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가 바둑에서 프로 기사를 이긴 내용을 보고 "인공 지능이 인간을 따라잡았다."라는 내용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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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딥블루가 체스 챔피언에게 승리했을 때와 같은 반응이죠.

그런데 양쪽 다 '규칙이 있는 게임에서의 승리'라는 점을 간과하는 것 같습니다.

게임이라는 것은 정해진 규칙 내에서 승부를 겨루는 것이며, 규칙이 있다면 분석과 이를 통한 예측을 통해서 유리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습니다.

결국 컴퓨터의 성능이 향상되고 알고리즘 기술이 발달하면 컴퓨터가 승리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극단적으로 앞으로 둘 수를 모두 예측할 수 있고 그 중에서 승률이 가장 높은 것만 찾아가면 되니까요.)

실제로 아래의 기사를 보면, 구글 알파고가 승리한 것은 컴퓨터가 잘 하는 패턴 인식이나 분석 능력을 통한 예측 기술을 발전시킨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는 바둑의 수가 워낙 복잡하고 많아서 컴퓨터로도 대응하기 힘들었지만, 컴퓨터 기술의 발전과 프로그래밍의 향상으로 극복하게 된 것일 뿐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능력은 그것만이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노는 능력'에 있어서 컴퓨터는 인간을 따라오지 못합니다.

컴퓨터는 매우 효율적이며 논리적인 기계입니다. 컴퓨터는 기억을 잘 할 수 있고, 분석을 잘 할 수 있고, 이를 통한 예측을 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컴퓨터는 시간을 낭비하면서 무의미한 짓을 하지 않습니다. 그건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모든 존재 중에서 인간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컴퓨터가 발달한다고 해도 인간처럼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본래부터 컴퓨터가 할 수 있는 일을 좀 더 잘하게 될 뿐입니다.

물체를 보고서 그것이 무엇인지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해서, 바둑에서 인간을 이긴다고 해서, 더 많은 계산과 더 많은 기억을 한다고 해서 "컴퓨터가 인간을 이겼다."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장점을 잘 모르기 때문에 하는 말입니다.


얼마 전에 인간의 두뇌가 나이에 따라서 각기 잘 하는 일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젊을수록 기억력과 계산 능력 같은게 우수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종합적인 사고력이 높아진다던가요?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경험을 바탕으로 한- 상상력도 왕성해진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서, "인간이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느꼈습니다. 바로 종합적인 사고와 상상력인 것이지요.

즉 "생각하는 능력"입니다.


계산이나 기억은 논리적이고 효율적인 컴퓨터에게 맡겨버리면 됩니다. 우리는 그것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상상하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가 발달한다고 해서 생각하고 상상하는 능력이 발달하는 것은 아닙니다. 컴퓨터는 본래부터 정확하고 논리적인 처리 능력에 맞추어서 개발된 기계이며, 그쪽으로 특화하고 있으니까요.

컴퓨터가 바둑을 이겼다고 '인간이 졌다.'라는 것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해묵은 프랑켄슈타인 증후군을 꺼낼 필요는 없습니다.(프랑켄슈타인 증후군:인간이 만든 존재에게 인간이 정복당하거나 멸망당할거라는 두려움을 느끼는 것)

컴퓨터는 원래 그런 일을 잘 하도록 만들어진 기계이며, 그렇게 발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중요한 것은 그런 컴퓨터를 적절한 일에 잘 활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것은 역시 컴퓨터보다 덜 정확하고 덜 논리적인 인간만이 잘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심심한 사람들을 위해 적당한 난이도로 상대해주는 바둑 게임 같은 식으로 말입니다. 가끔 약올리는 기능도 두면 더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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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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