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연재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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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신 대위가 궁금증을 해결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신 대위는 물론, 볼드 중령의 예상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볼드 중령과 대화를 마친 후 정확히 몇 시간이 흘렀는지 신 대위로서는 알지 못했다.
비행기가 난기류를 만나서인지 가끔 덜컹거리는 것을 제외하곤 한 마디의 대화도, 행동도 없는 지루한 시간이 흐르고 또 흘렀던 것이다.
신 대위나 볼드 중령은 서로 간에 필요한 대화는 진작 다 끝낸 상황이었고, 쓸데없는 수다를 즐기며 시간을 때우는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닌 만큼, 이러한 정적을 굳이 깨려하지 않았다.
볼드 중령은 정체 모를 얇은 포켓용 책을 희미한 조명 아래에서 질리지도 않고 몇 시간이고 읽고 있었고, 신 대위는 덜컹이는 기체 속에서 그나마 편안하고 움직이지 않는 부분을 찾아 몸을 기댄 채 눈을 감은 상태였다.
그러나 잠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잠이 들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악몽 덕에 생존에 꼭 필요한 만큼의 잠이 아니면 신 대위는 청하지 않았다.
그저 눈을 감고 이러저러한 생각을 하는 것, 그러다가 가끔 덜컹이는 기체의 동요나 멀리 조종석에서 들려오는 무전에 귀를 기울이는 정도가 그가 눈을 감은 채 하는 일의 전부였다.
그랬기 때문에 신 대위는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단지, 지루하다고 여겨질 만큼 시간이 흘렀고, 조종석에서의 무전 교신이 좀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활발해지는 것을 들으며 ‘목적지에 거의 다 와가는 가보군....’ 하고 추측할 뿐이었다.
맞은편에 앉아 묵묵히 책을 읽던 볼드 중령도 자리에서 일어나 조종석을 들락거리기 시작했는데, 그러한 행동은 신 대위의 추측에 더욱 확신을 가져다주었다.
“낙원에 거의 다 왔나보군.......”
신 대위는 반쯤 누운 자세 그대로 눈만 살며시 뜨며 막 수송 칸으로 들어오는 볼드 중령을 향해 말했다.
“그래. 영원히 머물 곳은 아니지만, 자네가 머물렀던 칙칙한 교도소에 비하면 낙원이 따로 없는 곳이지. 그나저나 슬슬 올 때가 다됐는데.......”
볼드 중령은 으쓱하며 여유롭게 말하곤 손목시계를 재차 확인했다.
“기다리는 손님이라도 있나보지?”
“미남이 온다기에 앞장서서 마중 나오기로 한 미녀들이 있거든. 무수한 지원자들을 제치고 우리 얼굴을 보기 위해 달려오는 정예중의 정예들이지.”
“미녀라 나쁠 건 없지.”
신 대위는 볼드 중령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목적지에 거의 다 와가는 분위기이기에 밖의 정경과 주변 지리를 파악도 해보고 마중 나오는 미녀(?)들의 병기가 무엇인지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럴 속셈으로 신 대위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전방이 훤히 보이는 조종석을 향해 한걸음 내딛었다.
아니, 내딛으려 했다.
그러나, 한걸음 발을 앞으로 내밀려 하는 순간 신 대위는 균형을 잃고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특별히 기체가 요동치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목적지에 다 와가는 지금, 기체의 고도는 매우 안정적인 고도로 기류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상태였기 때문에 기체가 흔들릴 일은 없었다.
그 예로 볼드 중령은 멀쩡히 서서 비틀거리는 신 대위의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이건................!’
신 대위가 몸을 추스를 수 없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옆구리에서 시작된 무시무시한 격통이 그의 전신의 감각을 엉망진창으로 뒤집어 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뜨거운 인두로 지진 것처럼 시큼하면서도 화끈한 무언가가 옆구리에서 시작해 심장박동에 맞춰 전신으로 쭉 쭉 뻗어나갔다.
‘이건...............................’
전신을 고통과 함께 생소한 이질감이 뒤덮어오는 것은 불길함 그 자체.
불길함과 역겨움이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장기를 타고 식도 밖으로 분출되려는 것을 가까스로 견뎌낸 신 대위는 이 기분 나쁜 신체의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차렸다.
‘그때와 같아!!’
단 한 번의 경험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신 대위의 육감이 확신하고 있었다.
몸이 전력을 다해 무언가를 거부하는 듯한 이 반응. 신형기에 탑승하기 직전에도 경험한 생소하고 역겨운 느낌.................
그리고 기이한 경험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난 후 겪은 재앙의 재림..............
신 대위는 자신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다가온 볼드 중령의 옷자락을 있는 힘껏 움켜쥐었다.
“온............다!!”
“뭣?”
신 대위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볼드 중령은 잘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나, 신 대위가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바로 다음 순간, 수송기 내에 경광등과 함께 요란한 비상 신호가 울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현 고도에 플랜트 전개 확인!! 초공간 전이가 시작됩니다!!!! 신호는 적색!!!! 이 반응은.. Invader입니다!”
“Shit!"
볼드 중령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그답지 않게 초조한 표정으로 전방을 주시했다.
평온하기 그지없는 해안가, 그러나 그곳에는 이미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의 균열이 생기며 적이 그 모습을 현세에 드러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혹시나 했지만..........’
적의 목적이 어떤 것인지 분명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볼드 중령으로선 예상 밖의 출현에 그저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아군의 원호는? 증원은 없나?”
“10분전에 바스티온에서 제노비아, 아도니스기를 현 위치를 향해 출격시킨 것을 확인. 예상도착시간은 5분 후입니다!”
“늦어!!”
볼드 중령은 버럭 소릴 지르곤 고민에 빠졌다.
혹시나 모를 적습에 대비해 아군의 호위를 준비하긴 했지만, 접선 포인트에 도착하기도 전에 적과 조우한 상황. 완전한 비무장인 볼드 중령 일행으로선 적에게 대응할 수 있는 수간이 없었다.
게다가 상대는 눈에 보이지도 않지 않는가...........
그러나 바로 그때, 볼드 중령의 뒤로 비틀거리며 다가온 사내가 있었다.
“저리 비켜. 얼간이.”
“신진호!”
“당장 조종석에서 비키라고!!”
거칠게 볼드 중령을 밀어젖힌 신 대위는 조종석에 앉아 어쩔 줄 모르는 조종사가 순순히 자리를 양보해주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조종사의 멱살을 잡고 바닥으로 내동댕이쳐버린 그는 볼드 중령이 미처 뭐라고 할 새도 없이 조종간을 움켜쥐고 급히 꺾어 버린 것이었다.
“큭!!”
순조롭게 비행하던 수송기가 갑자기 난기류라도 만난 양 심하게 요동쳤다.
덕분에 자리에 서있던 볼드 중령은 미처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바닥에 구르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게 무슨 짓이야!”
뒤늦게 정신을 차린 조종사가 고함을 지르며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 신 대위를 향해 달려들려 했지만, 신 대위가 또 다시 기체를 뒤흔들어 버린 까닭에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바닥에 고꾸라져 버렸다.
“적을 눈앞에 두고 멍청이 있는 주제에 말이 많군. 격추될 셈이야?!”
조종사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묵묵히 수송기를 움직이는 신 대위. 그의 말에 볼드 중령은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과 같은 충격을 느꼈다.
‘정말. 보인단 말인가!’
일반인들은 결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적의 존재.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적의 공격을 단지 자연재해나 방화로 인한 사건으로 추정해 왔었던 것이 인류의 보편적인 대응이었다.
특수 기술로 만들어진 비전아이가 아니면 결코 확인할 수 없는 적의 실체를 지금 신 대위는 보고 있는 것이었다.
가만히 손을 들어 조종사의 행동을 저지한 볼드 중령은 몸을 낮추어 조심스럽게 신 대위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이미 붉게 타오르기 시작한 지상의 모습을 보며 신 대위에게 물었다.
“보이나?”
“이미 두 번의 공격을 받았다.”
무뚝뚝하게 대답한 신 대위는 다시 조종간을 크게 꺾으며 기체를 선회시켰다.
“세 번째.”
‘대단해.... 겨우 수송기로 적의 공격을....!’
과연 공군사관학교의 에이스이며 수석졸업예정자였던 신 대위는 과거의 명성이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비교적 최신기종이라고는 해도 신 대위가 시연회에서 몰았던 훈련기와 비교하면 움직임이 확실히 둔한 수송기로 레이더를 비롯한 기타 장비에 감지되지 않는 적의 공격을 육안만으로 피해나가고 있는 그의 모습은 볼드 중령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러나, 무장이 없는 수송기의 한계는 곧 다가오고 말았다.
“큭!”
기체가 잠시 심하게 요동침과 동시에 각종 계기판에 비상등이 알록달록하게 물들기 시작했다.
“당했나?!”
“스쳤다........... 기관부를 당하지 않은 게 다행이지만........”
“이지만.....?”
말꼬리를 흘리는 모습에 불길함을 느낀 볼드 중령. 그의 불길한 예감은 들어맞고 말았다.
“연료를 당했다. 길어야 10분을 버틸 수 있을까..........”
“제길!”
볼드 중령은 욕설을 내뱉었다. 물론 신 대위에 대한 비난은 아니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테니까.........
“그나저나 이상하군.”
줄줄 새기 시작하는 연료 표시등과 적의 모습을 번갈아 보던 신 대위가 인상을 찌푸렸다.
“Invader라고 했던가....? 아무튼 저놈은 뭔가 달라.”
“생긴 게?”
“그런 것도 있지... 전에 봤던 놈보다 두 배는 크고 생긴 것도 다르니까....... 하지만 내가 말 한건 그런 게 아니야!”
힘겹게 적의 공격을 피해 낸 신 대위는 증오와 의혹이 가득한 눈초리를 지상의 적을 향해 날렸다.
처음 공간을 찢고 적이 전이를 시작했을 때부터 신 대위는 심각한 이질감을 느꼈다.
우선 놈의 모습이 매일 꿈속에서 그를 괴롭히던 것과 다른 것도 있긴 했다.
신장의 차이는 대략 2-30미터 정도로 전의 것과 큰 차이는 없었지만, 훨씬 육중해 보이는 덩치가 전의 것보다 두배는 뚱뚱해 보인 것이다.
게다가 기존에 봐왔던 녀석이 중세의 기사풍이었다면, 이번의 놈은 야만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한눈에 봐도 더욱 파괴적이고 거침없어 보이는 외모.
그러나 그가 느낀 이질감은 그런 것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었다.
바로 행동방식이었다.
훈련기로 수백발의 총알을 먹이고 미사일을 날려도 관심도 없이 주위의 사물만 파괴했던 전의 것에 비해, 지금의 놈은 처음부터 확실하게 신 대위들이 탑승한 수송기를 정확히 조준하고 있었다.
결국 놈의 목적은 평소와 같은 무차별 파괴 따위가 아닌, 명확한 목표를 지니고 있는 것이었다.
‘도대체 무엇을 노리고....................’
적의 정체에서 시작해, 아군의 조직, 병기, 적의 목적..... 계속해서 쌓여만 가는 의문에 신 대위는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신 대위는 더 이상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다른 이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오직 신 대위에게만 보이는 적의 무시무시한 다음 공격이 곧바로 이어졌던 것이다.
붉은 안광에서 쏟아져 나오는 가공할 위력의 불꽃의 광선. 간발의 차이로 꾸준히 피해내고는 있었지만, 엄청난 고열에 차츰 기체에도 타격이 쌓여가는 것이었다.
한편, 연거푸 거듭된 공격이 허사로 돌아가자 지상의 거인은 돌연 태도를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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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째입니다. 이제 방학도 끝났어요................. 우울해라 ㅠ.ㅠ
아무튼 다음회 예고: 다음회에는 히로인이 등장하는 것입니다.
이번엔 낚시가 아닌 것이죠..............;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신 대위는 물론, 볼드 중령의 예상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볼드 중령과 대화를 마친 후 정확히 몇 시간이 흘렀는지 신 대위로서는 알지 못했다.
비행기가 난기류를 만나서인지 가끔 덜컹거리는 것을 제외하곤 한 마디의 대화도, 행동도 없는 지루한 시간이 흐르고 또 흘렀던 것이다.
신 대위나 볼드 중령은 서로 간에 필요한 대화는 진작 다 끝낸 상황이었고, 쓸데없는 수다를 즐기며 시간을 때우는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닌 만큼, 이러한 정적을 굳이 깨려하지 않았다.
볼드 중령은 정체 모를 얇은 포켓용 책을 희미한 조명 아래에서 질리지도 않고 몇 시간이고 읽고 있었고, 신 대위는 덜컹이는 기체 속에서 그나마 편안하고 움직이지 않는 부분을 찾아 몸을 기댄 채 눈을 감은 상태였다.
그러나 잠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잠이 들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악몽 덕에 생존에 꼭 필요한 만큼의 잠이 아니면 신 대위는 청하지 않았다.
그저 눈을 감고 이러저러한 생각을 하는 것, 그러다가 가끔 덜컹이는 기체의 동요나 멀리 조종석에서 들려오는 무전에 귀를 기울이는 정도가 그가 눈을 감은 채 하는 일의 전부였다.
그랬기 때문에 신 대위는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단지, 지루하다고 여겨질 만큼 시간이 흘렀고, 조종석에서의 무전 교신이 좀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활발해지는 것을 들으며 ‘목적지에 거의 다 와가는 가보군....’ 하고 추측할 뿐이었다.
맞은편에 앉아 묵묵히 책을 읽던 볼드 중령도 자리에서 일어나 조종석을 들락거리기 시작했는데, 그러한 행동은 신 대위의 추측에 더욱 확신을 가져다주었다.
“낙원에 거의 다 왔나보군.......”
신 대위는 반쯤 누운 자세 그대로 눈만 살며시 뜨며 막 수송 칸으로 들어오는 볼드 중령을 향해 말했다.
“그래. 영원히 머물 곳은 아니지만, 자네가 머물렀던 칙칙한 교도소에 비하면 낙원이 따로 없는 곳이지. 그나저나 슬슬 올 때가 다됐는데.......”
볼드 중령은 으쓱하며 여유롭게 말하곤 손목시계를 재차 확인했다.
“기다리는 손님이라도 있나보지?”
“미남이 온다기에 앞장서서 마중 나오기로 한 미녀들이 있거든. 무수한 지원자들을 제치고 우리 얼굴을 보기 위해 달려오는 정예중의 정예들이지.”
“미녀라 나쁠 건 없지.”
신 대위는 볼드 중령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목적지에 거의 다 와가는 분위기이기에 밖의 정경과 주변 지리를 파악도 해보고 마중 나오는 미녀(?)들의 병기가 무엇인지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럴 속셈으로 신 대위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전방이 훤히 보이는 조종석을 향해 한걸음 내딛었다.
아니, 내딛으려 했다.
그러나, 한걸음 발을 앞으로 내밀려 하는 순간 신 대위는 균형을 잃고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특별히 기체가 요동치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목적지에 다 와가는 지금, 기체의 고도는 매우 안정적인 고도로 기류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상태였기 때문에 기체가 흔들릴 일은 없었다.
그 예로 볼드 중령은 멀쩡히 서서 비틀거리는 신 대위의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이건................!’
신 대위가 몸을 추스를 수 없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옆구리에서 시작된 무시무시한 격통이 그의 전신의 감각을 엉망진창으로 뒤집어 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뜨거운 인두로 지진 것처럼 시큼하면서도 화끈한 무언가가 옆구리에서 시작해 심장박동에 맞춰 전신으로 쭉 쭉 뻗어나갔다.
‘이건...............................’
전신을 고통과 함께 생소한 이질감이 뒤덮어오는 것은 불길함 그 자체.
불길함과 역겨움이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장기를 타고 식도 밖으로 분출되려는 것을 가까스로 견뎌낸 신 대위는 이 기분 나쁜 신체의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차렸다.
‘그때와 같아!!’
단 한 번의 경험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신 대위의 육감이 확신하고 있었다.
몸이 전력을 다해 무언가를 거부하는 듯한 이 반응. 신형기에 탑승하기 직전에도 경험한 생소하고 역겨운 느낌.................
그리고 기이한 경험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난 후 겪은 재앙의 재림..............
신 대위는 자신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다가온 볼드 중령의 옷자락을 있는 힘껏 움켜쥐었다.
“온............다!!”
“뭣?”
신 대위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볼드 중령은 잘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나, 신 대위가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바로 다음 순간, 수송기 내에 경광등과 함께 요란한 비상 신호가 울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현 고도에 플랜트 전개 확인!! 초공간 전이가 시작됩니다!!!! 신호는 적색!!!! 이 반응은.. Invader입니다!”
“Shit!"
볼드 중령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그답지 않게 초조한 표정으로 전방을 주시했다.
평온하기 그지없는 해안가, 그러나 그곳에는 이미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의 균열이 생기며 적이 그 모습을 현세에 드러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혹시나 했지만..........’
적의 목적이 어떤 것인지 분명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볼드 중령으로선 예상 밖의 출현에 그저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아군의 원호는? 증원은 없나?”
“10분전에 바스티온에서 제노비아, 아도니스기를 현 위치를 향해 출격시킨 것을 확인. 예상도착시간은 5분 후입니다!”
“늦어!!”
볼드 중령은 버럭 소릴 지르곤 고민에 빠졌다.
혹시나 모를 적습에 대비해 아군의 호위를 준비하긴 했지만, 접선 포인트에 도착하기도 전에 적과 조우한 상황. 완전한 비무장인 볼드 중령 일행으로선 적에게 대응할 수 있는 수간이 없었다.
게다가 상대는 눈에 보이지도 않지 않는가...........
그러나 바로 그때, 볼드 중령의 뒤로 비틀거리며 다가온 사내가 있었다.
“저리 비켜. 얼간이.”
“신진호!”
“당장 조종석에서 비키라고!!”
거칠게 볼드 중령을 밀어젖힌 신 대위는 조종석에 앉아 어쩔 줄 모르는 조종사가 순순히 자리를 양보해주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조종사의 멱살을 잡고 바닥으로 내동댕이쳐버린 그는 볼드 중령이 미처 뭐라고 할 새도 없이 조종간을 움켜쥐고 급히 꺾어 버린 것이었다.
“큭!!”
순조롭게 비행하던 수송기가 갑자기 난기류라도 만난 양 심하게 요동쳤다.
덕분에 자리에 서있던 볼드 중령은 미처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바닥에 구르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게 무슨 짓이야!”
뒤늦게 정신을 차린 조종사가 고함을 지르며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 신 대위를 향해 달려들려 했지만, 신 대위가 또 다시 기체를 뒤흔들어 버린 까닭에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바닥에 고꾸라져 버렸다.
“적을 눈앞에 두고 멍청이 있는 주제에 말이 많군. 격추될 셈이야?!”
조종사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묵묵히 수송기를 움직이는 신 대위. 그의 말에 볼드 중령은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과 같은 충격을 느꼈다.
‘정말. 보인단 말인가!’
일반인들은 결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적의 존재.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적의 공격을 단지 자연재해나 방화로 인한 사건으로 추정해 왔었던 것이 인류의 보편적인 대응이었다.
특수 기술로 만들어진 비전아이가 아니면 결코 확인할 수 없는 적의 실체를 지금 신 대위는 보고 있는 것이었다.
가만히 손을 들어 조종사의 행동을 저지한 볼드 중령은 몸을 낮추어 조심스럽게 신 대위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이미 붉게 타오르기 시작한 지상의 모습을 보며 신 대위에게 물었다.
“보이나?”
“이미 두 번의 공격을 받았다.”
무뚝뚝하게 대답한 신 대위는 다시 조종간을 크게 꺾으며 기체를 선회시켰다.
“세 번째.”
‘대단해.... 겨우 수송기로 적의 공격을....!’
과연 공군사관학교의 에이스이며 수석졸업예정자였던 신 대위는 과거의 명성이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비교적 최신기종이라고는 해도 신 대위가 시연회에서 몰았던 훈련기와 비교하면 움직임이 확실히 둔한 수송기로 레이더를 비롯한 기타 장비에 감지되지 않는 적의 공격을 육안만으로 피해나가고 있는 그의 모습은 볼드 중령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러나, 무장이 없는 수송기의 한계는 곧 다가오고 말았다.
“큭!”
기체가 잠시 심하게 요동침과 동시에 각종 계기판에 비상등이 알록달록하게 물들기 시작했다.
“당했나?!”
“스쳤다........... 기관부를 당하지 않은 게 다행이지만........”
“이지만.....?”
말꼬리를 흘리는 모습에 불길함을 느낀 볼드 중령. 그의 불길한 예감은 들어맞고 말았다.
“연료를 당했다. 길어야 10분을 버틸 수 있을까..........”
“제길!”
볼드 중령은 욕설을 내뱉었다. 물론 신 대위에 대한 비난은 아니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테니까.........
“그나저나 이상하군.”
줄줄 새기 시작하는 연료 표시등과 적의 모습을 번갈아 보던 신 대위가 인상을 찌푸렸다.
“Invader라고 했던가....? 아무튼 저놈은 뭔가 달라.”
“생긴 게?”
“그런 것도 있지... 전에 봤던 놈보다 두 배는 크고 생긴 것도 다르니까....... 하지만 내가 말 한건 그런 게 아니야!”
힘겹게 적의 공격을 피해 낸 신 대위는 증오와 의혹이 가득한 눈초리를 지상의 적을 향해 날렸다.
처음 공간을 찢고 적이 전이를 시작했을 때부터 신 대위는 심각한 이질감을 느꼈다.
우선 놈의 모습이 매일 꿈속에서 그를 괴롭히던 것과 다른 것도 있긴 했다.
신장의 차이는 대략 2-30미터 정도로 전의 것과 큰 차이는 없었지만, 훨씬 육중해 보이는 덩치가 전의 것보다 두배는 뚱뚱해 보인 것이다.
게다가 기존에 봐왔던 녀석이 중세의 기사풍이었다면, 이번의 놈은 야만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한눈에 봐도 더욱 파괴적이고 거침없어 보이는 외모.
그러나 그가 느낀 이질감은 그런 것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었다.
바로 행동방식이었다.
훈련기로 수백발의 총알을 먹이고 미사일을 날려도 관심도 없이 주위의 사물만 파괴했던 전의 것에 비해, 지금의 놈은 처음부터 확실하게 신 대위들이 탑승한 수송기를 정확히 조준하고 있었다.
결국 놈의 목적은 평소와 같은 무차별 파괴 따위가 아닌, 명확한 목표를 지니고 있는 것이었다.
‘도대체 무엇을 노리고....................’
적의 정체에서 시작해, 아군의 조직, 병기, 적의 목적..... 계속해서 쌓여만 가는 의문에 신 대위는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신 대위는 더 이상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다른 이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오직 신 대위에게만 보이는 적의 무시무시한 다음 공격이 곧바로 이어졌던 것이다.
붉은 안광에서 쏟아져 나오는 가공할 위력의 불꽃의 광선. 간발의 차이로 꾸준히 피해내고는 있었지만, 엄청난 고열에 차츰 기체에도 타격이 쌓여가는 것이었다.
한편, 연거푸 거듭된 공격이 허사로 돌아가자 지상의 거인은 돌연 태도를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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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째입니다. 이제 방학도 끝났어요................. 우울해라 ㅠ.ㅠ
아무튼 다음회 예고: 다음회에는 히로인이 등장하는 것입니다.
이번엔 낚시가 아닌 것이죠..............;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울프맨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으음 흥미진진합니다.
요즘 재미난 글이 많이 올라와서 좋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