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SF에 대한 가벼운 흥미거리에서부터 새로운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여기는 과학 소식이나 정보를 소개하고, SF 속의 아이디어나 이론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상상의 꿈을 키워나가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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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미국에는 조지 데볼(George C. Devol)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오늘날 거의 모든 저장 장치에서 사용되는) 전기 신호를 자기로 바꾸어 저장하는 방식을 활용하여,
그 때까지 없었던 센서를 개발합니다 - x, y, z 축을 인식하고 이를 자기 저장 장치에 기록할 수 있는 센서였죠.
그리고 자신이 개발한 이 새로운 센서를 이용하여 기계의 운전이 제어되도록 하는 물품 이송 장치를 만듭니다.
하지만 조지 데볼은 한동안 자신의 발명을 제대로 홍보하지도 발전시키지도 상용화하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무거운 물건을 취급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죠.
그렇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획기적인 전기는 약간 뜻밖의 방법으로 찾아옵니다.
1956년 코네티컷의 한 칵테일 파티에서...
조지 데볼은 조셉 엔젤버거(Joseph F. Engelberger)라는 31살의 젊은 엔지니어를 우연히 만납니다.
엔젤버거는 학장 시절 아시모프를 무척 좋아했었던 열렬한 SF 팬이었고,
당시에는 제트 엔진 개발 업무에 종사하고 있었습니다.
조지 데볼은 13년 연하의 엔젤버거에게 자신이 발명한 센서로 제어되는 물품 이송 장치를 설명하였고,
엔젤버거는 그 설명을 들으면서 과거 아시모프의 로봇 소설을 읽으면 꿈꾸었던 실용화된 로봇을
실제로 산업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흥분을 감추지 못합니다.
의기 투합한 조지 데볼과 조셉 엔젤버거는 당장 산업용 로봇 개발에 착수하기로 합니다.
조셉 엔젤버거는 과거 SF를 읽으며 다짐했던 꿈을 위하여 그 때까지 잘 다니던 기업에 사표를 던지고 나왔고,
조지 데볼이 기술적 역할을 담당하고 조셉 엔젤버거가 사장을 맡아 로봇 전문 기업 유니메이션(Unimation)을 설립합니다.
이 둘은 1960년 <유니메이트(Unimate)>라는 세계 최초의 산업용 로봇을 개발하였고,
1961년 포드와 제너럴 모터스 공장에서 주물 기계에 부품을 탈착시키는 작업을 유니메이트로 자동화하는 데 성공합니다.
본래 그 무게와 엄청난 온도, 위험성 때문에 사람이 하는 것이 무리였던 주물 작업이,
아시모프의 로봇 소설에 미친 공학도에 의하여 자동화되어 안전하게 처리될 수 있게 된 것이죠.
포드 자동차와 제너럴 모터스 이후 산업용 로봇이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자
관련 분야에 대한 연구가 경쟁적으로 진행되게 됩니다.
유니메이트는 돋보적인 산업용 로봇이 되었고,
이후 조셉 엔젤버거는 산업용 로봇의 아버지가 됩니다.
1974년 로봇 산업 협회(RIA: Robot Industries Association)가 설립되고,
1977년 RIA에 의하여 "Joseph F. Engelberger Robotics Award"가 제정됩니다.
산업용 로봇 개발에 큰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주는 상에 엔젤버거의 이름이 들어가게 된 것이죠.
제가 알기로...
SF가 진짜로 세상을 바꾼 가장 단적인 예 중 하나입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로군요. 이 밖에도 찾아보면 엄청나게 많은 가능성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현재 일본의 로봇 공학자 대부분이 아톰이나 철인 28호의 팬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일본의 발명품 중 상당 수가 도라에몽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고도 이야기됩니다.) 이처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확실히 적은 것 같습니다.
결국 SF가 세상을 바꾸는 것은, SF가 미래를 예견하기 때문이 아니라, SF의 놀라운 상상력이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가능성 있는 미래를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