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살펴보면 인류가 기근에서 벗어난것이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며, 아직도 상당수의 인구가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수백만명은 우습고 심지어 1천만명이 죽어나간 기근사태도 있는데, 이런 대규모 기근의 근본적 원인은 한계치에 다다른 인구증가에 기인합니다. 자국의 영토가 먹여살릴수 있는 수준을 간댕간댕 넘어갈 정도로 인구가 불어난 와중에 한순간 삐끗하기라도 하면 그나마 영양 부족으로 시달리던 이들이 버틸 재간이 없는거죠.

기근을 근원적으로 막을수 있는 가장 위대한 발명품은 콘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입니다. 실제로 기근에 시달리던 아프리카의 한곳에서 제일먼저 실시한 일이 콘돔의 대규모 보급과 교육이었다는 점을 살펴보면 단지 우스개 소리는 아닙니다. 이 이야기로 다양한 주제를 논할수 있지만, 흠... 엘프의 생태쪽으로 진행시켜 보죠.

엘프는 상당히 고상한 종족입니다. 체계적인 농업시스탬이나 도시를 이루지 않고 밀림속의 원주민처럼 자연채집으로 살아가는 여유있는 족속입니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것은 인구수를 억제시키는 능력인데, 성욕이 없던가 임신율이 낮던가 성에 대한 혐오를 갖고 있던가 해야 합니다. 그도 아님 동성애가 발달(?)했던가 피임약이 있던가 배란기를 조절할수 있든가, 뭐가 됐든 말이죠.

신체적인 통제 수단을 갖추었다면 엘프의 성생활은 꽤나 방종하리라 짐작할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식 키우기가 장난 아닐테니 일단 결혼하면 철저한 일부일처제가 되겠죠. 그도 아님 공동 육아라든가. 이야 작가가 맘대로 만들어 내는것 아니겠어요? 하지만 방종한 엘프가 나온 작품이 없는만큼, 성욕 자체에 대해서 그다지 큰 욕구는 없는듯 싶습니다. 사실 별로 보기 좋은 풍경은 아니에요.

그런 수단이 없다면 늘어나는 인구로 자연채집은 한계에 부딪치게 되고, 체계적인 식량 생산 시스탬과 이를 관리하기 위한 국가의 형성, 자원을 둘러싼 다툼등 인간의 그것을 고스란히 답습할수 밖에 없습니다. 뭐가됐든 인구를 억제할 방법을 가졌기에 그런 여유있는 삶을 살아갈수 있는건데, 다르게 말하면 고상하지 않으면(최소한 성에 대해선) 전멸할수 밖에 없는 종족이 엘프라는 거죠.(수명이 장난아니니) 뭐 이건 드워프나 드래곤도 마찬가지가 될겁니다.

하등 동물일수록 수명이 짧으면서 번식에 치중하게 됩니다. 신체의 온 기관이 그를 위해 존제하고 삶의 목적은 오로지 그것을 위해 달려갑니다. 하지만 고등동물이 될수록 그것이 점차 약해져 가는데, 복잡한 기관을 갖추고 생존방법을 터득해 독립할수 있는 육아 기간이 그만큼 길어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고등동물이 하등동물의 그것과 동일한 번식력을 갖춘다면 넘쳐나는 개체수로 결국 전멸할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그런점에서 본다면 엘프라는 존제는 인간보다는 고등동물에 속한다 봐도 무방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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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이죠... 최근들어 우리나라의 인구 증가율도 선진국의 그것처럼 줄어드는 추세가 되버리고 있습니다.(2100년에는 인구가 3분의1 수준으로 격감된다니 우리도 선진국 된건가?) 삶이 고상해지고 누리는 것이 많아지는 만큼, 그것을 획득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육아의 부담이 너무 늘어난데다 적절한 임신억제 수단까지 갖추었으니 말입니다. 자식대체 수단인 애완동물도 있고...

대다수 작품에서 엘프 종족은 사회의 노쇠함에 대한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현실에 만족해 그 이상의 발전을 바라지 않고, 바래서도 안되는 그들의 입장이 어쩌면 선진국의 그것과 엇비슷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판타지에서 종족간의 차이점이 현실에선 '국가'라는 단위로 바뀐것이 아닐까요? 인간을 짜증내하고 경계하는 엘프의 성향은 외국인 노동자를 무시하는 선진국, 우리나라의 작태와 다를게 없는지도 모릅니다.

엘프와 인간과의 마찰을 선진국, 후진국 간의 갈등에 대입해 작품을 써볼만도 하겠군요. 살기위해 선진국으로 몰려드는 난민은 마을을 개척하기 위해 엘프의 영역인 숲을 파괴하는 인간과 동일할 겁니다. 선진국의 인국는 갈수록 줄어들어 엘프처럼 고령화가 되가고 있습니다. 후진국의 인구는 날로 증가하고 빈부격차는 심해져만 갑니다. 흡사 전쟁이 심화되고 혼란이 더해가는 판타지의 인간 세계처럼 말입니다. 양쪽 모두 생존을 위한 절박함이 있는데, 좋은 이야기꺼리 나올만한 조건이군요. 게다가 이건 상상이 아닌 현실 세계의 가장 커다란 문제점입니다.

환경파괴로 인한 자연재해는 신의 노여움이 될수 있겠고... 실제적으로 이런 환경문제와 후진국의 빈곤은 선진국에 어느정도의 책임이 있는데, 만일 엘프에게 그런 책임이 있다치면(전설이라든지) 문제는 복잡해 질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인간 나빳다로 끝날수가 없어요. 선진국의 기술독점을 엘프의 마법 독점정도로 짜맞추어 가버리면 정말 문제는 꼬일대로 꼬여버립니다. 하기사 현실문제에 대입한 것인만큼 더이상 어려울수 없을 지경이 되는게 당연하겠죠. (이런, 또 심각하게 마무리 되는군요.)

현제 실세계의 상황과 대입해서, 이런 양 종족(?)간의 문제점과 갈등을 해결할수 있는 방법은? 좀 그럴듯한 멋있는 결론 뭐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