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년 06월 29일. 22시 00분. 미국 워싱턴 D.C

"각하, 드디어 성공했습니다!"
"이제 승리는 우리의 것입니다."

각료들이 모두 기뻐하는 가운데 스트로 대통령은 무거운 어조로 말
하기 시작했다.

"기뻐하기엔 이릅니다. 우리는 지구와 월면 일대만을 탈환했을 뿐
그 다음 행성엔 진격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러시아가 제안한 그 작전을..."
"바그라찌온 말이요?"
"안 됩니다.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자 바그라찌온을 맨 처음 언급한 국방 장관이
주위를 둘러보고는 이내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합참 의장, 대체 무슨 소리요? 작전을 결행해선 안 된다니?"
"뻔하지 않습니까? 지구권 일대의 탈환을 위해 허비한 전력을 보충
하기 위해선 최소 1개월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만에 하나 바그라찌
온을 지금 실행한다면 지상군 전력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우리
합중국의 러시아에 대한 발언권이 크게 약화될 겁니다."

합참 의장인 육군의 '존 코델' 대장이 바그라찌온 결행과 관련해 반
대 사유를 밝히자 국무 장관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바그라찌온... 2차 대전의 치열한 격전장이었던 동부전선에서의 전쟁
에 종결을 고하게 만든 구 소련의 작전명이었다. 전력의 태반을 상
실한 목성 연합군을 동부전선의 독일군처럼 만들어 주자는 러시아
의 강한 의지가 담겼음을 누구든지 눈치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좋겠소?"
"현재 통합에 속해 있는 국가들을 빨리 UN 회원국으로 받아줘야
합니다. 그리고 통합군 잔여 전력을 신속하게 UN 상비군에 흡수시
키는 것도 잊어선 안 됩니다. 절대로 우물쭈물해선 안 됩니다."

코델 대장의 간단 명쾌한 제안에 스트로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나는 귀하의 의견이 합당하다고 생각하오. 다른 사람들은?"

2202년 07월 01일. 09시 00분. 일본 요코스카

요코스카에 입항한 이후 나데시코는 특별한 일 없이 대기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루리가 떠난 이후 그 빈 자리를 메꾸고 있는 리리
스는 오모이카네와 체스를 두고 있었고, 다케다(임대형) 대령은 하
리에게 해전 시뮬레이션의 정수인 '스페이스 하푼'으로 기초적인 전
술을 가르쳐 주는 데에 시간을 투자했다.

"하리, 여기 적의 전함이 있어. 너의 것과는 약 200Km 떨어져 있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지?"
"그라비티 블래스트로 선제 공격입니다."
"틀렸어. 자 봐."

대령은 곧 시간 가속기를 돌렸고, 얼마 후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나데시코C의 참패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적 함의 종류를 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
"이건..."

하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한 숨을 쉬었다. 상대는 바로 러시
아 해군의 신예함 '아무르'급 우주 순양전함이었다. 나데시코의 입장
에선 1 : 1 승부로 당해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하리, 이렇게 해야 옳아. 먼저 탑재한 정찰기로 전자 정보를 수집
해서 함정의 정체를 알아내야 했어. 그 다음에 공격이냐 퇴각이냐를
결정해야지."
"이런 식의 싸움은 생각해 본 적도 없어요..."
"너무 절망하지마. 지금 당장은 어려워 보여도 금방 이해할 수가 있
어. 진정한 함대 결전에서 나데시코를 지키려면 함장을 보좌해야 하
는 네가 제 실력을 발휘해야만 해."
"..."

대령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하리의 표정을 늘 어둡기만 했다.

'루리 함장의 빈 자리가 아직도 메꾸어지지 않은 모양이군...'

얼마 후 대령이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순간 함교 한 가운데에 화상
통신 윈도우가 떴고, 모두들 대기 중이었던 관계로 바짝 긴장한 표
정과 함께 부동 자세로 서서 윈도우 안의 사람에게 경례했다.
바로 '미스마르 고우이치로' 제독이었다.

"제독님, 무슨 일이십니까?"
-유리카, 경어를 쓸 필요는 없다. 예전처럼 서로를 대하자꾸나.
"네..."

대부분의 크루들이 갑작스런 제독의 등장에 의아해하는 가운데 두
부녀는 얘기를 나누었다.

"아버지, 왜 직접 통화를 하신 거예요?"
-다름이 아니라...

잠시 헛기침을 한 제독은 마저 말하기 시작했다.

-상황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머지 않아 통합군이 UN 상비군에 흡
수될 거라고 한다. 우리도 예외가 될 순 없지...
"..."

제독의 얘길 듣고 유리카를 비롯해 모든 이들이 어두운 표정을 지
었다. 이제 그들이 몸 담았던 통합군이 사라진다는 소문이 기정사실
화 된 것이다.
SF를 좋아하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이 곳에서 활동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