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연재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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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몬한의 사정도 만만치 않았다.
몽골군의 선발 상륙정 수십척이 일본군 공격기의 공습을 받아가며 움직이고 있었다.
몽골군 병사들은 상륙정 안에서 몸을 낮춘 채 일본군 공격기의 기총 세례를 피해보려고 하였지만, 총알은 천으로 된 지붕을 뚫고 들어와 몽골 병사들의 머리위를 날아다녔다.
상륙정 안은 병사들에게서 튄 피로 인해 순식간에 붉게 도색이 되어갔다.
상황이 시급하기는 일본군쪽도 만만치 않았다.
대대장은 군수계 문을 박차고 들어와 호통을 쳐댔다.
"사단으로 장부 다 넘겼으면 전부 총 들고 튀어나와야지, 안튀어나오고 뭐하고있어?"
병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총을 들고 하나 둘 나갈때마다 대대장은 강제로 잡아다 밖으로 내던지다시피 병사들을 끌어냈다.
"우리는 사단 직할 1대대야! 1대대! 적이 쳐들어오면 최전선에서 싸워야 하고, 적을 치러갈땐 항상 선두에 서야 하는 그 1대대란 말이다!"
대대장은 군수계 병사들을 강가와 대대 중앙쪽 교량을 지키는 참호 속으로 강제로 밀어넣었다.
한편, 사단에 다녀온 후지와라 중위는 군수계가 텅 비어있는것을 보고 적지않게 당황하였다.
대대장이 병사들을 데려간 것으로 짐작되어 대대장실에 찾아가봤지만, 강가 참호쪽으로 나간 대대장이 있을리 없었다.
"지금 대대장님 어디에 계시나?"
중위가 대대장실을 지키는 병사에게 묻자, 병사가 대답하였다.
"각 행정계원들 무장시키고 대대 중앙 다리쪽 참호로 보낸다고 하시면서......"
중위는 병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방 참호를 향해 달려갔다.
적과 마주한 전방의 모습은 아주 끔찍했다. 만약 지옥이 있다면 이러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일본군 참호와 몽골군의 수송선에서 발사한 기관총탄이 하늘을 갈랐고, 공격기에서 투하한 폭탄에 맞아 격침된 수송선에서는 시커멓게 연기가 피어올라 오후 대낮의 푸른 하늘을 검은 하늘로 만들었다.
강물 위에는 시체들과 격침된 수송선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들이 마치 강물에 휩쓸려가는 낙엽마냥 강 하류를 향해 떠내려갔다.
전쟁을 경험해 보지 못한 후지와라 중위가 보기에는 상당히 충격적이고 공포스러운 상황들이었다.
중위는 참호속에 낮게 몸을 숙인채 대대장을 찾았다.
때마침 중위의 눈에 병사들을 닥달하고 있는 대대장이 들어왔다.
"대대장님, 저희 소대 병사들은......"
"자네가 소대장이 아닌가? 어서 참호안으로 들어가 저들을 지휘하지 않고 뭐하는가?"
대대장은 중위의 말을 듣지 않고 중위역시 강가쪽 참호안으로 밀어넣었다.
중위는 실전상황이라 자신이 어찌해 볼 수 없음을 깨닫고 권총을 꺼내들고 나무와 모래주머니로 만들어진 임시 지휘소용 벙커 안으로 들어갔다.
몽골군 수송선 몇척이 강가에 다다르자 그 안에 타고있던 몽골군 병사들이 수송선 밖으로 뛰어내리기 시작하였다. 더불어 일본군 참호와 토치카 등에서도 몽골군을 저지하기 위해 사격을 시작했다.
"하하! 초원에서 말이나 모는 녀석들이 분수에 안맞게 배를 타더니 꼴 좋구나!"
대대장은 몽골군의 비웃으며 권총으로 몽골군 쪽을 향해 사격을 하였다.
몽골군 역시 일본군이 상륙을 저지하기 위해 강가에 매설해 놓은 각종 나무와 철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장애물에 엄폐하여 대응 사격을 하였다.
심지어는 너무 급했던지 사람 하나 가리기 힘든 짧고 가느다란 철조망 나무 기둥에 몸을 숨긴 병사도 있었다.
"도대체 포격지원은 언제 해 주는거야!"
몽골군 장교들도 아주 답답했다. 포격을 해 줄때까지 마냥 엄폐물에 몸을 맡기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젠장! 포격을 하던지 말던지 좀 있으면 해가 떨어지겠어. 에라 모르겠다."
몽골 장교 한명이 일어나 달려가자, 주변의 병사들도 따라서 달려나갔다.
그 광경을 본 다른 몽골군들 역시 얼떨결에 달리기 시작했다.
"아주 날 잡아 드시오 하는구만."
대대장은 몽골군의 무모한 행동에 비웃음을 날렸다. 그리고 계속해서 병사들에게 사격을 독촉했다.
한창 달려나가는 몽골군들은 사정없이 쏟아지는 총알에 쓰러져갔다.
순간 몽골군들 사이에서 폭발이 몇번 일어나더니 병사들 몇명이 화염과 함께 공중에 붕 뜨기 시작했다.
"제길, 지뢰지대다. 모두 가까운 엄폐물을 찾아 엄폐하라!"
강가 자갈밭은 가까운 엄폐물에 숨으려는 사람들과 다시 왔던길로 되돌아가려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지뢰가 터질때마다 폭발 여파로 자갈밭의 자갈이 같이 튀는 바람에 피해가 더욱 심각했다.
"안되겠다. 지뢰지대를 뚫고가기 위해서는 수류탄을 투척해야겠어."
몽골군 지휘관들은 엄폐물에 몸을 숨긴 병사들에게 수류탄 투척 준비 명령을 내렸다.
"녀석들이 뭐하려는 거지? 갑자기 조용해졌어."
일본군 진영 역시 사격을 멈추고 몽골군이 모습을 드러내길 기다리고 있었다.
"수류탄 투척!"
몽골군 지휘관들의 수신호가 떨어지자, 몽골 병사들은 일제히 수류탄을 전방 자갈밭에 던졌다.
쾅!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수류탄이 터지고, 수류탄이 지뢰를 직접 타격했는지, 아니면 자갈 파편들이 지뢰를 때렸는지 지뢰가 연달아 폭발하기 시작했다.
자갈 파편들이 몽골군머리 위는 물론 일본군 진영에까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웬 날벼락이야!"
벙커 안의 대대장은 참호안으로 자갈들이 적지않게 쏟아져 들어오자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후지와라 중위 역시 벙커 기관총좌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수류탄을 피해 몸을 숨겼고, 태성도 자갈파편을 맞지 않기 위해 참호안에 몸을 바짝 엎드렸다.
일본군 진영쪽은 자갈파편으로 인한 피해는 별로 없어보였다.
일본군 참호에서 대대장을 위시한 일본군 병사들이 고개를 들었을때는 이미 몽골군 병력들은 소총에 착검을 한 채 참호로 돌격중이었다.
몽골군 피해가 적지 않아 보였지만, 그만큼 뒤에서 후발대들이 도하를 계속 이어가 병력을 충원하는 바람에 병력은 별로 줄어든 거 같아 보이지 않았다.
"녀석들 끈질기구만, 우리도 백병전에 대비를 해야지."
대대장이 착검 명령을 내리자, 일선의 중대장, 소대장도 병사들에게 착검을 명했다. 후지와라 역시 착검명령을 하달했다.
"어서와라. 어서! 어서!"
후지와라는 적의 백병전 돌격에 상당히 두려웠지만, 이 전투를 빨리 끝내야 겠다는 생각에 마지막으로 권총 잔탄을 확인 한 후 허리에 찬 군도를 빼들었다.
몽골군들이 참호안으로 쏟아져 들어오자, 참호안은 온통 피비린내를 풍기며 아비규환으로 변해갔다.
누가 적인지, 누가 아군인지 모른채 서로 마구 뒤엉켜 사격을 하고 총검으로 찌르고 개머리판으로 후려쳤다.
그 중에는 실수로 자기편을 죽이는 사람들도 적지않게 있었다.
병사들은 온몸이 피와 흙으로 버무려진 진흙투성이로 서로 뒤엉켜 싸웠고, 총을 떨어뜨린자는 주먹과 발길질로 때리기도 하였다.
"가까이 오면 터트려버리겠어!"
이성을 잃은 일본군 병사 중 한명이 수류탄을 꺼내들었지만, 난리통에 아무도 그 병사의 외침을 듣지 못했다.
그때 누군가가 그 병사의 손에서 수류탄을 빼앗으려 하였다. 태성이었다.
태성은 그 병사가 도발을 하지 못하게 병사를 덮쳤지만, 병사의 손에서 수류탄은 떨어져 나와 참호 바닥에서 사람들 발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하면서 이리저리 움직였다.
태성이 병사의 손을 봤을때 이미 병사의 손가락에는 수류탄 안전장치만이 대롱대롱 걸려있을 뿐이었다.
"안돼!"
태성은 병사를 덮쳐 수류탄 방향과 반대방향쪽으로 엎드렸다.
순간 큰 폭발과 함께 일본군과 몽골군 병사 몇명이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태성은 순간 귀가 멍멍해짐과 동시에 큰 폭발 진동과 발 끝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느껴지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후지와라 중위쪽도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벙커 입구로 몽골군들이 뛰어들어올때마다 중위는 권총으로 대응사격을 하였다. 간혹 가까이 까지 들이닥친 경우에는 군도를 이용해 몽골 병사를 베었다.
중위는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몽골군을 하나 둘 쓰러트렸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난생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다는 것에 대해 공포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아니, 그보다 자신의 눈 앞에서 사람이 피를 흘리며 죽자, 그걸 본 것에서 비롯된 공포감이 강했을 것이다.
'내가 사람을 죽이게 될 줄이야. 내가 사람을 죽이다니.'
하지만 그 공포감과 죄책감도 시간이 지날수록, 몽골군의 시체가 쌓여갈수록 점점 사라져만 갔다.
'어쩔수 없는 일이야. 저들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게돼.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천하의 성인군자, 현자라도 이 상황이라면 사람을 죽이겠지? 그렇지, 암 그렇고 말고.'
한편, 대대장은 반쯤 미쳤는지 아니면 원래 그런 성격인지 군도를 꺼내어 신이난 표정으로 몽골군을 베고 있었다.
"자, 어서 와라! 옳지 그래. 이렇게 적극적으로 덤벼줘야 내가 신이나지 흐흐흐 자, 어서 와라! 어서 와서 이 가토에게 도전하란 말이다!"
한참 칼질을 하는 도중 대대장의 눈에 자신의 벙커 입구너머로 교량을 방어하는 대전차 토치카 안으로 몽골군이 들어가는 모습이 들어왔다.
대전차 토치카는 대대장의 벙커보다 지대가 약간 높은곳에 있어 그 광경이 눈에 선명히 들어왔다.
게다가 대대장 지휘 벙커로 부터 불과 10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장소였다.
토치카 안은 이미 정리가 되었는지 몽골군이 아무 저항도 없이 들어가고있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대대장은 벙커 밖으로 나와 군도를 휘두르며 토치카 쪽을 향해 걸어갔다.
"어억!"
몽골군 병사 한명이 대대장의 목을 덮쳐 쓰러트렸다.
대대장의 손에서 군도가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대대장은 그 몽골 병사를 눞힌 채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하였다.
"나 지금 바쁘단 말이다. 방해하지 마!"
대대장은 다시 군도를 주워 들려고 하였지만, 백병전의 혼란 와중에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혼란 속에서 군도를 힘껏 들었지만, 군도는 여러 뒤엉킨 병사들의 발에 밟혀 반쯤 부러지고 말았다.
"이런 제기랄!"
울화통이 폭발한 대대장은 부러진 군도로 앞을 가로막은채 뒤엉켜 있는 몽골군과 일본군 병사들을 상대로 몇번 칼질을 하다 여의치 않자, 권총을 빼들어 하나 하나 쏴 제끼고 있었다.
그의 사격 대상은 몽골군, 일본군 가릴것이 없었다. 그저 자신을 가로막는 자가 있으면 무조건 쏘고 보았다.
그리고 병사들은 온몸히 진흙범벅이라 군복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았다.
토치카에 거의 다다르자, 대대장은 아무나 한명 손에 잡히는 대로 멱살을 잡아들었다.
처음엔 진흙투성이라 몰랐지만 가까이서 보니 몽골군복이었다.
"이런 젠장할. 죽어!"
대대장은 그 병사 머리에 권총 사격을 하여 던져버리다 시피 한 후 다시 또 한사람을 잡아들었다.
태성이었다. 태성은 총을 떨어뜨려 맨손으로 몽골군을 때리는 중이었다.
"오, 오랜만이야!"
대대장은 태성이 때리고 있던 몽골군 병사를 사살한 후 태성을 땅에 내팽겨쳐 주저 앉히고 권총 탄창을 갈아끼우고 다시 태성을 일으켜 세워 토치카 입구쪽으로 끌고갔다.
토치카 안에 몽골군 병사들이 몇 있자 권총으로 정리 한 후 태성을 토치카 안의 20밀리 대공포 앞에 내던지다 시피 주저 앉혔다. 그리고 자신의 권총과 함께 탄창 몇개를 집어던졌다.
"잘 지키고 있어. 내 명령 없이 이 안에 한놈도 들여보내지 마! 알았어?"
그리고 나서 대대장은 밖으로 나가 쓰러진 장교 시체 옆에 떨어진 군도를 주운 후 몽골군 아니, 자기 앞에있는 모든 장애요소들을 계속 제거해 나갔다.
대대장이 나가기가 무섭게 몽골군 병사들이 토치카 안으로 들이닥쳤다.
태성은 권총으로 그들을 쓰러트렸다.
하지만 한명은 제대로 숨통을 끊지 못해 엉금엉금 기어 와서는 계속 태성의 옷자락을 잡아 끌려고 하였다.
태성은 그 한명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고 눈을 질끈 감고 방아쇠를 당겼다.
몽골군 수송선 도하가 끝나자 백병전도 이제 거의 정리가 되어가는 듯 보였다.
몽골군 도하 병력은 거의 궤멸되었고, 일본군의 피해 역시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이번엔 교량을 이용하여 몽골군의 기갑과 보병을 동반한 대규모 전력들이 몰아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몇몇 장갑차들은 이미 다리 입구에 들어섰다.
"저것들은 또 뭐야?"
태성은 날카로운 쇳소리를 내며 점점 다가오는 철 덩어리들을 보고 백병전에서의 것보다 몇배에 달하는 공포감이 밀려왔다.
물론 몽골군이 소련에서 들여온 장갑차와 경전차의 크기는 작았지만, 존재감만으로는 상당한 공포 그 자체였다.
그때 누군가가 토치카 안으로 뛰어 들어와 태성 옆에 앉았다.
"누, 누구야?"
태성이 권총을 겨누자, 그 누군가는 두 손을 들었다. 일본군 병사였다.
"쏘, 쏘지마!"
태성이 총을 거두자, 그 일본군 병사는 20밀리 대공포를 다리를 건너고 있는 경전차쪽으로 겨누고 사격을 시작했다.
그러자 다리 주변 다른 토치카에서도 대전차 사격을 알리는 불꽃이 일어났다.
경전차는 사격에 아랑곳 하지 않는 듯 싶었으나 얼마 못가서 피쉬식 소리를 내며 엔진을 멈췄다.
"멈춘건가?"
하지만 멈췄다고 보기에는 전차쪽에서 아무 반응이 없었고, 몽골군 병사 한명이 전차 위로 올라가 햇치를 열었을때 그 안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올랐다.
"하나 잡았군......"
20밀리 대공포를 잡고있던 병사가 만족스러운 듯 사격을 계속했다.
햇치를 열었던 몽골군 병사는 순식간에 팔이 잘려나가고 피를 터트리며 전차에서 떨어졌다.
다른 몽골군 전차와 장갑차들이 그 선두 전차를 피해서 계속 다리를 건너려고 하자, 일본군 진영 쪽 대전차 사격은 점점 더 거세어져만 갔다.
"어억!"
태성은 순간 깜짝 놀랐다. 갑자기 태성 옆에서 20밀리 기관포를 쏘던 병사가 온 몸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진 것이다.
탄창을 갈아 끼우다 전차의 기관총 공격을 받은 것이었다.
태성은 아까 그 병사가 했던 그대로 탄창을 끼우고 기관포를 장전했다.
파괴된 전차를 피해서 전차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태성은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짐승마냥 전차를 향해 기관포를 쏴제꼈다.
"죽어라! 죽어! 죽어!"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무 많은 피를 본 태성은 점점 미쳐만 갔다.
첫번째 전차를 피해 다리를 건너던 두번째 전차는 태성이 쏜 기관포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대전차 공격을 받아서인지 굉음을 내며 크게 폭발하였다.
전차 포탑 일부가 하늘로 치솟았고, 전차 뒤에 바짝붙어 이동하던 몽골군 보병들 역시 폭발 여파로 사방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그렇지. 한마리 잡았다!"
태성은 처음에는 살기 위해 사격을 했지만, 전차 하나가 터지자, 전차 사냥에 재미를 붙인 듯 세번째, 네번째 전차를 향해 마구 사격을 하였다.
처음 전차가 다리를 건너는 것을 보았을때의 공포감 따위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첫번째, 두번째 전차를 피해건너려던 세번째, 네번째 전차마저 멈추고 폭발하자, 다리는 고철이 된 전차로 인해 다른 전차들이 건너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
그러자 전차들 뒤에서 말을 탄 몽골 기병들이 나타났다.
"이제는 아주 갈때까지 간 모양이군."
태성은 다시 기관포 탄창을 갈아 끼우고는 달려오는 말들을 향해 사격을 시작하였다.
주변 토치카와 참호들도 일제히 기병들을 향해 소총과 기관총, 대전차용으로 설치된 기관포등을 발사하였다.
다리 위는 순식간에 말과 기병들의 시체와 피로 도배가 되었다.
그동안 몽골 전차들은 파괴된 전차들을 견인하거나 교량 밑으로 떨어뜨려 길을 넓히고 있었다.
그들이 길을 넓힐동안 기병들은 쉴새없이 일본군 진영을 향해 내달렸다.
이 광경을 본 태성은 저들의 끊임없는 공격에 다시 두려워 졌다.
화력을 피한 몇몇 기병들은 어느새 토치카 사격 범위를 벗어나 토치카 옆을 지나치기도 하였으나 잘 구축된 참호와 2차방어선의 화력에 전부 소탕되었다.
하지만 공포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멍청한 놈들......우리가 칭기즈칸의 후예임을 잊었단 말인가? 싸움은 지금부터가 시작이야."
몽골 진영 관측소에서 쌍안경으로 이 광경을 지켜 본 몽골 지휘관이 입을 열자 옆에 서 있었던 소련군 지휘관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