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SF에 대한 가벼운 흥미거리에서부터 새로운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여기는 과학 소식이나 정보를 소개하고, SF 속의 아이디어나 이론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상상의 꿈을 키워나가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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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수학실력 이야기 읽고 생각나서 뻘글 써봅니다.
다름 아니라 요새 연구인력들의 수학 실력에 대해 이야기가 많은데요, 어찌보면 기술의 발전이 역설적으로 크게 한몫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예전에는 어떤 물리적 현상을 이해하고 유용하게 써먹으려고 하면 거의 수식으로 먼저 파고들어 갔습니다. 복잡한 편미분 방정식들과 수많은 경계조건들, 그리고 source term 등... 복잡하면서 random 성향이 짙은 물리 현상을 최대한 일반화 시키고, 사람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단순화 시켜서 사람 손으로 theoretical 또는 graphical 하게 풀어나갔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학/물리학계의 초천재가 어떤 model 을 제시하면 "오오~~ 똑똑하다! 그럴 듯 한데?" 하면서 따라가고, 거기서 경계조건을 바꾸거나 방정식에 새로운 항을 넣거나 하는 방식으로 박사학위를 따면서 개선해 나가는 등의 진보가 이뤄졌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1초에 조단위의 계산을 수행하는 슈퍼컴퓨터까지 나왔고, 수십 나노미터 이하의 세계를 볼 수 있는 전자현미경도 나왔구요, 눈으로 볼 수 없던 물질의 내부까지 가시화시켜주는 최첨단 카메라들 (MRI, Xray 등등) 까지 나왔습니다. 이러다보니, 골치아프고 머리아프게 어떤 물리적 현상을 굳이 사람 손으로 풀어내려가야 할 이유가 없어진겁니다. 즉, 측정/관측 기술의 발전과 계산 기술의 발전이 노가다 할 필요를 없에버린 거라고 할까요?
초음속 풍동 내에서의 fan 주변 회전유동과 충격파 발생이요? 요새 cfd 아직 아쉬운점이 많긴 하지만, 상당히 잘 맞습니다. 머리 아프게 이것저것 가정한 상태에서 사람 손으로 모멘텀 연속eqn 풀고 analytical solution 낼 필요가 없죠. 그렇게 간단화 시켜서 푼 것 보다는 컴퓨터로 해석한게 더 그럴듯하게 설명해 주는걸요. 눈에 보이지 않는 관 내부의 액체와 기포와 알갱이가 같이 흐르는 물 속의 소용돌이 생성이요? 뭐하러 풀리지도 않는 편미분 방정식에 더 머리아프게 source term에 상수까지 주고 손으로 계산하나요? 그냥 초고속 카메라에 laser 쓰거나, 아니면 MRI 로 찍어서 직접 눈으로 보면 되죠.
이러다보니 문제를 해결할 때, 수학적이고 이론적인 접근은 점점 없어져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 방식으로 원론적으로는 다들 잘 접근을 하지 않으려 들더라구요. 약간 천시받는 경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머리좋고 똑똑한 사람이 수학 잘해서 이론적 solution 낸 것으로 좋은 논문 써서 IF 높은 곳에 publication 하기 보다는, 그 머리에 손재주를 보태서 훌륭한 실험 setting으로 그럴듯한 사진을 찍고 연구 결과를 내거나, 새로운 code 하나 짜서 "Kim's law" 처럼 자기이름 하나 붙이고 그럴듯한 계산결과를 내놓고 해석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많이 보이는 것 같네요. 공학 분야마다 크게 차이가 있기는 한데요, 제가 공부했던 분야는 1990년대 이후부터 확실히 이런 움직임이 커지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nano / bio열풍이 불었던 2000년대 이후부터는 거의 주류가 되었구요. 논문들 보면 이제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수식은 몇 줄 이상 쓰지도 않네요.
그만큼 공학분야가 이학분야를 많이 쫓아왔다는 얘기도 되려나요? 해석/실험적 접근이 가능해진 이상, 그것을 실용화 시키기에는 예전보다는 노력이 덜 들어가게 되거든요.
하지만 세상은 돌고 돕니다. 언젠가는 다시 이론적이고 수학적인 접근이 각광을 받을 날도 올겁니다. 대게 보면 이런 방식의 유행은 sine곡선처럼 흐름을 타는것이 일반적이거든요. 물리학이 지금은 쿼크의 세계에 도전하고 있는 중인데, 언젠가는 공학도 그 domain 을 따라잡을 날이 오겠지요? 그렇게 되면 실험 / 해석적으로는 도저히 접근하거나 가시화 시킬 수 없는 분야에 대해서는 이론적/수학적으로 접근해 들어가게 될겁니다. 다시 기술이 발전하면 공학은 그 domain을 더 가까이 쫓아오게 될 것이고, 계속해서 진보가 이루어져 나가겠지요. 그러니까 수학/이론적 접근을 무시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수학은 훌륭한 tool 이거든요.
근무 시간에 갑자기 붕 뜨는 시간이 생겨서 쓴 뻘글입니다 ㅋ
말빨 동감이요 ㅋ
이런 현상이 최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먼 옛날 천문학과 물리학의 태동기부터 있던 현상이였던 거군요 ㅋ 아직 저도 배울 것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허블과 아인슈타인의 스토리도 참 재밌죠. 아인슈타인에 대한 이야기도 격하게 공감합니다 ㅎㅎ
이런 과학 교양을 좀 미리 알았으면 흥미도 더 생기고 좋았을텐데, 아무도 알려주지 않더라구요 ㅠㅠ 저도 뒤늦게야 이런 생각이 들어서 주저리 해봤습니다. ㅎㅎ 저도 수학공부도 같이 열심히 하고 있답니다 ㅋ 기본이 되는 수학 없이는, (적어도 각 항들이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는 알아야 최소한 얘기가 되죠) 아무리 실험 tool 이좋고 슈퍼컴퓨터를 써도 삽질 할 수 있죠 ㅎ
슈퍼컴퓨터에서 활용하거나 또는 수퍼컴퓨터 자체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수식은 그것을 누군가 발명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당장 우수한 물리 게임 엔진을 만들기 위해서는 누군가 연산을 최소화할수 있는 수식을 만들어 낼수
있어야 합니다. 순수 웨이브 녹음한것을 CD를 인간이 들을수 없는 영역을 빼고 가청영역으로만으로
MP3로 압축하는 기술도 누군가 수식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즉 지금 사용하는 기술들을 더욱 발달시키려면 누군가 새로운 방정식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죠.
MRI를 비롯한 각종 의학영상기기들 전부 전자공학자들과 영상처리 전문가들이 수식만들어내느라고
엄청나게 머리쪼개 가면서 만들은것이고 여전히 개선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나온 해석수단도 엄밀히는 누군가가 해석에 필요한 수학적 알고리듬을 만들었고
그걸 개량할려면 새로운 알고리듬이 필요합니다.
핸드폰의 기술발전도 누군가가 수학적으로 모델을 제공해야만 기술발전이 이뤄집니다.
칩셋에 들어가는 신호처리에 대한 수식적인 진보 모델을 제공해야만 신호처리 과정이 간단해지고
더욱 빠른 또는 성능이 좋은 머신이 등장할수 있다는 것이죠..
현재 수학적 모델 제시 없이 인정받을수 있는 분야는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정치학에서도 수학모델이 들어가면 Great라는 말을 듣습니다...
언제부터 정치학이 이빨까는 학문에서 게임이론 도입해서 확율을 구하는 학문이 되어버렸는지...
1.
대략 두 가지 세력으로 분화되었다고 봅니다.
- 아직도 수학적으로 Optimization을 추구하는 세력이 존재합니다.
- 직관적으로 생각한 바를 제시하고, 그게 세상에서 어떻에 먹혀 돌아가고 있나를 말빨로 논합니다.
그 밖에 이 둘의 중간지대에서, 최적해는 찾으려니까 너무 힘들기도 하고 또 가정에 따라 죄다 답이 달라지니까 최적해와 똑같지는 않아도 어떻든 조금이라도 빨리 풀 수 있는 알고리듬을 제시해 보려는 사람들이 있죠.
하지만 최근 들어 빨리 풀 수 있는 알고리듬을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영향력이 꽤 많이 약화되었습니다 - 컴퓨터 진보 속도가 알고리듬 개선 속도를 앞질러 버렸거든요. 예를 들어 (이렇게 만드는 것도 꿈 같은 일이지만) 대략 2년 동안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서 계산 속도를 50% 향상시킨 알고리듬을 만들었다고 발표하면, 이미 컴퓨터의 진보는 2년 동안의 계산 속도 향상이 300%에 육박합니다. 이런 지경이니 계산 속도를 50% 향상시킨 알고리듬 따위에는 다들 별로 관심 없습니다. 뭐하려 이런 연구를 했냐고 구박받기 일쑤죠.
2.
본래 순수과학(이학)은 공학적 발명과 맞물려서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확신하게 된 것은 스스로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관측하면서부터였습니다. 망원경이 발명되기 이전의 천체 연구와 이후의 천체 연구는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핵균을 발견한 코흐가 제 아무리 날고 기는 노력을 하여도, 전자 현미경이 발명되기 전에는 황열병과 같은 바이러스 병원체의 존재를 하늘이 두 쪽 나도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우주에서 대기의 방해 없이 관측을 할 수 있는 허블 망원경을 쏘아 올리기 전에는, 아무리 지구상에 거대한 망원경을 설치해도 천문학의 발전이 지체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새로운 장비가 개발되고 발명되어 실험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면, 눈으로 확인한 결과를 바탕으로 순수과학의 영역이 다시 확장됩니다. 당연한 일이죠.
21세기로 넘어가면서 컴퓨터 공학이 눈부시게 발전하였고, 컴퓨터의 성능을 십분 활용한 관측 기계도 어마어마한 속도로 발전하는 중에 있죠. 과거에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영역을 수학으로 모델링하여 "이렇게 될 것이다"라고 해를 구했다면, 관측이 가능해 진 이후에는 그냥 눈으로 본 후 그러한 결과가 나온 원인을 다시 찾고 분석하면 됩니다. 그 과정에서 과거의 수학적 모델링이 미처 가정하지 못한 허점들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고, 결국에는 수학으로 전개한 수리 모형이 수정되면서 최종 관측 결과와 딱 맞아 떨어지게 되죠. 본래 학문이란 그런 겁니다.
아인슈타인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서 수학에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 증명한 일반 상대성 원리의 경우에도, 학계에서 나름대로 진정 옳은 것으로 널리 인정된 것은 1960년대 이후였습니다. 세계 각지에 천문대가 설치되고, 관측 결과가 쏟아져 나오면서 그제서야 하나하나 아인슈타인이 예상한 결과에 부합된다는 것이 밝혀지게 된 것입니다.
심지어 일반 상대론에 의하여 예언된 중력 렌즈 효과가 처음으로 관찰된 것은 1979년이었고, 1990년대 들어 우주로 쏘아 올린 허블 망원경이 중력 렌즈 효과를 촬영하는 데 성공하자 그제서야 확실하게 "아인슈타인은 결국 옳았다"는 말이 나왔죠.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론이 진정 확신을 주게 된 것은, 인간이 우주에 망원경을 쏘아 올릴 수 있는 기술을 갖게 된 이후였던 겁니다.
3.
아인슈타인이 항상 제대로 된 예측만 하였던 것은 아닙니다. [허블 망원경]만 하더라도, 그 망원경의 작명은 오로지 천체 망원경에 의한 관측만을 바탕으로 하여 천하의 아인슈타인을 완벽한 KO로 패퇴시킨 바 있는 허블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허블은 우선 안드로메다 성운이 우리 은하가 아닌 외부 은하라는 것을 발견하여 명성을 얻었고, 그 이후 세심한 관측을 통하여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미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고정되어 있다'는 '가정' 하에 일반 상대론을 확장하여 전개한 "아인슈타인 우주 모형"을 발표한 바 있었고, 허블이 관측한 결과는 '우주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의 우주 모형을 뒤집어 버렸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처음에는 허블의 관측 결과를 믿지 않았고 격렬하게 반대하였지만 결국에는 그 결과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우주의 팽창이 정설이 되자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설정한 우주 상수가 필요없는 것이고, 자신의 생각한 고정된 우주 모형이 잘못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철회해야만 했죠. 망원경을 통하여 눈으로 관측한 결과 명백히 우주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팽창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이 처음부터 우주가 고정되어 있다고 가정한 것 자제가 잘못이었던 셈입니다. 눈으로 관측된 결과에 의하여 애당초 수리 모형 전개를 위해 '가정'하였던 것이 잘못임을 증명하고 바로 잡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죠.
아인슈타인이 수학에 아주 뛰어나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래도 주변에 수학에 능한 동료들이 많았고 자기 자신도 허블에 비하면 당연히 훨씬 더 수학에 뛰어났습니다. 허블은 권투에도 뛰어났고 여러 분야에 다재다능했다고들 하지만, 본래 법학을 공부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랬다가 뒤늦게 천문학자가 되겠다고 공부를 새로 다시 해서 천문학 박사를 받은 후 천문대에서 관측을 하게 되었죠. 따라서 허블은 애당초 아인슈타인과 같이 이공계의 길을 걸었던 사람과는 근본적인 기초가 달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관측으로 역사상 가장 유명한 천문학자가 되었죠. 인생은 그런 겁니다.
아인슈타인의 고정 우주 모형과 우주 상수는 본인이 쓸모 없다고 철회하였지만, 나중에 우주의 팽창 속도를 늦추는 암흑 물질의 존재가 관측되면서 아인슈타인의 우주 상수는 부활하게 됩니다. 역시나 썩어도 준치라고, '관측에 의해' 아인슈타인 스스로 실수였다면서 공개적으로 철회한 연구마저도 결국에는 '관측에 의해' 부분적으로 쓸모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니, 아인슈타인은 역시 "신이 가장 사랑한 물리학자"가 맞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