동등한 느낌으로, 플레이어가 한참 헤메고 있는동안 AI플레이어들이 킬을 올리는 걸 구경할 수도 있습니다. 꽤 도움이 되는 존재들인데, 실제 미션 진행에 항상 있는 것이 아니라 좀 아쉬운 느낌이에요.

진행

게임은 아버지의 죽음과 은신처로 피신, 감옥에 투옥되는 0장(?), 그리고 탈옥 후 동맹에 가입하기 전까지의 1장, 동맹과 약탈자의 전쟁을 그린 2장, 그리고 Maas와의 결전과 외계인 트러블을 해결하는 3장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0장은 비중은 적지만 게임 전체 진행에 관한 전반적인 부분을 익히는 역할을 합니다. 1장은 좀도둑질이나 의뢰 등을 들어주는 미션들로 구성되어 있지요. 본격적인 전투는 2장과 3장에 걸쳐 이루어집니다. 0장과 1장은 전체 게임에 있어 비중이 큰 편은 아닙니다만, 게임의 진행 자체가 스피디하지 않은 관계로 처음 접하는 게이머가 지루해할 수 있는 이유를 제공합니다. 전투도 쉽지 않은데 진행도 더디거든요. 게다가 2장 중반 전까지 플레이어의 우주선은 맷집은 좋은데 느려터진 Tug에 머물러있지요. 게임을 통틀어 제공되는 우주선들도 5개로 제한됩니다. (게다가 이중 한대는 극초반 이후에는 몰수도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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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에서 제공하는 5개의 선체중 마지막으로 얻는 헤비 콜벳

0,1장과 3장은 완전한 직선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고 2장은 24개의 미션이 각 조건을 만족하면 산발적으로 나오게 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션의 진행은 거의 일직선 진행이지요. 브리핑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고, 미션에 관한 모든 내용은 이메일로 오게 됩니다. 이 이메일을 확인해야 그 안에 미션의 정확한 내용이 있지요. 어디로 가서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가지고 와서 뭐로 바꿔라 뭐를 제거해라...이런 식입니다. 하지만 게임 진행중에 미션 목표를 확인할 수 있기는 합니다. 미션에서는 꽤 돌발상황이 많이 일어나는 편인데 대부분의 상황은 대화를 통해 알려주지만 미션 목표 역시 수정되서 다시 나타나므로, 크게 무리는 없습니다. 가장 문제라면 아마도 영어울렁증이겠지요. ㅡ.ㅡ

이 게임은 엘리트의 방식을 선택적으로 취하고 있습니다. 거래와 무기 업그레이드가 그것인데, 사실 블랙 마켓만을 이용해서 물건을 거래합니다. 의뢰나 미션을 해결하고 돈을 받는 방식이 아닌, 해적질을 통한 물건의 획득과 그것을 통해 원하는 물건으로 교환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은 우주선 업그레이드를 위한 파츠에 한정되어 있지요. 딱히 이것을 돈으로 해결한다고 해도 달리 살 물건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해적질은 다른 화물선에게 경고발포, 혹은 파괴를 통해 화물을 포기하게 한 뒤 화물을 운반하는 것으로 가능합니다. 나중에는 약탈자에 공격받는 화물선을 구해준 뒤 보상으로 떼어주는 화물 한두개를 취하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해적질의 대안으로 여기기에는 너무 적은 양이지요. 새로운 우주선이나 몇몇 무기는 미션을 완수하게 되면 미션과 관련된 동맹이나 개인에게 제공받기도 합니다.

해적질을 통해 얻은 화물은 물물교환에 이용하거나 재생산을 통해 생산 포인트로 바꾸는 것이 가능합니다. 생산은 물물거래를 통하지 않고 직접 기지 내에서 필요한 장비를 제작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설계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미션을 진행하면서 얻을 수 있는 설계도는 많지 않지요. 고작해봤자 보조무기류나 탄약이 전부입니다.

각 행성이나 정거장의 이동은 기본적으로는 LDS라는 것을 이용해 이동합니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데 실세계로 치면 고속도로같은 것을 의미합니다. 또 각 포인트의 일정 반경 내에는 LDSi필드가 있어 여기서 바로 LDS로 돌입하지 못하고 약 반경 10Km 이상으로 벗어난 뒤에 LDS로 들어갈 수가 있지요. 비교적 가까운 거리는 LDS를 이용해 이동하고 먼 거리는 점프를 해야 합니다. 캡슐드라이브라고 하는데 라그랑쥬 포인트에서 다른 라그랑쥬 포인트로만 갈 수가 있습니다. 아주 먼 거리의 경우에는 라그랑쥬 포인트를 2~3개 거친 뒤 LDS를 통해 도착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복잡함은 사실성을 부여하는 데 있어서 높게 평가될 수도 있지만 미션 진행의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거치게 하기 때문에 후에는 상당히 귀찮게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곳의 웨이포인트가 제공되기도 합니다만, 몇몇 미션은 웨이포인트가 제공되지 않고 이메일을 통해 직접 미션의 장소와 내용을 파악해야해서 찾아가거나, 여러 곳을 수색할 수밖에 없도록 디자인되어있습니다. 문제는 행성계의 규모나 방문할 수 있는 장소의 양이 방대하기 때문에 이동에도 시간이 걸리고 찾기도 힘들지요. 웨이포인트를 저장하거나 장소를 검색할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기 때문에 게이머를 피곤하게 만드는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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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게 디자인된 성계 시스템

재미있는 점은 게임 내에 구현되어있는 세계에 대한 것입니다. 제한속도도 있고 제한속도를 어기게 되면 제지를 받습니다. 또한 민간 구역 안에서, 혹은 전투가 벌어지지 않는 곳에서 실수로라도 발포하게 되면 경고나 공격을 받습니다. 또 점프를 위해 라그랑쥬 포인트로 들어가야 할 경우 먼저 들어가는 함선들을 위해 줄서서 기다리는 모습도 볼 수 있지요. (제작진들이 줄서기가 취미라는 영국사람들 답습니다. -_-;;;)

제공되는 함선들이 적은 것과 달리,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류나 업그레이드 파트들은 다 써보기도 힘들 정도로 많습니다. 초반에 유용하게 쓰이는 에너지 무기인 PBC에서 시작해서 개틀링 캐논이나 수많은 미사일류, 반물질 병기까지 다양합니다. 원격조종이 가능한 미사일, 자동으로 공격하는 터렛이나 터렛 파이터, 상대방을 제어불능으로 만들기 위한 디스럽터 미사일, LDS로 도망갈 수 없게 하는 LDSi 미사일 등 개성있는 무기도 존재하지요. 초반 PBC만 가지고 1:1 도그파이팅을 이기기도 힘듭니다만, 후에 Patcom이나 Cruiser를 얻은 후에 PBC나 개틀링 캐논으로 도배할 경우 난이도가 급격하게 낮아지는 경향도 있습니다. 무기류에 한해 열의 영향을 나타내기도 합니다만, 멕워리어같이 열이 일정수위 위로 올라가면 시스템이 다운되거나 하는 묘사는 없습니다. 단지 아주 짧은 간격으로 시스템이 오프라인이 되지요. 조준은 기본적으로 자동 조준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무기가 업그레이드되면 전투가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만, 게이머의 성향을 고려해 자동 조준을 끌 수 있는 옵션이 존재하며, 보다 정밀한 조준을 위한 크로스헤어는 기본 Mod로 제공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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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사속도/파괴력이 강한 개틀링캐논

전투


스페이스심 장르의 게임들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전투겠지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뉴턴 역학에 충실한 게임 엔진 덕분에 실제 우주에서의 전투는 이런 느낌이 아닐가 할 정도의 느낌을 받음과 동시에, 여기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꽤 걸리는 편입니다. 조작에 익숙해지는 중후반즈음에는 난이도가 높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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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석 시점

진행 초기에 일어나는 산발적인 전투를 제외한다면, 2장 이후에 나오는 대규모 전투의 경우 큰 스케일을 자랑합니다. 대부분의 전투는 우주정거장 근처, 혹은 라그랑쥬 포인트의 출구에서 이루어지는데, 플레이어를 정신없게 만들만큼 전투선들의 움직임이 많고 탄약들이 빗발치지요. 하지만 대규모 전투라고는 하나 아무래도 게임의 스토리 자체가 국지전에 해당하는 만큼, 수많은 전투선들과 수십척의 함선들이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많아봤자 드레드노트 한대, 크루저 두대 정도가 함대의 최대규모이며 전투기 편대는 어림잡아 적,아군 합쳐 20~30대 사이에서 등장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사실 함선도 이 두 종류를 제외하고는 존재하지 않지요. 약간의 디자인이 변경된 모델이 있을 뿐이고... 게다가 등장하는 전투선들의 크기가 일반적으로 '전투선은 작다!'라는 것과 달리 상당히 크기 때문에 함선의 위용, 뭐 이런것들을 느끼기가 힘듭니다. (그래도 함선하고 붙어야 하는 미션에서 함선 개틀링포에 다구리당해보면 생각이 달라지기는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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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받고 있는 크루저

Mod

기본적으로 Mod를 제공합니다. 수많은 Mod들이 있는데 해적질한 물건을 좀 더 많이 담아갈 수 있도록 수송선을 변경해주거나, 다른 성계로의 이동을 쉽게 해주는 등의 Mod등이 존재합니다. 또한 게임 진행 자체를 아예 바꿔주는 모드들도 존재하지요. 다른건 몰라도 위 두 모드들은 게임 진행에 있어 거의 필수적입니다. Mod들은 간단하게 게임 내 옵션에서 on/off해줄 수 있지만 보다 자세한 옵션 변경은 ini파일을 직접 수정해야 합니다. 모드들은 여기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음악

괜찮은 그래픽과 더불어 음악도 꽤 수준급입니다. Christopher Mann이라는 작곡가가 음악을 담당했는데, 2001년 BAFTA 어워드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지요. 텅빈 우주에 있는 느낌이라던가 전투의 긴장감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게임을 설치하면 mp3 파일도 같이 제공되는 터라 간간히 듣고 있습니다. :)

하드웨어 관련

1편은 3dfx의 glide만 지원했던 것과는 달리 DirectX를 사용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XP에서도 무리없이 실행됩니다만, 하드웨어 특성을 좀 타는 편인 것 같아요. 2Ghz 싱글코어 펜티엄M과 인텔 내장 그래픽 칩셋을 사용하는 랩탑에서는 30프레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데, 2.4Ghz 듀얼코어와 ATI HD2600 XT를 사용한 데스크탑에서는 10프레임에서 20프레임을 왔다갔다합니다. 게다가 듀얼코어에서는 게임 속도가 두배로 빨라지는 문제가 있었지요. XP에서 98/ME 호환성 체크 후 실행하게 되면 빨라지는 문제는 사라집니다만, 해상도가 1280x1024로 제한됩니다. 그래서 중반까지는 데스크탑에서 플레이하다가 후에는 노트북으로 옮겼지요.

1편은 Glide만 지원하는 관계로 일반 컴퓨터에서 실행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XP 패치를 통해 거의 문제없이 플레이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인디펜던스 워 2 : 혼돈의 끝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 진흙속의 진주에 비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익숙해지기 힘든 게임 디자인, 비교적 평범한 스토리 라인과 진행에 있어 몇몇 단점이 존재기는 하지만, 훌륭한 게임 엔진과 진행, 묘사력을 갖춘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라이버티어같은 자유도나 프리스페이스 시리즈의 대규모 전투를 볼 수 없는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무래도 제일 아쉬운 부분은 속편과 이런 식의 물리 엔진을 제공하는 우주비행시뮬레이션 게임이 없다는 점이겠네요.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강추하는 작품입니다.


PS 뒷북도 제대로 된 뒷북에, 허접하기 이를데 없으면서 길기만 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쓰기전에 이렇게 길어질줄은 몰랐어요.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