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멸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영화 <드래곤 하트>도 용의 파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남은 용 드레이코와 드레이코를 그 지경으로 만든 용 사냥꾼 보웬이 주인공이죠. 사실
여기에 등장하는 용들은 굉장히 고귀하고 희생적입니다. 그래서 드레이코의 행동도 파멸을 앞
둔 것치고는 그다지 절박해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어떻게 하면 보다 가치있는 죽음을 맞이할
지 고민할 뿐이죠.

흔히 파멸을 앞두고 있으면, 다급해지기 쉽습니다. 'WoD'의 늑대인간들은 그런 다급함이 거의
발악(?)까지 다다른 상태이죠. 죽을 때 죽더라도 일단 피를 보겠다는 것이 이들의 자세입니다.
가뜩이나 야만적인 늑대인간이 저런 마음까지 먹게 되니 이건 뭐, 로망이 될 수 밖에요.

판타지의 종족들-용이나 엘프, 늑대인간 기타등등-은 대부분 사라져갈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파멸을 앞두고 보이는 행동은 저마다 다릅니다. (<반지전쟁>의 엘프들은 너무나
도 조용히 사라져 갔습니다) 이런 것들을 보며 느끼는 감동도 제각각이고요. 이 중에서 <드래곤
하트>의 파멸이 어쩐지 가슴에 와 닿습니다. 화끈한 늑대인간들도 마음에 들긴 하지만, '자신을
희생해서 세상을 바꾸겠다'는 것이 따스하게 느껴지네요.

※ 다시 생각해 보니까 <드래곤 하트>의 용들은 죽으면 별이 되는군요. 이 정도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할 법도 합니다. 'WoD'의 늑대인간들은 뭐,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으니….