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실내에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는 시선이 있었다.

 그 두 눈은 흡사 맹수의 것인냥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으나 깊은 안광 내부에 숨겨진 초조함도 조금은 담겨 있었다. 그 시선의 주인은 마수전대를 통솔하고 있는 그린킹덤의 최고간부 3수장 중 한명 그린 비스트였다. 사실 그간 팩토리엠페러와 닥터 노스트라의 대결을 보며 비웃던 것과 비교하면 그 답지 않은 초조함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그린 비스트의 마수전대 중 최강이라 할 수 있는 10수왕 중 3마리 마수왕이 팩토리엠페러의 공격에 참살되었던 것이다. 한 순간이었다.

 그린 비스트는 각개 격파, 신사적 대전이라는 암묵적인 룰을 배제하고 빨리 팩토리엠페러를 제거하고자 했다. 그 결론이 마수전대 휘하의 10수장을 한번에 출전 시킨 것이었다. 그 간의 룰을 깨부신 파격적인 비신사적 행위에 매스컴이 반감을 표시했지만 압도적인 전력차를 예상한 그린 비스트는 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눈에 가시같은 닥터 노스트라의 무능함을 알리고 싶었다. 그런데 결론은 이 것이 무엇인가..아무런 의구심도 불안함도 없었다. 그러나 결과는 그에게 하여금 일찍이 느껴 본 적이 없는 초조함과 공포까지 불러오고 있었다.

 "방금 팩토리엠페러의 공격으로 마수전대의 비공수왕, 공룡수왕, 사자수왕이 파괴...아니 로봇이 아니니까 참살되었습니다. 너무도 잔인안 화면으로 인하여 항의가 속출하여 방송을 잠시 중단하겠습니다."

 방송사의 멘트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이번에는 기존의 팩토리엠페러와 타이탄시리즈와의 대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잔혹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팩토리엠페러는 10수왕이 모두 등장했을 때 다소 놀라는 것 같았으며 초기 몇 분간은 10수왕의 연계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 순간 팩토리엠페러의 안광이 푸른 청광에서 진한 녹광으로 변하며 정의의 사도와 같았던 그 로봇은 공포스런 마수왕의 참살하는 파괴신의 모습으로 바뀌어 버렸다.

 거대한 날개를 가지고 공중에서 팩토리엠페러를 공격하던 비공수왕이 그 첫 희생물이었다. 비공수왕은 지상에서 3키로미터 정도 날아오른 뒤 그 거대한 몸와 가속도로 음속을 통과하여 팩토리엠페러를 덮치려 했다. 날카로운 파공음과 더불어 팩토리엠페러를 직격했다고 모두 느꼈을 때 거대한 흙먼지가 사라진 장소에 있던 것은 내려오는 모습 그대로 팩토리엠페러에서 목을 잡힌 체 있는 비공수왕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한 순간 괴조는 비명소리도 없이 기분나쁜 소리와 함께 머리와 몸이 찢겨져 바닥에 버려졌다. 그 뒤 아무렇지도 않은 듯 팩토리엠페러는 마수의 피와 같은 녹혈을 뒤집어쓰고 주춤한 다른 10수왕을 향해 다가갔다. 단지 손가락이 향했을 뿐인데. 10수왕중 최강의 체력을 자랑하는 공룡수왕의 머리는 그가 미쳐 공포를 느낄 세도 없이 굉음과 함께 폭파되어 그 거대한 몸체는 속절없이 무너져내렸다. 분명 이것은 타이탄과 싸울 때 자주 쓰던 핑거미사일이었는데 속도와 위력이 천지차이였다. 그리고 공룡수왕의 옆에서 그 참격을 본10수왕 최강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사자수왕은 공포를 잊기 위해 팩토리엠페러에게 몸을 날렸지만 음속을 아득히 넘어갈 듯한 그의 필살공격은 아무런 포효도 남기지 못하고 잔혹한 상대의 눈 앞에서 몸이 좌우로 양분되어 녹혈을 뿌리고 대지에 쓰러지고 말았다. 모두 거의 한 순간에 일어난 일었다.

 그간 볼 수 없었던 팩토리엠페러의 잔혹하며 무자비한 모습에 방송사는 방송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마침 중계실에 있었던 김철수 해설자의 멘트가 미쳐 방송이 꺼지지 않은 체 흘러나오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헐...이거 왕년의 암흑제국과의 전투가 생각나는 정겨운 모습인데 그래.."

"억 김철수님 방송 방송나가고 있어요 마이크 꺼요!"

 이 내 해설자의 목소리도 꺼지고 팩토리엠페러와 그린 비스트의 첫 대결은 그렇게 비관전 상태로 돌입하게 되었다. 방송이 꺼진 전장에서 어떠한 일이 더 있었는지는 복귀한 중계진의 말을 통해서 뉴스 말미에 짤막하게 전달 받을 수 있었지만 10수왕은 첫 전투에서 전멸하였다. 하나같이 모두 대등하지 못한 죽음이었다고 한다. 압살, 참살, 아니 인간이 개미를 밟아 죽이는 데 느낄 수 있는 것 마냥 압도적인 살해의 현장이었다.

.....

 또 다른 어두운 실내에서 암호화된 통신을 통해 메시지가 들어왔다.

[Good job. N님의 메시지]

[그 이는 잘 있어요? J님의 메시지]

[나중에 같이 보세나. N님의 메시지]

 암호통신이 끊어졌다. 전용 비화폰을 만지작 거리던 아름다운 손의 주인은 자주빛 와인이 들어있던 잔을 들고 한모금 들이 마셨다. 팩토리엠페러의 성능 테스트는 성공적이었다. 그린 비스트의 마수전대와의 싸움 직전에 손에 넣은 미지의 데이터를 통해 팩토리엠페러의 성능은 잔혹하고 가공할 만한 모습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 사람 조금 고생시킨 모양이네 나중에 뭐라도 해야겠어"

 나즈막히 혼잣말을 하던 여성의 정체는 팩토리엠페러의 수장이자 도시개발사업부 총괄부장 통칭 J박사였다. J박사는 어리숙했던 누군가를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방금 전까지 마수전대의 10수왕을 유린하도록 명령했던 것이 거짓인 것처럼 말이다.

...

 그리고 그녀와 멀리 떨어진 어딘가에서 지쳐 잠들었던 불쌍한 악의 조직에 속한 과학자 한 명이 오한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좀 처럼 꾸기 힘든 별거 중인 와이프의 꿈이었다. 오늘 일진이 어둡다고 느끼는 강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