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탄생은 핵전쟁이 일어나 일부 시스템이 공격을 받더라도 전체 네트워크는 유지하고자 하는 연구 프로젝트 '아르파넷'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몇 개의 허브를 두고 나뭇가지 형식으로 구성한다면 그 허브들이 공격받는 순간 전체 네트워크는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시스템들이 상호 연결되어 혈관처럼 구성된다면 그 중 일부 허브가 공격되더라도 전체 네트워크가 날아가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한 생존성 높은 분산 처리 시스템을 바탕으로 인터넷은 등장했고, 지금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은 흔히 '약자들에게 더 친화적'이라고 이야기됩니다. 기본적으로 익명성을 전제로 하는 인터넷 시스템은 이른바 독재 권력에 대항하는 민주주의 운동가들에게는 매우 강력한 정보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국가나 대자본 같은 거대한 강자보다는 개인이나 소자본의 작은 약자에게 친화력이 크다... 인터넷에 대한 일반의 인식입니다.

  실제로 인터넷은 정부 반대하는 목적으로 널리 이용되었습니다. 이른바 '폭로 사이트'로 인기 높은 위키리크스가 그 중 하나이며, 그 밖에도 수많은 반정부, 반독점 운동이 인터넷을 통해 전개됩니다.

  그렇다면 인터넷은 인류를 궁극적인 '민주화'로 이끌어나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일부 사례를 볼때, 인터넷이 완벽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미얀마처럼 인터넷 자체를 제대로 도입하지 않는 사례도 있지만, 중국이나 대한민국처럼 인터넷 자체에 대한 통제를 점차 높여나가며 국가에서 관리하는 모습은 종종 보이니까요.

  이번에 이집트 정부가 진행한 인터넷의 전면 차단은 인터넷 시스템의 현실적인 한계를 보여줍니다. 이집트는 아랍 지역에서 비교적 인터넷 시스템이 잘 되어있는 나라 중 하나로 알려졌습니다. 이번에 반정부 시위에서 대규모 시위를 준비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주고 받았는데, 이집트 정부의 전화 몇 통으로 이집트의 인터넷은 거의 전면적으로 차단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이동 통신까지 동시에 이루어졌기에 사실상 이집트는 통신 시대 이전으로 돌아가 버린 상황이나 다를바 없습니다.

이집트 독재자 인터넷 어떻게 차단했나  (아이뉴스)

  핵공격에도 버틸 수 있다는 아르파넷을 바탕으로 했다는 인터넷... 하지만, 이를 차단하는데는 불과 몇 번의 통화로 충분했다고 합니다. ISP 업체가 아무리 많더라도 결국 서비스 제공자의 수가 한정된 만큼 그들 업체만을 관리하는 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같은 인터넷 차단 조치는 이집트 전역에 혼란을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큰 손실을 안겨줄 것입니다. 이로 인해서 이집트는 세계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리게 될 테니까요.

  하지만, 미얀마나 이번 상황을 보듯 독재적인 권력자는 때때로 그 어떤 것보다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데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라의 경제가 몰락하건 말건 그들이 상관할리가 없습니다.

  실제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도 많은 정보 산업 업체의 손실을 무시하고 인터넷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으니까요. (너무도 효율적(?)인 통제 방식이라 세계의 인터넷 연구자들이 대한민국을 '인터넷 통제 선진국'으로서 연구하고 있다고 할 정도입니다.)

  인터넷은 우리에게 가능성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가능성과 반대로 권력자에게 생각보다 약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 이집트 사례는 보여줍니다

  인터넷과 무선통신까지 모두 차단된 이집트에서 과연 대규모 반정부 시위는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요? 잘은 알 수 없지만, 꼭 성공해 주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