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긴 어떤 사건이 터지더라도 지구상에 달랑 남자와 여자 둘만 남는다는 이야기는 말이 안된다. 그렇게 둘만 남기기위한 조건이라는게 존재할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어쨌든 사람들이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에 기분이 좋아졌다. 소년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 말을 끝냈다.

'공통의식'은 물리적인 실체 즉 매트릭스의 하드웨어같은걸 지닐수 밖에 없는데 그러한 물리적인 실체는 '외곽신경'
'중추신경' '신경핵'으로 나뉜다는 것이다. 그래서 '외곽신경'에 거주하는 경우는 어느정도 '개체'로서의 의식을 허용하지만 '중추신경' '신경핵'으로 진입할수록 자아의 개념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물리적 실체로서도 그렇고 '공통의식'에 접속하는 개개인의 의식도 그렇다는 것이다.

즉 이들중에도 몸은 없이 의식만이 '공통의식'에 남아있는 존재들도 있다는 것이다.

'공통의식'의 최종목표는 '모든 개체가 큰 한 개체의 세포'가 되는 것으로 '개체로써의 종'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것을 '최종적인 진화'라고 부른다.  

나는 또다시 몸에 한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인간은 도대체 언제쯤 타인을 두려워하지 않게될까?
도대체 언제쯤 '조화'라는 단어가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인  미덕이 될수 있을까?

2.
나는 조안나의 이야기를 빼놓은채 '매트릭스'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했다. 그리고 결국 이 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루이스밀러'와 '매트릭스 메인프로그램'이라는 이야기를 했고 소년은 무릎을 탁 치면서 마치 수수께끼의  해답을 얻은듯이 좋아했다.

나와 만나기 전까지 '공통의식'은 '지구 emp'사건의 원인을 몰랐던 것이다. 적어도 이제는 그 이유를 알았으니 어느정도 과거의 묵은 갈등이 해소되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3.
나는 내 생각을 감춘채 소년에게 만나서 반가웠다고 이야기를 하고 여유가 되면 친구들을 데려오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소년이 떠나자 마자 짐을 챙기고 조안나와 함께 이곳에서 도망을 갈 계획이다.

소년은 동굴 입구에 다다를 무렵 나에게 이야기 했다.

"지금 '공통의식'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개체수의 감소입니다. 건강하고 어린, 그리고 출산이 가능한 '구인류'의 여성이 필요합니다. 혹시 그런 여성분을 만나게 되면 저희에게 연락주십시요. 어차피 저희가 조만간 이곳을 방문하게 될테니 그때가서 자세히 이야기 하면 되겠지요"

나는 소년에게 조안나의 방을 보여주지 안은게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자 다음 올때를 대비해서 집 청소를 해놓아야 겠군요. 그럼 이만."

나는 무서운 손님을 보내기 위해 아쉬운척 인사를 했지만 무언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갑자기 소년의 눈동자가 풀리고 소년 이마의 까만점이 푸르스름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안있어 소년이 타고온 센티널이 갑자기 나를 휙 낚아채서는 허공에 메달았다.

4.
"인류학살의 원흉 알렉스 헤니건, 너를 공통의식의 이름으로 처단한다."

소년의 입에서 동시에 여러사람의 목소리가 울렸다.

"무슨소리야? 내가 진실을 말해줬잖아?그리고 넌 누구야?"

소년의 입에서는 계속 이상한 말들이 나왔다.

"우리는 '공통의식'이다. 너의 이야기는 들었으나 어쨌든 우리는 너에게 책임을 뭍기로 했다. 우리는 그동안 영문도 모른채 산성비와 오존의 세례를 받아왔고 끔찍한 고통을 겪었다. 그 결과 인류는 원인도 모를고통에 증오만이 쌓여갔었고 그 원인을 서로에게 있다고 가정을 하고 끔찍한 전쟁을 반복해 왔었다. 겨우 공통의식으로 이들을 통합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잔존하는 반란의 세력들이 있고 우린 이들에게 그동안의 비극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알리고 그 원인 제공자를 처단함으로써 인류통합을 이루고자 한다."

나의 입가에는 비웃음이 번졌다.

"결국 너는 모두의 의식이 공유된 존재가 아니군. 만약 모두의 의식이 공유되었다면 나를 처단하고 그걸 알린다는 행위를 할 필요 없이 이미 이 소년을 통해 모두 알게 되었을테니까 말이야. 결국 너 또한 비겁하게 희생양을 필요로 할뿐이야."

그러나 내가 말을 마치자 마자 날카로운 금속이 내 복부를 관통하는 것을 느꼈다. 고통스럽다고 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을까? 하지만 고통스러워 할 겨를이 없었다. 나를 붙잡아 들고 있는 센티널의 뒤쪽 조금 떨어진 곳, 쓰러진 나무둥지가 쌓여있는곳에 조안나가 숨어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고통을 참으면서 속으로 계속 생각을 반복했다.
'조안나 숨어!! 소리지르지 마!! 넌 잡히면 안되!!'

나는 다시금 조안나가 숨었던곳을 살짝 보았으나 조안나가 보이지 않았고 갑자기 웃음이 나오기 시작했으나 웃음보다는 끊어져 가는 생명의 마지막 기침소리처럼 들렸다.

"쿨럭, 쿨럭, 하하하"

'공통의식'이라고 불리우는 소년의 목소리는 나에게 다시 여러사람의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무엇이 웃기지?"

나는 겨우겨우 힘을 내면서 대답을 했다.

"결국은 '우리'가 이길테니까"

다시금 '공통의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라니? 너말고 또다른 '구 인류'가 있나?"

슬슬 온몸에 한기가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복부에는 계속 피가 흐르는지 뜨듯한 느낌이 들었다.

"소년을 만나게 해줘, 그럼 '우리'가 누군지 가르쳐주지"

소년의 풀려있던 눈동자가 돌아왔고 이마의 작은 점에 불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헤니건씨 무슨일이 십니까? 저는 센티널을 조종하지 않았어요. 도대체 무슨일이시죠? 헤니건씨, 헤니건씨"

조안나의 위치가 확인되지는 안으나 조안나가 내 머리를 엿보는 기분이 들었다.

"자책하지마, 네가 한일이 아니야, 누구도 널 원망하지 않아"

소년은 나의 배에 박힌 센티널의 촉수를 빼려고 애쓰면서 손과 온 몸에 피를 묻히고 있었지만 이내 포기한 듯이 흐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후....

소년은 혼자말을 하듯 귀 뒤에 손을 대었다.

"곧 '유적조사팀'이 온다구요? 저더러 되돌아 오라구요? 이대로 두면 헤니건씨가 죽습니다. 조치를 취해주십시오. 네? 네.....알았습니다."

소년이 다시금 센티널을 돌아보았을 때 센티널은 내 배를 찌른 촉수를 거두었고 나를 바닥에 뉘였다. 소년은 울먹이면서 나에게 외치듯이 이야기 하고는 센티널에 탑승을 했다.

"의료진을 데리고 꼭 구하러 오겠습니다. 조금만 버텨주세요"

5.
소년이 탄 센티널이 멀리 사라져간 뒤 조안나는 숨어있던곳에서 튀어나와서 울면서 나한테 뭐라고 소리를 쳤다. 하지만 이제 내 귀에 조안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조안나의 모습도 점점 흐려져 왔다.

'제인 거기서 기다리고 있겠지? 나 지금가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