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자동화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제일 처음 들은 말중 하나가 Fool Proof 입니다. 원래는 일본에서 쓰기 시작한 Poka-Yoke가 원조라고 하더군요. 품질관리 차원에서 상식적으로 하지 않을만한 바보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업무 흐름 또는 시스템적으로 강제로 박아넣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번 버튼과 2번 버튼을 순차적으로 눌러야하는데 2번 버튼을 먼저 누르면 동작되지 않고 화면에 커다랗게 '1번 버튼을 먼저 누르시오!' 라고 뜬다던가...  사람이 설비안에 들어가 있는데 설비가동을 하면 사고가 나니, 모션센서가 설비안의 음직임을 감지해서 움직이는 물체가 있으면 가동버튼을 눌러도 가동이 되지 않도록 한다던가.. 실생활에서 느끼기 쉬운걸로는 자동변속기 차량의 경우 P와 N 상태가 아니면 시동모터가 돌지 않게 되어 있죠.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메뉴얼대로 하면 되는데 왜 메뉴얼대로 안하고 지멋대로 하다가 품질사고나 안전사고를 내는지 미치고 팔짝 뛰겠지만 그렇다고 그게 사용자가의 잘못만은 아닙니다. 애초에 '왜 메뉴얼대로 안했는데 작동이 되나?' 를 따지거든요. 그래서 '바보라도 실수하지 않도록' 하는게 목적입니다. 멀쩡히 일 잘하던 사람이 피로하거나 방심하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저지르지 않을 실수를 저지르죠.



원격조정 크레인으로 중량물을 내려놓던 작업자가 내려놓는 위치에 이물질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수톤짜리 물건이 내려오고 자기손에 리모콘이 있으면 정지버튼을 누르고 이물질을 치운후 다시 내려놓는게 상식이죠. 하지만, 그 몇초를 줄이려고 손으로 그 이물질을 탁 쳐내려고 하다가 손이 끼어서.... (....)


철판이 밀려 들어가는 설비에서 철판이 걸려있었습니다. 그 설비는 종종 그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긴 집게 모양의 치공구가 바로 옆에 놓여있었고 경고판도 붙어있었습니다. 그런데 작업자는 몇십초의 시간과 몇걸음의 노력을 줄이기 위해 손으로 철판을 밀어넣다가 말려 들어가 손가락 두개가... (....)


제일 어이 없었던 안전사고는 작업자가 레일에 손이 끼어 손을 심하게 다치는 사고가 있었는데 작업반장이 다음날 그 사고가 어떻게 났는지 재현한다고 손을 레일에 얹어놓고 버튼을 눌러서 똑같은 부상을 입었던 것이었습니다. 이런 재현을 할때는 사전에 설비팀에 이야기 해서 그 설비에 세이프티를 걸어놓거나, 버튼을 누르는 시늉만 하거나 하는데 설비쪽 반장이 '번거로우니 그냥 버튼만 누르는 시늉만 해라' 라고 해놓고서 정작 재현하는 작업반장은 버튼을 눌러버린것이었죠.


그외에.. 납품트럭이 공장안에 들어왔는데 기다리는 동안 트럭운전자가 심심했는지 돌아다니다가 추락해 사망한 사고도 있었죠. 직원이라면 그곳이 추락위험이 있다는걸 알고,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문도 붙어 있는데 외부인이 들어왔다가 추락하는 바람에 꽤 시끄러웠습니다.


몇달전에도 허리 높이까지 오는 안전펜스가 있는 장소에 펜스 넘어 들어가 청소를 하던 작업자가 무인 로보카에 치여 중상을 입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안전펜스 높이가 낮아서 넘어갈 수 있었다' 가 문제중의 하나로 지적되어 안전펜스를 전부 2m 로 올렸습니다.



안전사고는 대부분 방심해서 '이정도면 괜찮겠지' 하다가 벌어지거나, 관리자가 '설마 사람이 바보도 아니고 이렇게는 안하겠지?' 라고 생각한게 원인이 되어 발생합니다. 그래서 관리감독자는 '사람은 바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작업/안전설계를 해야 합니다. 

내 상식이 상식이 아닌 사람들이 많거든요. 정말로요...   커다랗게 '위험!' 이라고 경고판이 붙어있는데 들어갔으면 들어간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경고판만 붙여놓고 맘만 먹으면 들어갈 수 있게 해놓은 관리자가 잘못한겁니다. (....)

관리자 입장에서는 진짜 억울할지 모르지만... 규정이 그렇습니다.





Live long and Pros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