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SF에 대한 가벼운 흥미거리에서부터 새로운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여기는 과학 소식이나 정보를 소개하고, SF 속의 아이디어나 이론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상상의 꿈을 키워나가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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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헥사크론 님의 글을 읽고 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자본주의와 화폐경제가 사라질려면, "인간 한명의 자급자족이 가능한 상황" 이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 말이죠.
제가 말하고자 하는것은, 인류의 총 생산량이 전 인구의 필요를 충족할수 있는 상황 (분배만 공평하게 된다면 현재 사회가 이렇게 될수 있다 믿습니다) 이 아닌, "인류의 기술적, 생산적 인프라가 충분히 축소되어, 공공, 또는 조직의 재산일 필요가 없어지는 시대" 입니다. 마치 한 사람이 발전소, 수원지, 농토, 공장을 모두 가진것 처럼 말이죠.
나노기술과 로봇공학의 발달은 이런 시대를 현실화 시킬수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만약 모든 가구들이 고성능 태양광 전지나 연료 전지 등을 설비하고 있다면, 전기나 수도를 공급하는 공기업들이 사라지겠지요.
또한, 나노 조립기, 혹은 3차원 프린터 같은 기술이 상용화 된다면, 제조업도 집안에서 일어날 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영어로는 이런 것을 Post-scarcity Economy라 부르죠.
물론, 이런 기술들도 원자재는 필요할테니, 완전한 자급자족은 아닐겁니다. 설계도같은 것도 필요할테고 말이죠.
제가 상상하기에는, 만약 이런 유토피아적인 시대가 온다면, 세계경제의 중심은 정보산업과 지적 재산권, 미디어와 예술이 될 것 같습니다.
전 인류가 과학자, 예술가, 작가가 되는 것이지요. 물질적인 재산은 누구나 가질수 있으니, 정신적인 재산으로 거래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제가 제 친구에게, "이봐, 내가 어제 테크노스릴러 단편을 하나 썼는데 말야, 네가 저번에 그린 그림 하나랑 바꾸지 않을래?" 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스페이스 셔틀이나 아이패드같은 것들은 한명의 기술자가 설계할 수 없는 물건들이니, 기업들은 이런 경제에서도 존재할 것입니다. 그래도 그들의 크기는 굉장히 줄어들어 있겠지요. 마케팅같은 것은 인터넷을 통해 훨씬 빠르고 간편해질테니, 어쩌면 그저 열명 남짓한 엔지니어들의 그룹이 세계적인 기업이 될수도 있을겁니다.
이런 세상에서는 국가의 경계가 허물어져, 인류는 수만개의 소기업들의 집합체가 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 될지도 모르겠군요.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사람이 살 공간은 필요할테니까요.
써놓고보니 너무 낙관적인 미래상이란 생각도 드는군요.
여러분의 의견이 기대됩니다.
Post-scarcity Economy를 기반으로 한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But of course, dear sir or madam.
Verily, it is a commonly known fact that I am insane. Bonkers, if you would prefer to be colloquial.
Quite, it is not becoming of a proper member of this illustrious society, but -ah!- the perks!
'자급자족의 기준'이 어디까지인지 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만 해결하는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광범위한 욕구를 전부 충족할 수 있는 것인지…. 만약 먹고 사는 문제만 해결하는 것이라면, 신변 보호, 주거지 확보, 영토 확장, 종교적 갈등, 이념 대립 등은 자동화 시스템이라고 해도 어쩌지 못하는 문제입니다. 각종 범죄 역시 단순히 의식 문제 때문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요. 이를 저지하고 재판할 사회적 조직은 여전히 존재해야 할 겁니다. 국가나 지역 기반이 무너진다는 건, 외부 침입에 보호해줄 테두리가 없다는 뜻인데, 일부 무정부주의자라면 모를까 누구도 이런 상황을 원하지는 않겠지요.
즉, 일정한 사회 형태는 여전히 존재할 텐데, 그러면 그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단순히 지적 상품만으로 정부, 군대, 경찰 등을 설립할 것 같지는 않아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꼭 화폐를 이용한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자급자족과 지적 상품만으로는 인간 사회가 원활히 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는 뜻입니다.
일단 제 머리로는 여기까지 상상하는 게 한계네요. =_=;;
제 생각에는 민병대 같은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만약 시민들이 자신의 생활과 자유에 위해를 가하는 존재를 발견한다면, 단합해서 물리치는 것이지요. 하지만, 사람이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들이 만족할만큼 있다면, 소시오패스 기질이 없는 이상, 범죄를 저지를 이유가 없다는것이 제 신념입니다.
물론, 경찰같은 질서 유지 시스템은 있어야겠지요. 하지만, 그런 것들이 "취미 생활" 혹은 "자원 봉사" 가 될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판같은경우는 발달된 컴퓨터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을수도 있겠군요. 피고의 죄목을 법률과 대조해서 결론을 내리는 AI시스템이라던가 말이죠.
혹은 <컬쳐 (The Culture)> 시리즈에서처럼 인간들은 자신의 취미생활 및 지적 활동을 하는 동안, 인공지능들이 인류를 보호하고 기반 시설들을 관리할 수도 있겠습니다.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이 만족할 만큼 있을 수가 없으니 문제죠.
저는 아무리 많은 재화가 저한테 있어도 만족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다 가질 수 없다는 걸 아니 참고 사는 거고,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가지고 싶지 않기때문에 가만히 있는 것이지, 가질 수 있다면 무엇이든 가지고 싶습니다.
설령 그걸 쓰지 않고 쳐박아 둔다고 해도 말이죠.
여기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게 어때서?"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어떻게 행동할까요?
그런 사람은 충분히 많아요.
화폐가 없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작품에서 나왔지만, 사실 그들 모두는 그냥 '화폐가 없어도 괜찮아.'라는 이야기로 끝입니다. 무언가 명확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거죠.
그렇다면 화폐가 없는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요?
우선 화폐가 왜 등장했는지 생각해 봅니다. 화폐는 물물 교환을 보완할 수 있는 교환 수단으로서 등장했습니다. 가령 한 사람은 물고기 1마리, 또 한사람은 야채 한다발이 있을때 이것을 교환하는게 좋은지 아닌지 모르는거죠. 그래서 물고기 1마리는 얼마, 야채 한 다발은 얼마라는 기준으로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화폐를 쌓아두기 시작하자 화폐 그 자체가 주가 되는 사회가 생겨납니다. 그리고 화폐를 빌려주는 시스템, 즉 금융업이 생겨나게 되지요.
여기서 화폐 제도는 변질되어 버립니다. 본래는 물물 교환의 수단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갑자기 수입의 창출원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돈으로 돈을 버는 기묘한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지요. 그리고 이로 인하여 여러가지 부작용이 생겨납니다. 우선 불로소득이라는게 탄생하고, 그로 인해서 물가가 계속 올라가는 기묘한 현상이 생겨난 것입니다. (현대의 물가 상승은 사실 대부분 '불로(금융) 소득'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가 늘어난다는, 즉 돈이 생겨난다는 현상이 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가져오는 것이지요. 물론 석유라던가 부족해지는 자원 탓도 있겠지만, 그것 만으로는 모든 물가 상승을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화폐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라는 것은 정확히는 불로 소득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건의 교환을 위한 어떤 수단은 존재하겠지만, 그 수단 자체가 소득 수단이 되지 않는 사회 말이지요.
SF 작품 속에서 처음 등장한 '크레딧 카드(신용카드)'는 바로 그런 시스템이었습니다. 자신이 일한 만큼 '신용'을 받고 이를 바탕으로 쓰고 싶은 만큼 쓴다는 것. 하지만 이것을 쌓아둔다고 해서 계속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를 모으기보다는 계속 사용하게 됩니다. 물론 무언가 비싼 물건을 사고 싶다면 그만큼 '신용'을 모아야 하겠지만, 그 물건을 사는 것으로 끝.
화폐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주가'나 '이자율' 따위의 말은 존재하지 않는, 다시 말해 금융 자본주의에서는 벗어난 사회가 되는 것이지요.
어떤 점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상일지도 모릅니다. 미국발 경제 위기 같은 것은 금융 자본주의의 문제를 명확하게 보여주었으니까요. 이 시점에서 미국이 망한 은행들을 국영화했다면 점차 그러한 방향으로 갔을지 모르지만, 구제 금융이라는 수단으로 금융업자의 배만 불려준 시점에서 이러한 미래는 다시금 멀어졌습니다.
화폐경제가 사라질 수는 있겠는데 그게 자급자족으로 가능해질 거 같진 않습니다.
일단 자급자족이라는 건 굉장히 비효율적이라서.
하나 확실한건 생존에 대한 마인드와 사회의 기본 구조가 그대로일 경우 화폐 경제는 유지될 겁니다.
화폐경제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시장'에서 여기서 물물교환을 대체하는 대체제이기에, 화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죠.
문제는. '시장'이라는 것은 인간이 생산활동, 즉, 농업, 수렵 등 전문적인 활동을 시작한 이후로 한번도 인간 역사에서 빠져본 일이 없는 활동이라는 점이 골치아픕니다.
지금까지 역사상으로 '시장'을 부정하거나, '시장'에 변형을 가져오려는 거의 모든 노력은 철저한 실패로 끝났다는 점입니다.
인간에게 물질과 에너지가 무한정 공급되지 않는 이상 화폐가 없어지기는 힘드리라 봅니다.
주제하고는 조금 다른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시드마이어의 알파센타우리라는 게임에서는 에너지 자체가 화폐단위로 쓰이죠.
에너지가 화폐로 쓰이니 화폐가 없는것은 아니지만 상징적인 수단이 아니고 실제로 그 에너지만 있다면 거의 뭐던지 만들수 있는 사회...
스타트렉의 지구가 그런 세상이죠. 사람들이 살기 위해 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다들 자기가 원하는걸 하려고 합니다.
복지가 극한까지 발전한 사회... 필요한게 불편없을 정도로 제공되기 때문에 욕심 부리지만 않으면 굳이 재화를 축적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습니다.
현재 산유국으로 전국민들에게 엄청난 복지를 제공하는 브루나이를 생각해 보시면, 에너지 및 자원문제가 해결되는 수준의 기술이 되면, 재화축적이 개인의 목표가 되지 않을수도 있겠죠.
Greg Egan의 Diaspora(외 여러 작품들), Iain M. Banks의 Culture, Greg Bear의 Infinite Hexamon을 대표적인 예시로 꼽을 수 있겠군요. 하나같이 (현대 기준으로) 신위에 도달한 위대한 기술력을 자랑하는 개성적이고 걸출한 유토피아들입니다(그리고 육체가 무의미-일종의 표현형이나 마네킹으로 취급받는-하다는 공통점이 있죠).
이중 제가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Greg Egan의 작품들입니다. 컬쳐식 유토피아에 대한 유력한 대항마죠. 은하 규모의 최근 작품에서 그 정점을 찍습니다.
예전에 어디선가 주워들은 내용인데,
스타 트렉의 한 에피소드에서 우주를 둥둥 떠다니는 캡슐을 주워다 열어 보니 사람들이 동면돼 있고,
깨워서 일어나자마자 한다는 소리가
'제 주식은 지금 주가가 얼마나??'
그러자 승무원들이 '돈? 요즘 그런 거 없어요. 필요한건 다 쉽게 만들 수 있는데요 뭐.'
인간이라는 게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한테서 우월감을 느끼려고 하는 종족이니..
나노 조립기 등의 기계로 만들어내기 힘든 물건들의 인기가 높아질 것 같습니다. 일종의 사치, 과시품으로요.
그래도 생필품은 다 만들어낼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살만할 거 같군요.
아, '메트로 2033'에서 지하철을 잘 아는 기존 지하철 직원들이 일종의 권력층이 되었다는 묘사처럼,
그 '물건 만드는 기계'를 만들고 정비하는 기술자 같은 게 최고의 유망직종이 되지 않을까요?
뭐 제가 공돌이라 그런 건 아닙니다 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