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사수검


리스는 화살로 입은 상처를 어느 정도 회복하고 있었다. 뮤턴트 부족은 모든 노동을 공동으로 하였기에 회복한 리스는 그들의 일을 도왔다.

그리고 이이테가는 카미야로 하여금 리스에게 검술을 가르치게 했다. 이이테가는 카미야가 부상에서 회복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파멜리드를 무사히 지나갈 수 있는 것은 카미야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리스도 함께 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둘은 뮤턴트 능력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상처를 빠르게 회복했다. 검술을 배우는 것은 머릿속이 복잡했던 리스의 마음을 적잖이 진정시켜주었다. 어느새 리스는 그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이이테가는 가끔 연습을 도와주거나 조언을 해주었다. 이날도 마을에서 멀지 않은 산의 공터에서 리스의 연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신기하지? 사람을 죽이려고 만든 물건인데 휘두르는 동안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진다는 게.”

이이테가는 자기 손의 검을 살짝 풀어 쥐며 손바닥 위에서 엄지로만 눌러 무게중심을 잡아보았다. 리스는 자신의 검을 꽉 쥐고 검날을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제가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요?”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나?”

“아니요.”

이이테가는 대답 대신 잠시 시간을 흘려보냈다.

“오늘은 다른 것을 가르쳐 주겠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사수검이라고 할까?”

“저는 지금 배운 것도 잘 못 하는데 괜찮을까요?”

“이건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되는 검법이랄까? 칼을 쓰지만, 목적이 다른 것에 있지.”

리스는 수수께끼 같은 말에 잠시 생각에 빠졌다.

“고민하지 말고 일단 배워봐 나중에 쓸 일이 생길 테니까"

이이테가는 말을 마치고 네 손으로 네 자루의 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네 개의 칼끝으로 원을 그리듯 차례로 몸쪽으로 당겼다가 밖으로 다시 뻗었다. 이 동작을 끊임없이 물 흐르듯 반복해서 보여주었다. 리스는 한동안 넋을 놓고 보다가 이이테가를 불렀다.

“저! 족장님 저는 손이 두 개뿐입니다.”

이이테가는 흥이 깬 듯 일순 팔을 늘어뜨리고 소리를 질렀다.

“야이! 내가 숫자도 못 세는 줄 아느냐. 기다리면 설명해 줄 텐데 잠자코 보고나 있을 것이지. 그리고 이 검법을 처음 만든 사람은 팔이 하나뿐이었어.”

말을 마치며 이이테가는 세 자루의 검을 바닥으로 던졌다. 그리고는 한 자루의 검으로 아까와 같은 동작을 다시 시작했다.

리스는 당황하여 이이테가에게 사과를 하려다 다시 멈추고 말았다. 이이테가의 발아래 떨어졌던 세 자루의 검이 그의 허리 높이까지 떠오른 것이었다. 아무리 다시 보아도 그것은 공중에 떠 있었다.

이이테가는 오른발을 뒤로 빼며 자세를 낮춰잡았다. 그리고 다시 원을 그리는 동작을 하자 나머지 검들이 지휘자의 지휘를 받은 악기처럼 리듬에 맞춰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저! 족장님! 저는 그런 초능력이 없습니다.”

이이테가는 이번에는 네 자루의 검을 모두 바닥에 꽂아 버렸다.

“그래 그만하자!”

이이테가는 큰 숨을 몰아서 뱉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뮤턴트들도 태어나면서부터 이런 힘을 쓰게 되는 것은 아니야. 이 검법을 만든 파이가라는 사람도 처음에는 이런 힘이 없었어.

그는 어릴 때 파멜리드 군인들에게 잡혀 팔이 하나씩 잘리는 희롱을 당했었지. 겨우 구출이 되었지만, 그때는 팔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어. 돌아와서는 울분에 차 독약을 먹었지. 그렇지만 너처럼 죽지 않고 살아났어. 겨우 살아난 뒤로는 검법에만 매달려 살았지. 그러다 나중에 네놈들이 ESP라고 부르는 힘을 깨닫고 전사가 되었어.

그 뒤엔 자신의 힘을 믿고 숱한 살생을 저지르고 다녔어. 같은 뮤턴트들도 무서워할 정도로 말이야. 그러다 어느 날부터는 실성한 사람처럼 지내더니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어.

아무튼! 너를 보고 있으면 파이가가 생각나. 그렇다고 실성하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이제 질문은 그만하고 잘 봐두도록 해.”

이이테가는 이야기를 마치고 땅에 꽂았던 검의 흙을 털었다. 리스는 이이테가가 다시 시범을 보이기 전에 얼른 질문 하나를 하고 싶었다.

“그, 그런데 왜 이렇게 천천히 움직이나요? 이러다가는 팔이 네 개가 아니라 여덟 개 있어도 금방 죽겠는데요.”

이이테가는 대답하기 전에 웃음이 터졌다.

“뭐든 목적이 다르면 연습하는 방법도 달라지는 거지. 실전에서도 이렇게 천천히 하는 것은 아냐. 사수검의 목적은 단 하나야 상대의 공격을 받아들이는 것.”

“....”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 이제부터 질문하지 않고 열심히 하면 된다는 거다!”

리스는 이이테가가 보여주는 동작을 흉내 내며 따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