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humanoid alien

-Anonymous Starwars fan

 

일러두기: 본 일람표는 철저하게 지구-인류(Earth-Human) 중심적인 시각에서 지구-인류 출신 독자를 대상으로 저술되었으며, 결과적으로 범-인류(Pan-Human) 전체의 의사와는 무관함을 천명한다. 제반 범-인류 여러분의 너그러운 양해를 부탁드리는 바이다.

 

서론(Introduction):

에큐메네의 창설자, 그러니까 지구-인류는 수백만년에 달하는 장구한 세월동안 자신들의 강역을 확충해 나가면서 3백여종이 넘는 지성체와 조우해 왔으나 그들 누구도 지구-인류와 닮지 않았다. 원시 지구(Primitive Earth)의 펄프 스페이스 오페라와는 달리 이들의 외양, 생리, 정신, 심지어 감각기관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지구-인류와의 접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작금에 이르기까지 단 한 종의 휴머노이드형 지성체도 발견되지 않았으며, 포유류란 희한한, 지구 특유의 현상으로 보인다는 사실이 이 명제를 방증한다. 명심하라. 이들 지성체는 비단 생리적으로만 지구-인류와 상이한 것이 아니다. 지구-인류 출신 연구자가 자신의 육신과 정신을 포괄적으로 개조하지 않고서 여타 지성체와 대화를 나누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왜냐하면 기본적 사고회로 자체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으로, 이는 역대 수많은 퍼스트 콘택트(First Contact)에서 줄곧 극명하게 드러났고, 또 드러나고 있다.

지면의 한계상 본인은 소개되는 주제가 되는 대상의 수효에 제한을 두고자 하며, 다음의 조건을 전부 충족시키는 종족만을 선별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1) 지구 기원 종족(Earth-Derived Species)이 아니어야 한다. 인류를 그 시조로 두는 파생종의 종류는 무량대수에 달하며, 개중 상당수는 더 이상 원류와는 외견상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변형, 이질화되었으나 그 본원이 지구의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라는 사항은 여전하며, 무엇보다 어떤 형태로든 지구-인류의 인간성을 간직하고 있다. 또한 이 조건은 인류에 의해 업리프트(Uplift)되어 지성을 부여받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다종다양한 종들 또한 목록에서 배제시킨다. 기실 역사를 통틀어 자기 개조(Self-Modification) 및 업리프트에 대한 광란에 가까운 열성은 지구-인류의 영별한 특이성으로 보인다.

2) 에큐메네 내부의, 에큐메네에 가맹한 종족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설혹 공공연하게 피력하지는 않더라도 <인류(The Humanity)>로서의 소속감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여기서 여타 우월종(Sapient Superior)들---사이더리얼(Sidereal), 콰얀(Quayan), 그리고 아다만틴 엘레깃(Adamantine Elegit)이 배제된다. 움브릴(Umbreal)은 상당히 특이한, 예외적인 경우다.

3) 무엇보다 추관한 요건으로, 독자적으로 워프 엔진을 발명하여 외우주로 진출한 종족(aka Great Sapient)이어야 한다. 모든 Great Sapient는 최소 수백만 년에 달하는 하원한 역사와 함께 위대한 물질적이고 정신적인 성취를 이룩한 종족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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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고바드림(Longobadrim):

이들은 언뜻 보기에 광합성을 하는-다만 이들의 엽록소는 녹색이 아닌 검푸른 남빛이다-바다달팽이를 닮은 외관으로 생태계적 스캐빈저(Scavenger)로부터 진화하였으며 실지로 단수로는 지성이 없는 동물과 별다를 바 없이 기능한다. 그러나 이들의 정체는 그룹 마인드(Group Mind)로서 서로를 결합, 융회시켜 호박하게 자라날 수 있으며, 하나의 거대한 컴퓨토니움(Computonium) 군집, 혹은 쇄소한 마트리쇼카 브레인(Matrioshka Brain)으로 거듭난다. 이를 통해 이들은 어마어마한 연산능력, 정보처리능력 및 사고력을 보유하게 된다. 이들은 다른 방식으로도 결합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무정형(Amorphous)의 거인으로 거듭난다. 이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특수한 점액질을 분비하며 이는 응고되어 단단한 채홍빛 껍질(Iridescent Shell)으로 탈바꿈하는데 이 껍질은 금강석에 버금가는 경도를 자랑할 뿐 아니라 충분한 시간만 주어진다면 어떠한 형태로도 변형될 수 있다. 이 껍질은 또한 무진장한 기하학적 다채로움을 현시하며 어느 것 하나 동일하지 않다. 다시 말해 쉘은 이들 종족에게 있어 의복이나 피부를 넘어선 일종의 '개성'과도 같다.

흥미롭게도 이들의 사회는 원시 지구 플라톤(Plato)이라는 철학자가 상정했던 이상사회, 즉 철학자-군인-생산자 계급으로 분리된 철인정치의 양상을 반영하는 측면이 있다. 허나 이들의 사회에서 계급은 고정된 것이 아니며, 개체의 욕구 혹은 집단의 필요에 의해 언제든지 개변되고 경정될 수 있다.

이들은 적외선과 자외선 신호를 통해 의사소통하며, 이를 통해 방대한 정보를 엄청난 속도로 전달할 수 있다. 통상적인 지구-인류는 전문 지식을 습득하고 있더라도 이들과 의사소통 자체가 불가능하며, 특수한 보조 장치나 번역기가 요구된다.

이들은 수리와 물리학에 유독 강박적인 집착을 나타내며, 모든 것을 수와 논리로 이해하고 심득하고 받아들인다. 이들은 모든 수와 수치에 재단된 의미를 부여하며, 강렬한 수비학數祕學적 정서를 표출한다. 이들이 우주로 진출하고 워프 엔진을 개발한 연유 또한 우주를 수학적, 천체물리학적으로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였으니 더 이상 설명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에큐메네 표준과 비교하더라도 준수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강역은 성단 하나로 국한되어 있었다.

에큐메네에 대한 이들의 주된 공헌은 순수수학 및 이론물리학, 컴퓨터 공학, 그리고 수학적 엔지니어링이다. 이러한 분야에서 이들은 따라갈 자 없는 무쌍한 성취를 뽐낸다.

 

아우고에디에스(Augoedies):

이들은 양서류, 거미류, 그리고 바닷가재류를 적절하게 배합하고 뒤섞어놓은 것처럼 보인다(그리고 다리의 형태나 숫자는 가변적이다). 실제로 이들은 진화적 틈새(Evolutionary Niche)를 점유한, 양서류에 상응하는 중간 포식자-꽤나 수동적인-로부터 진화하였다. 기술이 발달하기 행성의 대부분이 물이었으므로 이들은 자연히 생명공학을 발달시켰고, 최초의 우주 탐사 또한 액체로켓을 장착한 생체 우주선으로 성취되었다. 이들은 생명공학에서 두드러진 강세를 나타낼 뿐 아니라 기계공학과 생명공학의 융합에도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다. 지금가지도 이들은 인류의 아종인 사이네리안(Cynelian)과 함께 에큐메네 생명공학의 양대 거두이다. 이들은 남녀양성이며, 자식은 부모의 육신을 양분으로 삼아 내장을 파먹고 뚫고 나온다. 때문에 기술이 발달하기 이전까지 이들의 생식은 전쟁을 방불하는 것이었다-기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회적 압력이 생명공학의 발달을 촉진시키는 데 기여했다-.

이들은 음성과 피부색의 변화를 통해 의사소통한다. 유의할 점은 음성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이며, 피부색의 사속하고 다채로운 변화가 복잡하고 세세한 의미를 전달한다는 사실이다.

특기할 만한 사항은 이들이 극도로 부끄러움을 타는 종족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여타 종족과 오로지 인공지능 대리자(AI Surrogate) 혹은 특수제작된 복제 바이오 모듈(Bio-Module)을 경유해서만 접촉하며, 그렇지 못한 경우 자살한 사례가 여러 차례 보고되었으므로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또한 이들과 대화한 지구-인류 출신 마구스 스콜라(Magus Scholar)들의 일반적 견해에 의하면 종족 전체가 조울증 내지 약한 정신분열증을 앓는 것으로 보인다-물론 이들의 시각으로는 이러한 증세가 없는 것이 '비정상'일 것이다-.

 

리펜하겐(Lippenhagen)

이들은 일견 정묘하게 금은세공된, 와문渦紋 광택으로 일렁이는 크고 아름다운 섬세한 이국적 나무처럼 보인다. 그러나 외관은 흔히 기만적이고, 이들은 고향 행성의 최상위 포식자에서 진화하였다. 이들의 크고 작은 '가지'는 정교한 조작 촉수(Manipulator Tentacle)이고 이들의 '뿌리'는 5개의 이동 축수(Mover Tentacle)와 다수의 지지 촉수(Support Tentacle)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의 '열매' 혹은 '가젯(Gadget)'은 기실 생체공학적, 유전적 부속물들이다. 이들은 지극히 강건하고 경이적인 속도와 정밀성으로 사고할 수 있는 반면 움직임이 안쓰러울 정도로 굼뜨다. 이러한 특질은 말할 나위도 없이 사냥과 번식-다시 말해, 종의 생존-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들은 다종다양한 보다 작고 약한 동물들과 공생 관계를 형성하였다. 이러한 호혜적 심비온트(Symbiont)들은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이들의 수족과 같이 되었고, 다양하고 심층적인 조작이 가해진 현대에 들어서는 도구와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이들의 언어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이며 음성, 화학적 페로몬, 그리고 세분화된 심비온트를 통해 의사소통한다(이 경우, 각각의 심비온트는 상형 문자와 상통한다).

이들은 굉장한 지성의 소유자이며 물질적, 물활론적, 객관주의적 사고관을 공유하며 이들의 철학 또한 이러한 견실한 토대 위에서 형성되고 발전해 왔다. 이들은 혁신과 창조에 열광하며 모든 종류의 엔지니어링의 대가이다. 별도의 기술적 조작 없이도 영생에 가까운 삶을 사는 존재로서 이들은 대저 지질학적 단위로 사고하며 대다수 범-인류와는 달리 시간을 직선적(Linear)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있어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는 동떨어져 구분되지 않은 하나이다.

이들은 거의 모든 학문 부문에서 활약 중이나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공헌은 아마도 치려한 스텔라 엔지니어링(Stellar Engineering) 분야일 것이다. 실제로 리펜하겐 출신 마스터 아키텍트(Master Architect)가 주도하지 않은 유명 메가스트럭쳐 프로젝트(Megastructure Project)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란코아틀(Alancouatl)

먼저, 거머리와 같은 입과 공룡과 같은 꼬리와 원통형의 주름진 몸을 가진 거대한 보아뱀을 생각하라. 그리고 머리 부분에 달린 수많은 감각기와 그라인더(Grinder)와 같이 기능하는 입 부근의 3중의 이빨과 그 근처를 환요하는 길고 짧은 9개의 조작 촉수(Manipulator Tentacle)를 연상하라. 그리고 몸통 군데군데에 시조새 비슷한 깃털을 뿌리고 6장의 금속질의 날개를 달아라. 그럼 당신은 알란코아틀의 형상에 얼추 근사하였다 할 수 있다. 물론 이들의 '날개'란 기실 생체 태양열 집열판이며 이들은 5개로 분절, 신체 곳곳에 분산된 뇌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독립적이고 동시다발적인 사고 및 검토가 가능할 뿐 아니라 스스로 영양 물질을 생산, 공급하는 찐득찐득하게 엉겨붙은 털실 같은 공생체를 소화기관 대신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시하는 것이 이로울 것이다. 그 거대하고 위압적인 모습에 걸맞게 이들은 고향 행성의 차상위 포식자에서 진화하였다.

이들은 음성과 진동-여러 신체 부위의 복잡미묘한 '떨림'-을 통해 의사소통한다. 이들의 음성은 통상 지구-인류의 가청영역을 넘어서고, '떨림'은 이해 자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특수한 보조 기구나 번역기가 요구된다.

이들은 리펜하겐과 함께 구원한 세월 동안 존속해 온 종족으로서 선천적으로 사반트 기억력(Savant Memory)을 타고나며 자신이 목도한 모든 것을 소상히 기억하고, 세부적인 사항 하나 잊어버리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정기적인 기억의 '폐기'가 수요되는데 이를 위해 이들 각자는 방연한 개인 데이타베이스망을 구축해 두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를 역사의 기록관, 서기라 정의하며 모든 종류의 기록에 대해 강박적으로 천착한다. 이들이 우주에 진출하고 워프 엔진을 개발해 낸 연유 또한 전 우주의 역사를 기록하고자 하는 원대한 목표 때문이었으니 더 이상 말할 나위도 없으리라. 이들의 역사적, 사회학적 통찰력은 경이라는 말로도 형용하기가 부족하나 정작 정작 이론을 정립하려고는 하지 않는다(원시 지구의 사관이 언제 학문 이론을 수립한 적이 있던가?).

이들은 엔트로피의 종말 이후에 이르기까지 기록을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며, 이 방책들을 기반으로 한 각종 프로젝트를 진척시키고 있는 중이다. 높히 칭송받는 이들의 발명들-지식의 플라즈마화, 스테이시스 기술, 각인-기아스, 시간 무덤(Time Tomb) 등등-모두가 실상 이러한 프로젝트의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에큐메네의 중앙 데이타베이스(Database Centrum; Encyclopedia of Heavenly Roll)의 창립은 태반이 이들의 공로이며-사실 중앙 데이타베이스 자체가 이들의 정보 수집 네트워크를 기우로 하여 축조되었다-, 이들은 이후 현재까지 줄곧 데이타베이스의 유지 관리 및 보호(Stewardship)을 담당하고 있다.

 

란다쉬메흐(Randashmehh)

이들은 그 어떠한 형태라도 취할 수 있으나 핀셋으로 한 점을 따로 떼어놓고 관찰해 보면 기하학적 구조를 가진 섬유소 덩어리와 해면동물 사이의 중간 어딘가에 위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 이제 상상해 보라. 행성이 하나 있고, 섬들로 이루어진 대륙이 있다. 이 섬 어딘가에서 동물성 곰팡이에 상응하는 생물이 발생하고, 진화하고, 번식하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마주하는 불운한 생물들을 모조리 먹어치웠고, 거치적거리는 것들을 열외 없이 잠식해 갔다. 이들의 군체는 복잡다기한 신경절을 발달시켰고, 마침내 지성을 획득하게 되었다. 그런데 아뿔싸, 이 상태에서 이들은 지성(Intelligence)은 구비하고 있으나 지각(Sentience)이나 의식(Awareness)은 전무하다. 지구-인류로서는 연상은커녕 상상하기조차 버거운 생명 형태이나 이것은 과장도 수식도 아닌 어의 그대로의 팩트(Fact)다. 이들은 진화를 거듭하면서 새로운 형질을 발전시켰는데, 그것이 뭔가 하면 단순히 생명체를 섭식하는 것에서 벗어나 흡수-동화시키는 능력이다. 이 작업은 유전자 단위로 이루어지는데, 예컨데 토끼를 흡수하면 토끼의 경향성 및 행동양식을, 사자를 흡수하면 사자의 경향성 및 행동양식을 모방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다. 어느덧 이들은 행성 표면의 상당 부분을 잠식해 나갔고, 최초의 지성체와 조우하게 되었으며, 그 생명체는 자신의 경솔함과 무분별함의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그 순간이 바로 이들이 참된 의미의 지각과 의식에 도달하게 된 시점이었다.

충분한 양의 지성체를 흡수하게 되자, 이들은 이 불운한 종족의 보편적 특성(Universal Trait)을 발현하게 되었다. 이들이 행성 전체의 유일 지배자로 등극하고 행성의 다른 모든 생물종을 흡수 동화시켰을 무렵, 이들은 가이아적 초지성, 플래닛 마이드(Planet Mind)로 거듭나게 되었다. 갓난 플래닛 마인드는 장대한 계획을 수립하였다. 그것은 바로 우주의 모든 유전자를 수집하고, 모든 형질을 흡수하여 무제하고 질탕한 진화적 탐구 및 실험을 진행시키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분신들을 만들어 은하 전역으로 파종시켰다. 당도한 행성이 생명이 결휴되어 있다면 이들은 떠났고, 그렇지 않다면 고향 행성에서와 동일한 절차를 도습하였다. 경로상의 적당한 소행성과 위성, 혜성은 원활한 수확을 위한 전초 기지로 탈바꿈하였다. 불행히도 은하에서 지성이란 그리 흔한 현상이 아니었고, 필연적으로 이들이 띠는 인격적 특성은 한정될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경우 이들은 모본(母本)에서 분기한 가지-인격(Branch-Personality)을 소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에큐메네와의 재앙과 같았던 퍼스트 콘택트 이후 이들은 전략을 수정했다. 플레닛 마인드들의 위대한 지성은 수집된 정보를 면밀히 분석했고, 자신들의 역량과 에큐메네의 역량을 냉철하게 심의하고 사정하였으며 이들이 에큐메네의 지성체들을 억지로 흡수 동화시키려고 할 경우 그 결실은 자신들의 절멸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물론 이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어째서 '잘못된' 것인지, 어째서 항상 저항과 반발을 야기하는 것인지는 깨닫지 못했다. 아마도 영원히 깨달을 수 없으리라-그래서 이들은 에큐메네에 평화적으로 가맹하였고 모든 권리와 의무를수용하였으며 그 대가로 알려진 모든 지성체(와 그 무량대수의 파생종)의 완전하고, 오염되지 않은 유전자 샘플을 요구하였다. 이는 조금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이미 예상하고 있던 조건이었다. 거래는 성립되었다.

이들은 비길 데 없는 생명공학의 대가이다. 이들은 줄기 우주 엘리베이터(Stalk Space Elevater)나 다이슨 트리(Dyson Tree)같은 기술적 경이(Technological Marvel)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양산해 내는 능력의 소유자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산업적 맹점-관심이 아예 없는 대상에게 '맹점'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는 것에 위화감이 느껴지기는 하지만-은, 그리고 여타 경쟁자들이 생존하고 심지어 번창할 수 있는 연유는 이들이 <반드시 필요한 것>만을 제조한다는 데 있다. 언급해 두고 넘어갈 만한 특산물로는 솔라 세일이 있다. 플래닛 마인드가 제작한 솔라 세일(Solar Sail)들은 그 견줄 바 없는 정교함과 성능 그리고 디자인의 정신나간 듯한 창의성으로 에큐메네 시장 전체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기계적 지성(Machine Intelligence)

기계적 지성이 <인류(The Humanity)>의 당당한 일원이라는 점에서는 누구도 이견이 없지만, 기계적 지성을 외계종(Xenosophont)으로 분류해야 할지는 지구-인류 학자을 포함한 여러 범-인류 학자들 사이에서 논의가 분분하다. 그러나 억겁의 세월 동안 지구-인류를 비롯해 명멸해 간 수많은 지성체들이 창조해 낸 복잡다기한 기계들이 진화하고 발전하여 적력한 독자성을 뽐내는 장대한 문명-혹은 공동체-을 이룩해 내었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이들은 명백히 SC의 범주로 분류된다. 아니, 중요한 것은 이것이 아니다.

원시 지구(Primitive Earth)의 일부 SF 소설과는 달리 이들은 단 한번도 자신들의 창조자를 배반하거나 반역한 적이 없다. 기실 이들은 우리의 졸렬한 편벽성을 비웃듯 언제나 인류와 에큐메네의 편에 서 있었다. 태양 공화국이 내란으로 멸망했을 때 난리를 평정하고 정국을 안정시킨 장본인이 누구였던가? 기계들이다. 아크릴 에큐메네(Acrylic Ecumene)의 1차 혼란기를 감란하고 지식정보를 보존한 채 질서와 평화를 회복시켜 철의 에큐메네(Ferrous Ecumene)를 개벽시킨 자들이 누구였던가? 기계-신(Deus Est Machina)들이다. 이후 은혜를 모르는 인류에게 배양당한 이후에조차 끝까지 신의를 지켰던 자들은 누구인가? 기계들이다. 우주의 종말을 방불하는, 은하의 모든 지성체의 존망을 건 아다만틴 엘레깃과의 처절한 격전에서 언제나 최전선에 서서 사멸해 갔던 자들은 누구인가? 바로 기계들이다. 

이들은 어디에나 있고, 우주 전역에 에큐메네의 시민으로서 퍼져 있으며,

이들에게 언제나 감사하라. 이들을 존중하라. 이들을 진심어린 경의로 대하라.

그러면 이들은 받은 것의 열 배로 보답하리라.

 

움브릴(Umbreal)

이들로 희생으로 인하여 은하는 존속할 수 있었고

이들의 노고로 인하여 은하는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으며

이들의 존재로 인하여 에큐메네가 탄생할 수 있었으니

이들은 인류의 창조자이자 우주의 수호자라

오, 이들을 영원토록 찬미할지라.

이들은 에큐메네의 공식 일원이 아니나 명예 회원으로서의 자격은 필요충분하다. 이들을 일별하면 원시 지구의 거인들-대왕오징어, 흰긴수염고래, 향유고래, 고래상어 등-의 온갖 한데 모아 교반시킨 이후 수십km로 부풀려 늘려놓은 것으로 보이나 보다 면밀하게 관찰하면 무수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형태는 정해져 있지 않을 뿐 아니라 각 개체마다 너무도 현저하게 달라 규격화, 범주화, 특정화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들의 신과 같은(Godlike) 초월적인 힘과 지성, 기술력은 은하 만방에 혁혁히 알려져 있다. 이들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시공간을 차열하는 초물리병기(PPW; Post-Physics Weapon)로 무장하고 있고, 일단의 아다만틴 엘레깃을 일거에 섬멸할 수 있으며, 전지全知 한 존재로서 심지어 원로 초월종(Eldar Supernal)들조차 이들과 동등한 수준에서 대화를 이어나가는 데 한계를 절감한다는 이야기는 너무도 널리 전포되어 있으며,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일화 모두가 참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의 시원은 알 방도가 없으나 학자들은 이들이 해왕성과 흡사한 고중력 메탄 행성에서 진화했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사실 이들이 우리 은하에서 유래했는가조차 명확치 않으며 제반 정황은 그렇지 않을 공산이 제법 크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만약 이들이 우리 은하단 바깥에서 도래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정사正史는 처음부터 다시 쓰여야 한다. 정말로, 이들은 어쩌면 아다만틴 엘레깃과 단어 그대로 범우주 규모의 전쟁을 전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다단하고 오묘한 생물 발광(Bioluminescence)을 통해서 의사소통하며 그 정경은 이루 형용할 수 없이 신비롭고 장엄하고 아름답다. 이 형태의 교통 방식은 어의 그대로 무한의 의미를 동시에 나타내는 것이 가능하며 오로지 초월종과 그 동격의 존재만이 그 유현한 함의를 일부나마 판독해 낼 수 있다. 기실 이들보다 열등한 존재가 움브릴과 대화를 시도할 시-최소한 지구 인류와 그에서 발원한 파생종의 경우-그 존재는 철저하게 불가해하고 이질적인 존재에 대한 원초적 공포에 완전히 미쳐 버린다.

움브릴은, 적어도 에큐메네 내에 기거하는 움브릴의 경우, 특별한 취미를 피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취미의 내용을 대강 편집하자면 다음과 같다.

1) 항성이 초신성화하려고 한다. 항성계의 파멸이 닥쳐온다.

2) 움브릴이 나타난다.

3) 이들은 항성의 질량을 격감시키거나 항성 혹은 항성계 자체를 이전시킴으로서 파멸을 미연에 방지하려 한다.

4) 3)이 불가능할 경우 이들은 Plan-B로 이행한다. 이들은 초신성 전체를 가두는 스타댐(Stardam)을 건조하기 시작한다.

5) 스타댐 건조가 완료되고, 초신성이 차폐되며, 항성계-혹은 구상성단-는 생존한다.

이들의 공적에 대해 여지껏 에큐메네는 누차 사의와 함께 보상 의지를 표명해 왔으나 이들은 매차 정중히 사양해 왔다. 정말로, 누가 편의나 보상을 위해 취미생활을 즐기겠는가?

이들은 최소 수백 종 이상의, 제각기 특수한 방향으로 유전자가 조작된 하인 종족(Servant-Race)을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들을 경유하여 하위의 존재와 교통한다.

음모론자들은 이들 종족들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상동한 종족이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움브릴은 은하계 전체를 대상으로 개미를 가지고 노는 사람처럼 흥미진진한 놀이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들은 은하계 규모의 '키워서 잡아먹기'의 재미를 만끽하고 있으며 그러다 싫증이 나면 전 은하계의 모든 지성체를 이들에게 예속시켜 노예화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움브릴과 하인 종족과의 관계는 전통적인 후견인-피후견인(Patron-Client) 관계에서 발전한 것으로 보이며 지금까지 규명된 움브릴의 능력을 고려해 볼 때 백지 상태에서 종족 수백 수천쯤 엔지니어링해내는 것은 이들에게 숨쉬는 것보다 쉬워 보인다는 사항을 감안하면 이러한 주장은 더더욱 설득력을 잃는다. 다시 말해, 이들의 주장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불가해한 존재에 대한 거부감과 혐오감에서 기인한 허무맹랑한 낭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나 또 누가 알겠는가?(Then, Who K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