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 서울랜드 행사장.

 이곳은 10년전 있었던 전투에서 다시 재 탄생한 [제네식 과천]의 놀이공원이다. 10년전 지구를 침공한 악의 세력과 히어로의 전투에서 몇몇 놀이기구가 망가졌는데 그 일을 계기로 [뉴 서울랜드]로 다시 재기를 선언, 오늘은 그 10주년을 기념하여 [뉴 서울] 도시개발 사업부 소속의 로봇 히어로 팩토리엠페러를 불러 초청공연을 계획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부산하게 행사장소를 지휘하고 있던 J박사는 잠시 늦 가을을 넘어 불어오는 찬 바람을 느끼며 스탭들을 위해 준비한 의자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앞에서 운영팀 소속의 오퍼레이터 김보라 대리가 따뜻한 커피를 들고 오는 모습이 보였다.

"사령관님 커피 가지고 왔어요."

 김보라는 가지고 온 커피를 내려 놓고는 J박사의 앞 자리에 앉았다. J박사는 앞에 놓여진 커피를 살짝 들이켰다. 찬바람으로 아쉬웠던 무언가가 따뜻한 커피와 함께 채워지는 것 같았다.

"고마워 김대리. 애들은 어떻게하고 있어?"

"예, 파일럿은 모두 팩토리 까페에서 봉사하고 있어요. 공연팀은 무대 설치가 거의 끝났고요. 점심 때면 공연에 문제 없을 것 같아요."

"그렇군, 커피 맛이 나쁘지 않은데 누구 솜씨야?"

"그거 레드가 탄거에요. 예전에 까페에서 알바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기계 잘 다루더라고요. 핑크랑 그린도 옆에서 잘 따라하고요."

 [팩토리 까페]는 팩토리엠페러를 마스코트로 하는 커피 체인점으로 주요 스폰서인 [기다그룹]의 사업 중 하나였는데 이렇듯 팩토리엠페러가 행사를 할 때마다 인근에 간이 까페를 차려서 홍보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파견되기로 한 까페 직원중 일부가 사정으로 못오게 되어 그 부족한 부분을 그나마 가장 비슷한 연령대의 파일럿들로 매꾼 참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리더인 레드 황현우가 까페 알바 경험이 있어서 운영에는 문제가 없는 듯 싶었다.

'그 아이는 여러모로 잘하는데 자신감이 문제란 말이지...'

 속으로 레드에 대한 평가를 하던 J박사는 잠시 주위의 분위기가 변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곤 좌우를 둘러 보았다. 누군가의 등장으로 인하여 좌중의 시선이 몰린 탓이었다. 그러자 김보라 대리가 눈을 하트로 가득채우며 호들갑을 떨곤 손가락으로 어느 방향을 가리키기 시작했다.

"사령관님 사령관님!! 저기 좀 봐요. 미남 등장! 굉장한 미남이에요옷!"

"응?!!"

 J박사가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는 금발의 훤칠한 키를 가진 귀공자 풍의 인물이 전화를 걸며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확실히 미남이었지만 J박사에게는 인간이 아닌 이질적인 기운도 느껴졌다. 그 미남은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아서 인지 매우 곤란한 표정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 점이 김보라 대리의 가슴을 요동치게 한 것인지 J박사의 앞쪽에서 한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에효.. 저거 여자친구랑 전화 하는 거겠죠?"

"...뭔가 냄새가 나는데.."

"옛? 아무런 냄새도 안나는데요. 설마 미남 냄새? 사령관님도 참~"

 뭐가 재미있는지 자신이 한 말에 얼굴을 붉히는 김보라 대리를 잠시 한심하게 쳐다보고는 J박사는 의문의 미남이 사라진 방향을 쳐다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상한 소리 그만하고 잠시 자리 비울테니까 공연 준비 해두도록!"

"넵! 사령관님!"

 .......

- 탐색 완료, 정면에 위치한 장소에 해당 인물이 있습니다. 인물 찾기를 종료합니다.

 목표를 찾았기 때문일까, 들고 있던 단말기의 인물 찾기 프로그램을 종료하고는 소유자인 금발의 미남은 까페에 마련된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까페의 이름은 팩토리 까페, 그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매우 가증스러운 이름이었지만 이를 꾹 참은 그는 직원이 메뉴판을 들고 오기를 기다렸다.

"어서오세요. 주문 하시겠습니까?"

 잠시 후 귀엽게 생긴 여직원 한명이 메뉴 판을 들고 오자 우아한 손짓으로 메뉴를 고른 그는 잠깐 직원을 바라 보았다. 포니테일의 약간 연한 핑크 색 머리를 한 직원은 언뜻 보기에는 이제 겨우 성인이 된 듯한 앳띈 모습의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그의 푸른 눈이 잠시 금색의 빛을 보였다가 사라졌다.

"저...저기 손님 더 주문 하실 내용이라도 있으세요?"

"아...아닙니다. 그렇게 가져다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여직원이 사라지는 뒷 모습을 보며 그는 잠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암시를 걸었는데 통하지 않다니, 자신이 지구에서 너무 오래 있다보니 능력이 퇴화된 것인지 혼란스러움이 있었지만 옆 테이블에서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어떤 여성이 있자 다시 암시를 걸어 보았다. 그와 눈이 마주친 여인은 마시던 커피를 갑자기 바닥이 버리곤 자리에 일어나서 나가기 시작했다. 방금전까지 황홀한 표정으로 그를 보던 모습과 달리 멍한 표정으로 까페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잘 되는 것 같은데 이상하군..다시 해볼까?'

 그가 테이블에 달린 벨을 누르자 다른 직원이 다가왔다, 이번에는 남자, 그가 암시를 걸자 직원은 다시 돌아가더니 까페 내부로 사라졌다. 이제 잠시 후면 그가 만나고자 했던 인물을 데리고 올 것이다. 오랜만에 동생을 만날 생각이 들자 그는 잠시 과거일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그린킹덤에서 일어난 반란 사건에 휘말려 제2 왕비와 함께 그의 배다른 동생이 지구로 추방된지 15년, 그간 반란 사건이 마무리 되지 못하여 만나지 못했지만 최근에 사건이 정리되면서 이 소식을 알리고자 금발의 남자, 그러니까 그린킹덤 제 1황자이자 지구 녹지화 정복 계획의 책임자 총독 아스트라 바로 그가 온 것이다.

 만나지 못했던 동생이 아이러니 하게도 자신과 대적하는 세력에서 일하고 있다니 나름 추방당했을 때의 반감으로 인한 결과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아스트라는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반란 사건이 터질 때만 하더라도 사라진 부왕의 권한을 일임 받은 대신관에 의해 아무런 힘이 없던 그는 제 2황자, 라이오스와 그 모친을 보호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도중에 아스트라가 앉아 있는 자리로 누군가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팩토리 까페 직원의 옷을 입고 있었지만 얼굴을 근처에서 파는 팩토리엠페러 가면으로 가리고 머리를 수건으로 둘러맨 모습이 수상하고 이상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아스트라는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린킹덤의 황족들만 가지고 있는 힘의 기운이 상대방에서 느껴진 것이다. 그가 만자고자 했던 만난 동생, 라이오스였다.

"주문 하신 차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럼 이만.."

 그러나 라이오스가 차만 가지고 오고 몸을 돌리려고 하자 아스트라가 그를 붙잡았다.

"...잠시만 앉아라 라이오스..해줄 말이 있어서 왔다."

"사람 잘 못 보셨습니다. 제 이름은 황.현.우. 입니다."

"그래 알겠다. 현우야. 잠시라도 좋으니 이야기를 들어다오."

 순간 알 수 없는 기운이 아스트라에게서 흘러나오자 자신을 황현우라 칭한 라이오스가 저항하지 못하고 털썩 그의 맞은 편에 앉게 되었다.

'망했다...형님은 왜 여기에 온거야.. 덕분에 지구인 위장이 풀려버렸잖아 민폐라고!!'

 속으로는 걱정이 앞서는 라이오스, 아니 팩토리엠페러의 리더이자 코드네임 레드인 황현우는 눈 앞이 컴컴해지는 듯 했다. 그가 이렇게 얼굴과 머리를 가린 이유가 있었는데 같은 황족인 아스트라의 까페 근처로 오면서 자신에게 걸려있는 지구인 위장이 풀려버렸던 것이다. 덕분에 지구인과 같은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이었던 모습이 그린킹덤의 출신 증명과 같은 금발에 녹색 눈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갑작스런 외모의 변경을 확인하고는 이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서둘러 근처에 있던 가면과 수건으로 얼굴을 가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인데 추방 당한 이후, 어머니와 함께 힘들게 살아왔던 그에게 있어서 헤어졌던 이복 형의 등장은 그리 반갑지 많은 않았던 것이다. 그것도 그 형이 타도해야 할 적이라면 더욱 반가울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런 그의 속을 알리 없는 아스트라는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말이다.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까...오랜만이구나. 어머님은 건강하시지?"

"그렇게 추방당했는데 잘 지냈을 것 같아요?"

 황현우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어미니인 제 2왕비와 그는 추방이후 모든 힘을 빼았겼기 때문에 평범한 지구인으로 15년을 힘겹게 살아왔던 것이다. 지금이야 팩토리엠페러 소속으로 그린킹덤과 대적하고 있지만 이 부분도 그린킹덤에 복수하고자 일하는 것이 아니라 그나마 지구인으로서의 지식도 자금도 부족하게 살면서 여러 일을 전전한 그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직업이었기 때문이었다. 뒤늦게 지구의 학교에 편입해서 그것도 지옥보다 힘든 학습과정을 가지고 있다는 한국에서의 삶이 다시 떠오르자 그 당시의 분노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분노의 대상은 그의 눈 앞에 있는 아스트라와 대신관이 아닌 여행을 좋아하는 어떤 중년 부부에게 타겟팅 되어 있었지만 말이다.

"미안하다 대신관의 눈이 있어서 너와 어머니께 면목이 없다. 그렇지만 그 고생도 이제 끝이다. 현우야 그린킹덤으로 돌아가도록 해라."

"엑!? 무슨 말씀이세요? 15년만에 나타나서 다짜고짜 돌아가라니요."

"반란 사건이 정리되었다. 대신관도 지병으로 은퇴하게 되면서 더이상 너와 제2 왕비님의 복귀를 방해할 수 있는 사람들도 없어진거다."

"그래요. 안갈레요."

 뿌듯하게 말을 이은 아스트라는 황현우의 기쁜 반응을 기대했지만 돌아온 것은 매몰찬 반응이었다.

"뭐... 뭐라고? 이유가 뭐냐. 부왕께서 오랜시간 자리를 비우신 상황에 대신관마저 은퇴했다. 더이상 힘들게 살지 않아도 된단 말이다."

 당황한 아스트라가 물어보았지만 황현우는 묵묵부답이었다. 사실 아스트라가 알면 안되는 비밀이 황현우에게는 있었던 것이다. 그 이유 때문에 힘겨운 지구에서의 생활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임에도 그는 거절 할 수 밖에 없었다. 짝사랑 상대인 핑크의 일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었다.

'불쌍한 형님..진실을 알게되면 어떻게 될까? 우리 모자가 추방된 게 아니라 단지 업무에 지친 아버지의 장기 휴가계획으로 인한 사기였다는 걸 알면, 성실한 성격에 분명 나보다 더 실망하겠지..'

 숨겨진 진실, 그것은 도저히 말할 수 없는 중대한 비밀이었다. 아스트라가 반란이라고 알고 있던 일이 사실은 부왕인 황제 그린갓이 꾸민 장기 휴가 계획이었고 현재 아버지와 어머니는 지구를 돌아다니며 여행중이라는 이야기를 황현우는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그 자신도 그런 무책임한 휴가계획에 휘둘려 지구에 와서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던가, 그래서 의무교육과정을 마치자마자 독립해서 힘겹게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살아왔던 것인데 이런 진실을 알게 된 아스트라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자 아무말도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잠시 생각을 한 그는 힘겹게 말을 토해냈다.

"형님. 제게는 이제 지구가 집이고 고향이에요. 지구인으로 살고 싶습니다."

 그러자 충격에 빠진 아스트라가 고개를 숙였다. 뒤이어 이어지는 그의 말투에서는 약간의 분노도 스며들어가 있는 듯 했다.

"그런거구나...역시 너는 그린킹덤을 원망하고 있었던 것이구나...그래서 팩토리엠페러에 탑승한 체 계속 나와 대적하려는 것이냐? 대답해봐라 라이오스. 아니 팩토리 레드여!"

"형님 그걸 어떻게...오해하지 말아요!"

 정체를 들켜 깜짝 놀란 황현우가 손사례를 쳤지만 아스트라의 분노는 깊어지기만 했는지 그가 뿜어내는 기운에 의해 세찬 바람이  돌풍이 되어 까페 내부에 서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네가 무얼 하고 있는지도 모를거라 생각했느냐. 그정도 정보력은 가지고 있었다."

'미치겠네, 그런데 왜 아버지가 지구에 와 있는 건 모르냔 말야! 이대로면 큰일 나겠네 어쩔 수 없나..'

"형님 잠깐! 이것 좀 봐봐요."

 황현우는 다급하게 품 속에 있던 지갑을 꺼내고는 그 안에서 사진을 한장 빼내 아스트라에게 건냈다. 그러자 돌풍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어벙한 표정의 아스트라가 손을 부들부들 떨며 사진을 보고 있었다. 황현우의 고등학교 졸업사진으로 보여지는 그 사진에는 장발의 미중년 남성과 아름다운 여성이 기쁜 표정으로 그리고 약간 뚱한 표정의 황현우가 찍혀 있었다. 비록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이었지만 미중년 남성은 아스트라가 아는 누군가와 똑 닮은 모습이었다. 바로 그린킹덤의 지배자 그린 엠페러, 그린갓이 아닌가.

"....."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 아스트라를 보며 황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형님. 급한 일이 있어서 저는 가보겠습니다. 사진 뒤에 집주소가 있어요. 난 거기까지 밖에 말 못하니까 한번 가봐요."

 그렇게 그는 후다닥 자리에서 사라졌다. 점심 시간에 있을 공연준비를 하기 위해서 지금 움직여야 했던 것이다. 더불어 임시 까페도 정리를 하려는 지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오직 멍한 표정의 아스트라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얼마 후 제정신을 차린 아스트라는 몸을 비틀거리며 일어나 어디론가로 사라지고 말았다.

......................

"이! 악당 놈들! 팩토리엠페러가 있는 한 너희에게 미래는 없다! 슈퍼모드 발동!"

 뉴 서울랜드 중심에 위치한 공연장소에서는 한참 공연이 클라이막스를 향하고 있었다. 요즘 추세에 따른 팩토리엠페러의 슈퍼모드 대사가 치고 나오자 공연을 관람중인 아이들 사이에서 탄성과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와아아아!!"

 그리고 그 무대의 뒷쪽에 위치한 간이 휴게실에서는 J박사가 누군가와 비밀 통신을 하고 있었다.

[타깃 확인했어요. 대화도 녹음 했음. J님의 메시지]

[들키지 않은 건가? N님의 메시지]

[그런 기미는 안보였어요. J님의 메시지]

[역시 자네로군. 공유 좀 부탁함세. N님의 메시지]

[공짜로는 안되죠. J님의 메시지]

[알겠네, 4번째 메달과 교환 어떤가? N님의 메시지]

[그걸 찾았단 말이에요? 해독은요? J님의 메시지]

[훈이가 바빠서 못했지, 자네가 해보는 건 어떤가. N님의 메시지]

[나 바쁜거 몰라요. 선배! 해독하면 바로 자료 건내요. 오늘 녹음한건 바로 보낼테니까. J님의 메시지]

[알겠네 그런데 덤으로 이번에 우리가 이기게 해주면 안될까? N님의 메시지]

[팩토리엠페러가 타이탄에게 진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예요? J님의 메시지]

[그건 그렇지만 ... N님의 메시지]

[끊을게요. J님의 메시지]

 들고 있던 비밀 통신기를 종료시킨 J박사는 자신이 녹음한 아스트라와 레드와의 대화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총독 아스트라의 방문을 노스트라 선배에게 듣긴 했지만 설마 둘에게 이런 비밀이 있을 줄이야. 내심 레드를 실험실에서 조사해 그린킹덤 황족의 능력을  알아보려는 생각을 했던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궁금하긴 했지만 그렇게 했을 때 레드가 지금처럼 팩토리 레드로서 있어줄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되면 먼저 딸인 핑크의 원망이 쏟아질 것인데 이를 버티는 것은 그녀에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유나, 고것이 잘생긴 놈에게 약한게 문제라니까. 누구 닮아서 그럴까.'

 강훈을 생각하며 절대 외모에 대한 것은 자신을 닮은 게 아니라며 가볍게 미소 지은 J박사는 무대가 보이는 곳으로 나왔다. 이미 공연은 막바지에 다달았는지 팩토리엠페러의 인형 옷을 입은 레드가 악당 옷을 입은 그린을 쓰러트리고 승리 포즈를 지은 체 관객들에게 박수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핑크가 그런 레드를 유심히 쳐다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J박사는 내심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애 아빠가 알면 가만 안 있겠지?'

 엄마이기 때문에 그녀는 알 수 있었다. 레드가 핑크를 짝사랑하는 것이 단지 짝사랑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