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령공주 이래로 다소 심각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던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 중에서, 모처럼 시원하고 깔끔하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약 2시간의 방영 시간 동안, 때로는 웃고 때로는 긴장하고, 그리고 때로는 가벼운 느낌으로 보았으며 한 순간도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으니까요.(아마도 웃었던 때가 가장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과연 미야자키 감독과 지부리...라고 할만한 작품일까요? 극장에서 보더라도 결코 아쉽지 않은 작품이라는 것을 장담하겠습니다.(아니, 극장에서 보는 걸 권합니다. 혹, 모니터로 보신 분들이 계신다면, 이 작품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긴 어렵습니다.)


  일단 누구에게나 알려진 정도의 스토리를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마법사들이 존재하고 있는 -그러나 한편으론 미야자키씨 특유의 비공 전함들이 날아다니는- 독특한 세계. 평범하기 이를데 없는 모자 가게의 아가씨 소피와, -선전대로- 꽃미남에 '아름답지 않으면 살 가치가 없어'라고 당당히(?) 외치는, 겁쟁이 마법사 하울을 주역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요. 소피가 살고 있는 마을 뒤쪽으로는 괴상한 모양의 집(?)이 걸어다니고 있는데, 마을 사람들은 이를 '미인의 심장을 빼앗아가는 마법사' 하울의 성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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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야의 마녀. 그녀의 저주로 소피는 늙어 버리게 된다. ]


  본래대로라면 지극히 평범하기 이를데 없는 -그다지 내켜하지도 않으면서 아버지의 모자가게를 이어나가고 있는- 아가씨 소피. 그러나, 소문 속의 마법사 하울을 만나게 되고, 하울의 심장을 빼앗기 위해 쫓아다니는 황야의 마녀에 의해 늙어버리는 저주가 걸림으로서 그녀의 여정은 시작됩니다. 그리하여 도착한 곳이 바로 하울의 성이지요.

  이야기는 하녀로서 하울의 성에서 살게된 소피와 그 식구(?)들... 여기에 하울의 비밀이 얽혀서 진행됩니다. 비공 전함과 독특하게 생긴 날틀이 하늘을 날고 강철의 동체와 강력한 대포로 둘러싼 거대한 전투함이 바다 위를 떠다니는 상황. 하지만, 마법사들이 등장하고 그들을 전쟁의 도구로서 사용한다는 점이 독특하지요.

  미야자키씨의 작품 답게 밝은 색채와 화사한 장면들을 가득 담고 있지만, 때때로 비추어지는 전쟁의 어둠이 이런 평화를 위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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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울과 -할멈이 된- 소피의 모험... 이야기는 여기부터 급진전된다. ]


  하지만, 괴상 망칙한 하울의 성에서부터 하울을 비롯한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독특한 마법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여기저기 가득한 웃음과 같은 볼거리가 가득하기에 부담없이 즐길 수 있지요.(마법의 경우에는 해리 포터를 연상케하는 느낌들도 많습니다.)

  반전에 대한 이미지, 정말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의 용기같은... 미야자키씨의 작품 속에 흔한 주제들이 충실하게 들어 있지만, 언제나 그렇듯 심각한 기분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면에서 이 작품은 "마녀 배달부 키키"나 "토토로" 정도로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전개되니까요. 전쟁이라는 어두운 소재가 나오긴 하지만, 작품의 대부분은 하울의 성에서 벌어지는 소피를 중심으로 한 생활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원령공주처럼 격렬한 전개는 기대할 수 없겠지요. 그런 만큼, 정말로 부담없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일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외성으로 인한 반전 같은 것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결말은 특히... 음. 이건 보신 후에 판단하시는게 좋겠군요. 그냥 고민할 것 없이 봐버린다...라고 생각하면 충분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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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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