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SF에 대한 가벼운 흥미거리에서부터 새로운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여기는 과학 소식이나 정보를 소개하고, SF 속의 아이디어나 이론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상상의 꿈을 키워나가는 곳입니다.
( 이 게시판은 최근에 의견이나 덧글이 추가된 순서대로 정렬됩니다. )
왠지 게시판이 얼어붙어 있기에 잡담 형식으로 짧게 써 봅니다. (...)
초합금Z와 건다리움, 가히 '강한 금속'의 양대 산맥이라 불릴 만한 물질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 물질의 정체는 뭘까요?
일단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역시 합금입니다. 순수한 물질들은 이미 주기율표에 다 드러나 있고,
그것들의 강도와 인장력 역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중에 그 정도의 물질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일단 합금이라는 전제 하에 베이스가 되는 물질은 무엇이 될까요?
일단 가능성이 있는 것은 철, 니켈, 티타늄(사실 타이테늄이지만 이쪽이 더 익숙하죠) 정도가 있습니다.
철은 쉽게 구할 수 있는 만큼 쌉니다. 물론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같은 무게의 우유와 비슷한 가격입니다. (...)
합금시 가장 좋은 성능을 발휘하기도 하죠. 하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으니, 부식이 쉽다는 점입니다.
부식을 막기 위해 크롬을 넣어 스테인레스로 만들면 내부식성은 증가합니다만, 강도와 인장력에 제한이 생깁니다.
니켈 기반 합금은 우선 굉장히 비쌉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철 기반 합금에 비해 최대 20배 이상(!) 비쌉니다.
하지만 비싼 값을 하니 우선 내부식성이 엄청납니다. 내구성도 뛰어납니다. 한 번 만들어 놓으면 오래 가죠.
반면에 강도와 연성은 철 기반 합금에 비해 조금 떨어집니다.
티타늄 합금 역시 비쌉니다. 니켈 합금에 못지 않죠. 또한 가볍습니다. 기본 강도는 철보다도 뛰어납니다. 내부식, 내마모도 굉장합니다.
여기까지만 쓰면 정말 만능 금속처럼 보입니다만, 가격 말고도 여러가지 사연이 있습니다.
우선 순수한 티타늄이 강하다지만 적당한 철 합금보다도 약합니다. 물론 티타늄도 합금을 통해 더욱 강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합금이 어렵습니다. 티타늄은 다른 금속과 어울리는걸 정말 싫어합니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 개발한 여러 방법이 있지만 그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소결 합금이라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게 뭔고 하니 우선 티타늄을 박살냅니다. 아주 잘게잘게 부숩니다. 합금할 다른 원소도 잘게잘게 부숩니다.
그 가루들을 몽땅 섞은 다음, 그대로 굳혀 버립니다. -_- 네, 합금 완성입니다.
이모양이니 가공이 어렵습니다. 한 번 만들면 재활용도 쉽지 않습니다. 알고 보면 티타늄도 불쌍합니다.
...사실 지금까지 서론이고 이제부터가 본론입니다만, 아마 본론이 더 짧게 끝날 것 같네요.
어째 서론이 굉장히 길어져 버렸습니다. (...)
어떤 물질이든, 합금이든, 또 다른 무언가이든 그 물질이 뭉쳐서 이루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바로 결정질(Crystaline)과 비결정질(Non-Crystaline)입니다.
비결정은 또 몇 가지로 나뉩니다만 그 쪽은 일단 제쳐 두고, 결정을 중심으로 보도록 하죠.
결정은 결정 구조(Crystal structure)를 가진 물질로, 쉽게 말해 원자들이 가지런히 줄지어 있는 상태입니다.
이 아래 글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사실 물질의 강도는 완벽한 결정(Perfect crystal)일 때 매우 강합니다.
결정은 보통 여러 개의 결정립(Grain)에 의해 다결정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완벽한 결정은 이런 결정립이 하나이고, 결함도 없는 경우가 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정제된 물질의 강도를 1이라고 한다면, 완벽한 결정일 때의 강도는 약 20~1000 이상입니다. 엄청나게 강하죠.
여기서 착안한 점이, 만약 완벽한 결정을 만들고 유지시킬 수만 있다면 엄청난 강도를 가지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점을 감안하여, 이것을 초합금 Z로 명명토록 합시다. (이봐!)
사실 약간의 결함은 오히려 결정구조를 안정화시키기 때문에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또 반대 방향으로 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결정립의 크기를 나노 사이즈로 줄이면, 결정은 결정이되 결정이 아닌 상태가 됩니다.
쉽게 말해 원자 수 개~수십 개 정도로 하나의 결정립을 이루도록 하면, 서로가 서로를 방해하여 원자의 이동을 방해합니다.
따라서 강도 역시 증가하게 되죠. 이건 현재도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현재보다 더욱 더 작게 만든다면?
기대하신대로 건다리움의 탄생이 되겠습니다. (이봐!)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이렇게 만들어도 조금 높은 열을 받으면 결정립들이 정렬해서 합쳐져 버립니다.
기껏 작게 만들어도 도로아미타불인 것이죠. 하지만 건담은 폭탄에 맞아도 멀쩡하니 뭔가 모종의 처리를 거쳤겠죠. (미노프스키 입자!)
하지만 이 쪽은 그나마 현실성이 있어 보입니다. 언젠가는 가능할 수도 있겠죠.
사실 뭔가 결론을 내기 위한 글이 아니다 보니 약간 어설픈 마무리가 될 수밖에 없네요.
이런 상상 속의 물질들에 대해 물질 그 자체가 아닌 공정적 측면에서 본 글은 사실 거의 찾아볼 수 없더군요.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했지만, 혹시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질문 부탁드립니다. :)
묘실공대 후문 옆 낡은 아파트 담벼락 틈새에서
건담의 장갑재인 건다리움은 종종 루나 티타늄이라고도 불립니다. 여기저기 나온 설정들을 읽어보면, 이 루나 티타늄은
신소재인 동시에 우주의 무중량 환경을 이용해 정련된 합금이라고도 하니...이게 말씀하신 무결점 결정구조인 셈이죠.
초합금 Z를 비롯해 마징가 계열에 쓰인 장갑재는, 원작 설정으로는 광자력 연구소에서 만들어낸 저패니움이라는 물질을
이용한 합금재입니다. 이 저패니움이 광자력 에너지의 에너지원으로도 쓰인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광자력 에너지'가 마징가 Z 애니메이션 초반부에서 무언가 핵분열 비슷한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게 나왔으므로,
아마 대량의 감마선을 방출하는 무거운 원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열화우라늄처럼 무거운 원소에서 얻어진 장갑재 아닐까요?
공부가 되는 글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작은 단위의 원자들이 조건에 따라서 결정구조가 된다는게 제일 흥미로운거 같습니다.
chaos 상태에서 crystalize되는 모습을 눈으로 보고 싶네요. 그 패턴의 움직임도 연구대상이 될거 같습니다.
또한 그런 작은것들이 모여서 큰 힘을 만든다는게 참 대단하네요.
티타늄은 라틴어, 타이테늄은 영어 음역입니다. '사실 타이테늄'이라는 건 영어권에서나 통하는 거죠.
비 영어권, 특히 중부 유럽의 독일어권에서는 티타늄에 가까운 발음으로 통용됩니다.
뭐 우리야 미국 식민지니까 '사실 타이테늄'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습니다만.
위키에 보니 대한화학회는 IUPAC를 따라서 새 이름을 정했는데 국립 국어원 표준어에서는 아직 받아들이지 않고 있군요.
제가 보기엔 IUPAC 명명법은 발음이 아니라 각종 이름들의 조합법에 관한 것이고, 딱히 발음에 대한 표준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만' 이를 표기법을 근거로 반 영어식 발음을 제정한 걸로 보입니다. (왜 완전 영어식이 아니고 반 영어식이냐하면 ethane이 영어 발음으로 '에테인'일 리가 없으니까요.)
결국 영어와도 맞지 않고 기존 라틴어와도 맞지 않는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표기법이라, 저로서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네요. 차라리 ethane을 '에쎄인'이나 '에씬'이라고 했으면 설득력을 가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금속을 제련하여 물건을 만들 때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1. 금속 내부에 기포가 들어가서 나오는 과정에서 균일하지 않게 될 수 있다.
2. 금속이 식으면서 수축하고 이때 균열이 생길 수 있다.
3. 금속이 아닌 다른 분자가 섞일 수 있다.
....
무엇보다도 중력이 있는 이상 금속이 균일하게 만들어진다고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특히, 합금이라면 그 비중이 달라서 균일하게 섞일 수 없다는 문제가 생겨나지요.
때문에 '무중력 공간에서의 금속 정련'이라는 것이 이야기되곤 하는데...
사실, 이 역시 완벽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중력이라고 해도 금속이 식을 때 수축하는 과정은 뺄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생각한 것은 나노 기술을 이용하여 금속을 원자 단위로 결합시키는 것이었지요.
완벽한 결정을 이룰 뿐만 아니라 균열도 발생하지 않는 방법으로서...
현재는 광석을 녹이고 불순물을 제거하면서 틀에 넣어 굳히는 방식...
하지만, 원자 하나하나를 제어해서 원하는 모양을 만든다면 위에서 말씀하신 완벽한 결정 구조를 이룰 수 있으며 불순물 0%에 균열이 전혀 없는 이상적인 금속 조형이 만들어집니다.
그 강도는 이론 상 최대 규모에 이를 것이며, 아마도 대출력의 레이저를 제외한 현용 병기로는 도저히 파괴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리라 생각합니다. (레이저는 기본적으로 '열'을 이용한 방식이기에 상대의 강도는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내열 구조를 역시 나노 기술로 짜맞추고, 면을 균일하게 해서 레이저 에너지가 쉽게 반사, 확산되도록 하면 조금은 낫겠지만...)
단점은... 만들기가 쉽지 않고, 전투 한 번 할때마다 피해를 입은 위치를 살펴서 갈아치워야 한다는 점이 아닐까요? (마치 우주왕복선의 내열 타일을 바꾸듯...) 여하튼 한번이라도 피해를 입게 되면 그 위치에 열이 가해지거나 하여 결정 조직이 변형될 수 있고 그만큼 내구력도 떨어질테니까요. (특히 내열 구조물과 반사면이 있다면 더욱 더 신경써야 합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극복할 수 없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궁극 병기를 위한 노력이라면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