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연재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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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다른 장소.
“A지역을 포위하라!”
“놈들은 중무장하고 있다! 주의하라!”
“알파, 베타 진입!”
견고한 장갑트럭들이 줄지어 도착하고, 현란한 푸른 빛과 섬뜩한 붉은 빛이 서로 점멸하며 사방으로 쏘아져나갔다. 장갑트럭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소총을 든 경찰들이 줄지어 내렸다. 경찰들의 장갑복에는 건조한 글씨체로 ‘S.A,P'라는 글자가 박혀있다. 고성이 사방을 메운다.
“1소대, 2소대는 저쪽으로!”
“꾸물대지마! 어서 움직여!”
그 아수라장의 현장 속에 두 명의 사내가 서있다. 한 명은 경찰 중고위직의 제복을 갖추고 있고, 다른 한명은 평복차림의 평범한 사내였다. 그러나 평복차림의 사내가 주머니에 막 찔러 넣는 것은 결코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사내가 입을 열었다.
“준비가 철저하군요.”
“그렇습니다! 저희 특전무장경찰을 믿어주십시오!”
제복을 입은 남자는 바짝 긴장한 듯 가슴을 쫙 펴고 굳은 목소리에 힘을 실어 대답했다. 평복차림의 사내 입가에 희미한 조소가 스쳐지나갔다.
“요원 구출시 신병은 저에게 넘기십시오. 그리고 절대로 인터폴에 연락하지 마시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인터폴 상부에서는 이 사실을 대외적으로나 대내적으로나 비밀로 붙여두고 싶어 하오. 명심하시오.”
“명심하겠습니다.”
제복을 입은 남자는 뒤돌아서서 통신병에게 명령을 내렸다.
“목표 재확인. 구출 목표- 아사쿠라 나오미. 여자. 목표의 안전을 우선시하라. 가로막는 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말고 사살. 2단계 무장 태세로 실시한다. 실시!”
“알겠습니다. 까치 1, 2, 3, 4. 둥지로 날아가라. 오버.”
“라져.”
------------------------------------------------------
“나오미양. 돌려말하고 싶지만 시간관계상 그럴 형편은 안되겠군. 당신 아버지를 암살한 놈들이 당신을 노리고 움직이고 있어.”
“뭐.. 뭐라구요?”
“그리고 더 안좋은 소식은...”
그들의 머리 위로 요란한 소리와 함께 경찰 헬기가 지나갔다.
“놈들이 경찰력을 움직이고 있다는 거지.”
“당신들 말을 어떻게 믿죠?”
“형사 아가씨. 지금 원리원칙 따위 들먹일 시간 없다고. 지금까지 지니고 있던 상식은 버려. 당신 눈앞에서 잘려나간 머리통이 괴성을 지르는 세상이야.”
“....”
나오미가 말을 잇지 못하는 순간 그녀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이 경찰 헬기에서 확성기음이 들려왔다.
“테러범들은 무기를 내리고 항복하라! 너희들은 포위되었다! 인질을 풀어주고 항복하라!”
“젠장, 빨리도 발견하셨군.”
흑발의 사내는 투덜거리다가 다시 나오미를 보았다. 나오미는 아직도 총을 들고 있었지만 이미 눈에는 의혹이 가득했다. 경찰 헬기의 눈부신 조명이 당혹한 그녀의 얼굴을 똑똑히 드러내었다.
“좋아. 우리를 믿든 말든 맘대로 하라고, 대신 우리와 같이 여기서 빠져나간 뒤에 생각해봐.”
“당신들을 따라갈 것 같습니까?”
“난 그렇게 생각해. 왜냐하면...”
흑발의 사내는 나오미의 어깨너머를 턱 끝으로 가리켰다.
“벌써 손님들이 오셨거든.”
“캬아아악!”
끔찍한 괴성이 나오미의 뒤편에서 들려왔다. 뒤를 돌아본 나오미의 눈에 보인 것은 추악한 회색 피부에 핏줄이 불거진 팔뚝을 휘두르며 달려오는 한 인간처럼 생긴-인간이라고 볼수 없었다-괴물이었다.
나오미는 권총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상대가 더욱 빨랐다. 나오미는 눈을 질끈 감았다.
“키야악!”
“제노!”
요란한 총성. 눈을 뜬 나오미의 발치 앞에 괴물의 시체가 쓰러져있었다.
“젠장. 성격이 급한 녀석들이군. 변이체인가? 성가시게 되었어.”
나오미가 뒤를 돌아보자 어느새 소총을 들고 있는 장신의 모습이 들어왔다. 총구에서는 김이 뿜어져 나왔다. 나오미는 시체를 흘끗 보았다. 역겨움이 치밀어올랐다. 역겨움을 참고 나오미는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좋아요. 당신들을 따라가죠.”
-------------------------------------------------------------------
“저쪽이야! 뛰어!”
그들은 경찰 헬기의 조명을 피하며 길 사이사이로 난 샛길로 달음질쳤다. 나오미는 문득 자신이 잘 하고 있는지 의문을 느꼈다. 난데없이 경찰에게 도망쳐야 한다니.
그러나 기왕에 저지른 일, 그들을 믿고 싶었다. 흑발의 남자의 김교수에 대한 언급, 그리고 괴성을 지르던 머리통과 회색 괴인. 그리고....
‘그 눈빛....’
“좋아. 기왕에 통성명이나 좀 해두지. 나는 프라이드라고 부르면 되고 저기 키만 멀대같이 큰 놈은 제노사이드라고 부르면 되. 아, 물론 불러봤자 대답은 안하겠지만.”
“내가 당신들을 쉽게 믿을 사람으로 보여요?”
“그럼 안 믿을텐가?”
“....”
나오미는 속으로 욕설을 내뱉으며 뜀박질쳤다. 만만하게 보이고 싶지 않았지만 이들은 이미 그녀의 의중을 궤뚫고 있는 것 같았다.
“좋아, 아가씨. 기왕에 현재 상황 브리핑도 해주지.”
흑발의 사내는 뛰면서 지치지도 않는 지 계속 지껄여댔다. 그러면서 길은 요리조리 잘 훑어나갔다.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은 사상 최악이지. 이렇게 폭력배들이 넘쳐흐르는데도 경찰 주력 진압부대의 7할이 움직이지 않고 있어. 그 7할 중 80%를 차지하는 게 바로 현재 우리를 포위하고 있는 특전무장경찰대지. 지금 그 특전무장경찰대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답은 하나지.”
“누군가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것.”
“역시 이해가 빠르군.”
흑발의 사내는 담벼락에 바싹 붙어서 움직임을 멈췄다. 나오미도 담벼락에 밀착해서 몸을 숨겼다. 경찰 헬기의 조명의 빛이 그들이 숨어있는 담벼락 바로 옆을 지나쳐갔다.
“당신은 아버지 생가로 가려고 했지?”
“그걸 어떻게....”
“우리들에게 불가능이란 극히 소수의 상황에 한정되는 말이지. 어쨌든 이미 거기에도 암살자들이 쫙 깔렸어. 아마 섣불리 갔다간 문짝에 달려있는 부비트랩에 당신 손목부터 날아갈 걸.”
“그걸 보증할 수 있나요?”
“그 증거는 나중에 보여주도록 하지. 두 번째 손님들이다.”
그들이 숨어있던 담벼락 옆으로 난 골목길 앞뒤로 장갑복을 입은 경찰들이 쏟아져나왔다. 그들은 순식간에 포위된 형국이 되었다.
“이거, 아무래도 전면전을 피할 수 없을 것 같군.”
“항복하라!!”
멀리서 항복권고 방송이 들려왔다. 하지만 프라이드는 더러운 것을 들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닥치고 이거나 먹엇!!”
흑발의 사내, 프라이드는 양손을 위로 치켜올렸다가 허공을 크게 내리찍었다. 그러자 프라이드의 두 주먹 밑의 지면이 퍽 소리를 내며 파이며 연속적으로 앞쪽의 지면들이 파여 가기 시작했다. 마치 두 개의 줄기가 나아가듯이 파이던 지면은 경찰부대가 포진한 곳까지 도달했고, 동시에 두 번의 굉음이 울려 퍼지며 경찰들의 몸뚱아리가 튕겨 날아갔다. 순식간에 경찰 한 개 소대가 제압당하자 나머지 경찰들도 바짝 긴장했다.
“쏴라!”
중대장의 명령에 사격을 하려던 소대는 즉각적으로 제노사이드에 의해 초토화되었다. 그가 들고 있던 총도 일반 소총이 아닌 듯 지면과 벽이 파이면서 돌가루가 뿌옇게 흩날렸고, 돌가루가 걷히자 그 자리에는 꾸물대는 경찰들의 시체들과 부상자들로 가득했다. 시체들 주변의 길과 담벼락들은 폭격을 맞은 듯이 군데군데가 조각나 훼손되어 있었고, 사격 방향에 정면으로 있던 벽은 거의 박살이 나다시피 했다.
두 소대를 순식간에 잃자 경찰들은 전의를 상실하고 그저 주춤거릴 뿐이었다.
“젠장! 안되겠다! 일단 후퇴!”
후퇴 명령이 내려짐과 동시에 경찰들은 후위에서부터 물러나기 시작했다. 전위의 경찰들은 그들을 엄호하기 위해 스스로를 엄폐하며 산발적 사격을 시작했다. 나오미도 주변의 엄폐물을 찾아 웅크렸다. 그러나 제노사이드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에게 총을 겨누었다.
“젠장! 저놈을 쏴라!”
경찰들의 일제사격은 제노사이드가 재빨리 스스로를 엄폐함으로써 무산되었다. 제노사이드는 엄폐물 건너편으로 소총을 겨누었다. 후위는 다 물러났으나 전위는 차마 물러나지 못했다. 그리고 요란한 총성, 소총이 불을 뿜자 엄폐물이 박살남과 동시에 뒤에 숨어있던 경찰특공대 한명이 쓰러졌다. 전위의 경찰들의 눈에 두려움으로 물들었다.
제노사이드가 다시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누군가가 그의 뒤편에서 팔을 붙잡았다. 나오미였다.
“쏘지 말아요.”
엄페물 뒤편에서 둘은 서로를 잠깐 동안 응시했다. 잠시 후 제노사이드는 총을 거뒀다. 사격이 그친 사이에 이미 전위의 경찰들은 물러난지 오래였다.
“형사 아가씨. 곧 증원군이 올거야. 어서 이 지긋지긋한 골목을 벗어나야지.”
한 구석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프라이드가 말했다.
“고맙군요. 그런데 저도 아사쿠라라는 멀쩡한 이름이 있습니다만.”
“좋아. 일단 움직이자고.”
셋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
그들은 마침내 골목을 벗어나 한 광장에 도달했다. 경찰 헬기는 그들이 막 벗어난 골목 구역을 뒤지고 있었다. 아마도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계획대로군. 역시 디코이에 속았어.”
프라이드는 잠시 조소를 머금었다가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꺼내 입에 대고 소곤거렸다. 곧 상공에서 헬기 소리가 들려왔다. 나오미는 경찰특공대의 헬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손을 허리춤에 가져다 대었다.
“걱정 말라고. 저건 우리 편이야.”
착륙하는 헬기는 검은 색으로 칠해진 헬기였다. 얼핏 보면 민간용이었지만 나오미는 그 헬기를 보자마자 그 헬기가 잘 위장된 군용헬기라는 것을 눈치챘다. 헬기가 착륙하자 빨간 머리의 여자와 옅은 갈색 머리의 남자가 헬기에서 나타났다.
“어어이! 빨리오라고!”
“어서 타자고. 형사 아가씨. 제노.”
그들이 헬기에 오르자 헬기는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A지역을 포위하라!”
“놈들은 중무장하고 있다! 주의하라!”
“알파, 베타 진입!”
견고한 장갑트럭들이 줄지어 도착하고, 현란한 푸른 빛과 섬뜩한 붉은 빛이 서로 점멸하며 사방으로 쏘아져나갔다. 장갑트럭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소총을 든 경찰들이 줄지어 내렸다. 경찰들의 장갑복에는 건조한 글씨체로 ‘S.A,P'라는 글자가 박혀있다. 고성이 사방을 메운다.
“1소대, 2소대는 저쪽으로!”
“꾸물대지마! 어서 움직여!”
그 아수라장의 현장 속에 두 명의 사내가 서있다. 한 명은 경찰 중고위직의 제복을 갖추고 있고, 다른 한명은 평복차림의 평범한 사내였다. 그러나 평복차림의 사내가 주머니에 막 찔러 넣는 것은 결코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사내가 입을 열었다.
“준비가 철저하군요.”
“그렇습니다! 저희 특전무장경찰을 믿어주십시오!”
제복을 입은 남자는 바짝 긴장한 듯 가슴을 쫙 펴고 굳은 목소리에 힘을 실어 대답했다. 평복차림의 사내 입가에 희미한 조소가 스쳐지나갔다.
“요원 구출시 신병은 저에게 넘기십시오. 그리고 절대로 인터폴에 연락하지 마시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인터폴 상부에서는 이 사실을 대외적으로나 대내적으로나 비밀로 붙여두고 싶어 하오. 명심하시오.”
“명심하겠습니다.”
제복을 입은 남자는 뒤돌아서서 통신병에게 명령을 내렸다.
“목표 재확인. 구출 목표- 아사쿠라 나오미. 여자. 목표의 안전을 우선시하라. 가로막는 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말고 사살. 2단계 무장 태세로 실시한다. 실시!”
“알겠습니다. 까치 1, 2, 3, 4. 둥지로 날아가라. 오버.”
“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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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양. 돌려말하고 싶지만 시간관계상 그럴 형편은 안되겠군. 당신 아버지를 암살한 놈들이 당신을 노리고 움직이고 있어.”
“뭐.. 뭐라구요?”
“그리고 더 안좋은 소식은...”
그들의 머리 위로 요란한 소리와 함께 경찰 헬기가 지나갔다.
“놈들이 경찰력을 움직이고 있다는 거지.”
“당신들 말을 어떻게 믿죠?”
“형사 아가씨. 지금 원리원칙 따위 들먹일 시간 없다고. 지금까지 지니고 있던 상식은 버려. 당신 눈앞에서 잘려나간 머리통이 괴성을 지르는 세상이야.”
“....”
나오미가 말을 잇지 못하는 순간 그녀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이 경찰 헬기에서 확성기음이 들려왔다.
“테러범들은 무기를 내리고 항복하라! 너희들은 포위되었다! 인질을 풀어주고 항복하라!”
“젠장, 빨리도 발견하셨군.”
흑발의 사내는 투덜거리다가 다시 나오미를 보았다. 나오미는 아직도 총을 들고 있었지만 이미 눈에는 의혹이 가득했다. 경찰 헬기의 눈부신 조명이 당혹한 그녀의 얼굴을 똑똑히 드러내었다.
“좋아. 우리를 믿든 말든 맘대로 하라고, 대신 우리와 같이 여기서 빠져나간 뒤에 생각해봐.”
“당신들을 따라갈 것 같습니까?”
“난 그렇게 생각해. 왜냐하면...”
흑발의 사내는 나오미의 어깨너머를 턱 끝으로 가리켰다.
“벌써 손님들이 오셨거든.”
“캬아아악!”
끔찍한 괴성이 나오미의 뒤편에서 들려왔다. 뒤를 돌아본 나오미의 눈에 보인 것은 추악한 회색 피부에 핏줄이 불거진 팔뚝을 휘두르며 달려오는 한 인간처럼 생긴-인간이라고 볼수 없었다-괴물이었다.
나오미는 권총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상대가 더욱 빨랐다. 나오미는 눈을 질끈 감았다.
“키야악!”
“제노!”
요란한 총성. 눈을 뜬 나오미의 발치 앞에 괴물의 시체가 쓰러져있었다.
“젠장. 성격이 급한 녀석들이군. 변이체인가? 성가시게 되었어.”
나오미가 뒤를 돌아보자 어느새 소총을 들고 있는 장신의 모습이 들어왔다. 총구에서는 김이 뿜어져 나왔다. 나오미는 시체를 흘끗 보았다. 역겨움이 치밀어올랐다. 역겨움을 참고 나오미는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좋아요. 당신들을 따라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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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이야! 뛰어!”
그들은 경찰 헬기의 조명을 피하며 길 사이사이로 난 샛길로 달음질쳤다. 나오미는 문득 자신이 잘 하고 있는지 의문을 느꼈다. 난데없이 경찰에게 도망쳐야 한다니.
그러나 기왕에 저지른 일, 그들을 믿고 싶었다. 흑발의 남자의 김교수에 대한 언급, 그리고 괴성을 지르던 머리통과 회색 괴인. 그리고....
‘그 눈빛....’
“좋아. 기왕에 통성명이나 좀 해두지. 나는 프라이드라고 부르면 되고 저기 키만 멀대같이 큰 놈은 제노사이드라고 부르면 되. 아, 물론 불러봤자 대답은 안하겠지만.”
“내가 당신들을 쉽게 믿을 사람으로 보여요?”
“그럼 안 믿을텐가?”
“....”
나오미는 속으로 욕설을 내뱉으며 뜀박질쳤다. 만만하게 보이고 싶지 않았지만 이들은 이미 그녀의 의중을 궤뚫고 있는 것 같았다.
“좋아, 아가씨. 기왕에 현재 상황 브리핑도 해주지.”
흑발의 사내는 뛰면서 지치지도 않는 지 계속 지껄여댔다. 그러면서 길은 요리조리 잘 훑어나갔다.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은 사상 최악이지. 이렇게 폭력배들이 넘쳐흐르는데도 경찰 주력 진압부대의 7할이 움직이지 않고 있어. 그 7할 중 80%를 차지하는 게 바로 현재 우리를 포위하고 있는 특전무장경찰대지. 지금 그 특전무장경찰대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답은 하나지.”
“누군가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것.”
“역시 이해가 빠르군.”
흑발의 사내는 담벼락에 바싹 붙어서 움직임을 멈췄다. 나오미도 담벼락에 밀착해서 몸을 숨겼다. 경찰 헬기의 조명의 빛이 그들이 숨어있는 담벼락 바로 옆을 지나쳐갔다.
“당신은 아버지 생가로 가려고 했지?”
“그걸 어떻게....”
“우리들에게 불가능이란 극히 소수의 상황에 한정되는 말이지. 어쨌든 이미 거기에도 암살자들이 쫙 깔렸어. 아마 섣불리 갔다간 문짝에 달려있는 부비트랩에 당신 손목부터 날아갈 걸.”
“그걸 보증할 수 있나요?”
“그 증거는 나중에 보여주도록 하지. 두 번째 손님들이다.”
그들이 숨어있던 담벼락 옆으로 난 골목길 앞뒤로 장갑복을 입은 경찰들이 쏟아져나왔다. 그들은 순식간에 포위된 형국이 되었다.
“이거, 아무래도 전면전을 피할 수 없을 것 같군.”
“항복하라!!”
멀리서 항복권고 방송이 들려왔다. 하지만 프라이드는 더러운 것을 들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닥치고 이거나 먹엇!!”
흑발의 사내, 프라이드는 양손을 위로 치켜올렸다가 허공을 크게 내리찍었다. 그러자 프라이드의 두 주먹 밑의 지면이 퍽 소리를 내며 파이며 연속적으로 앞쪽의 지면들이 파여 가기 시작했다. 마치 두 개의 줄기가 나아가듯이 파이던 지면은 경찰부대가 포진한 곳까지 도달했고, 동시에 두 번의 굉음이 울려 퍼지며 경찰들의 몸뚱아리가 튕겨 날아갔다. 순식간에 경찰 한 개 소대가 제압당하자 나머지 경찰들도 바짝 긴장했다.
“쏴라!”
중대장의 명령에 사격을 하려던 소대는 즉각적으로 제노사이드에 의해 초토화되었다. 그가 들고 있던 총도 일반 소총이 아닌 듯 지면과 벽이 파이면서 돌가루가 뿌옇게 흩날렸고, 돌가루가 걷히자 그 자리에는 꾸물대는 경찰들의 시체들과 부상자들로 가득했다. 시체들 주변의 길과 담벼락들은 폭격을 맞은 듯이 군데군데가 조각나 훼손되어 있었고, 사격 방향에 정면으로 있던 벽은 거의 박살이 나다시피 했다.
두 소대를 순식간에 잃자 경찰들은 전의를 상실하고 그저 주춤거릴 뿐이었다.
“젠장! 안되겠다! 일단 후퇴!”
후퇴 명령이 내려짐과 동시에 경찰들은 후위에서부터 물러나기 시작했다. 전위의 경찰들은 그들을 엄호하기 위해 스스로를 엄폐하며 산발적 사격을 시작했다. 나오미도 주변의 엄폐물을 찾아 웅크렸다. 그러나 제노사이드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에게 총을 겨누었다.
“젠장! 저놈을 쏴라!”
경찰들의 일제사격은 제노사이드가 재빨리 스스로를 엄폐함으로써 무산되었다. 제노사이드는 엄폐물 건너편으로 소총을 겨누었다. 후위는 다 물러났으나 전위는 차마 물러나지 못했다. 그리고 요란한 총성, 소총이 불을 뿜자 엄폐물이 박살남과 동시에 뒤에 숨어있던 경찰특공대 한명이 쓰러졌다. 전위의 경찰들의 눈에 두려움으로 물들었다.
제노사이드가 다시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누군가가 그의 뒤편에서 팔을 붙잡았다. 나오미였다.
“쏘지 말아요.”
엄페물 뒤편에서 둘은 서로를 잠깐 동안 응시했다. 잠시 후 제노사이드는 총을 거뒀다. 사격이 그친 사이에 이미 전위의 경찰들은 물러난지 오래였다.
“형사 아가씨. 곧 증원군이 올거야. 어서 이 지긋지긋한 골목을 벗어나야지.”
한 구석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프라이드가 말했다.
“고맙군요. 그런데 저도 아사쿠라라는 멀쩡한 이름이 있습니다만.”
“좋아. 일단 움직이자고.”
셋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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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마침내 골목을 벗어나 한 광장에 도달했다. 경찰 헬기는 그들이 막 벗어난 골목 구역을 뒤지고 있었다. 아마도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계획대로군. 역시 디코이에 속았어.”
프라이드는 잠시 조소를 머금었다가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꺼내 입에 대고 소곤거렸다. 곧 상공에서 헬기 소리가 들려왔다. 나오미는 경찰특공대의 헬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손을 허리춤에 가져다 대었다.
“걱정 말라고. 저건 우리 편이야.”
착륙하는 헬기는 검은 색으로 칠해진 헬기였다. 얼핏 보면 민간용이었지만 나오미는 그 헬기를 보자마자 그 헬기가 잘 위장된 군용헬기라는 것을 눈치챘다. 헬기가 착륙하자 빨간 머리의 여자와 옅은 갈색 머리의 남자가 헬기에서 나타났다.
“어어이! 빨리오라고!”
“어서 타자고. 형사 아가씨. 제노.”
그들이 헬기에 오르자 헬기는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Hominis Hominis Possunt Historiam Condonare
인류는, 인류는 역사를 용서할 수 있다
Hominis, Hominis Possunt Historiam Condonare
인류는, 인류는 역사를 용서할 수 있다
(Deus Sed)
(신은 그러나)
Sed Deus Sed Deus Sed Deus Sed Deus Non Vult
그러나 신은, 그러나 신은, 그러나 신은, 그러나 신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Deus Non Vult
신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Non Vult!
그렇지 않을 것이다!
경찰 특공대가 박살나는 모습은 왠지 애처롭군요.
시위대에 구타당하는 전경을 보는 듯 합니다.
특공대가 무슨 죄가 있길래.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