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이곳은 무엇이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유 게시판입니다. (댓글 기능을 다시 활성화시켰습니다.)
두서없는 잡담입니다.
그래서 전혀 논리적이지 않고 별로 치밀하지 않으며,
그냥 개인적인 소견과 그렇게 생각하며 살게 된 배경을 솔직히 적었을 뿐이죠.
1.
사람이든 동물이든... 환경의 지배를 받습니다.
자신이 성장하고 살아온 환경이 다른 무엇보다 그 사람의 세계관에 큰 영향을 줍니다.
저 역시 제가 성장하고 듣고 보아 온 집안 사람들의 생각, 말, 경험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 중에는 "재무/재정", "토목/건설", "충청남도"라는 게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될 수 있겠죠.
제 조부님과 종조부님(작은 할아버지) 모두 일제 시대에 공주고보를 나오셨습니다.
농사를 짓던 증조부님께서 고향인 천안에는 학교가 없어서 자식 교육을 위하여 공주로 이사를 가셨고,
그 시절 분위기를 생각하면 굉장한 학벌이었습니다. 대학에는 안가셨지만, 당시에는 더 바랄 수 없었죠.
그리고 두 분 모두 일제시대에 은행에서 직장을 잡아 일을 시작하셨습니다. 해방 후에는 농협에 계셨죠.
작은 할아버지는 조금 더 출세하셨는데, 그게 가능했던 것은 공주고보 재학 중 친구가 JP였기 때문입니다.
수출입은행에 계시다가 퇴직하시고 당대 한국 최대의 종묘회사였던 중앙종묘로 옮겨서 CEO를 10년 하셨습니다.
제 작은 할아버지께서 중앙종묘 사장으로 있으실 때 R&D 팀에서 만든 작품이 "청양고추"입니다. 평생 보람으로 여기셨죠.
요는... 제 집안은 "은행" "재무"통이라는 겁니다.
조부님, 작은 할아버지 모두 은행에서 평생 일하셨고, 기업에서 CFO로 있다가 CEO가 되기도 하셨습니다.
때문에 제 삼촌, 당숙 어르신 세대에도 모두 재무 관련 일을 하셨고, 제 사촌들까지도 상당 수 마찬가지입니다.
백부님은 은행에 가려다가 학교 선생으로 풀렸는데, 상업 선생이었습니다. 약간 방향은 다르지만 재무통이었죠.
제 부친 역시 평생 재무 일을 하셨습니다. 공직에 계실 때도 재무/재정 담당이었고, 공기업으로 옮겨 기관투자팀을 맡으셨죠.
은퇴 후 건설회사에 취업하시고도 내내 재무관리를 하셨습니다 - 돈 관리를 할 줄 알기 때문에 65세까지 일자리를 얻으셨습니다.
사촌 형님들 중에도 K생명에서 펀드매니져를 하거나, 직장에 다녀도 대부분 재무관리를 합니다. 돈 관리가 집안 가풍이에요.
더불어 고모님 한 분이 건설회사를 경영하셨는데...
결국 그 회사에 은퇴하신 제 부친을 비롯해서, 삼촌들이 대를 이어 다니며 일하셨습니다.
모두 돈 관리를 하셨죠. 재무 관리가 기본이었으니까요. 어떻든 건설업 역시 집안의 가업 중 하나였습니다.
저는 아주 어릴 때부터 호흡과 마찬가지로 돈 관리에 대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보고 듣고 느낀 것이 돈 관리였고, 재무관리였으며, 국가 재정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실은 고등학교까지 막연히 "상대 나와서 기업/은행에 들어가 돈 관리하고, 취미로 책 읽고 글이나 쓰자"는 꿈도 있었습니다.
어찌어찌 이공계로 진로를 틀어서 여기까지 왔지만, 어릴 때부터 보고 듣고 생각한 바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 게 당연하죠.
2.
저는 신용카드가 없습니다.
태어나서 제가 제 명의의 신용카드를 만들어 쓴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회사에 취업해서 손에 쥐어 준 법인카드가 있긴 했지만, 제 자신이 스스로의 편의를 위해 만든 적은 없죠.
오로지 체크카드만 사용하고, 그나마도 되도록 현금을 미리 찾아서 현금으로 결재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연말 정산 때 조금 손해봐도 좋습니다 - 현금을 쓸 때마다 큰 돈이 부서지는 것을 계속 인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현금을 눈으로 보고 직접 돈을 만져가면서 써야 지출 액수를 잘 인식하고, 자잘한 지출을 최소화하게 되니까요.
저는 부채가 없습니다.
태어나서 빚을 진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석사 시절 부모님께서 전재산을 맡겨 놓으신 나라종금이 파산하면서 급히 학자금대출 신청을 한 적 있지만,
DJ의 압력 덕분에 등록금 후불제를 시행하여 먼저 수업듣고 나중에 등록금을 내는 제도가 갑자기 신설되어서...
학자금대출을 받지 않고 먼저 수업들으며 프로젝트하면서 순조롭게 돈을 모아 자력으로 해결이 가능했었더랬죠.
이후 결혼 전에 학창시절의 프로젝트까지 포함하여 9년의 직장생활로 돈을 모아서 빚 없이 신혼집 전세를 얻었고,
와이프와 결혼할 때 빚이 없었기 때문에 순조롭게 돈을 모아서 몇 년 후 전세로 살 던 집을 구매할 수 있었으며,
앞으로 부모님과 처자식 포함 일곱 식구가 평생 살아갈 집을 장만하는 과정에서도 전혀 빚을 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평생 주식투자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펀드 투자도 마찬가지죠.
그렇지만 투자 분석 강의를 여러 해 동안 했고, 모의투자 숙제도 항상 학생들에게 시키곤 했습니다.
또한 제 자신이 주식투자 최적화에 대한 논문을 3년 넘께 썼고, 그 결과를 전문학술지에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지 않기로 맹세했고, 그것을 지키고 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국채나 회사채에도 흥미 없고, 금융 상품 자체를 별로 안좋아합니다.
그냥 오로지 열심히 돈 벌어서 꼬박꼬박 저금만 할 뿐이죠. 이자가 많던 적던 상관하지 않아요.
죽어라 절약하는 것보다 더 빨리 돈을 불려주는 금융상품이나 투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무카드 + 무부채 + 무투자 = 자산 증식
이게 재무관리가 가업이자 가훈이자 가풍인 집안에서 제가 배운 겁니다.
빚 앞에는 장사가 없습니다. 모험적인 투자는 큰 낭비를 불러 올 뿐, 결코 이득을 가져오지 못합니다.
뜬 돈을 멀리하고, 제 자신이 노력해서 스스로 손에 쥐는 것만이 진짜배기이고,
제가 치열하게 노력해서 만들어 낸 것만 믿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3.
저는 가정의 재무관리와 기업의 재무관리, 지방정부/국가의 재정관리는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빚을 지는 것을 용인하는 가정은 그 만큼 마이너스와 리스크를 감수하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보고,
그 리스크의 크기 만큼 삶이 자유롭지 못하고 부채에 눌려 어려움을 겪으며 지낼 수 밖에 없습니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 부채를 지고 빚으로 경영하면 결정적일 때 그 리스크로 어려움을 겪습니다.
지방정부와 국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 부채를 지는 것을 받아들이면 그 만큼 어려움이 따르게 됩니다.
빚이 없는 가정은 얼른 보기에 답답하고, 옹색하고, 빈티나고, 없어보이지만... 진정 단단합니다.
남들 다 입는 코트가 없고, 남들 다 가진 거실과 소파가 없고, 남들 다 보는 대형 LED TV가 없지만...
그 대신 영혼이 자유롭습니다 - 누구에게도 아쉬울 게 없고, 빚 진게 없으므로 마음이 참으로 편안하죠.
빚이 없는 기업은 성장을 위해 투자를 결정할 때 과감함이 부족하고, 어리석고 보수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은행에 아쉬울 게 없고, 은행을 틀어쥐고 기업을 좌지우지하는 정치권에 말려들 일이 없습니다.
언제나 당당하고, 비즈니스를 하면서 쌓아둔 현금을 가지고 일을 하므로 겁나는 게 별로 없죠.
한국에서는 N우유, L과자(그룹), T물산 등이 무부채 경영을 하는 대표적인 기업들입니다.
다른 기업들이 다 망해도, 하늘이 정말로 무너져도 밑바닥이 워낙 단단해서 시련을 쉽게 극복하죠.
지방정부/국가 모두 빚이 많으면 어려워집니다.
저는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빚을 지는 모든 행위에 반대합니다.
현재 재정이 어려워진 지방정부/중앙정부가 복지를 위해 돈을 더 써야 하는 상황에 대하여
"빚을 져서라도 아이들 먹이고 입혀야 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 일견 맞는 말이죠.
하지만 저는 급식이 문제가 아니라, "빚 지는 것을 합리화하는 마음"이 도사리고 있는 게 위험하다고 봅니다.
일단 다른 무엇보다 "아이들 먹이고 입히는 일"의 우선순위를 최우선으로 높여 집행하도록 하고, 고정비로 확정한 후,
이러한 복지 관련 고정비 外의 다른 비용을 최선을 다해서 줄여서 더 이상 빚을 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복지를 빌미로 빚을 합리화하는 생각 자체가 위험하고, 그런 태도를 계속 견지하면 빚에서 헤어나지 못한다고 봅니다.
꼭 필요한 복지를 확실하게 수행하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빚을 줄일 수 있게 최선을 다하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죠.
(한국의 노짱과 유사한) 미국 대통령 '카터'가 평생 가져간 좌우명이 "나는 진정 최선을 다 하였는가?"라고 합니다.
젊은 카터가 해군사관학교 졸업하고 처음 임관을 준비할 때, 그를 장교로 데려가려고 했던 제독이 면담을 하면서
"어째서 당신은 해군사관학교의 성적이 중위권에 머물렀는가? 정말로 최선을 다 한 것이 맞는가"라고 물었습니다.
그 한 마디는, 본래 시골 농부 집안 출신으로 사관학교를 거쳐 간신히 대학교육을 받은 카터를... 결국 대통령으로 만들었죠.
카터는 "진정 최선을 다 하였는가"를 평생 가슴에 새기고 살아갔고, 어려울수록 치열하게 방법을 찾아서 돌파하고자 했습니다.
결과가 좋고 나쁘고는 딴 얘기입니다 - 진정으로 최선을 다해 노력한 것이 맞는가, 대충하고 어렵다고 합리화했는가의 문제입니다.
불가능한 것은 없습니다 -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어떻게든 방법을 짜내면 돈 아끼면서 복지도 할 수 있는 길은 결국 나옵니다.
"복지를 위해 빚을 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보다는, 그게 정말로 최선이 맞는 지 고민하고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물론 지자체와 국가의 부채가 산처럼 쌓여 있는 와중에 전시성/낭비성 사업을 죄다 싸그리 말살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구요.
4.
제가 벌레보다도 못하게 보는 사람들이... 토목 경기부양론자입니다.
그리고 부동산 투자를 통하여 목돈을 잡아보겠다고 부화뇌동하는 것입니다.
그런 생각이 굳어진 이유는... 가업의 또 다른 갈래가 토목/건축이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제 작은 고모부님은 조그마한 토목회사 대표였습니다.
제 부친도 암에 걸리면서 그만두실 때까지 거기서 재무관리 업무를 꽤 오래하셨죠.
제 사촌 동생은 그 회사의 후계자로 낙점되어 건축공학과를 나왔고, 석사까지 받았습니다.
지금 현재... 그 고모부님의 토목건설회사가 몇 년 전 깡그리 파산했습니다.
고모부님께서는 실업자가 되었고, 전 재산을 날렸으며, 까딱하면 감옥에 들어가실 뻔했습니다.
후계자 수업을 받던 사촌동생은 평범한 건축설계사무소에 취업하여 일하며 가족을 부양합니다.
그나마 불경기에 건축 열기가 싹 사라져서... 먹고 사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저는 토목과 건축이 어떻게 일을 하는가를 10 대 시절부터 듣고 보아 왔습니다.
완전 아사리판이고, 매우 비양심적이며, 그러고도 무너지지 않는 게 기적입니다.
국가에서 돈을 받아서(토목은 발주기관이 거의 대부분 국가/지자체이고, 모든 사업이 官 펀드입니다)
여러 하청업체에게 일을 시켜 놓고 약속한 날짜에 제대로 돈을 주는 법이 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하청업체에서 약속대로 돈 달라고 우는 소리를 해도, 원청업체에서는 눈 하나 깜짝 안합니다.
"그런 약속 쯤 몇 달 어기고 나중에 공사 거의 다 되어 지불해도 아무 상관 없다"고 버티죠.
이게 아예 당연시되는 동네가 바로 한국의 토목 업계입니다.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현금으로 자재를 사오고 인부를 사서 쓴 하청업체는 죽을 지경이죠.
자칫하면 부도가 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청업체들을 괴롭혀서 부도 나는 것을 바라보면서,
죽을 지경으로 하청업체 고생하는 모습을 은근히 즐기고 있는 게 원청업체들의 모습입니다.
국가로부터 계약을 따낸 것을 큰 권력으로 여기고, 하청업체들을 괴롭히며 힘을 휘두르는 것이죠.
이 것이야말로 '악마를 보았다'의 형국이 아니라면 달리 무엇이라고 형용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 하청업체가 양심적으로 공사를 할 리가 없습니다.
언제 돈을 받을 지도 알 수 없고, 당연히 돈 받는 기일 약속은 어겨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미리 인부 사들이고 자재 사들여서 공사를 진행할 때 원칙대로 할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합니다.
당연히 저질 원자재, 그나마도 조금만 사용하고, (나중에 수금되겠지만) 마진을 최대화할 궁리 밖에 없죠.
공사하면서 골재를 채취하게 되면 그것을 팔아먹을 생각이 가득합니다 - 그래야 현금이 손에 잡히니까요.
이게 지금까지 국가가 발주한 토목이 이루어지는 방식이었습니다.
과연 이렇게 수행된 공사 결과가 정상일까요?
공사 과정에서 돈의 흐름이 정상적이지 않은데, 그럴 턱이 없죠.
토목은 인프라 건설 사업입니다.
사실 한국은 거의 모든 분야의 토목 인프라는 완비되어 있습니다.
길도 넓고, 관로도 그렇고, 더 이상 꼭 해야만 하는 인프라 건설이 별로 남지 않은 레벨이죠.
그런데 인프라 때문에 토목에 계속 국가가 돈 써야 경기가 부양된다는 말은... 저는 못 믿습니다.
재정을 허약하게 만들면서 그래야 나라가 발전한다는 것은 넌센스입니다. 저는 그런 가정도, 기업도 본 적이 없습니다.
필요없는 일에 계속 돈을 쓰는 가정 앞에 다가오는 것은 파산 뿐입니다. 필요없는 빚을 계속 지는 데 버텨 낼 기업은 없습니다.
지자체나 국가 역시 필요없는 토목을 계속 벌이면 발전하기는 커녕, 파산을 앞당길 뿐이죠. 빚 앞에는 장사가 없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토목을 외치는 사람들이야 말로 국가의 적(賊)"이라는 생각을 계속 견지할 것입니다.
진보 정당 소속으로 토목을 외치면서 "내가 하는 토목은 좋은 토목"이라고 우기면, 저는 구라라고 여길 겁니다.
(예: "1호선 지상구간 지하화" 공동 공약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2032615398299770)
보수 정당 소속으로 오로지 토목밖에 모르면서 계속 토목 경기부양을 벌이려는 정치인들은, 그냥 쓰레기로 취급할 겁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인프라 과잉 시대에 토목을 벌리려는 사람은 바보 아니면 사기꾼이므로 그에 합당하게 대접할 겁니다.
개인적인 경험입니다만 제가 살면서 만났던 40~50 대 분들 중에선 단 한분빼고 토목을 해야 된다. 라시더군요.
토목을 하면 많은 돈이 풀리는건 사실입니다. 문젠 그게 비합리,비효율적으로 풀린다는게 아닐까요.
빚 문제는 저도 참 공감이 가네요.
음... 저 역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별거지님께서 말씀하신부분 외에도 토목이 과거처럼 경기부양에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더이상 토목 분야가 다량의 인적노동력을 필요로 하는것이 아니라는점에서 토목을 통한 경기부양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4대강 사업할때에도 정부의 홍보문구에서 차라리 토목경기부양을 뜻하는 홍보문구는 없는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거든요 그나마 인적 자원이라고 해도 단순 노무직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들이기 때문에 돈벌면 국내의 내수시장을 키우는게 아니라 자국으로 송금하기에 바쁘니까요. 빅딜정책이 가능한 시기와 재정정책의 승수차이가 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실제 많은 공공기업의 부채는 필요없는 사업을 진행한 결과물이라고 하지요. 4대강 사업도 그렇지만, 고속도로 공사가 적자를 모면하지 못하는 것은 근래에 건설한 고속도로가 예측율 대비 사용량이 10% 수준에 불과한... 다시 말해 예측을 지나치게 뻥튀기해서 고속도로가 필요없는 곳에도 마구마구 건설한 결과물이라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토건업은 고대 세계부터 경기 부양 정책의 일종이었지만(예를 들면 피라미드 건설) 그건 농한기처럼 일을 하지 못하는 시기가 있고,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야 할 상황에서만 필요한 것입니다. 임금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돈을 나누어주는 형태인데, 현대의 토건업에서는 그만큼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을 뿐더러, 건축물 유지비 등의 비용이 계속 소비되는 관계로 도리어 정부 부채의 가장 큰 원인이 됩니다.
또 하나. 토건업은 어디까지나 건설 중에만 인력을 소모하며 완성된 이후에는 소모하지 않습니다. 설사 토건업에 많은 인력이 동원된다고 해도 그 인력은 짧은 기간에만 활동하는 계약직이라는 것입니다. (피라미드처럼 20년씩 걸리고, 매년 몇 달씩 고용을 창출하는 사례가 아닙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그 비용의 극히 일부만이라도 문화 사업 등에 투자하면 그 이상의 고용 창출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가령, 평생 교육 기관이라 할 수 있는 도서관에 투자한다면, 토건업에 대한 투자에 비해서 적어도 수십배, 많게는 수백배의 경기 부양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다양한 연구를 통해서 입증되고 있습니다.
토건업을 통한 경기 부양은 헛된 망상이며, 단지 '콩고물'을 노리는 관료들의 꼼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로 인해서 국가의 부채가 늘어나고 심지어는 지자체가 파산하는 상황은 이제 그만 해야 할 것입니다.
별거지님께서 좋은 발제를 하셨군요.
언젠가 자리가 나면 저또한 이에 대하여 술한잔 하며 말할 사람이 있었음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 또한 토목-건축을 통한 경기부양은 조건부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아예 하지말라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수요와 공급을 정확히 분석하고 예측해서,
합리적으로 하여야 한다는 것이요,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거의 전시행정과 다름없는 정책들을 자행해 왔죠.
정작 육성시켜야할 미래산업들은 근시안적 성과위주의 가혹(?)한 정책과 적은 예산으로 산하기관 근무자들을 고문하다시피 하면서 말이죠.
서울에 한창 뉴타운 화약이 터질때, 문득 신문을 보니,
서울에 300여개 가까이 뉴타운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더군요.
(개인적으로 4대강보다, 심각했던 사건이 이게 아니었나 합니다.)
그때 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습니다.
가진 사람은 가진사람대로, 없는 사람은 없는 사람대로...
제가 살던 동네도 그 열풍을 피할 수 없었는데,
모든게 2배 이상 폭등한 가격에,
(당시 제가 살던 그곳은 대상 지역이 아니었으나, 인근 개발로 인한 풍선효과로 거품이 심했습니다.)
당시 학생이었던 저는 형편에 맞는 월세와 보증금의 집을 구하지 못해
바로 인근의 고시원으로 들어가야 했고, 그 후 월세방을 구하러 이리저리 이사를 해야했죠.
없는 사람이었던거죠.
당시 없는 사람들 중엔, 꽤 많은 사람들은 집 문제로 직장과 학교생활에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저또한 그랬죠.
뉴타운.
필요하긴 하죠.
근데 가진사람들의 근시안적인 탐욕에 나라의 부를 벌어다주던, 주고 있던, 벌어다 줄,
가진사람 포함, 없는 사람들까지, 꽤 사람들을 방황하게 만들었다는데에,
한때 심한 분노를 느낀적이 있었습니다.
근간을 흔든 사건이었죠.
지금 그 동네를 가보면, 아파트가 여전히 미분양인데가 많습니다.
상가는 몇군데 미분양이 되서 무슨 현란한 광고들이 가득하고요.
당초 매매시 7억을 호가할 거라던 기대와는 달리, 분양가 5억대에서 조차 무슨 파격 어쩌고 저쩌고 하더니,
한때 정부단속 어쩌구해서, 지금은 부동산 가게들도 잠잠해지고 또 몇군데 짐싸는 분위기더군요.
몇 블럭 떨어진 곳도 재개발 어쩌구저쩌구하다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곳은 무슨일인지, 그 생기돌던 동네가,
확 죽어 있더군요.
이럴려고, 열심히 자기일 하고 사는 사람들을 다른데로 쫓아냈나...
사람이 100명이 몰려살던, 1명이 홀로 살던, 좁은 토지에 1000만명이 몰려살던 그마만한 개개인들의 이유가 있는 겁니다.
얼마나 주민들의 의견수렴을 하고, 얼마나 합리적이고 분석적이며 계산을 통해 사업을 추진했는지 모르지만,
나랏님들은 그 가장 기본적인 "사람이 그 자리에서 살아가는 이유"를 인정하지 않았던 거죠.
무엇이 진정 경기를 부양시키고, 무엇이 진정 국민들을 행복하게 하는지를 나랏님들은 백지위에서 곰곰히좀 생각했으면 합니다.
그저 개인의 사리사욕을 챙기고, 남을 밟고 이겨서 자신의 권세만 취하려고 하는 작태를 벗어나서요.
아 근데, 진짜 웃긴게요,
저 또한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겁니다. ㅎㅎ
예로부터 돈을 벌자고 하는 소리가 확장이고 공사죠. 이게 너무 고정관념으로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윗대가리부터 서민들까지 "공사를 해야 경제가 산다"라고 외치는 거고요. 시대가 바뀌면 개념과 사업도 따라서 바뀌어야 하는데,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고 옛 법칙에만 얽혔다고 할까요. 물론 국가 공사 때문에 돈이 벌린 것도 사실이지만, 그건 옛날 이야기잖아요. 대한민국은 '삽질'이 전부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