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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성식민지에서 액화된 수소가 그람(g) 단위로 화폐처럼 사용되고 있었다. 배급되는 수소는 이산화탄소(CO₂)와 사바티에 반응(Sabatier Reaction)을 통해 물(H₂O)과 메탄(CH₄)으로 합성되며, 그 양은 기초적인 생명 유지에 쓰이는 최소한의 분량에 그친다. 기본적으로 소모시키지 않고 역반응으로 순환재활용하며, 유실되는 일부를 보충하는 개념이었기에 인당 배급량은 매월 100g에 그친다. 그러나 대기 중에도 땅에도 수소가 부족한 화성에서 농사용품 제작과 온실 내 식물의 생장을 위한 물과 비료를 만들려면 추가적인 수소가 필요했기에, 주민들은 수확량을 높이려고 장시에서 수소를 거래했다.
화성을 통괄하는 치안담당 경찰들 역시 현재는 암시장인 장시를 인정하고 보호하고 있었다. 장시가 없다면 지구와의 교역이 끊어진 화성식민지의 경제가 붕괴되어 식량난이 돌아올 수 있다는 슈퍼컴퓨터 인공지능 판옵티콘(Panopticon)의 시뮬레이션이 나왔고 화성최고인민회의는 해당 판옵티콘 의견서를 수용하여, 생산수단 대부분의 국유화를 유지한다는 조건 하에 혼합경제를 받아들였다.
지구인들은 지구에 바다와 강과 호수가 있어 물이 풍부하고, 천연가스와 석유를 분리하여 손쉽게 수소를 얻을 수 있지만, 화성의 척박한 환경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물과 수소의 순환을 허용하지 않았다. 지구만 아니라 우주에서도 가장 흔한 원소인 수소가 희박한 자원인 점은 화성식민지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자 모순이다.
수소탱크의 잔량을 점검하자 절반 정도 있었다. 40% 밑으로 떨어지면 보급을 요청할 수 있었다. 명호의 경우는 군인신분이라 군영 장시에서 더 할인된 가격으로 수소를 구입할 수도 있었다.
혼자 사는 방에서 나온 명호는 통신장비를 점검한 뒤 헬멧의 군용 교신장치와 산소충전상황을 점검하고, 안면 보호장비가 달린 일상활동용 군헬멧을 쓰고 장교숙소를 나왔다.
하늘도 붉고 지상도 붉었다. 화성이다.
*
화성에는 바다가 없다.
그 대기는 호흡할 수 없는 이산화탄소가 주를 이루며 기압은 지구의 1/100이라 거주모듈 바깥으로 나설 때는 호흡장치와 통신기를 점검해야 한다. 그러면 헬멧의 주파수를 맞춘 대역으로 넘어오는 신호 이외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자신의 심장소리와, 부츠를 넘어 전해오는 건조한 화성 모래의 부스러짐. 그것이 명호에게 익숙한 화성의 소리였다. 하늘은 한낮에 흐린 잿빛이고 빠르게 어두워진다.
달에서 채취된, 방사능 없는 핵융합을 일으키기 위한 원료로 쓰이는 헬륨 동위원소 헬륨-3과 화성에서 채취된 니오비움, 란타넘, 유로피움 등 희토류가 달-화성-지구 삼각무역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화성의 자원을 지구인들이 더 이상 웃돈을 주고 사지 않기로 결의하며 모든 것이 바뀌었다. 화성은 지구에 팔 가치가 있는 재화가 없었고, 지구의 재화가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화성으로 오려면 너무 많은 비용이 발생해 가격이 폭등했다.
지구의 경제가 예고 없는 붕괴를 경험한 2050년 후반, 세계 패권국가 지위가 미국으로부터 중국과 러시아에 넘어갔다. 그 뒤 보호무역의 시작으로 이전까지 지구인들이 화성에 무료로 공급해주던 식료품과 수소 등 필수자원이 유료화 되었다.
화성인들이 치를 수 없는 터무니없는 가격이었다. 화성은 극심한 빈익빈 부익부의 땅이 되었고, 시골사람들은 산채로 굶어죽고 의료물자가 없어 간단한 질환으로 사망에 이르기 시작했다.
2061년 모든 생산수단의 국유화와 기초생존권 보장을 골자로 하는 화성혁명이 일어났다. 화성의 식민지는 지구로부터 독립해 별개의 생존체계를 구축하기로 결의했고 스스로도 믿을 수 없이 붕괴 직전의 상황에서 자급자족체계를 구축했다.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판옵티콘을 도입하며 모든 주민을 상시 감시체계 하에 놓아 비도덕적 나태와 불법을 막았으며 강력한 형사법 체계가 잡혔다. 또한 화성의 환경에 맞지 않는 지구의 12개월 주기의 달력대신 화성의 태양 공전 주기인 687일을 1년으로 하는 24개월의 화성혁명력을 채용했다.
화성에서 지구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는 반지구 혁명이 일어난 2061년 이래 교역이 끊어진 지구를 적으로 규정한 화성은 전시체제를 가동하였다. 성년에 이른 모든 화성주민이 징병 대상이었다.
명호의 간소한 우주복 어깨에 달린 대령 계급장이 터널을 밝힌 흰색 조명에 반짝였다. 이동셔틀이 도착하자 문이 열렸다. 셔틀 내부는 유독한 화성 먼지가 가득했다. 헬멧의 유리 너머로 인사담당 장교가 명호를 알아보고 경례했다.
“사령관님께서 보는 즉시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
“메시지를 보았네.”
화성의 지평선 너머로 둘을 태운 전기 로버가 화성먼지에 덮인 투명한 터널 속을 달려 사령부 건물로 향했다.
*
명호는 이제 30대 중반에 접어든 지휘관이었다.
현역 조종사에서 지휘관으로 변해야 하는 시기에 접어들어 얼굴은 아직 청년의 모습이 있었다. 결혼하지 않은 채 그는 동기들 중 가장 빠르게 대령으로 진급하였다. 그가 곧 준장으로 이례적으로 빠르게 진급하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 건, 지금껏 맡아온 임무 중 실패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북극, 극지방 뉴스 때문인가?”
그를 안내하러 온 사령관의 인사담당 대위는 알지 못한다고 말하고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명호는 어릴 적 가본 극지방을 떠올려 보았다. 드넓은 드라이아이스의 땅이지만 그 밑에는 고대 지질시대 화성에 존재했던 물이 아직 얼음의 형태로 지하에 묻혀있다.
극지방은 온실을 운영하기에 적절하지 않지만 그 대신 화성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대적으로 물, 다시 말해 수소와 산소가 유일하게 풍부한 지역이기에 화성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기도 했다. 그러나 화성 혁명이후 모든 생산시설의 국유화로 극지방은 죄수와 정치범들이 수용되는 변방의 유배지이자 개척지로 그 성격을 달리하게 되었다.
과거의 풍요로움을 기억하는 극지방 마을 주민들과 유배된 이들이 합심하여 반란을 일으켰다는 속보를 들은 기억이 있다. 다만 토벌대 대장으로 간 명호의 동기가 유약한 부분이 있어 폭도들을 진압하지 못하고 지리멸렬한 평화협상을 하는 것을 명호는 한심하게 여겼다. 명호의 생각에 필요하다면 거짓 사건을 조작해서 반군을 전멸시킬 구실을 얻으면 그만인 것이다.
어차피 화성언론은 전시특별명령에 따라 작전사령부의 검열을 거치지 않은 내용을 방송할 수 없으며, 유리한 방향으로 무력충돌의 시작과 끝은 바꾸면 그만인 것이다.
*
화성식민지의 수도는 평원시(平原市)이다. 평원시는 화성인에게는 꿈과 같은 곳으로 화성식민지 거주자들은 그들에게 결핍된 부와 낭만을 곧잘 이 이름에 부여한다. 지구로 전송되는 선전자료에 등장하는 화성 지상낙원의 모습은 항상 예외 없이 풍요롭고 깨끗하며 첨단 교통수단과 의료시설이 정비된 평원시의 풍경을 담고 있다.
그곳의 거주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풍요로운 보급과 지구 환경에 준하는 생활공간, 의료서비스가 보장되어 있었다. 콩에 더불어 생선과 육고기가 매달 1회 씩 보급으로 나왔으며 식료품의 보급이 안정되고 평원시의 암시장에서는 우주로 떠나는 무역항이 있어 지구에서 흘러온 사치품 역시 입수하기 어렵지 않았다.
비록 삭막하게 통제된 화성일지라도 타지로 이동하는 게 전면 금지되어있진 않다. 장거리 여행은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대게 단거리 여행이나 1박을 하는 것은 허가 없이 가능하다. 그러나 평원시만 예외로, 거기 들어가는 건 오직 지구와 격리된 깨끗한 화석혁명의 혈통과 사상의 순수성을 증명한 이들에게만 허락되었다.
어린 시절, 명호는 평원시에 거주할 자격이 없는 시골 하층민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배스타나사이트(bastanasite) 원석의 채굴과 제련을 시작해 12시간의 노동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와 보잘 것 없는 음식과 빵에 만족해야 하는 평원시 외곽의 이들과 다를 바 없는 매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빠듯이 한 해를 넘기는 삶을 살았다.
당시는 아직 화성식민지 개척초반이자 화성의 삶이 막 지구에서 독립되어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려던 순간이었다. 2060년 초 화성혁명, 전쟁이 일어난 과정에서 3년간 지구와의 불화로 식료품은 오지 않았고, 화성 주민들은 전쟁에 더러는 군인으로, 더러는 광부며 공장 노동자로 징용되어 온실농업은 종자마저 꺼내 구휼식량으로 지급해야 할 만큼 대기근이 찾아왔다.
그리고 태양력 2067년, 또는 화성혁명력 3년, 17년래 최대의 먼지폭풍인 ‘카이미라 먼지폭풍(the Chimera dust storm)’이 왔다. 2050년 화성식민지가 개척되고 기록이 생긴 이래 가장 강력한 먼지폭풍이었다. 통신이 두절되고 화성력의 반년인 12개월 간 빛이 차단되어 온실농사가 실패했다. 모든 것이 먼지로 뒤덮였다. 태양광 발전패널은 작동을 멈추고 긴 동면에 들어갔다. 온실에 작물을 기르기 위한 조명을 유지하려면 전기가 필요했다. 발전기는 있으나 발전기를 돌릴 연료가 부족했다.
특히 시골지역에서 사람들은 화성혁명 전처럼 아사하기 시작했다.
명호와 할머니가 살던 집에 사고가 일어났다. 배스타나사이트 운반 궤도차량이 철로에 쌓인 먼지와 화성의 가벼운 중력으로 인해 궤도를 이탈해, 명호와 그의 조모가 함께 사는 집을 덮쳤다. 명호는 한밤중 잠에서 깨어났다. 외부로 내부의 공기가 빠르게 유출되고 산화철을 머금은 화성의 먼지폭풍이 들이쳤다. 눈 깜짝하는 사이에 굉음에 집의 절반이 사라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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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호 대령은 평원시 거주자격을 얻고 장교양성 대학에 입학하기까지 과정을 떠올려보며 침침해지는 눈을 매만졌다. 화성에 사는 사람들은 먼지로 인해 눈이 쉽게 충혈 되곤 한다.
2067년 대먼지 폭풍 당시 발전기의 효율을 높여야했던 화성 식민사령부는, 화성헌법을 발표하고 지구로부터 완전 독립을 선언하고 1차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도중이기에 자연재해에 따른 구호물자를 요청하는 것은 여의치 않았다. 지구와의 간헐적인 충돌과 긴장상황이 계속 일어나는 중이었고 전시물자를 일부 포기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따라서 기존의 발전 설비의 효율성을 높이고 화성의 얼음으로부터 수소를 적은 전기로 분리해내기 위해 명호와 같은 시골 주민들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무리한 육체노동에 투입되었다. 지하의 얼음과 촉매의 원료인 란타넘 금속을 채취하는 일이었다. 전쟁 기간 아직 7살 어린아이였던 명호가 다니던 인민학교가 문을 닫았다. 현대전은 총력전이기에 최전방에서 군인들이 죽어갈 때 민간인들이 발을 뻗고 잔다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가 군인이고 민간인인 것이다. 하루 4시간의 쪽잠을 자며 어린아이들과 노인들이 광물을 캐야했고 인간미는 존재하지 않았다.
명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각기 포병, 의무병으로 징병되었다. 명호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았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결국 전쟁종료 후 두 조각의 붉은빛의 호국훈장들로 돌아왔다.
사고가 일어났던 밤, 먼지폭풍은 극심했고 명호는 잠에서 깨었다. 전날 저녁을 굶었다. 평소에는 피곤함에 눕기가 무섭게 잠이 들었던 명호는 그날 밤 쉬이 잠들지 않았다. 그 사고 뒤의 기억이 명호에게 마치 슬로모션만치 또렷하다.
자신이 외출용 방호슈트와 호흡장비, 통신기를 들고 급하게 먼지폭풍이 불어 닥쳐 앞이 보이지 않는 거주지를 탈출한 것이 떠오른다. 그 뒤, 탈출하는 해당 과정에서 명호의 할머니가 살려달라고 명호에게 소리 지르고 애원하는 모습을 본다. 명호는 할머니를 못 본 척 내버리고 대신 벽에 걸린 수령님의 사진, 화성식민지를 처음 만들어낸 주현 수령의 초상화를 품속에 넣어 탈출했다.
부상을 입으면서도 수령님의 영정을 잊지 않고 챙겨서 나온 명호를 칭찬하는 말이 국가의 방송에 나왔다. 화성인의 정신의 모범이라며 화성뉴스에서 극찬을 들은 명호는, 국가를 위해 두 부모와 조모가 목숨을 희생한 숭고한 혈통이자, 위기 속에서도 목숨보다 수령님의 초상화를 먼저 떠올린 소년 영웅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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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소년 영웅 명호에게 특별 평원시 거주권이 주어졌고, 명호는 항공우주군사관학교에 입학했다. 크게는 수업료와 생활비가 무료였으며, 또 화성혁명전쟁 이후 명호가 아는 화성 내에서 가장 힘 있는 집단이 군이었던 것이다.
사령부가 다가오자, 명호 대령은 회상을 마치고 전기 로버 뒷자리에서 평원시내 작전사령부로 가는 검문소를 보았다. 위에 매달린 수백 개의 동일한 모양의 하얀 조명이 규칙적으로 다가왔다. 다가오는 것과 같은 속도로 등 뒤로 멀어져지기를 반복했다.
깨끗하게 정비된 평원시의 거리가 드러났다. 지구에서나 볼 수 있는 가로수들도 줄지어 늘어서 있다. 자신의 숨소리 이외에 어떤 소리도 전달되지 않는다. 화성은 고요하다. 희박한 대기압과 호흡과 피부보호를 위한 착용한 헬멧으로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입은 방호슈트와 헬멧 내에 고립되어 있다. 그리고 스피커와 마이크를 통해 교신주파수 대의 소리만 전해진다.
명호 대령은 자수성가의 케이스로 화성군 사이에서 유명했다. 제2항공우주작전사령부 검문소의 병사들은 명호 대령의 얼굴을 알아보고 경례했다.
명호는 감흥 없이 검문소 앞을 지나가는 폐부품을 수거하는 리어카를 끄는 노인의 작은 체구를 돌아본 뒤 운전병이 건네주는 망토를 받아 들었다.
상징적으로 왼발을 약하게 절뚝이며 검은 셔틀에서 내렸다. 하얀 조명 아래서 하얗게 먼지에 뒤덮인 셔틀은, 고운 먼지입자가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 곧 티끌 한 점 없게 변한 명호가 두른 보호망토의 검은빛과 대조되었다.
검은 망토는 섬유 층 사이로 검은색 콜로이드 액체가 들어있다. 레이저 무기가 닿으면 열을 흡수해 빠르게 기화되며 분산시킨다. 레이저가 닿은 부분은 순간 변색되어 반사율을 높이고 나머지 검은 부분은 열을 복사의 형태로 외부로 내뱉었다. 내부는 다시 한 번 물리적 탄환의 에너지 흡수하는 탄소섬유가 엮여 있었다. 중령 이상에게만 지급되는 고급 방탄망토에 명호는 추가적인 검은빛 콜로이드 액체 층을 추가하고 겉면에 화학처리를 더해 그의 망토는 유독 겉면이 유약을 칠한 검은 자기처럼 매끄럽게 빛났다.
사령관실에 도착하자 50대의 머리가 벗겨진 작전사령관이 자리에서 명호 대령의 경례를 받았다. 부관이 홍차를 내오자 사령관은 흑색 파일을 내밀었다.
“이 데이터를 보게.”
하나의 장소에 대한 적외선, 가시광선, X-ray 3종류의 사진이 파일에 담겨 있었다. 가시광선 사진으로 보아 극지방으로 판단되었다. 오는 길에 명호가 짐작했던 것처럼 극지방의 반군 진압에 관한 임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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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극지방은 춥고 모든 것이 드라이아이스에 덮인, 사람이 살기 어려운 곳이지만,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이며 전력생산과 항공우주군의 유지에 필요한 수소가 지하에 얼음의 형태로 대량 매장되어 있다. 얼음은 전기분해를 통해 손쉽게 화성에서 귀한 원료인 수소를 취할 수 있는 화성에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자원이었다.
적도지역과 달리 먼지폭풍이 없는 안정한 지대이기에 전략적 거점으로 관리하지만 반군들이 지난해 말인 화성혁명력 15년 23월 경 반군이 화성군의 전술무기 등 물자를 점유하고 농성을 시작했다. 지구로부터 들어온 첩자가 개입되었을 것이라고 보고, 화성혁명정부가 주시하는 지역이다.
명호는 차분하게 가시광선 이외 나머지 자료를 보았다. X선에서 특이사항이 없지만, 적외선 촬영에서 드라이아이스 평원 위에 뒤집어진 건물의 형체가 드러났다. 극지방에 있는 벙커이다. 그러나 벙커는 허공 20m 위치 정도에 뒤집힌 채 바닥면을 하늘로 향하고 윗 층을 지면으로 향한 채 떠있다.
이어서 사령관이 명호의 헬멧에 동영상을 전송했는데 영상에는 미동도 없이 적외선의 단색 사진 속에 허공에 떠있는 뒤집힌 반군 기지의 모습이 드러났다. X선처럼 고에너지 전자기파에서 오히려 투명해지고 자외선, 가시광선 영역으로 오니 보이는 공간이 늘어나고, 라디오파일 때 흐릿한 형체가 지면에 있음이 감지되었다.
“이래서야, 레이저 무기로는 타격이 불가능하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