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본의 탐사선 하야부사의 캡슐에서 1500개 정도의 미립자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다들 들으셨을 겁니다.

  이온 엔진으로 초장거리 비행에 성공하며 힘겹게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돌아온 하야부사의 활약은 그야말로 우주사의 감동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지요.

 

  하지만, 우주사에는 하야부사 만큼은 아닐지라도 정말로 멋진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오늘자 연합뉴스에서 소개된 딥 임펙트의 이야기도 그 중 하나입니다.

  오늘자 연합뉴스에서는 로스엔젤레스AP의 기사를 인용하여 "딥 임펙트호가 지난 4일 혜성에서 분출되는 얼음 폭풍을 만났으니 무사히 뚫고 나갔다."라는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뜬금없이 이 내용만 나온다면 도대체 딥임펙트가 뭔지 전혀 알 수가 없지요. 이 기사가 왜 눈에 띄는지도...

 

  "딥임펙트"라면, 아마도 영화 제목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맞습니다. 이 혜성 탐사선은 바로 그 영화의 제목을 따서 만들어졌습니다. 왜냐하면, 이 혜성 탐사선의 임무 자체가 영화처럼 혜성에 근접해서 관측을 진행하고, 발사체를 쏘아 혜성에 명중시키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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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딥 임펙트... NASA의 탐사선은 이 영화에서 따왔지만, 지구가 아닌 혜성에 충돌하는 임무를 띄고 있다. ]

 

  현재는 에폭시(EPOXI)라는 이름으로 바뀐 딥 임펙트는 2005년 1월 12일 플로리다의 케이프 카나베랄에서 델타 2 로켓에 실려 우주로 날아올랐습니다.

  발사 첫날에는 상태가 좋지 않아 안전 모드에서 기동했고 거의 1달여에 걸쳐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채 관계자들을 초조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2월 11일 딥 임펙트의 로켓이 드디어 작동했고 그리하여 딥 임펙트는 장장 4억 3천만 킬로미터의 대장정에 나섭니다. 3월에 이르러 딥 임펙트는 혜성을 향한 순항 모드에 들어갔습니다. 방향은 결정되었습니다. 이제 그 방향이 정확하게 맞기만을 바랄 뿐이었지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일부 임무가 중단되기도 했지만, 딥 임펙트의 항해는 큰 문제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때때로 로켓을 작동하여 움직임을 조정하긴 했지만, 7월 3일 드디어 템펠 행성으로부터 88만 km 지점까지 접근. 발사체를 쏘았습니다. 발사체는 다음날인 7월 4일(미국의 독립기념일) 템펠 행성에 착탄. 폭발하며 먼지를 휘날렸고 탐사선은 이를 관측하여 혜성의 구성 물질을 조사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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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템펠 행성을 포격(?)하는 딥 임펙트. 하지만, 임무는 종료되지 않았다. ]

 

  당시 발사체에는 독자적인 인공 지능이 탑재되어 혜성을 촬영하면서 가장 적절한 지점에 명중하는 방식이었다 합니다. 여담이지만, NASA에서는 "혜성에 이름을 보내자."라는 캠페인을 진행하여 참여한 이들의 이름이 수록된 컴팩트 디스크를 혜성까지 전달했지요. (자기 이름이 써 있다고 해서 혜성이 자기건 아니겠지만...^^)

 

 

  또 하나. 러시아의 한 점성술사는 딥임펙트가 혜성을 파괴함으로서 우주의 자연 균형을 깨뜨렸다며 NASA에 정신적 피해 배상 요구를 했다고 합니다. 눈으로는 고사하고 망원경으로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을 혜성을 어떻게 점성술에 응용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 장면은 세계 각지에서 관심을 모았습니다. 물론, 앞서 말한 러시아 점성술사처럼 혜성의 파괴를 우려하는 이도 있었지만, 한 학자는 "이건 747 여객기에 모기가 부딪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일축했다 하지요. 실제로 저 강렬한 장면과 달리 혜성에는 별 흔적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어디까지나 폭발로 인한 빛일 뿐입니다.)

  점성술사의 주장에 대해 한 러시아 학자는 "이 충돌로 인한 궤도 변화는 10cm도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는 것을 덧붙여 두겠습니다.

 

  참고로 템펠 혜성은 1867년 윌리엄 템펠이 발견한 혜성으로 핵의 크기는 14x4km. 공전주기가 5년 정도 밖에 안 되어서 관측하기 좋은 혜성이지요. (다음에 다가오는 2011년에, 탐사선 스타더스트호가 다시 향한다고 합니다. 스타더스트호는 1999년에 발사되어 우주 물질을 갖고 돌아온 최초의 탐사선이고 현재는 우주에서 대기 중입니다.)

 


[ 발사체 충돌 순간. 점성술사가 생각한 만큼 심하게 부서지는 않은 모양이지요? ^^ ]

 

  이렇게 화려한 장면과 함께 딥 임펙트의 임무는 끝난 것처럼 보였습니다. 구경꾼들은 모두 떠나가고 딥 임펙트만이 홀로 남겨지는 듯 했지만, NASA의 사람들은 이로서 끝내지 않았습니다. 딥 임펙트의 궤도를 바꾸어 두번째 혜성을 쫓은 것이지요.

 

  1975년 레오 보딘이 발견한 보딘 혜성. 8월 21일 궤도를 바꾸는데 성공한 딥 임펙트는 조만간 나타날 예정인 11년주기의 이 혜성을 향해 다시금 항해에 들어섭니다. 하지만, 이 임무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보딘 혜성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아마도 산산조각 났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만...

 

  두번째 사냥감(?)을 놓친 딥 임펙트는 2007년 12월 13일 에폭시로 이름을 바꾸고, 주변 행성계의 탐사 임무를 맡는 듯 했는데...

 

  사실 계획을 맡은 제트 추진 연구소에서는 또 한번의 기회를 노린 것입니다. 이번의 목표는 1986년에 발견된 하틀리 제2혜성.(제2라는 이름이 붙은 건 하틀리란 사람이 여러개의 혜성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평생 1개도 발견하기 힘든 혜성을 자그마치 8개. 엄청나게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이번에는 장장 2년에 걸친 여정에 돌입했습니다. 그리하여 지구와 비슷한 궤도로 바뀐 에폭시는 2010년 10월 11일 하틀리 제2혜성에 700km 거리까지 근접하여 촬영에 성공했습니다. 연료가 많지 않아 궤도를 바꾸기 힘든 상황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굉장한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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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링 핀과 땅콩의 중간 정도 모양을 하고 있다. 가장 긴 쪽도 2킬로미터가 되지 않는 하틀리 제2혜성에 대한 의견입니다.

 

  문제는 하틀리 제2혜성이 태양에서 매우 가까운 궤도를 돌고 있었다는 것일까요? 위의 사진에서 빛처럼 뿜어져나오는 것이 바로 혜성에서 떨어져나간 물질... 그리고 그 물질이 혜성 주변에 머무르던 딥 임펙트(에폭시)를 덥친 것입니다.

 

  딥임펙트의 속도는 시속 4만 3천 km. (약 초속 12km) 작은 물질도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속도지만 다행히 충돌한 물질이 눈송이보다 작은 크기였고, 거리가 멀었기에 별 피해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도리어 이번 일로 얼음 폭풍이 혜성 내부에서 분출되는 이산화탄소 제트에 의해 형성된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렇게 딥임펙트의 세번째(성공으로는 두번째) 임무는 종료되었습니다. 딥임펙트는 본래대로 지구와 비슷한 궤도를 돌며 주변의 행성계 탐사를 계속하겠지요. 세번째 탐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는 잘 모릅니다. 제트 추진연구소와 NASA는 이 든든한 실력자에게 새로운 임무를 맡기고 싶겠지만, 연료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다음 혜성까지 근접하는 것을 기대하기 힘든 것이지요.

 

  하지만, 5년전에 출발하여 화려한 업적을 달성하고도 꾸준히 활동을 계속하는 딥 임펙트(에폭시). 우주에서 생각치도 못한 눈보라를 헤치면서도 건재한 이 탐사선이 다음에는 어떤 발견을 할 수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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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폭시의 현재 항로. 파란색이 에폭시의 궤도. 붉은 색이 하틀리 제2혜성의 궤도. 저 푸른색이 새로운 원을 그린다면 에폭시의 역사엔 새로운 장이 추가될 것이다. ]

 

 

추신) 앞서 잠시 소개했던 스타더스트 탐사선도 다음 임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예정대로 잘 진행된다면 내년에 스타더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또 어떤 멋진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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