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SF에 대한 가벼운 흥미거리에서부터 새로운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여기는 과학 소식이나 정보를 소개하고, SF 속의 아이디어나 이론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상상의 꿈을 키워나가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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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란 장르를 보면 어떠한 기술이나 새로운 개념이 생겨나서 사회에 적용됐을 때, 그것들이 사회에 미치는 파장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경우가 많죠. 어슐러 르 귄여사께서 좋아하시는 초능력이나, 아니면 소일렌트 그린처럼 자원부족에 시달리는 사회, 또는 헤일로나 매스이펙트처럼 발달한 기술력으로 우주 진출에 성공한 인류가 겉모습과 신체, 관습이나 전통 등등이 다른 외계종족을 만나는 외계와의 조우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처럼요. 심지어는 지금 현재 각광받는 드론(그래봐야 원래부터 있던 무선조종 헬리콥터나 자동차를 모양 좀 다르게 하고 카메라 하나 달아놓은 것일뿐인데 죄다 드론드론거리면서 열광하는 꼴을 보자니 헛웃음이 나오지만)이 널리 보급됐을 때 일어날 이로운 점은 물론, 해로운 점을 다룬다고 해도 그것이 SF라는 점을 부정하시지는 않을껍니다. 단지 그 기술적 한계치가 우리에게 매우 가깝다고 느끼는 점에서 조금 어색할 뿐이죠.
이것저것 말하다보니 영 난잡스러워졌지만 아무튼 제가 생각하는 건 이겁니다.
"SF란 장르는 어떤 과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건이 벌어짐으로서 처한 상황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장르다."
그런 의미에서 마션도 SF라고 생각하네요. 화성 탐사갔던 사람이 사고로 인해 고립되면서 구조를 기다리는 동안 이것저것 생존과 관련된 과학을 실천하면서 버티는 내용이니까요.
'장르는 여러분의 마음 속에 있습니다.' (웃음)
'그래비티'를 테크노스릴러로 보는 경향의 이야기는 생소하고, '조난물'이나 '재난물'로 분류하는 것은 봤습니다. 나름대로 꽤 일리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사실, 테크노스릴러든 조난물이든, 재난물이든 sf와 대치되어 함께 쓰일 수 없는 장르구분은 아니기도 하지만 그래비티에 대해서 '무대가 우주라는 좀 더 생소하고 비일상적인 것일 뿐 로빈슨 크루소의 조난이나 그래비티의 조난이나 다른 것은 그 무대에서 오는 상황차이다'라는 식의 시각은 재미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장르'의 정의 자체도 그에 대해 논하는 논객에 따라 조금씩 다르고 관객이나 독자들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장르는 더더욱 확고하게 정의되지 않으며, 보통 장르의 구분이라는 것은 느낌적인 느낌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경향이 강하죠.
과거에 비해 sf를 정의내리기 어려워진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sf가 처음 대두되던 때만해도 '과학'과 '일상'은 좀 더 구분된 감각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과학이 일상 속에 침투되고 더 일반화되고 일상을 그리면서도 과학적인 상상력이 가미되기도 합니다.
드라마 시리즈인 csi는 그 자체의 의미처럼 '과학'을 통해 추리하고 사건을 추적합니다.
기존의 추리물보다 훨씬 심도있게 그 과정의 '과학'을 다루고 있죠. 하지만 csi를 sf로 분류하는 사람은 그다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비티 상영 당시에 한창 재밌게 보던 미드가 퍼슨오브인터레스트 였는데, 마침 그래비티에 대한 장르문제를 이야기하는 글을 읽고 '정의적인 측면에서 따지면 퍼슨오브인터레스트가 그래비티보다 훨씬 sf적인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글을 읽기 전 두 작품을 모두 보고 작품 자체에서 느낀 감각으로는 그래비티쪽을 좀 더 당연하게 sf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있었죠 (웃음)
개인적으로는 퍼슨오브인터레스트의 경우는 sf라는 카테고리에는 거의 갖다놓지도 않았어요. 테크노 스릴러 장르쪽에 어느정도 근접하기는 했지만, 단순한 첩보물이나 범죄물과 비슷한 카테고리로 보던 상황이었죠.
한국에서만 그런 논쟁이 눈에 띄더군요 일본에서 성운상을 받고 작가나 외국팬은 전혀 의심하지 않는데.
그런 논쟁에 대한 가장 간단한 이유로는 `현재 기술로 가능하다.`라는건데...
그렇다면 쥘 베른 작품은 대부분 SF가 아니겠지요. 사실 마션이나 그래비티의 이야기가 정말로 현재 기술로 가능한가 하면 또 그런 것도 아닙니다. 그 누구도 그런 상황을 해 본 적이 없거든요. 과학적으로 생각할때 가능할지도 몰라...라는 것에 불과 하니까요.
"마션"이나 "그래비티"에 인식의 확장이라는게 없을까요?
"그래비티"에서는 무중력 상태에서 어떤 일이 가능한지를 사람들에게 인식시킵니다. 아니 그걸 통해서 감동시킵니다. "마션"에서는 화성에 홀로 남은 사람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로 우리를 감동시킵니다.
저는 SF의 힘이 단지 현재 기술로 불가능한 것을 통해서 불가능한 저편의 인식을 보여주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쥘 베른처럼 `지금의 과학 기술은 대단해!`를 보여주는 경이도 역시 SF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80일 간의 세계일주"가 호평받은 것은 단지 80일만에 세계를 돌기 때문 만이 아닙니다.
80일만에 돌지 못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과학적인 원리에 의해 사실은 성공했다는게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지구를 동쪽으로 돌면, 시차에 의해서 날짜가 변경된다는 것을, 당대 사람들은 지식으로 알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로 우리에게 영향을 주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고, 특별한 가치를 둘 필요도 없었지요.
하지만 쥘 베른은 마무리 한방으로 그러한 인식을 던져주어 우리를 놀라게 했고 감동하게 했습니다. 그런 점은 "마션"이나 "그래비티"도 마찬가지죠.
추신) 사실은 작가 자신이 SF를 썼다고 생각하는 시점에서 그냥 SF가 되는거죠.^^ 물론 독자 역시 SF라고 생각하면 SF이고요. 그래도 SF가 맞는가 아닌가라는 논쟁은 충분히 재미있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