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부시삽 일을 하고 싶다는 달내음입니다. 제가 원하는 클럽의 방향성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부시삽 일에 자원하게 된 최초 동기는 단순히 지금 클럽의 분위기가 맘에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비방, 조롱, 모욕, 감정싸움, 파벌싸움 등이 너무 자연스레 이뤄지고 있어서요. 

그래서 일단 최소한 정해진 규정에 어긋나는 일에 대한 규정대로의 제제만이라도 돕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문제의 본질에 대해 자세히 생각해보니까 그것만으로 다 해결될 문제는 아니더군요. 

잘 생각해보니 문제의 본질은 정치 이야기였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정치 이야기는 문제를 일으킵니다. 

오프라인에서도 정치 이야기는 함부로 하면 싸움 나기 십상이죠. 

지금 클럽의 나쁜 분위기도 잘 따져보면 모두 정치 이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치 이야기가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닙니다. 클럽에서도 정치 이야기를 허용 여부에 대해 많은 갈등이 있었죠. 허용했다가, 금지했다가, 다시 허용하되 문제가 커질 시 운영진이 자제를 요청하는 형태로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하여간,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데도 불구하고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닌 이유는, 정치 이야기가 두 종류로 나뉘기 때문입니다. 

'상대를 이기기 위한 이야기(선거전략)'와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방법론(정책)'의 두 가지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전자를 우선시합니다. 관심 갖기도 쉽고 복잡하게 생각할 일도 별로 없고 싸우는 것 자체에 재미를 느끼기도 하죠. 

그런데 전자에 너무 치중할 경우 문제가 됩니다. 

전자를 우선시하는 경우, 상대를 반드시 쓰러뜨려야 할 적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상대를 대화 상대로 보지 않습니다. 상대는 이해 불가능한 존재이며, 내 주장을 상대가 이해할 것으로 기대하지도 않죠. 그래서 설명이나, 설득, 대화, 타협을 다 포기합니다. 

상대 이야기는 들을 가치가 없는 것으로 여기며, 자기 주장을 상대에게 강요하기만 합니다. 싸움 내기 딱 좋은 태도죠. 

대화가 단절되므로 서로 이해하기도 어렵고 더 좋은 대안이 나오는 일도 없습니다. 양쪽이 서로 전혀 물러날 생각이 없으므로 온갖 종류의 싸움이 발생합니다. 

지난 대선에서 중요한 이슈가 되었던 흑색선거, 네거티브, 다시 말해 구태정치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네 삶에 중요한 것은 후자입니다. 정책 이야기요. 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정책의 질이 올라갑니다. 

정책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다면 당선된 사람도 정책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게 당연합니다. 

사실 경제, 교육, 복지, 부동산, 외교, 안보, 국방, 언론, 정부, 지자체 등 우리나라에는 해결해야할 문제가 매우 많습니다. 

그런데 눈앞에 벌어지는 싸움에 정신이 팔리다 보면 이런 이야기는 쉬이 잊히기 마련입니다. 

지금 클럽에 올라온 정치글들만 봐도 그렇습니다. 

정치글로 분류할 수 있는 글 중에 정책에 대한 언급이 있는 글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사회 문제의 해결책에 대해 생각해보는 글은 어떨까요. 정치글 100개가 있다면 그중 5개도 안 되지 싶습니다.  

현실 정치권에서는 '네거티브, 흑색선전 안 한다'를 강점으로 내세우는 후보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우리 클럽은 오히려 퇴보해서 서로 싸우고 헐뜯는 데 열중하고 있으니 부끄러운 일입니다. 


현실적으로는 두 가지 정치 이야기 다 필요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JOYSF클럽은 합리적이고 수준 높은 토론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며, 

대화를 포기하고 상대를 적으로 간주하는 태도는 JOYSF의 중심 가치에 반하는 일입니다. 

제대로 된 토론이 오가는 데에도 심각한 방해가 됩니다. 

또한 상대를 적으로 간주하고 대화를 거부하는 태도에 신물이 난 회원들이 떠나가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다음과 같은 클럽 운영 방침을 제안합니다. 

사회 문제 또는 그 해결 방법에 대한 논의는 허용하되, 정치 집단으로써 싸워 이기기 위한 정치 이야기는 금지해야 합니다. 

싸움은 우리 클럽에는 맞지 않는 일이며, 굳이 해야겠다면 다른 곳으로 가서 하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우리 클럽의 많은 문제가 좋게 해결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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