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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데시코 외전 : 호넷 - 작가 : Frank
글 수 87
2202년 06월 26일. 17시 15분. 미국 워싱턴 D.C
푸른 잔디밭 위에 놓인 수많은 하얀 비석들이 놓여 있는 이곳에 들
어온 루리와 에이미 두 사람은 성조기가 덮인 관을 실은 마차와 같
이 길을 따라 걷는 의장병들을 볼 수 있었다.
루리가 지금 까지 대면했던 미군 사병과 사관들은 알링턴 국립 묘
지를 가리켜 '천국'이라고 부르곤 했었다. 죽은 다음에야 나름 대로
격식을 갖춘 절차를 거쳐 땅에 묻히는 것을 자조한 것 같았다.
전사자를 묻을 장소에 이르자 곧 의장대의 행진은 멈추었고, 의장병
한 명이 관에 덮여 있는 성조기를 걷기 시작하자 나팔 소리가 울렸
다. 곧 군목이 전사한 자의 명복을 빌었고, 의장병은 걷어내어 잘
정리한 성조기와 전사하거나 부상당했을 때 수여 받는 훈장인 전상
장을 들고 전사자의 미망인 혹은 부모 앞으로 가 "미합중국 대통령
을 대신하여 이 국기와 훈장을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그 뒤엔 어김없이 전사자 가족들의 눈물과 통곡이 따라다녔다.
'내가 겪어온 전쟁은 과연 뭐지? 난 저들의 슬픔을 과연 이해한다고
할 수 있을까?'
루리는 서글퍼지는 자신의 모습을 감추려고 억지로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으며 자신의 손을 잡고 걷고 있는 에이미에게 말했다.
"늦기 전에 어서 서두르자. 한 시간 후면 문을 닫는다고 하니까..."
에이미는 루리를 올려다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소녀는 한참
돌아 다닌 끝에 케빈의 묘비를 발견하자 그 앞으로 갔다.
-미합중국 해병대 소위 케빈 글렌. AD2179-2202-
묘비에 씌여진 글귀는 매우 간소하기 그지 없었다. 에이미는 들고
있던 꽃 다발을 묘비 앞에 놓은 후 다시 일어섰다.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궁금해진 루리가 직접 말
을 걸었다.
"에이미,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거야?
"아니요. 슬퍼요. 하지만, 그걸 받아들이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은 거
예요. 오빠는 자기가 죽어도 크게 놀라거나 슬퍼하지 말라고 했어
요."
그 말을 듣고 루리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그 때 어디선가
고함 소리가 들렸다.
"저ㄱ다! 저년이 호시노 루리다!"
"망할 년 같으니... 우릴 놀리는 거야 뭐야?!"
검은 정장을 입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투입된 전사한 미군 병사들
의 유족이 분노서린 표정을 지으며 그녀가 있는 곳으로 몰려오자
에이미는 기겁을 하며 루리의 옷소매를 당기며 말했다.
"루리씨, 빨리 도망가요."
"에이미, 나 도망가고 싶지 않아요. 여기서 험한 꼴을 당한다 해도
달게 받겠어요."
"!"
담담하게 대답하는 루리에게 에이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러던 중 다른 곳에서 참배를 끝내고 돌아오던 일단의 베레모를 쓴
미 육군 101공수사단 소속 장교와 사병들이 유족들의 앞을 가로막
았다.
"여러분 이게 대체 무슨 짓들입니까?"
"자네들도 그 작전에 투입되지 않았나? 왜 저 망할 년을 감싸고 도
는 건가?"
"우리는 자진해서 싸운 겁니다. 결코 강요 따윈 없었습니다. 모두
죽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리로 갔던 거란 말입니다."
'앤서니 홉스' 소령은 그렇게 말하면서 유족들을 막았고, 근처에 있
던 의장병들도 잠시 의장 활동을 중지하고 현장으로 달려와 유족들
의 앞을 가로막았다. 실탄이 장전되지 않았지만, 총검이 달린 소총
을 든 의장병들의 단호한 태도에 유족들은 곧 되돌아갔다. 곧 의장
병들도 하던 일을 마저 끝내기 위해 돌아갔다.
홉스 소령은 이제야 안도한 듯 한 숨을 쉬며 말했다.
"메이저 호시노, 아니, 미스 '루리 한' 죄송합니다. 유족들의 행동에
대해선 대신 사과 드리겠습니다. 대부분의 유족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몇몇 분들은 전사자의 시신을 제대로 수습받지 못한데다
수습했다 해도 예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어서 다들 분노했던 겁
니다."
"왜 저를 보호해준 거죠...? 당신 전우들을 죽고 다치게 만든 저
를..."
"우리는 당신을 구하겠다고 자진해서 싸우러 갔었습니다. 후회 따윈
하지 않습니다. 결코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굳이 원망한다
면 전쟁을 일으킨 자들이겠지요..."
"겨우 그것 때문이야? 싱거운 녀석들!"
갑자기 그들을 비웃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다들 주위를 둘러보는 가
운데 나무 뒤편에 서 있던 정복 차림의 해병대원들이 그들 앞에 나
타났다.
"그래 그것 때문에 저년을 원망하지 않는 다는 거냐? 한심해서..."
"네놈들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기라도 한 거냐?"
"자격? 우린 저년 덕분에 동료를 잃었단 말이야. 그 녀석은 이 묘비
아래에 묻혔지."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 잘나신 요정. 어디 하실 말이 있으면 해 보
시지. '당신들 몫만큼 살겠다.'는 판에 박힌 소리를 하실 텐가? 어디
한 번 말해봐."
"당신들 너무해요!"
에이미가 그들을 향해 소리치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아저씨들이 우리 오빠의 동료들이라면 왜 저를 연구소에서 빼내러
오지 않으신 거죠? 루리씨는 오빠에게 목숨을 빚진 걸 잊지 않고
저를 데리러 왔어요. 그런데 아저씨들은 고작..."
"에이미, 네 말이 옳다."
거의 울먹울먹하는 에이미의 모습을 보고 다들 멎적어하며 아무 말
도 하지 못하는 가운데 업무상의 일로 워싱턴에 들렀다가 모처럼
이곳을 찾은 돌로레스 소령은 에이미를 위로해주면서 감정에 휘말
려 무례한 행위를 한 부하들을 호통쳤다.
"이게 무슨 짓들이야? 나이 헛 먹었나? 이 곳에서 한다는 짓이 겨
우 그런 거였나? 다들 돌아가. 특별히 이 일은 없던 걸로 하겠다."
곧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나고 나서 자연스럽게 돌로레스 소령과 두
소녀는 길을 따라 걸으면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글렌 소위의 일은 정말 죄송합니다. 모두 저 때문에..."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시간이 지나면 다들 담담하게나마 받아들일
겁니다. 당신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에이미, 정말 미안하구나. 우리가 어떻게든 널 빼내줬어야
하는 건데..."
"괜찮아요. 아저씨들에겐 능력 밖의 일이었으니까요."
"미스 루리.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에이미, 행복하거라."
돌로레스 소령은 해병대 특유의 정모를 고쳐 쓴 후 두 사람을 뒤로
한 채 국립 묘지를 나섰다.
푸른 잔디밭 위에 놓인 수많은 하얀 비석들이 놓여 있는 이곳에 들
어온 루리와 에이미 두 사람은 성조기가 덮인 관을 실은 마차와 같
이 길을 따라 걷는 의장병들을 볼 수 있었다.
루리가 지금 까지 대면했던 미군 사병과 사관들은 알링턴 국립 묘
지를 가리켜 '천국'이라고 부르곤 했었다. 죽은 다음에야 나름 대로
격식을 갖춘 절차를 거쳐 땅에 묻히는 것을 자조한 것 같았다.
전사자를 묻을 장소에 이르자 곧 의장대의 행진은 멈추었고, 의장병
한 명이 관에 덮여 있는 성조기를 걷기 시작하자 나팔 소리가 울렸
다. 곧 군목이 전사한 자의 명복을 빌었고, 의장병은 걷어내어 잘
정리한 성조기와 전사하거나 부상당했을 때 수여 받는 훈장인 전상
장을 들고 전사자의 미망인 혹은 부모 앞으로 가 "미합중국 대통령
을 대신하여 이 국기와 훈장을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그 뒤엔 어김없이 전사자 가족들의 눈물과 통곡이 따라다녔다.
'내가 겪어온 전쟁은 과연 뭐지? 난 저들의 슬픔을 과연 이해한다고
할 수 있을까?'
루리는 서글퍼지는 자신의 모습을 감추려고 억지로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으며 자신의 손을 잡고 걷고 있는 에이미에게 말했다.
"늦기 전에 어서 서두르자. 한 시간 후면 문을 닫는다고 하니까..."
에이미는 루리를 올려다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소녀는 한참
돌아 다닌 끝에 케빈의 묘비를 발견하자 그 앞으로 갔다.
-미합중국 해병대 소위 케빈 글렌. AD2179-2202-
묘비에 씌여진 글귀는 매우 간소하기 그지 없었다. 에이미는 들고
있던 꽃 다발을 묘비 앞에 놓은 후 다시 일어섰다.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궁금해진 루리가 직접 말
을 걸었다.
"에이미,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거야?
"아니요. 슬퍼요. 하지만, 그걸 받아들이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은 거
예요. 오빠는 자기가 죽어도 크게 놀라거나 슬퍼하지 말라고 했어
요."
그 말을 듣고 루리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그 때 어디선가
고함 소리가 들렸다.
"저ㄱ다! 저년이 호시노 루리다!"
"망할 년 같으니... 우릴 놀리는 거야 뭐야?!"
검은 정장을 입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투입된 전사한 미군 병사들
의 유족이 분노서린 표정을 지으며 그녀가 있는 곳으로 몰려오자
에이미는 기겁을 하며 루리의 옷소매를 당기며 말했다.
"루리씨, 빨리 도망가요."
"에이미, 나 도망가고 싶지 않아요. 여기서 험한 꼴을 당한다 해도
달게 받겠어요."
"!"
담담하게 대답하는 루리에게 에이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러던 중 다른 곳에서 참배를 끝내고 돌아오던 일단의 베레모를 쓴
미 육군 101공수사단 소속 장교와 사병들이 유족들의 앞을 가로막
았다.
"여러분 이게 대체 무슨 짓들입니까?"
"자네들도 그 작전에 투입되지 않았나? 왜 저 망할 년을 감싸고 도
는 건가?"
"우리는 자진해서 싸운 겁니다. 결코 강요 따윈 없었습니다. 모두
죽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리로 갔던 거란 말입니다."
'앤서니 홉스' 소령은 그렇게 말하면서 유족들을 막았고, 근처에 있
던 의장병들도 잠시 의장 활동을 중지하고 현장으로 달려와 유족들
의 앞을 가로막았다. 실탄이 장전되지 않았지만, 총검이 달린 소총
을 든 의장병들의 단호한 태도에 유족들은 곧 되돌아갔다. 곧 의장
병들도 하던 일을 마저 끝내기 위해 돌아갔다.
홉스 소령은 이제야 안도한 듯 한 숨을 쉬며 말했다.
"메이저 호시노, 아니, 미스 '루리 한' 죄송합니다. 유족들의 행동에
대해선 대신 사과 드리겠습니다. 대부분의 유족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몇몇 분들은 전사자의 시신을 제대로 수습받지 못한데다
수습했다 해도 예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어서 다들 분노했던 겁
니다."
"왜 저를 보호해준 거죠...? 당신 전우들을 죽고 다치게 만든 저
를..."
"우리는 당신을 구하겠다고 자진해서 싸우러 갔었습니다. 후회 따윈
하지 않습니다. 결코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굳이 원망한다
면 전쟁을 일으킨 자들이겠지요..."
"겨우 그것 때문이야? 싱거운 녀석들!"
갑자기 그들을 비웃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다들 주위를 둘러보는 가
운데 나무 뒤편에 서 있던 정복 차림의 해병대원들이 그들 앞에 나
타났다.
"그래 그것 때문에 저년을 원망하지 않는 다는 거냐? 한심해서..."
"네놈들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기라도 한 거냐?"
"자격? 우린 저년 덕분에 동료를 잃었단 말이야. 그 녀석은 이 묘비
아래에 묻혔지."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 잘나신 요정. 어디 하실 말이 있으면 해 보
시지. '당신들 몫만큼 살겠다.'는 판에 박힌 소리를 하실 텐가? 어디
한 번 말해봐."
"당신들 너무해요!"
에이미가 그들을 향해 소리치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아저씨들이 우리 오빠의 동료들이라면 왜 저를 연구소에서 빼내러
오지 않으신 거죠? 루리씨는 오빠에게 목숨을 빚진 걸 잊지 않고
저를 데리러 왔어요. 그런데 아저씨들은 고작..."
"에이미, 네 말이 옳다."
거의 울먹울먹하는 에이미의 모습을 보고 다들 멎적어하며 아무 말
도 하지 못하는 가운데 업무상의 일로 워싱턴에 들렀다가 모처럼
이곳을 찾은 돌로레스 소령은 에이미를 위로해주면서 감정에 휘말
려 무례한 행위를 한 부하들을 호통쳤다.
"이게 무슨 짓들이야? 나이 헛 먹었나? 이 곳에서 한다는 짓이 겨
우 그런 거였나? 다들 돌아가. 특별히 이 일은 없던 걸로 하겠다."
곧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나고 나서 자연스럽게 돌로레스 소령과 두
소녀는 길을 따라 걸으면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글렌 소위의 일은 정말 죄송합니다. 모두 저 때문에..."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시간이 지나면 다들 담담하게나마 받아들일
겁니다. 당신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에이미, 정말 미안하구나. 우리가 어떻게든 널 빼내줬어야
하는 건데..."
"괜찮아요. 아저씨들에겐 능력 밖의 일이었으니까요."
"미스 루리.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에이미, 행복하거라."
돌로레스 소령은 해병대 특유의 정모를 고쳐 쓴 후 두 사람을 뒤로
한 채 국립 묘지를 나섰다.
SF를 좋아하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이 곳에서 활동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