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릴 때 오락실이라고 해 봐야 대단한 것은 없었습니다. 고작해야 갤러그 하나...
  그러다 제비우스가 나오면서 조금씩 게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지요.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재미있게, 그리고 가장 열심히 했던 (그래서 저금통에서 돈을 빼서 게임 하다 혼나기도 했던) 게임이 바로 이 타임 파일럿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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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리라고 되어 있지만, 게임을 만든 건 그 유명한 코나미입니다.)

  당시엔 게임의 이름 따윈 관심도 없었고, 하물며 이런 식의 모양을 가진 것도 아니었지요.
  요즘으로 생각하면 문방구 앞에 놓여 있던 조그마한 게임기...

  가격은 아마 50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내용은 대단히 단순합니다. 중앙에 전투기가 한대 나오고, 주변에서 몰려오는 적 전투기를 모두 격추하는 것이지요.
  그러다보면 대장기가 등장하는데, 대장기를 격파하고 나면 스테이지 종료... 다음 판을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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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대전 시대. 기구는 보너스 점수를 준다.)

    사방으로 날아다니면서 게임을 한다는 것을 빼면 갤러그보다 복잡한 게임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물론, 사방으로 날아다니고 사방으로 스크롤 된다는 사실 만으로 대단한 게임이긴 하지만...^^)

  하지만, 이 게임에서 가장 특이한 점이 있으니... 그건 바로 '시대를 넘어가면서 싸운다.'라는 점이지요.

  주인공이 조종하는 전투기는 얼핏 보아도 갤러그 같은 '미래형 전투기'. 그런데 주변을 날아다니는 건 쌍엽기에, 프로펠러기에, 기구에...

  네... 1910년, 1940년, 1970년, 그리고 1982년, 마지막으로 2001년... 이렇게 각각의 시대를 넘나들며 싸움을 벌입니다.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각 시대에서 실종된 동료 조종사를 구한다."라는 목적이 있다고 하지만, 솔직히 그에 대한 묘사는 없지요. 단지 시대를 넘나들며 부수고, 부수고, 부술뿐...
(아니, 전투기를 부수다 보면 가끔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동료가 있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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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시대를 넘나들며 다양한 적들과 싸운다는 것은-그리고 그 적들마다 개성이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묘미를 주었지요.

  최신... 아니 미래의 전투기로 낡아빠진 프로펠러기들을 상대로 싸운다는 것... 꽤 재미있지 않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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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데 없이 핵잠수함이 2차 대전때로 날아가서 싸운다는 내용을 담은 영화, "파이널 카운트 다운"(찰리 쉰의 아버지이자, 지옥의 묵시록에서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던 마틴 쉰이 출연합니다.)이 떠오르는군요. F-14 대 제로기... 그 대결은 너무도 허전했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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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막판엔 괴상하게 날아다니는 비행접시가 출몰합니다. 1970년대에 나온 헬리콥터도 만만치 않은 적수였지만, 이 놈은 정말 괴상망칙하게 날아다니며 어지럽게 만들지요...^^

  물론, 막판엔 괴상하게 날아다니는 비행접시가 출몰해서 어지럽게 만들지만...^^

  여하튼, 이 게임... 저처럼 죽어라 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인지 MSX나 패미콤, 게임보이 등으로 이식되었고(게임보이 용에는 자그마치 100만년전의 비밀 스테이지가 있다고 합니다. 설마 외계인? 스타게이트인감?) 2006년에는 엑스박스에서 다운로그해서 플레이할 수 있는 엑스박스 라이브 아케이드에 새로 추가되었다고 하는군요.

  물론, 엑스박스 라이브 아케이드 판은 좀 더 깔끔한 디자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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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습니다. 뭐, 별로 차이가 나는 느낌은 아니지만...^^

  지극히 단순한 게임이라 달라질 것도 없지만, 지금 다시 해 보아도 재미있는 건 사실... MSX 에뮬 등으로 한번 쯤 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게임은 여기서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에뮬 게임 자료실 - 타임파일럿, 타임파일럿 84


여담) 타임파일럿이 인기를 끌어 1984년에는 타임파일럿 84라는 게임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배경은 근미래, 사이버 펑크 스타일... 하지만 역시 조금 아니라고 할까요? (제작자인 오카모토씨가 빠졌기 때문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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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게임은 코나미에서 나왔지만, 개발자는 후일 캡콤으로 자리를 옮긴 오카모토 요시키(岡本 吉起)씨... 타임 파일럿 외에 주요 개발 작품으로는 서유기를 바탕으로 한 슈팅 "손손" 같은게 있군요.(이 게임도 참 엄청나게 했지요.^^)

여담) 이 게임이 나온게 1982년... 아마 국내엔 1983년에 들어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 다음해에는 MSX가 들어와서 제가 MSX 매장에 뻔질나게 들락거렸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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