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에 관한 가장 큰 오해 중에 하나는 '판타지 = D&D'라는 겁니다. 그래서 판타지라고 하면, 용이
나 마법사가 자동적으로 떠오르게 되는 일이 발생하죠. (이게 더 심해지면, '판타지 = D&D = 포가튼
렐름즈'까지 가는 경우가 생깁니다만.) 아무튼 저도 저런 오해에 빠져 있는 사람 중에 한 명입니다. 이
게 오해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저 공식에서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군요.

그래서 저는 다른 판타지를 'D&D'에 맞추어서 보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엄청나게 질이 안 좋은 버
릇이죠.) 우스갯소리처럼 간달프가 몇 레벨 마법사냐고 물어보는 수준은 아니지만, 'WoD'의 늑대인간
을 'D&D'의 드루이드 관점에서 보니 심각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도 비슷한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드루이드와 늑대인간은 두 가지 공통점을 지닙니다. 자연을
보호한다는 것과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는 것이죠. 드루이드가 늑대인간처럼 거칠게 나가지는
않지만, 외곬수 드루이드들은 사람을 해치면서까지 숲을 보호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드루이드와 늑대
인간 모두 거대한 늑대로 변해서 싸울 수 있죠. (드루이드의 경우에는 변신할 수 있는 형태가 더 다양
합니다만.) 이 두 가지 공통점은 두 캐릭터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이기도 합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선입
견에 빠진 사람에게는 닮아 보일 수 밖에요.

어떻게든 이런 생각을 고치려고 하지만, 말처럼 되지가 않네요. 'D&D'의 관점에서 'WoD'를 바라보는
일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요걸 한 쪽에 대입시키는 정도까지 가면 그건 문제가 있으니까요. 역시 규칙
서를 사서 봐야 할까 봅니다. (정말 이걸 사느냐 마느냐 그게 문제로군요. 어디에 이런 걸 보기 좋게 정
리한 회지 같은 거 없을려나요. 커다랗고 영문으로 된 규칙서를 보는 일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