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치구이 공작소(ROOKI1의 WORKSHOP) - 작가 : rooki1
[청소부에게 파트너는 단순한 동료가 아닙니다. 저는 다시는 파트너를 적의 위협에 미끼로 내보내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청소부는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존재로서 자신의 본분을 잊으면 안 됩니다. 과도한 화력을 남용하여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만큼은 청소부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해야……]
저는 글을 쓰다가 한숨을 내쉬며 뒤를 돌아봅니다. 비즈가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서 케이블 TV를 보고 있습니다. 역시나 비즈가 좋아하는 총격전 물입니다. 옆에는 피자와 콜라까지 낀 비즈의 모습은 정말 지독하게 편해 보입니다. 늘 이런 식이죠. 비즈가 일을 끝내면(저지르면) 제가 뒷일을 맡아야 한다 일까요. 가령 이렇게 비즈 몫의 경위서라던가, 밥이라던가, 설거지라던가, 기타 등등이라던가. 비즈는 청소부 일에서는 정말(과도하게) 뛰어나지만 나머지 일에는 젬병이어서요. 정보수집 같이 민감한 일에 나서면 어째서인지 반드시 총격전이 일어난답니다.
어떤 면에서는 전투기와 공군 기지의 관계 같은 거에요. 제가 활주로를 정비하고 기름칠을 하고 레이더로 위치를 잡아주면 비즈가 날아가서 다 때려 부수는 겁니다. 사실 사무실 인테리어도 전투기 기지 비슷하다고요. 온통 비즈가 사둔 총과 탄약으로 가득하고 제 공간은 사무실 한 귀퉁이로 밀려났거든요. 후아. TV에서는 형사가 강도를 총으로 쏴 죽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도대체 뭐랄까, 왜 간단히 끝낼 수 있는 일도 이렇게 폭력으로 해결해야 하는 건지. 저는 고개를 저으며 비즈를 바라보았지만 비즈 자신은 전혀 TV의 형사가 이상해 보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무기를 합법적으로 쏴 갈 길 수 있는 직업이 있어서 다행스럽습니다. 안 그랬다면 이 인간은 분명히 무슨 끔찍한 짓을 해버렸을 겁니다. 그 난사광에게서 신경 끄고 다시 경위서로 집중하려는 순간 사무실의 전화벨이 울립니다. 그러자 소파에서 총알처럼 비즈가 날아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일을 맡는 것과 끝내는 것만큼은 자기가 맡겠다고 하더군요.
“안녕하세요. 사설 중범죄 대처기업 블라스트 왈츠입니다. 불법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재 수단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나 최고의 도움을 약속드립니… 네? 대사건? 정말입니까?”
무슨 일일까요? 저는 다시 경위서에서 고개를 돌려 비즈를 바라보았습니다. 솔직히 저도 경위서보다야 현장이 몇 배는 낫습니다만, 그 현장이 형장(刑場)이 되지 않기만을 빌 뿐입니다.
“물론입니다. 그런 사건이야말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입니다. 얼마든지 가지요. 특별히 필요한 화기가 있습니까? 네? 아하, ‘프라가 나하’ 말이군요. 물론 언제든지 기동 가능합니다. 그런 것까지 사용해야 한다면 정말 멋진 일이로군요. 네, 당연히 맡겠습니다. 현장에는 가능하면 아무도 들이지 말했으면 합니다. 네, 안녕히.”
비즈의 얼굴이 환합니다. 일반적으로 비즈의 얼굴이 환할수록 제 인생에는 도움이 안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세상에도 즐겁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저번에 배에다 폭탄을 두른 아나시스교 광신도들이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의 이교도를 쳐부숴 버리겠다며 우리 둘이 점심을 먹는 파스타 집으로 쳐들어왔던 그날 이후로 저렇게 환한 미소는 본 적이 없습니다. 그때 죽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저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이 다시는 씻을 수 없을 마음의 상처(그중에서 일부는 물리적인 상해)를 입었지요.
“비즈, 무슨 일이야?”
제 물음에 비즈는 차분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합니다. 불안합니다. 매우 불안합니다.
“기뻐해도 좋아요. 릴의 ‘프라가 나하’가 필요할 것 같거든요.”
아, 이런. 저는 무언가 쇳덩어리 같은 감촉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것을 느끼며 사무실 창문 아래의 풍경을 내려다보았습니다. 프라가 나하가 움직여야 할 일치고 상식적인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좋은 일이에요 파트너. 청소부 기지가 전투 인공수에게 포위당했다더군요. 마침 다른 청소부들은 무기를 점검하느라 안에 총 한 자루 없데요. 결국, 싸울 수 있는 건 우리뿐이라는 이야기지요. 즉, 이번에는 방해자가 하나도 없는 우리 둘만의 파티라는 뜻이에요. 즐겁지 않나요?”
퍽이나.
때는 비즈의 사무실에 전화가 울린 지 정확히 24시간 전, 장소는 쓰잘데기 없이 넓기만 한 방. 누가 심사위원이든 간에 그 방은 악취미적인 인테리어 시상식에서 금상 이상은 충분히 받을 수 있다. 뭐랄까, 졸부 근성이란 것이 어떤 종류일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 충분히 유용할 정도로 역겹게 사치스럽다고 해야 할까나. 가령 ‘진짜’ 수정으로 된 주제에 디자인은 한없이 싸구려스러운 샹들리에 라던지, 벽지에 더덕더덕 무늬 대신 입힌 금박이라던가, 장식장에 놓인 일관성 없고 센스 없는 값비싼 도자기와 포도주병, 동물 박제 같은 것.
아쉽게도 방 한가운데에 ‘나는 졸부랍니다.’라는 스티커가 없어서 화룡점정을 못했지만, 바로 그 스티커가 놓일 자리에 대신 떡 하니 그 역겨운 위용을 뿜는 거대한 옥좌(당연히 금도금을 한 값 비싼 목재로 만들어졌다.) 비슷한 것과 그 위에 앉은 굉장히 거만해 보이는 꼬맹이가 스티커를 대신해 주고 있었다. 아 기분 더럽네. 그다지 묘사하고 싶지는 않지만 방은 더럽게 번쩍 번쩍거렸고, 이 방을 이룬 재료들로 훨씬 더 가치 있는 것을 만들 수 있는 게 분명했다. 이 방의 사치스러운 분위기에 유일하게 벗어나는 게 있다면 그 옥좌와 흡사해 보이는 물체 아래에 꿇어 앉은 불쌍한 쫄쫄이 사내들이었다.
“흐음, 어제 보낸 두 명이 청소부 때문에 실패했다고 하더라. 님들 제정신임?”
“헐, 님아 자비점ㅠㅠ”
자신을 옥좌라고 주장하긴 했지만 어쨌든 단순히 커다란 의자에 불과한 것 위에 앉아있는 꼬맹이의 모습은 이마 위에 ‘난 유아기 때 적절한 예절교육을 받지 못한 것 같아요.’라고 매직으로 써 갈기는 것보다 더 효과만점으로 버릇없어 보인다. 한쪽에 브리지를 넣은 전형적인 초등학생형 머리 스타일부터 시작하자. 꼬마가 입은 상아색 턱시도는 굉장히 뛰어나다고 알려졌지만 일반적인 관점하고는 거리가 있는 센스를 가진 디자이너가 재단했다. 괴~앵장히 거만한 자세로 손에 들린 크리스탈 글라스를 들어 포도주를(실은 포도 주스) 한 모금 목으로 넘기는 포즈도 짜증이 무럭무럭 난다. 붉은 비단 나비 넥타이를 고쳐 매면서 발을 한번 까닥인다. 물론 다리는 꼬고 앉아 있다.
“가벼운 실패 따위야 그렇다고 쳐도 내 ‘검은 코뿔소’는 어떻게 할거셈? 그거 졸라 비쌈. 니들 다 팔아 치워도 그거 값 하나 못 때움. 뒤질? 그건 검은 기술로 만든 비싼 거임. 뭐, 내가 마시는 이 와인 한 모금 값도 안 되지만. ㅋㅋ”
‘검은 기술’은 이 세상 모두가 아는 말이지만, 모두가 그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는 모른다. 괴상하지 않은가? 그 자체로 모순되는 말이라니. 일단 간단하게나마 설명하자면 검은 기술이란 과거에 쓰였던 강력한 무기를 지칭하는 말이다. 꽤 오래전에 세계를 하나로 통일한 마지막 전쟁이 끝나자, 통합세계정부는 다시는 이런 끔찍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수많은 무기를 세상에서 ‘지워’ 버렸다. 말 그대로 지워버린 일이었다. 설계도나 무기 자체뿐만 아니라 그런 무기가 있었다는 기록마저도 지워버렸으니까. 과거의 사람들은 무기 기술자들의 기억을 차례차례 지워버리고 마지막에는 기억을 지우는 기계 자체까지 지워버렸다.
즉, 어쩌다가 땅에서 불발탄을 캐내도 이게 그냥 무기인지 검은 무기인지 알 수가 없다는 이야기다. 결국, 이 현대의 사람들은 새로운 무기를 발견할 때마다 이것이 과연 그 ‘검은 기술’이 아닐까 두려워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검은 기술들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검은 기술로 만들어진 무기는 매우 강력하고 끔찍하다는 사실뿐이다. 마치 전설 속의 검은 용이랄까. 가끔 ‘검은 기술’로 추정되는 괴악한 것들이 화산 속에 숨겨진 비밀군사벙커나 동네의 조그만 스파게티 전문점 같은 부적절한 곳에서 발견되고는 했고, 이것들을 거둬가거나,문제가 발생하면 아예 박살 내는 것이 청소부들의 또 다른 일이다. 그 지독한 청소부들을 피해서 검은 기술로 만든 자동차를 박살 냈다? 꽤나 아까운 짓이지?
“이번 일을 책임질 준비는 되었겠삼?”
아래에서 타이즈인지 아니면 그냥 고무 타이어를 녹여 만든 옷인지 구분이 안 되는 걸 두른 사내들은 소년의 눈썹 위에 주름 한 줄이 생기자 공포에 떨며 눈을 바닥에 처박았다. 한동안 꽤 비참한 자세로 소년의 반응만 기다리던 사내들 중 용감한 축 하나가 고개를 들었다.
“도련님아, 사, 살려주셈! 우리 최선을 다했음ㅠ_ㅠ 목숨만 살려주시면 감사연! 다 어제 잡혀간 놈들이 병맛인 것임! 우왕ㅠ굳ㅠ”
도련님이라고 불린 꼬맹이가 관대하게 보이려고 하지만 전혀 효과가 없이 한데 후려치고 싶은 욕망만 증폭시키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내가 너네 용서하라는 거임? 그럼 착해 보일 듯?”
사내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어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이쪽은 비굴함만 증폭시키는 데 유용한 미소다.
“미안해 졸개. 난 싫엉.”
도련님의 손가락이 큰 의자에 달린 빨간 단추 하나를 눌렀다. 그러자 순식간에 바닥에 구멍이 열리며 지금 말한 멍청이를 집어삼켰다. 당연히 나머지들은 찍 얼어서 고개 하나 들지 못했다.
“지금부터 30초 내로 이번 실패를 만회할 방법을 생각해주셈? 안 그러면 난 또 ‘미안’하게 될지도 모르겠삼.”
졸개들의 머릿속에 좋지 않은 생각들이 스친다. 아무래도 지금까지의 도련님의 행동을 분석해보면 저 아래에 가까이 해봐야 좋을 게 없는 것들이 잔뜨으윽 있을 게 뻔하겠지? 예를 들어볼까? 수직으로 꽂힌 죽창이나 그에 상응하는 뾰족한 것들, 혹은 굉장히 육식성일 도련님의 애완동물이나 방사능 폐기시설 같은 것들이 있겠지? 대답을 못 할 때 찾아올 만한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먼 옛날 옛적의 16비트 게임기 수준의 졸개들 사고 속도를 일시적으로 양자컴퓨터 급으로 끌어올리는 바람직한 결과를 이륙했다.
“도련님, 알겠다능! 항가항가, 이렇게 매일 청소부에게 잡히는 것보다 더 훌륭한 생각이 있다능! 이렇게 당할 바에야 차라리 원인을 제거하면 되지 않겠냐능?”
기름기가 좔좔 흘러 굉장히 육식인 동물들이 저녁에 초대(물론 손님이 아니라 식사 메뉴로)하고 싶게 생긴 부하가 정확히 28.35 초 만에 대답했다. ‘좋아, 저번보다 기록이 단축됐군.’이라고 생각하며 도련님은 조그만 몸을 살짝 앞으로 내밀어 관심을 표했다.
“그렇다면, 아예 청소부들을 박살 내면 되지 않겠냐능! 아예 검은 기술을 총동원해서 놈들을 박살 내는 거라능! 하악, 나의 완소하고 카와이한 메카닉짱들을 데리고 가고 싶다능!”
“좆병시니.”
도련님은 가차없이 단추를 눌러 재꼈다. 토실토실한 부하가 비명과 함께 저 아래로 사라져 가는 모습을 느긋이 바라본 도련님은 포도주 잔을 내려놓고 시가(초콜릿)를 꺼냈다.
“흠, 마침 좋은 생각이 났삼.”
두 번째 동료의 파멸을 지켜본 부하들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마침 내게 좋은 아이디어 하나가 생겼음.”
도련님이 버릇없고 성질 더러운 못 배운 꼬맹이 티를 내며 글라스를 바닥으로 집어던졌다. 크리스탈 파편의 부하들의 얼굴에 튀겨 생채기를 냈지만 아무도 까딱하지 못하고 있었다.
“청소부들의 기지로 직접 쳐들어간다. 정말 멋진 아이디어지? 게다가 청소부 기지에는 ‘그런 거’도 있을 테니 뺏어오면 됨.”
부하들은 인간세상의 부조리함을 느끼면서도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미안하다 친구여.
“하악, 도련님아 짱이셈 ^^b”
“킹왕짱! 오오 도련님아 오오”
“우왕ㅋ굳ㅋ”
“님 좀 짱인듯ㅋㅋㅋ”
도련님은 보이즈의 아첨을 들으며 자신의 멋진 계획에 자신도 감탄했다. 약 27초 전 같은 이야기를 한 부하는 이미 그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삼치구이
악당두목이 초딩입니까? -_-;;;;
여하튼 다음편에서는 신나게 한바탕하겠군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P.S: 2편을 보고나서 보니 3편이 있었군요. -_-;;; 그것도 모르고 2편에다가 다음편 올려달라는 덧글을 달다니.. -ㅁ-;;;
P.S2: 그런대 왜 3편에는 Main Piece붙어있지 않는 것인지.. 이것 때문에 트리거 해피 3편이 안나온지 알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