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암흑 물질이었어. 그것 때문에 이상 현상이 일어난 거야. 암흑 물질은 중력적인 상호작용만 해서 다른 어떠한 힘에도 영향을 받지 않지. 그러다 보니 전자기력에 영향을 받지 않아서 빛을 그대로 투과시키기 때문에 광학적인 관측이 불가능했지. 그런 거였어. 처음부터 떠올렸어야 했던 건데."


"그렇군요. 그러면 저 앞에 있는 건 암흑 물질끼리 뭉쳐 있는 거겠군요."

"중력에는 영향을 받으니까. 자신들의 질량 때문에 스스로 중력붕괴 하면서 뭉쳐졌을 거야. 성간구름이 중력 붕괴하여 항성을 구성하는 것처럼."

"하지만 암흑 물질인데 보통 물질처럼 그럴 수가 있을까요?"

"물론 완전히 똑같지는 않겠지. 다른 힘에 영향을 받지 않는 물질들이니 서로 융합하면서 에너지를 발산하는 일도 없을 거야. 그러니 계속 붕괴하는 거지. 그렇게 붕괴하다 보면 어느 순간엔 슈바르츠실트 반지름보다 작은 공간에 모든 물질이 수렴될 거고, 그러면 블랙홀이 되는 거야. 항성진화의 단계 중단을 모조리 건너뛰어서 최종단계로 가는 거지."

"그럴 리가요. 암흑 물질의 정체는 아직도 제대로 파악이 안 되어 있다고요. 그런데 그들이 서로 간의 척력을 가지지 않으리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죠. 중성자성을 생각해봐요. 중성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이라 전자기력에 의한 반발이 일어나지 않아요. 하지만 그들은 파울리의 배타 원리에 따라서, 둘 이상이 같은 상태에 있을 수 없다는 특징을 가지죠. 동시에 같은 위치에 있을 수 없다는 얘기가 되니, 서로 밀어내어 다른 위치에 있게 된다는 얘기예요. 그걸 붕괴시키려면 꽤 강력한 중력이 필요하고요. 파울리의 배타 원리는 쿼크나 전자 같은 페르미 입자에만 해당이 되는 것이긴 하지만, 암흑 물질도 그러한 성질을 띨 수가 있잖아요?"

"그래, 그렇겠지. 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아. 만약에 저기에 있는 알 수 없는 천체가 암흑 물질로 이루어진 소형 블랙홀이라면? 우리가 저기에 빨려 들어가는 순간 탈출은 꿈도 꾸지 못하게 될 테고,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버리겠지. 하지만 저기에 있는 것이 암흑 물질로 이루어져 있긴 해도 블랙홀은 아니라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아. 탈출의 기회는 있겠지. 하지만 빨려 들어가면 저 암흑 물질들이 전자기력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우주선은 그대로 암흑 물질 천체의 중심으로 뛰어들게 될 테고, 그러면서도 중력의 영향은 받게 될 거야. 만약에 중력이 작은 천체라면 그래도 살아남을 가능성은 있을 거야. 중력이 가장 센 지점은 천체의 표면이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중력은 약해지니까. 지구 정도의 중력이라면 그대로 통과해버리면 될 테니 문제가 없어. 하지만 계산결과로는 저 천체의 질량은 적어도 적색 왜성 급이야. 투명한 항성에 뛰어드는 셈이 될 테지. 아마 들어가자마자 찌그러들게 될 거야."





위는 제가 최근에 암흑물질에 대해 쓴 SF소설의 일부입니다.
탐색되지 않는 암흑물질 천체에 의해 위기를 맞게된다는 내용인데요, 암흑물질로 이루어진 천체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써보긴 했는데, 실제로는 어떨까요?
어쩌면 암흑물질로 이루어진 천체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