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네이버 블로그에서 쓴 글을 가져옵니다. 제 1권과 달리 시간을 쫓게 써서 거기에 마음에 크게 걸립니다.

  이번에는 제 2권인 한 생존자의 이야기: 여기서부터 나의 고난은 시작됐다에 대한 감상문을 씁니다.
  간결하게 쓸 수 있기를 바라면서 아버지인 블라덱이 어떻게 지옥에서 살아남았는지 살펴봅니다. 배울 것은 다 배우고 타인에게 친절했다. 이를 몸에 배어있는 덕분이라고 판단합니다. 이 문단에는 배울 것은 다 배웠다는 점부터 적습니다. 함석 절단신발 수선을 익힌 덕분에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갔어도 곧바로 가스실로 가지 않았습니다. 숙련공이 아니었어도 솜씨가 좋아서 뜻하지 않는 행운이 오기도 했습니다. 한가지 사례를 들면, 나치 장교의 군화를 새것처럼 손질하니 그가 소세지를 준 일화를 여기에 언급합니다.

  타인에게 친절했다. 처세술이 뛰어났다. 바로 앞 문장이 더 정확하게 여깁니다. 그는 여러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 그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목숨을 건진게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앞 문단에서 얘기했던 배울 것은 다 배운 덕분이긴 하지만요. 아우슈비츠에서 미국으로 이민가기 위해 영어를 익혔더니 영어를 배우려던 폴란드인 카포에게 도움을 적지 않게 받았습니다. 수용소에서 탈주한 뒤에 다시 잡혀 포로 신세가 되었을 때도 그러해습니다. 포로 중에 프랑스인이 있었는데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해 친해졌으며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영어라는 점에 국한되어 쓴 것 같아서 찜찜한 기분이 듭니다. 영어만능주의를 부추질 것 같아서 입니다. - 저는 거기에 크게 반발합니다.

 다른 방향에도 간단히 언급합니다. 그는 만일을 위해 아꼈습니다. 그렇게 아낀 물품으로 어려운 이들을 도왔습니다. 만화를 자세히 보니 블라덱은 천성이 선량하지 않습니다. 살고 싶으면 친절한 게 좋단다. 본작에 나온 이 구절를 직접 언급하면서 본성이 아닌 이해타산으로 도왔다고 나타냅니다. 속마음이 어찌됬든 블라덱으로 도움을 받은 이들은 그가 곤경에 처했을 때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티푸스로 걸려 상당히 쇠약해졌는데 그로부터 도움을 받은 두 사람 덕분에 간신히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도와주지 않았더면 블라덱은 어떠했는지. 적어도 이 명작이 나오지 않았다고 확신합니다.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충분히 한 것 같아 이야기의 반향을 아들로 옮깁니다. 2부1부처럼 솔직담백하게 그려냈다. 이러해서 기쁜 마음으로 보았습니다. 시작부터 아내인 프랑소와즈를 어떻게 그려내는가 심각하게 고민한 장면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음으로는 둘. 아우슈비츠(시간이 흐른다)에서 본편 시작부터가 성공했기에 오는 고달픔을 아주 잘 나타냈다고 봅니다. 여기저기에서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시달린 나머지 어른에서 어린이로 줄어드는 표현이 기발했습니다. 어린이가 된 아티를 보자 떠나간 이들을 보니 뭔가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티가 정신과 의사인 파벨과 - 그도 블라덱처럼 아우슈비츠 생존자입니다. - 상담하는 일화를 만화로 나타낸 점에서 대가라는 찬사를 절로 해봅니다. 그와 얘기를 하면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만화로 옮긴 장면이 백미라고 봅니다. 여기에서 알리면 스포일러로 걱정되어 집적 보시면 낫다고 얾무립니다. 한편, 아버지의 결점도 제대로 나타낸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1부에서 아버지가 흑인을 차별하는 인종주의자로 언급하는데 2부에는 이러한 점과 원인을 잘 나타냈습니다. 차에 흑인이 타자 블라덱은 폴란드어로 말하며 불쾌감을 드러내며, 아들이 왜 이러시냐고 묻자 흑인을 처음 만났을 때 그자에게 짐을 뺐겼다고 털어놓습니다. 이런 경험담이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메울 수 없을 간극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고 봅니다.


  글을 살펴보니 더 이상 쓰면 군더더기가 될 것 같아 매듭을 여기에서 지어야 겠습니다. 1부에 대한 감상문에서 언급했지만 이 만화를 보면서 남의 일이 아니다라는 감정이 각인되다시피 왔습니다. 아티를 저로 블라덱을 아버지로. 이렇게 동일화를 하며 보니까 이 만화를 계속 찾고 결국에는 사는 일로 이어졌습니다. 저자가 로 자신의 경험을 놀라울 정도로 잘 나타냈듯이 저도 제가 겪어온 일로 어떤 이야기를 쓰면 좋을까. 이렇게 고민하면서 에 대한 감상문을 매듭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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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우리가 여기서 어떠한 고통을 겪고 있는지 아는 그대여, 그대의 기도 속에서 우리를 잊지 마오.>

  - 출처 : 듄 우리말 번역본(출판사 : 황금가지) 제 1권 17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