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인한 목표물은 어떻게 되었나?”

“제루님 관령님의 전담반이 출동해서 처리했다고 합니다.”

“궤도기지 파편들의 상황은?”

“완전 처리되었습니다. 담프사의 피해는 전혀 없습니다.”

이번 작전의 목적은 담프사로 낙하하는 메디우급 폭탄의 회수와 궤도기지의 완전 파괴였다. 즉 지금은 원래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모우는 작전종료란 말을 하지 않았다.

“치두남의 소식은 있는가?”

“아직 없습니다.”

“추락예상 지점의 상황을 보고하라.”

“현재 예상지점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걸오의 행방을 알 수가 없었다. 치두남이 안단티켈 보강부를 모두 끊고 궤도기지에서 탈출할 때 파편과 충돌하는 것 까지는 보았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연락이 두절된 것이다.
비행능력을 상실한 채 그 고도에서 추락한다면 제아무리 치두남이라도 산산조각이 난다. 아니 그전에 낙하하는 파편을 제거하기 위한 담프사와 아이사타호의 공격에 파괴되었을지도 모른다.

"엇?"

불안한 침묵이 계속되는 와중에 한 관제요원이 예의 신호를 다시 잡아냈다. 잠시나마 연결되었다가 끊겼던 치두남의 기체상태 보고다. 이번에는 자세한 위치정보까지 나오고 있었다.

"치, 치두남 발견! 치두남을 발견했습니다!"

“어서 자세히 보고하라.”

모우의 명령이 떨어지자 관제실의 대형화면에 예상위치에서 100 아스로아는 더 떨어진 해안가에 표류하고 잇는 치두남이 잡혔다. 이어서 기체 상태와 각종 센서에 잡힌 치두남의 정보가 속속 올라왔다.

“기체로부터의 스타파이터 생명반응은 없습니다만 치두남의 위치에서
지구인으로 추정되는 생명체를 발견했습니다.”

-놀랍고 기뻐서 내그럴줄알았다니까! 으억!

“꺄호! 그쵸그쵸? 으꺄!”

제루님과 미카는 기뻐 날뛰며 온갖 호들갑을 떨다가 앞으로 튀어나온 모우의 어항에 부딪혀 나동그라졌다. 제작자의 말에 의하면 어지간한 전차쯤은 밟아버린다는 모우의 특제 어항은 그 제작자 본인과 설계 고문을 동시에 날려버리는 쾌거를 달성하며 통제실의 분위기를 장악했다. 피해자들의 비명과 욕설이 뒤따랐지만 모우는 그런 것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다음 명령을 내렸다.

“닥탄 스제거 게 있느냐!”

모우의 호출에 아이사타호 소속 해병대들의 대기실이 연결되었고 곧 그 책임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예이! 스제거 여기 대령했나이다."

험악하나 상관의 명령에는 절대적인 충성을 맹세하는 스퀵테르인이 우렁찬 목소리로 복창하며 모습을 드러내자 모우는 명령을 내렸다.

"중령, 내 그대에게 막중한 임무를 내리겠노라!"

“부디 하명하사이다.”

모우가 간단한 조작을 하자 3차원 입체 영상기에 걸오와 치두남이 위치한 좌표와 지형정보가 자세하게 나타났다.

"이곳에 이런 스타파이터가 있으며!"

영상기엔 치두남의 모습, 그리고 현재 파괴된 치두남의 모습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이런 배은망덕한 놈이 있노라."

이번엔 걸오의 신상 정보가 아주 자세히 나열되었다.

“이 발칙한 놈을 잡아다 당장 짐의 앞에 대령하렷다!
  혹 저항한다면 참살하여도 무방하도다!”

“명, 삼가 받들겠나이다.”

그리고 꺼지는 화면. 이어서 해병대 전원이 제 1종 전투명령을 받고 담프사로 강하한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꺅! 잠깐만요! 함장님!"

근래에 드물게 뚜껑이 열려버린 모우가 꽤 과감한 명령을 내리자 미카가 기겁을 하고 제지했다.

"뭐가 잠깐이란 게냐! 오미크론!"

다급해서 파닥이던 미카는 급기야 모우의 어항 앞에 탁 달라붙어 열변을 토했다.

“해병대들은 왜 끌어들이세욧! 이건 엄연히 우리 비행전대 관할이라구요!
  그러니 당연히 우리 스타파이터들이 구해야죠!”

“무어라?”

다시 긴장의 순간. 잠시나마 상대가 라출노그인이며 그 중에서도 '모우'라는 것을 망각했던 미카는 자신의 객기를 후회하며 벌벌 떨고 있었다.

“좋도록 하라.”

“예?”

의외로 순순히 포기하는 모우였다. 의외의 사태에 눈을 깜빡이던 미카는 사태가 급변하기 전에 재빨리 몸을 돌려 전투통제실 밖으로 날아갔다.

“중령님!”

막 관제실 바깥으로 달려나가는 미카를 불러 세우는 소리가 있었다. 아까 격납고에서 난동을 부리다가 잡혀간 도리볼과 레헤미, 테테루의 세 명이었다.

"나 바빠. 지금 걸오를 구출하러 가야 되거든. 나중에 말해줄게."

가볍게 무시하며 지나치려는 미카를 세 사람이 동시에 잡아 말렸다.

“무슨 일인지는 말씀하실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걸오를 구하러 간다면 저도 갑니다.”

"저...저도 가게 해주십시오! 저의 대장입니다."

“레헤미, 그 말은 틀렸다. ‘우리’ 소령님이시다.”

무어인 여성에게 이렇게 엉켜 붙는 건 어지간한 각오로는 안 된다. 미카는 싱긋 웃으며 그들을 이끌고 격납고로 달렸다.



“착수 완료했습니다.”

셔틀이 담프사에 착수하자마자 성급한 일행들은 즉시 출입구로 달려가 어서 문이 열리길 기다리며 발을 굴렀다.

“문이 좀 늦게 열리지? 니네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응, 알았어.”

누구한테 뭐라고 물었는지 채 대답도 나오기도 전에 내지른 미카의 일격에 셔틀의 문은 폭발하듯 날아갔다. 어찌어찌 문이 열리자 치두남이 갈갈이 찢겨져 바다 위에 떠있는 모습이 미카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구조대가 보트를 꺼내기도 전에 미카는 바다로 뛰어들었다.

"성질도 급하시긴. 새대가리, 장발, 우리도 질 수 없잖아? 가자!"

도리볼이 기세 당당하게 외쳤지만 일명 새대가리 테테루와 장발 레헤미는 고개만 흔들 따름이었다.

"아. 저는 맹금류에 속하기 때문에 발에 물갈퀴가 없고
깃털에 유지분비선도 없는지라 물에 빠지면 바로 가라앉습니다.”

"저도 수영 못하는 데요."

“…업혀.”

뒤에서 무슨 소란이 일던 미카는 벌써 치두남에 도착해 기체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걸오야!"

박살 난 캐노피를 부여잡은 미카는 순간 어리둥절했다. 조종석에 아무도 없었다. 분명 이 위치에서 지구인으로 추정되는 생명체 반응을 포착했다고 한다. 담프사에 지구인이라면 걸오밖에 더 있겠는가. 하지만 지금 걸오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때 헤엄쳐오는 도리볼과 그의 허리에 타고 있는 레헤미, 테테루 그리고 보트를 탄 구조대가 도착했다.

"중령님! 소대장님은 어떻습니까?"

레헤미가 물었지만 지금 미카는 대답할 수 없었다. 다시 한번 살펴 본 조종석 내부는 이곳이 방금 전만 해도 지옥이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얼마나 큰 충격이 가해졌는지 캐노피는 물론이고 조종석 프레임마저 찌그러져 있었고 새카맣게 그을려 파편에 난자된 조종석은 곳곳이 붉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걸오야아!"

미카가 아직도 후끈거리는 캐노피를 억지로 열고 조종석 안으로 들어갔지만 그 좁은 공간에는 더 이상 찾을 곳이 없었다. 뒤따라 올라온 구조대원과 레헤미 일행들도 대강 사태파악이 되었는지 아무 말도 못한 채 묵묵히 그냥 서있을 따름이었다.

-퐁당퐁당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일행의 청각을 자극했다. 어떤 물체가 수면에 충돌하였다가 다시 올라오는 소리. 마치 물장구를 치는 듯한 소리다. 아니 물장구 소리다.
이 소리를 따라 시선을 옮기자 바다 저쪽에서 걸오가 배영을 하며, 해달처럼 배 위에 올려놓은 비상식량을 뜯어먹으며, 일행을 희한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어, 왔냐?"

이쪽으로 느긋하게 헤엄쳐 오는 걸오는 구조대의 타는 듯한 속마음 따위는 전혀 모르는 듯 태연했다.

“…”

일행은 응당 기뻐해야 했으나 왠지 환호성이 나오지 않았다. 영문 모르는 레헤미가 기뻐서 소리를 지르려다가 이름 모를 한기에 소스라치게 놀라 찌그러진 것도 바로 그때였다.

“어떻게 된 거야?”

“어? 뭐가?”

낌새가 수상한 것을 눈치챈 걸오가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미카에게 발목을 잡혀 거꾸로 대롱대롱 매달리게 되었다.

“치두남, 안 나는데, 어떻게 착륙한 거야?”

“…날았는데?”

어줍잖은 대답은 용서치 않겠다는 세 줄기 안광이 번뜩이며 걸오를 내려봤다. 뭔가 잘못된 것을 느낀 걸오가 황급히 권총을 꺼내려고 했지만 이미 낚아챈 미카의 손에서 우그러지고 있었다.

“아니, 그게, 행성 자기권 영역내잖아. 그러면 이 정도는 날수 있거-.”

걸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어디선가 빠각, 우득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의 근원지는 오미크론 크루갈레시난. 그러나 이를 악물거나 갈아댄 게 아니었다. 이미 미카의 전신에선 생체갑주가 형성되어 여기저기 튀어나왔고 주변사람들이 뭐라고 말리기도 전에 걸오를 잡은 채 힘껏 도리깨질을 했다.

“야야야! 또 패대기치냐!”

다음 둘은 뒤엉켜 치두남 저쪽으로 넘어갔고 곧이어 비명과 소음, 선혈이 솟구쳐 올랐다.

“소, 소령님! 저러다가 소대장님 죽겠습니다!”

“아차!”

레헤미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도리볼이 어떻게든 뭔가 해보려고 한발 내딛는 순간 테테루가 만류했다.

“안됩니다. 전투체제로 전환한 무어인 전사와 교전은 피해야 합니다.
어서 지원을 요청하죠.”

“그건 그렇겠지?”

담프사인이 무어인과 맞먹는 전사종족이라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변신전의 얘기고, 무어인이 작정하고 전투형태로 변이하면 스퀵테르인하고도 맞먹는다. 잠자코 상황이 정리되길 기다리는 구조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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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고치면서 손댄 부분이 많은데…
이거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그러면서 1장 1회부터 다시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