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 핸드의 예는 조금 특수한 조종법의 사례입니다. 우선, 패트레이버에서
매직 핸드를 사용하는 예는 아주 특수한 경우(이를테면, 예로 들었던 나비
매듭을 묶는 법을 컴퓨터에 기억시키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경우로서 일반
적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로봇의 조종을 어떻게 하는가에 대한 논란은 상당히 많습니다만, 일반적인
전투용의 로봇인 경우에 있어서는 전투시에 필요한 대다수의 움직임이 컴
퓨터에 수록되는 형태로 조종사는 비교적 간략한 동작 만을 하는 것으로 충
분하도록 하는 것이 적당합니다.

실제로 메크 자체를 생각해 보아도 메크는 다리가 달린 전차를 조종하는 것
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그 정도의 조작 만으로 충분한 움직임을 보여
줄 수 있습니다.

걸을 때 균형을 잡거나 하는 것은 시스템에서 알아서 해 주기 때문에 사실상
무의미한 일이죠. 레이버의 경우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서 공격하는 것 같은
자세도 시스템 자체가 동체의 움직임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간단한
조작으로 해당 자세를 취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무기를 사용하거나, 단순히 이동하는 등의 조작은 더욱 간편합니다. 때문에,
일반적인 전투용의 로봇이라면 생각만큼 조종 시스템이 복잡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아래에서 이야기한 여러 가지 로봇 조종 방법에 대해서도 한번 논해
보지요.

1. 인체의 움직임에 대응한 시스템

1) 특성과 장점
84 태권 V에서도 등장한 이 시스템은, 어찌보면 매우 효율적이고 간편한 시
스템으로 생각됩니다. 이는 인간의 움직임을 그대로 시스템에 전달하여 로봇
이 인간의 움직임 그대로 움직이게 한다는 것으로서, 인간은 로봇에 탄 채로
평소의 전투 동작을 그대로 하면 된다는 것이 특징이죠.

근래의 애니메이션에서는 에스카플로네에서 등장한 이 시스템은, 평소에 검
을 들고 싸우는 기사들이 가이메르프를 타고 그대로 싸울 수 있도록 하고 있
습니다.

이를테면, 에스카플로네의 기사들은 가이메르프에 타고 검을 휘두르거나 하
는 자세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 만으로 가이메르프가 동일한 동작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고 보면 옛날의 어떤 로봇 격투기 만화에서도 등장한 바가 있습니다만...

일반적인 과학 SF의 세계에서는 로봇보다는 파워드 슈츠와 같은 인간형의 장
비를 조종할 때 이 시스템이 적용되는 사례가 있습니다.

2) 단점

언뜻 매우 효율적이며 정확한 것으로 보이는 이 시스템은 의외로 불편한 문
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시점의 문제입니다.

로봇의 크기가 인간에 비해 크다고 생각하면, 타고 있는 인간이 조종을 하
는데 있어 혼란을 가져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
해서는 로봇의 시야를 인간의 눈에 바로 연결시켜야 하며(이를테면 안경처
럼 쓰는 디스플레이 등을 사용해서?) 로봇 자체의 움직임이 자신의 움직
임처럼 느끼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게다가,메크 등에서 쓰이는 화기 관제 시스템 등은 절대로 사용할 수 없으
며(혼란을 주므로) 원거리 공격도 100% 인간의 시야에 의존해야 한다는 문제
가 있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인간쪽에서의 움직임이 전달되는 것 만이 아니라 반대로 로
봇에서의 움직임이 인간에 전달된다는 문제입니다.

이를테면 적의 로봇이 로봇의 팔을 꺾는다면, 인간의 팔도 똑같이 꺾이게 됩니다.

로봇의 팔이 부러진다면? 최악의 경우, 인간의 팔도 부러지게 됩니다. 물론
이를 막기 위해 다양한 안전 장치가 도입되겠지만, 인간에게 전달되는 육체적
인 충격을 100% 막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는 파일럿에게 지나친 부담을 안겨
줄 수 있습니다.

만약, 로봇 쪽에서의 움직임이 인간에게 아예 전달되지 않도록 한다면,로봇
과 인간의 움직임이 일치되지 않으니 조종 시스템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 합니다.

세 번째 문제는 로봇 내부의 조종석 공간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점입니다.

인간의 움직임을 그대로 표현한다고 가정하면 로봇 내부의 조종석 공간은
엄청나게 커져야 합니다.(84 태권 브이처럼 안에서 태권도를 하려면 그 공간
은 정말 왠만한 방 하나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물론, 인간은 공중에 매달린 상태에서 움직임을 표현할 수도 있지만, 움직
임은 보다 부자연스러워지게 되지요.

더욱이 이 시스템은 인간의 방향 감각과 평행 감각에 지나치게 의존하므로
우주에서의 전투는 사실상 불가능하며(평행 감각과 방향 감각이 작용하지 못
하므로) 로봇 자체의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큽니다.

또 하나, 어떤 방식으로 인간의 움직임을 전달하건 인간은 평소 이상의 힘
을 써야 하므로 엄청난 체력 싸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 방식은 걷
는 것 하나도 발을 계속 움직여야 하는 방식이므로, 전투가 장기화되면 전투
불능의 상황에 빠지기가 쉽습니다.

메크 워리어들이라면 전투 지점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
겠지만, 이 방식에서는 그것조차 불가능해져 버리니 말입니다.

더욱이, 로봇을 조종하는 인간도 그만큼의 실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됩니
다. 에스카플로네에서의 기사들처럼 검술을 출중하게 한다거나 하는 문제가
있는데, 이는 키조작 등만을 익히면 되는 방식에 비하면 조종을 하는데 있어
지나친 부담을 가중시키게 됩니다.

게다가, 이 방식의 경우 실력이 뛰어난 기사 등이 사용하면 매우 출중한
실력을 보여줄거라고 생각되겠지만, 그것은 순전히 검과 창만으로 싸우는 에
스카플로네의 경우에만 해당됩니다.

이러한 조종 시스템에서는 우선 다양한 종류의 무기를 쓰는게 불가능하며
(메크처럼 어깨에 달린 무기를 사용한다거나...) 부스터와 같은 조종을 제어
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실력있는 메크 워리어들은 무기의 발사 체계 등을 스스로 모두 제어하고,
심지어 균형 시스템 등의 조정도 스스로 하곤 합니다만, 이 조종 방식에서는
이와 같이 복잡한 조작들은 아예 할 수 없죠.

에스카플로네의 경우를 보면 손잡이로 잡고 있는 상태가 되는데, 그렇다면
손가락을 쓰는 것도 불가능해져 버립니다. 이래서야... 모처럼의 장점들이 다
사라지게 되죠.

솔직히, 이 방식은 보병과 거의 같은 움직임이 필요한 파워드 슈츠 정도 밖
에는 쓸 수 없는 방식이라고 생각되는군요. 물론,크기가 인간과 거의 같은 수
준일때의 이야기입니다만...(그렇지 않고, 헤비기어처럼 3~4m 정도 되어 버리
면, 파워드 슈츠라고 해도 인간의 움직임을 전달하는 방식은 불가능해져 버립
니다. 그래서 헤비기어는 내부의 조종간으로 움직임을 제어하는 방식을 쓰고
있지요.)

음... 다만, 만약 스타워즈의 제다이 기사들이 이 조종 방식을 사용해서 근
접전을 벌이는 경우라면 어떻게든 가능할지도 모르겠군요.근접전 외에는 절대
로 가능성이 없다는 점 등이 문제지만.

3) 참고

현 시점에서 이 방식의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는 사례는 단 하나. 아파치 헬
기와 같은 전투 헬기의 HUD 시스템 뿐입니다.아파치와 같은 전투 헬기는 근접
전에서 사방의 적을 상대로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를 위해서 고개를
돌리면 하부의 체인건이 그 방향으로 돌아가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게다가,헬밋 내부에 HUD가 존재하기 때문에 조종사의 시야가 향해있는 곳의
정보를 조종사에게 전달합니다.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메크와 같은 경우에도 헬밋 내부에 HUD를 두고 시선
에 따라서 상체가 움직이는게 좋다고 봅니다.전투기와 같은 현재의 HUD 방식
으로는 측면을 달리면서 공격하거나 할 때 여러 가지로 불편하니까요.

추가하자면, 조종석은 허리 아래 부분의 하체와 연결되어 있어서 상체가 돌
아가는 것과 관계없이 다리가 향하고 있는 방향을 바라보는게 좋다고 보고요.


2. 뇌파에 의한 조종

1) 특성과 장점

뇌파에 의한 조종은 인간의 중추 신경에서 전달되는 움직임을 그대로 시스
템에 전달하여 움직이는 조종 방식으로, 실제로 많은 애니메이션에서 도입된
시스템입니다.
뇌파에 의한 조종 시스템은 무엇보다 빠른 대응 속도가 특징입니다.왜냐하
면 손에 의한 조종은 뇌파가 중추 신경을 통하여 팔에 전달되고 손이 움직여
서 조종간을 움직이는 시스템인 반면에, 뇌파에 의한 조종은 생각이 바로 시
스템에 전달되기 때문이죠.(물론, 무거운 인형 병기 자체의 대응 속도에 한
계가 있어서 실제의 속도 자체는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또한, 생각하는 바를 그대로 전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매우 다양한 움직
임을 표현하는게 가능하죠. 훈련 여하에 따라서는
' 오른손으로 총을 쏘면서 왼손으로 칼을 휘두르고 머리에서 기관포를 발사
하면서, 정면 45도를 향해 달려라 '
라는 움직임도 가능합니다. 물론 더욱 복잡한 움직임의 구현도 가능합니다.

어찌보면, 1. 움직임 대응 시스템과 비슷하지만 보다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한 이점 때문인지. 근래의 일본 SF 애니메이션에서는 이 방식을 적용
하는 사례가 많습니다.또한 이 경우에는 시신경과 로봇의 눈을 연결하여 자
신이 로봇이 된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나데시코)

2) 단점

이 방식도 움직임 대응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단점들을 갖고 있습니다.

우선, 신경과 시스템이 연결되는 이 방식 역시, 경우에 따라 인간의 중추
신경에 심각한 충격을 전해주는 경우가 생깁니다. 물론 최대한 이를 방지하
고자 노력하겠지만, 100% 막을 수는 없기에 최악의 경우 식물 인간이나 사망
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다음으로 이 방식은 조종사에게 엄청난 부담을 가중시킵니다. 이 방식에서
는 조종에 계속 집중해야만 합니다. 로봇의 움직임이 복잡하다는 것을 생각
하면, 조종사는 보통 사람보다 월등한 집중력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조그만
잡생각 하나도 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금물.(이를테면, 전투 중에
무의식 중에라도 ' 내가 조종을 잘못한게 아닐까? '라는 의문을 가지는 것만
으로도 시스템이 다운될 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조종사는 최소한 제다이 나이트 정도의 자질과 훈련을 받아야 할
것이며 전투 중에는 전투 이외의 것에 대해서 완벽하게 마음을 비워야만 합
니다. 또한, 어떠한 상황이 닥쳐도 당황해서는 안 되며 지나치게 서둘러서
로봇의 조종 한계를 넘는 동작을 생각하지 않아야 합니다.(만약, 날지 못하
는 로봇이라면 ' 날았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가는 큰일이 날 수 있
습니다.)

물론, 조종 시스템에서 이러한 점을 최대한 고려하겠지만(그래서 제작 비
용은 천문학적인 수준이 되겠지만), 시스템이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존재할
것이며 이러한 상황으로 인한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 조종사의 비
상하게 높은 집중력이 요구되는 것이지요.

잡념은 시스템의 적. 잡념이 조금만 있어도 로봇의 조종이 엉뚱하게 될수
있으므로 전투시에 잡념은 곧 죽음과 직결되었다고 보아도 됩니다.

물론, 실수로 잡념이 떠올라서 조종을 망쳐서 위험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절대로 당황하지 말고 조종에 집중해야 하겠지요.(이를테면 눈 앞에 미사일
이 수없이 날아오더라도 말입니다.)

또 하나, 역시 체력(?) 승부가 되는 것이 문제겠군요.조종사는 로봇이 출
발한 시점에서 전투가 끝날때까지 계속 집중해야만 합니다. 음.. 조금 고달
픈 일이 되겠지만, 멋진 조종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마지막으로 시스템을 제작할 때는 인간의 움직임을 뛰어넘는 움직임을 하
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만약에 지나치게 선회를 해서 잠시라도 정신을
잃었다가는 그대로 황천으로 가게 될테니 말입니다.

3) 참고

이 방식의 조종 시스템을 갖고 있는 애니메이션에서는 특히 신경으로의 역
류에 의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점은 사실적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그런데 묘한 점은, 조종사들이 중간중간 잡담을 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물
론 엉뚱한 잡생각을 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으음... 이들은 어쩌면 제다이 마스터를 능가하는 수준의 수련을 쌓아서 잡
담을 하거나 잡생각을 해도 시스템에 이를 전달하지 않는 놀라운 기술을 갖고
있는지도...

P.S) 위에서 살펴본 두가지 시스템... 어찌 생각하면 사실 매우 효율적인 시스
템인지도 모릅니다. 다만, 두가지 모두 인간이 하나의 일에만 계속 집중을 해
야 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사실, 인간이 하나의 일에 계속해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한계가 있습니다.
(뇌파 직결식처럼 잡념 하나조차 용납하지 않는다면, 불과 몇 분이 한계라고 보
아야 합니다. 물론, 제다이 마스터라면 다르겠지만.)
그런데 대개의 경우 전투나 전쟁은 상당한 체력과 인내력의 싸움이 되기 쉽습
니다. 적의 부대를 기습하기 위해서 대기하는 부대는 긴장 속에서 며칠을 보내
기도 하며(물론 잡담을 하거나 식사를 하거나 하면서 긴장을 풀어주기도 합니다.)
때로는 거의 몇 달에 걸쳐서 쉴틈없이 전투가 반복되기도 합니다.
위의 두가지 시스템은 이러한 전투에 도입될 수 있는 무기로서는 지나치게 문
제가 있습니다.(에반게리온처럼 ' 지구를 지치기 위해 악당(?)을 물리치는 ' 경
우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게다가,뇌파 직결식과 같은 경우에는 그 조종 시스템의 가격만 상상을 초월하
는 수준이 될 수 있습니다. 시스템에 따라서는 로봇의 몇 배 가격이 될지도 모
릅니다. 로봇의 한계가 정해져 있는 한 어떤 방식을 사용해도 로봇의 움직임 한
계를 넘어설 수는 없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지나친 비용을 들이는 것은 낭비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죠.
profile

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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