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설정은 예전에 작성해둔 자매 설정의 편집본으로, 상대적으로 근미래-라봐야 태양계가 언급되느냐 언급되지 않느냐, 역사가 백만년 단위냐 만년 단위냐의 차이지만-를 다루며, 포스트 사이버펑크(Post-Cyperpunk)적 요소가 가미된 하드 SF를 지향합니다. 그리고 딱히 인류 중심적인 우주는 아니지만, 현재까지의 과학적 발견과 페르미 역설(Fermi Paradox)을 존중하여 외계 지성체의 존재가 최소화되어 있습니다. 에큐메네와는 연관이 (거의) 없으니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또한 배경이 배경이니만큼 가능한 한 고전적 분위기의 용어들을 사용하고자 하였으나 공용어의 음역으로서 현실-우리 세계-의 헬라어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Part 1의 주인공 격인 헬레니즘 문명 전반의 요체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알고 싶으시다면 해당 사이트- http://www.greek-thesaurus.gr/ -를 참조하시면 좋습니다.

 

AH 원년

알렉산더 대왕, 인도 원정과 이탈리아 원정을 성사시키고 세계 제국(aka Okeanos Ecumene)을 공표하다.

 

AH 126년

알렉산드리아를 중심으로 수많은 무세이온(Museion)이 건립되다.

제국이 남아프리카와 유럽으로 확대되고, 한나라와 중앙아시아를 반분하는 조규를 체결하다. 실크 로드를 통해 한나라와의 공식적인 통상로가 열리다. 실크 로드를 경유하여 제국으로 종이가 보급되다.

 

AH 190년

알렉산드로스 11세, 정치적 혁신을 공포하다. 사실상의 입헌군주제가 시행되다. 아테네, 로도스, 바빌론, 수사, 그리고 알렉산드리아의 내각이 투표로 선출되고 제국을 실질적으로 통치하다.

 

AH 219년

크산티포스(Xanthippos), 신대륙을 발견하고 이를 레무리아(Lemuria)라 명명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헬레니즘 제국과 한나라 간의 신대륙의 식민지 쟁탈전이 시작되다.

 

AH 273년

안테빌로스의 코스모폴리탄 인권선언(Cosmopolitan Declaration of Human Rights). 노예제가 공식적으로 폐지되다. 재산과 무관하게 모든 남성에게 투표권이 부여되다.

필락테토스가 주도하는 알렉산드리아의 연구진에 의해 최초의 컴퓨터-연산 장치, 다시 말해 해석기관(Difference Engine)이 발명되다.

노예 노동력의 고갈로 인해 향후 1세기에 걸쳐 증기기관의 이용이 전 세계로 확산되다. 반대급부로 인덴쳐 서번트(Indenture Servant)의 열악한 작업조건으로 인한 문제가 새로이 대두되다.

최초의 기구-인간 조종사가 탑승한-가 발명되다. 곧이어 행글라이더가 발명되다.

 

AH 287년

이오니아의 안타이오스, 대수학을 집대성하고 만유인력을 발견하다. 또한 흑색 화약의 조제법 및 정제법을 발명하다. <완전자 안타이오스(Antaeus the Perfect)>를 필두로 향후 2세기 동안 등장한 <13현자(aka The Wise)>가 자연의 신비를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파훼하고 위대한 이론을 정립하고 경이적인 발견과 발명을 해나가기 시작하다.

 

AH 333년

페르가몬의 아티케이아에서 주기율표가 작성되다. 리디아의 프셀로스, 열역학 법칙을 규명하다. 크레타의 룩소스에서 내연기관이 발명되고, 개전되고, 상용화되기 시작하다. 폴리매스(Polymath) 에우독소스의 주도로 백신 접종이 널리 보급되다.

 

AH 386년

내연기관이 증기기관을 완전히 대체하다. 최초의 금속체 비행기(Vimana; Flying Machine)가 창공을 날다. 앙카라에서 본격적인 이식 수술이 이루어지다.

 

AH 400년

시메온의 파트리쿠스의 주도 하에 밀의 유전자 조작이 이루어지다. 알비온의 미리암, 대서양 횡단에 성공하다. 알렉산드리아의 연구진이 개발한 최초의 대륙 간 여객선이 상업적 비행을 시작하다.

 

AH 420년

테베의 스트라본, 진화론을 제창하다. 최초의 복제 동물이 탄생하다. 부하라에서 최초의 수력발전소가 건립되다. 독점적 관영 컴퓨터 회사, ICE(Imperial Calculating Engines)가 설립되다. 레이저(aka COHERES)가 상업용으로 이용되기 시작하다.

 

AH 437년

헬레니즘 제국과 중국이 전쟁을 벌이다. 최초의 폭격용 렘제트기(Irestora)가 개발되다. 전설적인 벨라사리우스의 활약으로 헬레니즘 제국이 우위를 점하다. 항저우(캘리포니아-잉카)에서 에르랑가 다오야(일본-뉴질랜드)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식민지들이 '압제에서 해방'되기 시작하다.

 

AH 440년

제국군, 코헤네스를 요격용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다. 아에티우스의 주도 하에 로도스에서 최초의 열핵병기가 개발되다. 중국의 주요 도시에 핵미사일이 투하되다. 중국, 공식적으로 무조건 항복하다. 중화제국이 해체되다. 

 

AH 449년

헬레니즘 제국, 최초의 인공위성(Hermetric Spikaa)을 쏘아올리다. 이후 반 세기 동안 태양계를 향해 수많은 탐사선과 인공위성이 출범하다. 1년 후 맴피스에서 최초의 핵발전소가 건립되다. 유전자가 조작된 애완동물이 시판되다.

 

AH 453년

인간 게놈 지도가 완성되다. 에트루리아의 마에드로스의 주도 하에 탄소나노튜브(aka Yupandrasil Hexamonium)가 개발되다.

 

AH 472년

헬레니즘 제국, 최초의 달 기지(Luna Morganum)을 준공하다. 상온핵융합(Cold Fusion)을 위한 헬륨-3(Helium-3)이 채취되기 시작하다. 레이저(aka COHENES)가 산업용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다.

 

AH 487년

대서양 정중앙에 입지한 최초의 해저도시(Atlantis)가 완공되고 개방되다. 궤도상에 태양열집열위성군(aka Heliographic Fractal)이 설치되다.

 

AH 500년

안티오크 결의안(Antioch Resolution). 세계정부(Cosmopolitics; aka The Polity)의 창립. 헬레니즘 제국의 유인 우주선 알렉시우스(Alexius)가 화성에 역사적인 발을 디디다. 여성과 비非 제국인의 참정권과 투표권이 허용되다. 수사의 나르시스, 최초의 가상공간을 프로그래밍하다. 나노공학의 본격적 활성화. 시범적 나노테크놀로지가 태동하기 시작하다.

 

AH 512년

아이기나의 로물루스, 공용어(Imperial)를 탄생시키다. 세계정부, 공용어를 공식 언어로 채택하다. 로도스의 무세이온에서 <역사(Historia)> 편찬이 완료되다.

 

AH 530년

나노어샘블리(Nanoassembly)와 나노의료(Nano Medical-treatment)가 상용화되다. 최초의 엔지니어링된 나노 역병(Nano Epidemic)이 보고되다. 다마스쿠스의 아리시온이 설계한 기상조절장치(aka Uranorian Machine)가 알렉산드리아의 무세이온에서 실용화되다.

 

AH 540년

영구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와 바이오닉스(Bionics)를 구비한 사람이 전체 인구의 1/10을 넘어서다. 전체 인구의 70%, 새로 태어난 인구의 90%이상이 유전자 조작 및 개량을 받다. 텔레매트릭스(Telematrix)의 유행.

이 시점을 기하여 평균적 인류의 사고력, 창의력, 기억력, 문제해결능력, 사회성, 공감능력, 정보처리능력 등이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되기 시작하다.

 

AH 545년 

세계정부 주도로 가이아 프로젝트(Gaia Protocol), 즉 지구녹화사업이 추진되다. 화석연료의 이용이 공식적으로 영점에 도달하다.

 

AH 557년

마야찬트라점(Mayachantra Point)에 대규모 스페이스 해비타트(Space Habitat)가 건설되기 시작하다.

 

AH 560년

소행성대(Asteroid Belt)에 연구 단지가 건립되다.

인공위성과 연계된 텔레매트릭스 네트워크가 지구 전체를 감싸다.

 

AH 600년

화성의 테라포밍(Terraforming)이 실시되다. 최초의 우주 적응 인류(aka Homo Nullimus)가 등장하다. 인류가 존재하는-혹은 알려진-모든 질병에 대해 면역이 되다.

 

AH 620년

세계정부, 지구녹화사업이 성공적으로 마감되었음을 공포하다. 이와 동시에 가난의 완전하고 포괄적인 근절을 목표로 한 엘리시움 프로젝트(Elysium Protocol)가 공표되다.

 

AH 630년

화성의 파라테라포밍(Paraterraforming)이 완료되다. 금성에 부유도시(aka Kustodios)가 건설되기 시작하다.

 

AH 650년

아크리토이 선단(Akritoi Flotilla), 제반 가스 행성을 탐사하고 여러 위성에 기구 단지를 세운 후, 최종적으로 타이탄에 도착하여 초기 거주지를 건설하다.

 

AH 672년

반물질 리액터(Amat Reactor; Lodiarch Argentum)가 기존의 동력기관을 대체하기 시작하다. 수성과 목성에 반물질의 원활한 생산을 위한 대규모 입자가속기 집적체(aka Colonnade Sodium)가 설치되다.

 

AH 700년

인류, 1단계 문명(Type 1 Civilization)에 도달하다. 화성과 금성, 스페이스 해비타트, 주요 소행성대(Main Asteroid Belt), 그리고 타이탄(Titan)을 비롯한 거대 가스행성의 위성들에 수백만에 달하는 인구가 거주하기 시작하다.

크테시폰의 연구진이 최초의 헤카테 머신(Hekate Machine), 그러니까 인공지능(Aka Anciliea Koinari)을 개발하다.

 

AH 717년

아엘리아의 아테나이스(Athenais)가 주도하는 알렉산드리아의 연구진에 의해 익절티드 정리(Exalted Theorem)가 사실로 입증되어 법칙화되다. 이에 올림피안 파운데이션(Olympian Foundation)이 창설되다. 세계정부, 올림피안의 학자들이 예측한 인류 절멸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대비책 수립에 착수하다.

 

AH 730년

이즈음부터 인류의 4할 이상이 가상공간(Idea, aka Paradise Haven)에 상시거주하다. 예기치 않게도 가상공간에서 기묘한 생명체들과, 심지어 전자 인간(Homo Electricus)들까지 탄생하기 시작하다. 세계정부는 즉각 전자 인간들에게 동등한 인권을 부여하고, 원한다면 현실에서의 육체 또한 급여받을 수 있게끔 조처하다. 

 

AH 752년

세계정부, 명왕성을 향한 유인 선단(Nostalgia ton Mimalet)을 출항시키다. 이들은 명왕성에 발을 내디디고 더 나아가 카이퍼 벨트(Kupier Belt)와 오르트 구름(Oort Cloud)을 답사하다. 지구 외 인류가 1억을 돌파하다.

 

AH 800년/HHC 원년(aka Novus Initium)

세계정부, 반물질 리액터를 장착한 최초의 태양계 외 세대선(Generation Ship)을 프록시마 센타우리(Proxima Centauri)와 타우 세티(Tau Ceti)를 향해  출범시키다. 

이 시기를 준거로 기존의 AH 연대가 폐지되고 그 자리를 HHC(Helionic Hermetric Millennia)가 대체하니, 바야흐로 인류의 역사는 새로운 기점을 맞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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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전역으로 인류를 파종할 이들 식민신단(Colony Fleet)은 이후로도 계속적으로 파견되었고, 기꺼이 승선할 열성적인 순례객들과 개척자들은 차고 넘쳤다. 이들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뿐 아니라 업리프트(aka Pygmalion Apotheosis)된 고등생물들ㅡ즉 영장류, 고래류, 두족류 및 까마귀류를 포함하고 있었으며 경시할 수 없는 수효의 세대선단이 오로지 이들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실패하였고, 쇠잔해지고 멸망해 갔다. STL(Slower Than Light)항행의 태생적 한계는 너무도 지대했고, 도저히 극복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셀 수 없이 많은 식민지를 창설하며 은하 도처로 퍼져나간 인류는 서로를 잊었고, 역사와 문화는 망각의 나락으로 침잠되어 갔다. 심지어 지구와 센타우리 사이의 교신조차 원활하지 못했고, 극단적인 문화적 차이가 발생하게 되었다. 개척자들은 새로운 환경에 조금이나마 더 잘 적응하기 위하여 스스로를 개조하였고, 이로 인해 헤아릴 수 없이 다종다양한 인류의 아종이 발생되었고, 일부는 원형을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변형되었다. 그 어떤 경우든 강역은 항성계 하나로 한정되었다. 어떤 이들은 제국을 향한 야심을 불태우며 인근 항성계로 수많은 개척선단을 보내었으나 이는 덧없는 미망에 불과하였으니 이들 또한 고향을 잊었고, 고향 또한 이들을 잊었다. 인류는 분명히 성간 문명이었으나, 성간 정부란 존재하지 않았다. 지구에 있어 대다수 식민지는 영원토록 되찾을 수 없는 미아나 진배없었다.

외계 생명체는 발견되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지성을

그러나 이들을 한데 묶는 세 가닥의 끈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지구, 공용어, 그리고 유랑 상인 집단이었다.

그렇게 1만년의 세월이 잔원히 흘러갔다.

그리고 역사의 무대에 그간 칩거해 있던 신비로운 학문 집단이 대두되었으니, 이들의 출현은 역사의 유유한 물줄기를 틀어내고 범람하게 하여 새로운 방향으로 인도할 것이었다.

그 주역은 이제는 사멸하고 없는 올림피안 파운데이션의 잃어버린 후신이었다.

   

 

1. AH란 After Hellas, 즉 지엽적 그리스 이후를 통칭한다.

 

2. 실제로 알렉산더 대왕은 인도 원정 뿐 아니라 이탈리아 원정 또한 계획한 바 있으나, 병고로 인한 대왕의 사망 탓에 실현되지 못하였다. 이 시간대에서 그는 꿈꾸었던 모든 것을 이루었고, AH5년(=기원전 298년)에 측근들과 후사들에 에워싸여 평화롭고 안온하게 서거하였다.

 

3. 공용어는 헬라어+페르시아어+범어+고전 한문을 근간으로 하여 전 세계 대부분의 언어를 통합하였다. 표의문자와 표음문자의 결합형인 하이 임페리얼(High Imperial)과 순수 표음문자로만 구성된 로우 임페리얼(Low Imperial), 두 개가 존재한다. 공용어에서는 단어의 의미가 단순화, 명료화되고, 모든 욕설 및 비속어가 일률적으로 제거되었으며, 4개의 위계, 즉 공건(Honorific), 정중(Polite), 일반/보통(Common), 그리고 압친(Friendly)으로 층상화되었다. 마지막 위계의 경우 가족이나 절친한 붕우 등 극히 친밀한 사이가 아닐 때 사용했을 시 대단한 무례로 취급받는다.

 

4. 13현자는 당대인들은 물론이요 후대 제국인들에게 있어 예수와 그를 위요하는 12사도와 동급의 위상을 지녔으며(단, 누구도 그들을 종교적으로 숭배하지는 않는다), 6만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널리 숭앙받는다. 모든 현자들은 열외 없이 독보적인 연구자인 동시에 열성적인 발명가였고, 당대 폴리매스(Polymath)의 최정점이었으며, 그 휘호 및 가장 공헌도가 높은 학문 분야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완전자 안타이오스(Antaeus the Perfect)-제반 학문 분야

   율법의 현자 프셀로스(Psellos the Law)-법학, 논리학, 수학, 물리학, 천문학

   도시의 현자 판게아(Pangaea the City) -기하학(위상기하학 및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창시자), 응용화학, 건축학, 야금학, 기술공학

   공물의 현자 파트리쿠스(Patricus the Tribute)-화학, 농학, 정치철학, 식물학, 곤충학

   군단의 현자 아에티우스(Aetius the Legion) -수학, 군사학, 암호학, 무기공학, 항공학

   혈맥의 현자 에리우게나(Eriugena the Blood)-역사학, 법학/법의학, 유전학, 인류학, 세균학

   불멸성의 현자 파에톤(Phaethon the Immortality)-의학, 병리학, 생물학, 지질학, 고생물학

   관문의 현자 스트라본(Strabon the Gate)-물리학, 화학, 진화학(진화론의 최초 제창자), 지리학, 고고학

   운무의 현자 아르시온(Arsionn the Mist)-수학, 동전기학(현대식 발전기의 발명자), 기후학, 해양학, 해양생물학

   가도의 현자 로물루스(Romulus the Road)-화학, 기호학, 언어학, 심리학, 여성학

   교수의 현자 니케포루스(Nikephorus the Mentor) -어문학, 철학, 교육학, 정신 의학, 행정학

   미궁의 현자 나르시스(Narciss the Labyrinth)-해석학, 심리철학, 논리학, 프로그래밍학(Virtual), 인지과학

   창궁의 현자 마에드로스(Maedhros the Firmament)-수학, 물리학, 천문학, 기술공학, 우주항공학

   미친 현자 테오파노(Theophano the Lunatic)-제반 학문 분야

  

이들 중 그리스계가 6명, 오리엔트계가 4명, 남서유럽계와 중앙아시아계가 3명이다. 남성은 10명이고, 여성은 2명이다. 안타이오스의 이름과 성별은 알려지 있지 않다-'안타이오스'는 필명일 뿐 본명이 아니며, 후대 연구자들이 그의 필체가 '여성적'이라고 여겼던 반면, 당연하게도, 필체만으로는 성별을 짐작하기 어렵다-. 그는 평생 독신으로 미궁 같은 저택에 은거해 살았고, 사람을 만나는 것을 극도로 염오하였으며, 극소수의 정선된 지음 이외에는 누구도 만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얼굴조차 알지 못한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역사가들은 광인狂人 테오파노를 과연 열네 번째 현자로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한다. 그는 안타이오스의 쌍둥이와 같은 존재다. 대단히 폐쇄적이고 얼굴과 성별-이 경우는 민족까지도-을 알 도리가 없다는 점, 현자들 중에서도 단연 모든 학문 분야에 통달하였다는 점, 오토마톤(Automaton) 제작에 심취해 있었다는 점, 그의 연구가 안타이오스의 이론을 완벽하게 만들었다는 점 등이 그렇다.

그러나 그는 어두운, 왜곡된 쌍둥이다. 모든 자료-그가 남긴 발명품과 자동기계를 포함한-는 그의 연구 대부분이 어딘가 심각하게 뒤틀려 있다는 점, 완전히 미쳐 있었다는 점, 사디스트적 소시오패스 연쇄살인마/고문자였다는 점, 그러고도 적발되어 응분의 심판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아르고노스 원리(Principle of Argonos)와 양자역학, 최초의 알큐아베레 머신을 위시한 그의 업적들은 굉장한 것이고, 만약 그가 제정신이었더라면 완전자와 쌍벽을 이루는 대현자로 추앙받았을지도 모른다.

 

4. 그러나 나노 패브리캐이션(Nano-Fabrication)의 기적 덕택에 이미 극빈층마저 이전 시대의 어지간한 파트리키안(Patrician)조차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생활 수준을 누리고 있던 것이 현실이었다.

 

5. 익절티드 정리의 규명으로 인해 무한평행우주의 존재가 증명되었고, 이를 발전시켜 평행우주와의 통섭을 현상계에 적용시킨 올림피안 파운데이션에 의해 제한적 미래계측 및 미래예지가 가능해졌다. 이는 후일 시공관측(Temporal Observation)으로 극의에 도달하게 된다.

 

6. 통상적으로 헤카테 머신은 단순 지능이나 연산능력으로는 인류보다 월등한 반면, 능력의 총합으로는 향상된 인류의 능력의 총화를 넘어서지 못한다. 열외로는 대표적으로 HHC 5~6천년경에 개발된 무한연산회로(PTI; Processium Terminorum Infinitas)가 있으나 이들은 지각력이 결휴되어 있다. 물론 이들은, 세계정부의 코스모폴리탄적인 정서적 토대에서, 의당하게 전자적 인류 그리고 업리프트된 동물들과 함께 '자연 발생적인' 인류와 완전히 동등한 권리와 의무와 혜택을 보장받는다.

 

7. 이데아(Idea)란 중의적 용어로서 어의 그대로의 이상세계인 가상공간(Virtual Space; 아직 이 시점에서는 우주 자체를 구현하는 단계까지 발전하지는 못했음), 혹은 그 공간에 존재하고 기거하는 인격체의 '정수(Quintessence)'를 지칭한다. 이 정수를 다운로드받아 현실에서 활동하는 육신은 마네킹(Mannequin)이라 정의되며 (통상적으로) 파괴되더라도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는 더미(Dummy)로 간주된다. 마네킹은 자신이 본시 타고난, 유전적으로 개량되고 완벽화된 물리적 육신일 수도 있고, 특별하게 커스텀마이즈된 그릇일 수도 있으며, 심지어 비인간적이거나 신화적인 괴물/생명체일 수도 있다. 어떤 형태의 마네킹을 취하든 그것은 개인의 완전한 자유이며 누구도 이를 비난하거나 간예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