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년 07월 06일. 09시 00분.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

미국의 우주 개발 역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케네디 우주센
터는 21세기 말에 군사용으로 전용되어 사실상 우주항의 기능을 수
행해 온 곳이다. 목성 까지 향할 연합군 지상 전투 병력의 투입에
앞서 반드시 필요한 제해권 확보를 목적으로 이곳에 모인 수 십대
의 전투함들이 차례 차례 이륙하기 시작했다.
E-6 플라잉 센트리 조기 경보기의 항공 관제를 받으며 순서대로 대
기권을 벗어나기 위한 일련의 준비에 들어간 전투함 중엔 대단히
특이한 형태를 띈 전함 한 척이 끼어 있었다. 바로 나데시코-D였다.
나데시코-A/B/C와 전체적인 외관에선 유사한 이 배의 특징은 그전
형식에선 특별한 역할을 맡지 않았던 선체 양측면 부분에 비행 갑
판이 설치되어 있고, 함의 전체 면적이 미 해군의 신예 항모 미드웨
이급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었다.
거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나데시코-D는 통합군이 UN에 흡수
되기 직전, 미 해군이 계획을 취소하는 바람에 대우 조선의 울산 도
크에 방치되어 있었던 미드웨이급 최종함인 '존F. 케네디'를 사들여
개조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미나토씨, 조심해서 다루세요. 우린 아직도 D에 관해서 모르는 게
많아요."
"나도 알고 있어. 리리스쨩. 그나저나 루리루리가 정말 우리 배에
탈까?"
"대령님의 얘기로는 그렇대요."
"아주 헤어지는 줄로만 알았는데... 어쨌든 다행이야. 잘 지내고 있
어야 할 텐데..."

리리스와 미나토는 아직도 길들여지지 않은 나데시코-D의 조함 시
스템을 다루느라 정신이 없었다. 대부분 나노 머신 컨트롤 시스템에
익숙했던 나데시코 크루들에겐 뇌파를 이용한 조종 보조 시스템에
주안점을 둔 철저한 효율성에 기반한 비 통합군 계통 함정은 다루
기 힘든 물건이었다. 그나마 리리스가 뇌파 조작 시스템에 관해 생
각 외로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이 천만 중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대체 누가 이런 걸 만들었는지 모르겠네..."
"나노 머신 컨트롤 시스템을 만든 사람이래요."
"그게 정말이야?"
"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처음엔 보완하려는 목적이었대요. 그러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두 시
스템이 완전히 남남이 되자 물 건너 가버렸죠."
"리리스쨩, 그 사람은 결국 어떻게 됐어?"
"친구들 앞에서 권총으로 자기 머리를 쐈데요. 언제나 반복되는 인
간의 어리석음에 견딜 수 없다고 하면서..."

거기 까지 말한 리리스는 디스플레이에 뜨기 시작한 함내 상황표를
확인하면서 PDA에 내장된 항해 일지란에 복사하기 시작했다. 리리
스의 신변 문제로 영국 해군에서 파견된 '잭 헐스' 소령은 연신 느
긋한 표정을 지으며 모닝 티를 마시고 있었다.

"리리스쨩, 그런데 왜 사실대로 말하지 않은 거야?"
"무슨 말씀이신지...?"
"우릴 감쪽같이 속였잖아. 루리쨩의 일보다도 더 황당했어. 영국의
잘 나가는 정치 가문의 여식이라는 사실이..."
"그렇게 좋은 건 아니에요."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말해 드리자면 길어요. 나중에 시간이 되거든 얘기해 드릴게요."
"그럼 기대할게."

2202년 07월 06일. 포츠담 스테이션(대기권 밖. 마이애미 상공)

"보고 드립니다. 모든 함정이 예정대로 집결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시간 후에 모든 준비가 끝납니다."
"모든 것이 순조롭군..."
"동감입니다. 제독님, 실은..."
"그 아이 말인가?"
"네. 제독님의 따님께서 나데시코 승조원들과 접촉하게 되는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때에...?"
"보험이다."
"네?"
"자세히 말해줄 수는 없지만, 이 전쟁의 마지막을 장식할 모종의 작
전이 있을 것이다. 그 작전은 필시 나데시코의 방해를 받을지도 모
르는 법."
"그, 그렇다면..."
"그렇다. 놈들은 내 딸을 믿겠지만, 그 아이는 철저히 내가 맡긴 임
무를 위해 움직여줄 것이다."

그렇게 대답한 '한신수' 제독은 항모 청해진 함교내의 사령관석에
앉은 채 자신의 지휘를 받을 함선들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SF를 좋아하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이 곳에서 활동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