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생명은 자연발생하는 것으로 간주되며, 어느 행성의 거주민은 그 행성에서 자연발생하여 진화한 지적생명체로 여겨집니다. '지구는 인류의 것'이라는 식으로 말이죠. 외계종족과의 전쟁에서도 서로간의 소유권을 전쟁이라는 수단을 통해 강탈하려고 하거나, 고향을 잃은 외계종족이 지구로 찾아와 인류에게 영토할양 또는 사용허락을 요구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와 반면에 어떤 작품들에서는 토작 지적생명체의 행성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들의 입맛대로 개발을 밀어붙이거나 인류를 공격하기도 하죠.


사실 위와 같은 경우에는 크게 논란의 여지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저런 경우엔 토착생물이 소유권을 행사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여겨지며, 외계종족이 그것을 무시하는 것은 횡포로 인식되곤 합니다.

하지만 조금 복잡한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1. 자연발생한 지적생명체가 둘 이상일 경우

지구에서 일어났다고 가정해본다면, 중생대에 공룡이 진화하여 지적생명체가 되었으며, 그들이 소행성 충돌을 피하기 위해 모습을 감췄다가 인류가 나타난 뒤에 다시 돌아온다는 식입니다. 첫번째 종족에게는 행성의 환경 악화로 인한 멸종위기를 피하기 위해 긴급피난을 떠났다가 돌아오니, 생전 처음 보는 것들이 빈집을 털어버린 상황으로 보일 것입니다. 두번째 종족은 자기들은 잘 살고 있는데 난데없이 원래 집주인이라는 것들이 '방 빼!'를 시전하는 상황으로 여길테죠.


2. 인위적으로 생태계가 조성된 경우

테라포밍 기술이 있는 종족이 장기간의 계획에 따라 다른 행성을 개척한 상황이 되겠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엔 행성을 개척한 종족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여겨지겠습니다만, 행성을 개척한 종족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개적한 행성의 생태계에서 자연적으로 지적생명체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를테면 행성간 거리가 너무 멀어서 첫번째 종족이 원격으로 테라포밍을 진행하고 나서 수많은 세월이 지난 끝에 실제로 이주하려고 가보니 거기에 지적생명체가 발생해있더라...는 식으로요. 아니면 행성을 테라포밍해서 잘 써먹고 있다가 문명이 쇠퇴하여 방치된 상황에서 지적생명체가 자연발생한다든지요. 또는 의도적으로 지적생명체를 발생시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에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지적생명체는 가축이라는 개념이 강하겠죠.


스포어라는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자유자재로 행성을 개척하고 식민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모노리스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빠르게 지적생명체가 탄생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고요. 보통 모노리스를 이용하는 경우는 손쉽게 동맹을 늘리기 위한 목적인 경우가 많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플레이어 자신의 종족이 직접 사용하기 위해 행성을 개척해놓은 상황에서 전쟁이 터져 바쁘게 돌아다니다가 다시 돌아와보니 플레이어가 가져다놓은 생물들이 지적생명체로 진화하여 플레이어의 의도와는 다르게 그 행성을 차지한 종족이 되어있는 경우도 가끔씩 발생합니다.

이런 경우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불모의 행성에 자원을 투입하여 겨우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놨더니 먹튀당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위치상 중요한 지점이거나 희귀자원이 있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럴테죠. 그런데 이미 행성은 다른 종족 손에 넘어가있는 상황이고, 그걸 되찾기 위해서는 전쟁을 벌이거나 테러를 저질러 해당 행성을 차지한 종족을 날려버릴 필요가 있습니다.

플레이어 입장에서야 소행성 한 방 떨어뜨려서 행성 환경을 망가뜨린 뒤에 다시 재건하는 귀찮음을 감수하는 것에 불과합니다만, 거기에 살던 종족의 입장에서는 자기네들이 잘 살고 있는데 플레이어라는 악의 종족이 소행성 테러를 감행하는 상황이 될겁니다.


여러 창작물에서는 성간제국을 세운 문명에게 행성 한 두개 쯤은 있으나 마나 할 정도의 가치로 묘사되고, 손쉽게 포기하거나 자기 손으로 날려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카르다셰프 척도 기준으로 3단계 문명 이상이 되지 않는다면 행성 하나를 개척하는 것은 굉장히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행위가 될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행성 하나하나의 소유권은 대단히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어느 한 쪽에게 포기를 강요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해결책으로는 뭐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