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 시리즈의 무대를 살펴보면, 우주선(노스트로모)-행성(Lv 426)-행성(퓨리 161)- 우주선(아
우리가)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에일리언> 시리즈도 (어느 한 지역이 아니라)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작품입니다. 다른 행성으로 떠나는 장면이나 우주선 내부가 항상 나올 정도로 말이지요.

그런데 <에일리언> 시리즈의 우주선들은 다른 행성으로 어떤 방법을 통해 여행하는지 자세하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잘 몰라서 그런 것인지, 정말 언급이 안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와 있지 않더
라구요. 그저 사람들이 수면에 빠지고, 우주선이 우주를 가로지르는 모습을 보여줄 뿐입니다. 지구와 멀
리 떨어진 Lv 426 같은 행성에 어떻게 그렇게 빨리 도착했는지 설명이 없습니다. (물론 대략 짐작할 수는
있습니다)

여기에 흔히 쓰이는 초광속 여행이라든가 그런 것들을 집어 넣었다면, 작품의 분위기가 달라졌을지도 모
릅니다. 게다가 이야기 전개상 굳이 넣을 필요도 없었고요. 노스트로모가 웜홀을 이용했든 시공간을 돌파
했든 그건 중요치 않다는 거죠. 우주 여행 방법에 상관 없이 <에일리언>은 기념비적인 SF로 남아있지 않
습니까.

가끔씩 일부 SF 평론가들은 행성 이야기에만 치중하고, 우주 여행을 자세히 다루지 않는 SF 작품을 비판
하기도 합니다. 또는 초광속 도약 같은 장치를 너무 남발한다고 하기도 하죠. 물론 상투적인 기술을 남발
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행성 이야기에 주력하는 게 그리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전달하고 싶은 주제를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면, 우주 여행은 약간 가볍게 다루어도 괜찮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