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싸우는 생물입니다. 윗층에 인간이 있다면 능숙하게 벽을 타고 올라가
서 해치우겠죠. 멀리 떨어진 곳의 목표물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도약해서 잡을 테고, 인간이 총을 쏘면 벽을
달리며 피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에일리언의 싸움 방식이죠.

게임에도 저러한 기능이 주어집니다. Wallwalk 기능으로 벽을 탈 수 있으며, Pounce 기능으로 먼 거리를 화
살처럼 날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능만 주어지면 뭘 합니까. 정작 그 에일리언을 조종하는 인간은 공간감
이 꽝이니 말이죠. 벽을 타는 것보다 사다리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고, 도약해서 물어뜯는 것보다 총을 쏘는 것
이 낫다고 느껴지니, 원…. 벽을 타고 몇 바퀴 돌면 눈도 따라서 빙글빙글 돕니다.

게다가 <AvP>의 에일리언은 자신이 천장에 붙어 있는지, 벽에 붙어 있는지, 구석에 붙어 있는지 영 구분이 안
간다니까요. 가끔은 바닥에 떨어지고 나서야 어디에 붙어 있었는지 알아차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도 2편
에서 중력을 표시해 주는 기능 때문에 한결 나아지긴 했지만요. 이게 없었더라면…)

아, 에일리언으로 싸우는 것이 좀 힘듭니다. 공감에 대한 감각을 좀 키워야 할 텐데요. 사방팔방으로 기어 다니
는 거미인간이 참으로 대단하게 보일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