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DESICO - 귀향(歸鄕)

프롤로그...

3차 세계 대전은 결국 지구권 국가들의 승리로  끝났다. 나데시코와
호네트의 주요 멤버들은 원래  근무지를 떠나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자신들의 삶을 꾸려나갔고, 몇몇은  큰 성공을 거두어 먹고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시간을 강요 받은 이도 있었다. 바로...

1.남겨진 사람들

2203년 06월 06일. 16시 45분. 전남 남해시

"아, 아아악!"
"아가씨, 조금만 더 참으세요."
"옳지. 옳지. 이제 조금만 더 힘을 내. 그래... 그래..."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자리한 '한신수'  제독 소유의 저택
안에서 루리는 하녀들과 산파의  도움을 받으며 자연  분만을 하는
중이었다. 루리는 이를 악문 채 세상 밖으로 나오려는  아이를 빨리
보기를 고대했고, 곧 아이는 힘겨운 과정 끝에 그녀의 몸 밖으로 나
오고는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는... 아이는..."
"안심하세요. 아기씨는 건강하십니다."

곧 산파가 루리에게 아이를 보여주었고, 그녀의 눈에선 이내 눈물이
맺혔다.

"아이는, 아이는 어떻게 됐나?"
"제독님, 기뻐하십시오. 옥동자입니다."

아이가 태어난지 1시간이 지나고 나서  업무를 끝내고 서울에서 마
악 돌아온 '한신수' 제독은 그 얘길  듣고 크게 기쁜 표정을 지으며
루리와 아이가 있는 방으로 갔다. 제독의 장남으로 해병대 소령으로
복무 중인 '한운길'도 그 뒤를 따랐다.
곧 방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간 제독은  누운 채로 아이를 바라보
는 루리에게 말을 걸었다.

"몸은 어떠냐?"
"걱정하지 마세요. 제 몸은 괜찮아요."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라고 했지?"
"제 오빠입니다..."
"깜빡했구나. 그래 네 오빠 이름이..."
"케빈 글렌입니다."

루리와 가까운 곳에 앉아 있는 '에이미  글렌'의 말을 듣고 한 제독
은 고개를 끄덕였다.

"참 어려운 선택을 했구나..."
"아버지, 저는 후회하지 않아요... 하지만..."
"아이의 장래는 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뒷바라지를 해주마. 너느 오
로지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는데 전념하거라. 이 아이는 평범하게 자
랄 애가 아니야. 말로는 표현 못할 그런 게 느껴져."
"아버지..."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해. 어미의 길은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란다.
그럼 난 이만 가보도록 하마. 편히 쉬거라."

곧 제독이 방을 나선 후 루리는 누운 채로 에이미에게 물었다.

"에이미, 나 옳은 길을 택한 거라고 생각해?"
"네. 언니는 훌륭한 선택을 하신 거예요.  주워진 환경에서 가장 최
고의 선택을..."
"하지만, 아이한테 아버지를 어떻게 얘기해줘야 할 지 모르겠어..."
"언니는 부모님 없이도  굳게 자라셨잖아요? 그러니  큰 문제 없이
해내실 수 있을 거예요."
"고마워..."

곧 에이미가 미역국을 가져오기 위해 방을 나선 후 아이와 단 둘이
있게 된 루리는 벽에 걸린 글렌의 사진이 눈에 들어오자 슬픈 표정
을 지었다.

2203년 06월 06일. 00시 00분. 미국 모하비 사막

-품질 검사 시작. 품질 검사 시작.

배양액이 가득한 거대한 시험관들이 세워진 공장 플랜트 한 가운데
에 설치된 IBM사의 유기체 컴퓨터는 입력된 프로그램을 응용해 제
조중인 물품들을 검사하고 있었다.

-1983호. 검사 결과 B급으로  확인 됐음. C급  작전 지구에 배치할
것을 권함.
"큰일났군요. 계속 B급만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엔 델타포스에서 나
온 전사자들이라 잔뜩 기대했건만..."
"매우 궁금한 게 있소만..."
"말씀하시죠."
"이것들은 모두 복제요?"
"안심하십시오. 법에 저촉될 것들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전사자입니다. 한 번 죽은 자들이라는 얘기죠."
"그렇다면 국가에서 뒷처리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는 얘기요?"
"바로 그렇습니다. 기술 발전 덕분에 약간의 조직 샘플만 있어도 죽
은 병사를 도로 재생하는 건 문제도 아닙니다."
"기억 문제는? 전투에  필요한 지능과 기억의  주입도 필수이지 않
소?"
"그 문제는 이것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이 화면에 나오는 것은 브
레인 카피맨이라는 것인데 전사할 확률이 높은 작전에 투입되기 직
전의 병사 개개인의 기억을 카피해 여러 매체에 저장할 수 있는 기
계입니다."
"정말 대단한 발명이군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두 양복 차림의 고위 공무원은  각각 CIA와 국무성을 위해 일하는
자들이었다. 이 불법적으로 가동되는 공장에선 지난번 전쟁에서  죽
은 미군 병사들의 조직  샘플들을 완전체로 재생시키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이들을 필요로 하는 곳은 불을 보듯 훤했다. 미국이 비밀스
럽게 개입하는 세계 곳곳의 분쟁 지역이었다.
곧 두 사람이 통로를  따라 다른 곳으로 가려는  순간 뜻하지 않을
일이 벌어졌다.

-1999호. 검사 결과 AAA급으로 확인. A급 작전 지구에  배치할 것
을 권함.
"당신도 들었소?"
"당연하지요. 어서 가봅시다."

곧 두 사람은 1999호 라는 숫자가 붙은 시험관 앞으로 갔고,  곧 만
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로부터 1년 후...

2204년 03월 09일. 16시 30분. LA

-료코, 준비 됐어?
"당연하고 말고. 얼른 시작해. 시간 끄는 건 내 성미에 맞지 않아."
-알았어.

뇌파 송수신기와 결합된 헬멧에, 몸에 착 달라붙는 파일럿복을 착용
한 '다케다 료코'('다케다 사부로'라는  가명을 쓰는 '임대형'  중령과
결혼했기 때문입니다.^^)는 곧 화면에 뜨기 시작한 정보들을 확인하
기 시작했다. 탑재된 미션  컴퓨터는 즉시 기본 상황들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기체 체크 시작. OS 이상무. 동력계통 이상무. 뇌파 송수신기 이상
무. 체크 완료. 기동 가능함.
"좋아. 간다!"

물론 그녀가 모는 기체는  직접 움직이지 않았다. 오늘의  테스트는
어디까지나 가상 현실을 이용한 것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젠장! 뭔 놈의 도로가 왜 이렇게 엉망이야?"
-군에 납품할 물건이니까 그럴 수밖에. 게다가 UN 상비군용이라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지.  PKO가 보통 험한  데를 들락거리는 게
아니잖아?
"휴우... 도로는 그렇다쳐도 사방에 왜 이리 피난민이  이렇게 많아?
한 번 길 밖으로 나가 볼까?"
-섣불리 행동하면 안돼. 지금 네가 있는 곳은 캄보디아로 설정되어
있단 말이야.
"걱정하지마. 어차피 훈련이잖아."

느긋하게 훈련에 임한 료코는 곧 후회 막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
체 아래에서 지뢰에 의한  폭발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기체가 꼼짝
못하게 된 것이다. 곧 조종석 내부엔 엄청난 진동이 가해졌다.

"으악!"
-행동 불능. 행동 불능.
-료코, 내가 뭐랬어?
"알았어. 알았다고. 주의하면 되잖아."
-대위, 이 시간부로 훈련을 중지하겠다. 빨리 기체에서 내려.
"네?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요?"
-퇴근 시간이잖아.
"윽?!"

곧 기체에서 내린 료코는 생수를 마신 후 자기 앞으로 걸어온 다케
다 대령의 품에 안긴 채 물었다.

"여보, 오늘 무슨 일로 직접 찾아 온 거예요?"
"오늘 모두 모이기로 했잖아."

그제서야 깨달은 듯 료코는  급히 탈의실로 들어가  슈트를 벗고서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물이 몸을 타고 흐르는 가운데  그녀는 저간
의 일들을 생각했다.

'다들 잘 지내고 있을까? 루리루리가 애를 낳았다고 하던데...'

곧 정복을 입고 밖으로 나온 그녀는 남편과  같이 차에 탄 후 탁아
소로 향했다. 두 사람은 UN 상비군에 납품될 웨스팅 하우스사의 신
형 MW를 테스트 하기 위해 뉴욕에서 이곳 LA로 파견되어 근무하
는 중이었다. 아이는 탁아소에 맡겨두었다가 업무가 끝나는 대로 임
시로 기거하는 집으로 데려가 돌보았기 때문에 큰 불편은 없었다.
곧 탁아소 앞에서 내린 료코는 안으로  들어가 간단한 절차를 거친
후 아이를 안고 나왔다.

"어서 가요."
"알았어. 안전벨트나 단단히 매두라고."
"어머머? 과속은 안 된다고 했잖아요."
"농담이야. 하하하..."
"그러면 오늘 바로 뉴욕으로 돌아갈 거예요?"
"당연히 그래야지. 별 일 없으면  다들 리틀 도쿄에 있는  아키토의
가게에 모일 거야."
"호네트와 아크엔젤의 멤버들도?"
"그럼."
"루리루리는요?"
"루리 함장은 오기 힘들 거야. 아니 오려고 하지 않겠지... 리리아가
어떻게든 데려와 보겠다고 했지만 큰 기대는 말라고 했어."
"..."

남편의 대답에 료코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 날 이후 루리는 다
른 나데시코의 주요 크루들과의 연락을 끊은지 오래였다. 간신히 연
락을 취할 수 있을 때마다 료코는 루리에게 더 이상 원망하지 않는
다고 말하곤 했었다. 하지만 루리는 옛 동료인 그녀에게  아무런 대
답도 하지 않았었다. 이젠 너무  늦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료코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어디까지나 루리는 모두의 동료이기 이전
에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친구이기에...

'루리루리,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그러니 제발 돌아와줘...'

2204년 03월 09일. 20시 30분. 뉴욕

"통합 붕괴 이후 각지의 분쟁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몇몇
국가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처해야 할..."

루리는 한국 해군 장교로서 참석한 UN 주관하의 국제 안보 회의에
서 지역 분쟁과 관련된 문제들을 거론하는 중이었다. 참석자들은 진
지하게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고, 루리는 루리  나름 대로
발표에 전념했다.

"특히 더욱 큰 문제는 분쟁 당사국과 여러 이해 집단들이 미성년자
를 전투에 투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12살 사이에서 18살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받는  조건에 혹해 목숨을
잃을 전투에 자신의 몸을 내맡기고 있습니다.
미성년 전투병의 성별 비율의 경우 남자는 75퍼센트, 여자는 25퍼센
트에 달하고 있으며, 남성의 사망율이 급증하면서 미성년 여성 전투
병의 비율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루리의 발표 내용 대로 지구 각지에선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지 않
고 있었다. 그 분쟁의  대부분은 과거 통합에 의존해왔던  국가들이
주로 겪고 있는데 이를 해결해야 할 UN은 그러한 나라의 대부분이
UN 회원국이 아니므로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해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었다. 이 회의도 그런 UN의 태도에 분개한 반전 단체들
의 압력에 굴복한 UN 총장의 지시로 열린 것으로 어디까지나 언론
에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강한 행사였다.
루리의 발표를 끝으로 회의가 끝났고, 참석자들은 모두 회의장을 나
서기 시작했다. 루리는 가방에  서류를 담은 후에 단상에서  내려와
회의장에서 나왔다. 때마침 루리를 찾고 있던 리리아가 그녀 앞으로
뛰어왔다.

"선배님, 저예요."
"리리아?"
"헤헤..."

곧 두 사람은 같은 엘리베이터에  탔고, 루리는 곧바로 1층  버튼을
누른 후 엘리베이터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뉴욕 시가지를 바라보았
다.

"무슨 일로 날 찾은 거야?"
"오늘 나데시코, 호네트, 아크엔젤 멤버들이 모이기로  했거든요. 리
틀 도쿄에 있는 아키토씨 가게에서요. 그래서..."
"난 못가."
"왜, 왜요?"
"나 모두를 뵐 면목이 없어. 그러니까..."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선배님은 우리  모두의 동료에요. 그것만
큼은 변함이 없다구요. 게다가 하리씨는 아직도 함장님을 잊지 않고
계세요."
"리리아, 하리에게 전해줘. 날 잊어달라고..."

그렇게 대답한 후 루리는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멈추자 곧 밖으로
나갔다. 리리아도 따라 나왔지만, 더 이상 그녀를 따라가지 않은 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서글픈 표정을 지으며...
루리는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리무진에 올랐고, 운전사는  곧바
로 그녀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집으로 가요."
"알겠습니다."

차가 집으로 향하는 가운데 루리는 창  밖으로 보이는 뉴욕 시가지
로 시선을 옮겼다. 아름다운  야경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여유와
행복을 만끽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그것은 미국, 프랑스,  영국 등의
소수의 잘 사는 나라 사람들에게만 허락된 호사스러운 일상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각지에선 끊임 없는 분쟁으로,  하루 하루를
먹고 살 걱정은 고사하고 아예 목숨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
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UN 부활의 초석을 닦은 국가들은 무관심으
로만 일관할 뿐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다.  한마디로 통
탄할 일이었다.

'나한텐 힘이 없어... 사람들을 구할 힘이... 나 바보였던 걸까...?'

자신의 무력함을 느낄 때마다  루리는 좌절감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나데시코에서 지낼 때는 그런 일엔 거의 신경도  쓰지 않으
며 살았던 그녀에게 현실의 냉정함은 너무나도 무겁기만 했다.
얼마 후 차가 뉴욕 동부의 번화가 한  곳에 자리한 집 안으로 들어
가자 그녀는 차에서 바로 내린 후 집 안으로 들어갔다.
전부 아버지가 마련해준 것이었다. 정확히 얘기하면 그녀의  어머니
'박인순' 여사의 선물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렸지만...  전쟁이 끝나고
잘 사는 국가들 사이에 평온한 나날이  지속되자 루리에게 한국 정
부가 부여한 임무는 대외 활동을 통한 한국의 이미지 재고였고, UN
에서의 안보 관련 회의 참석은 그녀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였다.

"돌아오셨어요?"
"응. 토머스는?"
"자고 있어요. 조금 있다가 저녁을 준비할게요."
"알았어. 저, 에이미."
"네?"
"정말 고마워."
"천만에요."

에이미가 빙긋 웃으며 대답하자 루리도 미소로  답한 후 곧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사용하는 싱글베드 옆에 놓인 아기용 침대
위에 곤히 잠들어 있는  토머스를 내려다보며 그녀는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 아이가 있기에 그녀는 세상을 살아갈 희망을 가질 수 있
었다. 아이가 입을 옷을 넣어둔 서랍장 위에 놓여 있는 해병대 정복
차림인 글렌의 사진이 든 사진첩에 시선을  옮긴 그녀는 속으로 말
했다.

'케빈, 나. 이 아이가  군인이 되게 하지 않을  거예요. 당신을 잃은
것처럼 이 아이를 잃고 싶지 않아요. 이제 내 곁에 남은 건 이 아이
뿐이니까요...'

얼마 후 방에서 나온 루리는 에이미와  같이 부엌에서 저녁을 들기
시작했다. 루리가 직업 상의 일로 바쁘게 돌아 다니는  관계로 집안
일의 대부분은 에이미가 맡아서 처리했다. 그런 에이미에게  루리는
늘 고마움을 느낄 뿐이었다.

"언니, 오늘은 어땠어요?"
"다른 때와 다른 게 없어. 나는 말하고, 사람들은 듣고. 내가 아무리
옳은 소리를 한다고 해도 변하는  게 없어. 다들 관심 밖의  일이니
까..."
"..."

자기 한계를 느끼고 있음을 말한 루리가  측은하게 느껴진 듯 에이
미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식사를 끝내고 나서 두  사람은 거실로
가 소파에 앉고는 TV를  켰다. 때마침 TV에선  뉴스 전문 방송인
CNN의 정기 보도가 마악 나오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언제나 여유로운  '샘 볼튼' 입니다.
모두가 즐거워하는 시간에 어울리지 않게 밝지 않은 보도부터 내보
내게 되어 매우 서글프군요. 이번 시간의 첫 보도는  남미 콜롬비아
에서 벌어진 사건에 관한 것입니다.

곧 화면이 바뀌면서 불타는 마을이 나왔고, 곧 현지에  파견된 기자
의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 동부 시간을 기준으로 어제 오후 2시. 콜롬비아 반군에  협조
하던 것으로 알려진 19개의 마을이 흔적도 없이 초토화 되었습니다.
생존자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콜롬비아 정부는 그간 설득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더 이상  효과가
없다는 판단하에 이들 마을들을 공격해 그와  같은 큰 전과를 거두
었다고 밝혔지만, 반전 단체들은 콜롬비아 정부군에겐 그만한  능력
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제3자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언급함과 동시에
이번 공격을 국가의 이름 아래 자행된 학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곳에 파견된 미국무부 관리는 이번 일이  반군 소탕에 대한 콜롬
비아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
습니다.

TV에서 남미 문제를 다루는 것을 보며 루리는  매우 밝지 않은 표
정을 지었다. 목성 연합과의 전쟁은  끝났지만, 아직도 지구 곳곳에
선 작은 전쟁들이 끊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에이미, MTV나 보자."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SF를 좋아하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이 곳에서 활동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